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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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훨씬 전에 찰스 다윈이 짝짓기의 미스터리에 대한 혁신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그는 동물들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 같은 형질들을 종종 발달시킨다는 사실에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 많은 동물들이 드러내는 화려한 깃털, 커다란 뿔, 그리고 다른 이채로운 특질들은 생존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손해만 끼칠 것처럼 보인다. 공작의 눈부신 깃털은 스스로를 포식자들 눈에 더 잘 띄게 만들어 생존에 크게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함에도 어떻게 진화를 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 다윈이 내린 대답은 공작의 꼬리가 각 개체의 번식 성공도를 높여 주었다는 것이다. 즉 화려한 꼬리를 가진 공작 수컷들은 우수한 배우자를 얻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서 그러한 유전적 특질을 계속해서 전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생존상의 이득이 아니라 번식상의 이득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어떤 형질이 선택되어 진화하는 현상을 다윈은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라 이름 붙였다. -20쪽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진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과정인 배우자에 대한 선호와 배우자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밝혀 줌으로써 짝짓기 행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성선택 이론은 1세기 이상 남성 과학자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암컷들이 배우자를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이론이 그동안 짝짓기 과정에서 수동적인 역할만 담당한다고 알려졌던 암컷들에게 너무 큰 위상을 허락하는 것처럼 비춰진 까닭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성선택 이론은 주류 사회 과학자들로부터도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 이 이론이 인간의 본성은 주로 본능적인 행동에 따라 결정되며 인간의 특별함과 유연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와 의식(意識) 덕분에 우리 인간은 진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믿음은 계속 유지되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이르러 내가 내 동료들과 함께 심리학과 인류한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시작하면서, 성선택을 인간 연구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루게 되었다. 우리는 진화의 산물인 근원적 심리 기제(psychological mechanism), 즉 남성과 -21~2쪽

여성이 열심히 추구하는 짝짓기 전략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의 엄청난 유연성까지 설명할 수 있는 심리 기제를 밝혀내고자 했다. 이 새로운 학문 분야를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라 한다. -22쪽

적합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 하나는 나와 유사한 배우자를 찾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양각색의 특질들에 대해서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결혼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짝을 짓는 경향은 가치 기준 또는 지능이 비슷하거나,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가장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낙태나 사형 제도에 대한 입장에서처럼 자기와 비슷한 정치적, 사회적 가치 기준을 가진 배우자를 선호하며, 실제 부부 사이의 가치 기준은 +0.50의 상관계수가 나타난다. 서로 가치 기준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갈등을 빚기 쉽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와 인종, 민족, 그리고 종교가 유사한 배우자를 바란다. 지능이 비슷한 배우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으며, 실제 부부 사이의 지능은 +0.40의 상관이 존재한다. 외향성, 호감성, 성실성처럼 인성에 관련된 특질에서도 유사성이 중요한데, 이런 특질들에 대해 부부 사이에는 +0.25의 상관이 존재한다. -85~6쪽

섹스는 여성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번식 자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섹스를 아무한테나 줘 버리지 않게끔 통제하는 진화된 심리 기제가 있다. 사랑, 진실성, 그리고 친절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이 제공하는 섹스라는 자원의 가치에 상응하는 자원들을 남성이 헌신해줄 것을 요구하는 방편이다. 사랑과 친절을 요구함으로써 여성들은 아이들의 상존과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남성으로부터 꾸준히 제공받아야 한다는 적응적 문제를 해결한다. -102쪽

