일본의 요괴문화 - 그 생성원리와 문화산업적 기능
중앙대학교한일문화연구원 엮음 / 한누리미디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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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소설들, 특히 추리소설에서 요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샤바케>에서는 주인공을 돌보는 인물로 요괴가 등장하고, <망량의 상자>나 <우부메의 여름>과 같은 교고쿠도 시리즈에서도 요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백귀야행이라는 만화책도 있지만 이건 아직 안 읽어봐서) 우리나라의 도깨비 정도라고 생각해온 요괴에 대해 어째서 일본인들은 애착을 가지고 그것을 문학의 소재로 삼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나의 호기심을 조금은 풀어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문화로서의 요괴'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요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접했던 문화 속의 요괴들, 예를 들어 피카츄라든지, 토토로,  소닉 등은 요괴라고 해서 모두 귀신같은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문학, 연극.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상품, 게임 등 다방면으로 사용된다는 점에 놀랐다. 일본인들의 상상력의 원천으로 요괴는 자리잡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본은 문화적인 인프라를 구축해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2장 '언어 속에 잠재된 문화로서의 요괴'에서는 요괴와 관련된 관용어구나 가면극이나 문학 속에서 재탄생된 요괴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특히 많은 삽화와 사진들이 실려있어 더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3장인 '요괴의 실상과 허상'에서는 갓파나 덴구와 같이 자주 등장하는 요괴들에 얽힌 이야기와 그들의 변천과정(?), 그리고 생활 속에서 그런 요괴들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등에 대해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요괴에 대해 비교해보기도 하고, 대중 문화 속에서의 요괴에 대해 살펴보는 등 좀 더 폭넓게 요괴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도깨비와 요괴를 비교해놓은 부분에서 도깨비에 대해 좀 더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앞의 글들을 읽으며 우리나라 도깨비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에 따르면 한국의 도깨비는 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하나의 가신신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돌림병을 가져다주는 역신과 사람을 홀리는 존재, 도깨비불을 근거로 삼은 화재의 원인이 되는 귀신으로 나타기도 한다. 필자는 도깨비는 본질적으로 신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속성도 병행하고 있는 셈이고, 요괴는 신의 일종이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지닌 존재로 이해되기 때문에 도깨비를 요괴의 한 유형과 비교 검토하는 것이나, 도깨비를 요괴라는 개념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가도 말한다.  때문에 이들을 비교하기 위해서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요괴와의 비교는 둘째치더라도, 우리의 도깨비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글은 마음에 들었다. 

  한 명의 필자가 글을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필자가 저마다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글의 내용이 겹치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다양한 관점으로 요괴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내용이 그리 길지 않고, 내용적으로도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어서 요괴들이 나오는 문학이나 만화를 접하고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독자나(개인적으로는 갓파나 오니에 대한 부분이 도움이 됐다) 일본의 요괴 문화에 대해 처음으로 살펴보고 싶다는 분들 모두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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