여성이 장기적인 배우자로부터 자원을 얻는다는 사실이 너무 당연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이 항상 명약관화하게 남성이 갖고 있는 자원을 판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성의 짝짓기 선호는 자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앞으로 자원을 얻을 것임을 알려 주는 자질들에 정교하게 맞추어 다듬어졌다. 실제로 여성들은 돈 그 자체보다는 야망이나 지위, 지능, 혹은 나이처럼 자원을 모으게 해 주는 자질들에 더 영향을 받는 듯하다. 이러한 자질들로부터 남성의 잠재 능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들을 세세하게 따지고 살핀다.
그러나 잠재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원을 많이 획득할 잠재력을 가진 남성들은 자신들 또한 여성을 까다롭게 고르기 마련이고 종종 일시적 섹스에 탐닉할 것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에게 헌신할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사랑과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헌신의 문제에 대한 두 가지 해결책이다. 진실성은 남자가 헌신할 의향이 있음을 알려 준다.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나에게 헌신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106쪽

우리의 조상들은 여성의 건강과 젊음을 입증해 주는 가시적인 증거로서 두 가지에 기댈 수 있었다. 우선 도톰한 입술, 깨끗한 피부, 부드러운 살결, 맑은 눈,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 탄력 있는 근육 등과 같은 신체적인 외양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증거로서 밝고 경쾌한 걸음걸이, 생기 넘치는 얼굴 표정, 충만한 에너지 같은 행동적 특질이 있다. 젊음과 건강, 곧 번식 능력에 대한 이러한 신체적 단서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남성의 판단 기준을 이룬다. -117쪽

성적 판타지, 쿨리지 효과, 욕정, 사귀는 사람과 빨리 성 관계까지 나아가려는 경향, 상대의 기준을 낮추는 것, 매력을 지각하는 양상의 변화, 동성애 성향, 매매춘, 그리고 근친상간 성향 등은 모두 찰나적인 성 관계를 추구하는 남성의 전략을 밝혀주는 심리적인 단서들이다. 이들로부터 성 전략 레퍼토리에 단기적 짝짓기도 수록한 남성들이 진화적으로 선택되었을 인간 진화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애 남성들이 찰나적인 성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여성의 동의가 필요했다. -177쪽

요컨대 여성의 질투는 배우자의 투자가 다른 여성에게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촉발되는 반면, 남성의 질투는 배우자가 다른 남성에게 성적 혜택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주로 촉발된다.
이러한 성차는 심리적으로, 생리적으로 모두 나타난다. 질투의 성차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 동료들과 나는 511명의 남녀 대학생들에게 두 가지 괴로운 상황, 즉 애인이 다른 누군가와 성 관계를 맺는 상황과 애인이 다른 누군가와 깊은 정서적 애착을 나누는 상황을 비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무려 83퍼센트에 달하는 여성이 애인의 정서적 부정을 더 불쾌하게 여겼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에는 겨우 40퍼센트가 그와 같이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조적으로 남성의 60퍼센트가 애인의 성적 부정을 더 불쾌하게 여긴 반면, 여성은 겨우 17퍼센트가 그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260쪽

유전자를 전혀 공유하지 않는 남녀가 몇 년, 몇십 년, 혹은 평생을 견고한 연합을 이루어 함께 산다는 것은 인간이 이룩해 낸 참으로 대단한 성취이다. 하지만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많은 외압들 때문에 계속해서 함께 산다는 것은 독특한 일련의 적응적 문제들을 낳는 위태위태한 과제가 된다. 성공적인 해결책은 대개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첫째, 배우자의 탈선을 예방하게끔 배우자에게 진화적으로 중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둘째, 배우자를 소유했다고 공개적으로 신호를 보내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자를 숨김으로써 경쟁자가 감히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셋째, 자신의 배우자 가치가 타인들에게 높이 평가받고 있음을 알려서 배우자의 질투심을 이끌어 내거나, 배우자 앞에서 자신을 비하 내지 순종하거나, 자신 외에 배우자가 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 따위는 없다고 배우자를 설득시키는 등의 감정적 조작을 구사한다. 넷째, 희생자에게는 안됐지만, 배신할 낌새를 보이는 배우자를 단죄하거나 경쟁자를 폭행하는 등의 파괴적인 조치를 쓸 수 있다. -282~3쪽

남성은 여성이 그냥 짓는 웃음이나 으레 베푸는 친절을 자신에게 어느 정도 성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심지어 여성은 그런 성적인 관심이 전혀 없을 때조차 말이다. -290~1쪽

감정적 헌신뿐만 아니라 시간, 에너지, 자원의 투자를 놓고도 부부는 서로 직접적으로 갈등을 빚는다. 투자에 대한 갈등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나 신뢰할 수 없는 언행으로 표출된다. 데이트 중이거나 이미 결혼한 여성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배우자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거부하거나, 신뢰감을 주지 않는 언행을 한다고 불평을 토로한다. 흔한 불평거리 중에는 남성이 그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기, 전화한다고 해놓고서 전화하지 않기,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나기, 데이트나 기타 다른 일을 막바지에 이르러 갑자기 취소하기 등이 있다. 남성들보다 대략 2배 이상의 여성들이 이러한 일들에 대해 불평하며 결국 이러한 일들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손실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데이트 중인 여성의 약 38퍼센트가, 그러나 데이트 중인 남성에서는 겨우 12퍼센트만이 애인이 전화한다고 해 놓고 종종 전화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300쪽

요약하면 장기적인 배우자를 버리게 만드는 세 가지 주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현재의 배우자가 자원이나 능력이 감소하거나 번식에 관련된 자원을 제때 제공해 주지 않기 시작하여 그의 배우자 가치가 떨어졌을 때, 둘째, 나 자신의 자원이나 평판이 증가해서 이전에는 얻을 수 없었던 짝짓기 가능성이 열렸을 때, 셋째, 강력한 대안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등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들 세 가지 상황을 반복적으로 접했을 것이므로, 인간은 기존 부부 관계의 이득과 손실을 다른 가능한 대안과 비교하여 따져 보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켰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심리 기제는 현재 배우자의 가치 변화를 민감하게 살피고, 다른 짝짓기 대안을 판별하여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대체 배우자에게 구애 행위를 하게끔 우리 조상들을 이끌었을 것이다. -338쪽

인간 성 전략의 핵심 메시지는 짝짓기 행동은 엄청나게 유연하며 사회적 맥락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진화의 오랜 역사를 거쳐 설계된 우리의 복잡한 심리 기제 덕분에 우리는 짝짓기의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통성 있는 일련의 행동 레퍼토리를 장착하고 있다. 이들 레퍼토리를 사용하여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각각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우리의 짝짓기 결정을 변형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이라는 문제에서 어떤 행동도 불가피하거나 유전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 외도도 일부일처제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성적 폭력이나 성적 평정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질투심에 따른 배우자 호위도 성적 무관심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남성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도를 할 숙명을 타고나지 않았다. 여성은 헌신을 하려 하지 않는 남성을 조롱할 숙명을 타고나지 않았다. 우리는 진화가 명한 성 역할에 속박된 노예가 아니다. 각각의 짝짓기 전략을 초래하는 조건들을 잘 이해함으로써 어떤 전략을 작동시키고 어떤 전략을 휴지 상태로 둘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405~6쪽

진화심리학은 짝짓기 전략의 변이를 설명하기 위해 생애 초기의 경험, 양육 태도, 기타 환경적 요인들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벨스키와 그의 동료들은 가혹하고 소원하고 변덕스러운 자녀 양육 태도, 불규칙적으로 제공되는 자원, 부부 간의 분화 등이 자식들로 하여금 일찍 번식하고 여러 상대를 즉시 갈아 치우는 짝짓기 전략을 채택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반대로 섬세하고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양육 태도, 꾸준히 제공되는 자원, 부부의 화합 등은 자식들로 하여금 천천히 번식하고 안정적인 결혼 유대를 맺는 등의 장기적이고 헌신적인 짝짓기 전략을 택하게 한다. 요컨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한 명의 배우자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따라서 그들은 빨리 성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명의 일시적인 상대로부터 즉각적인 자원을 얻는 단기적인 짝짓기 전략을 택한다. 반면에 예측 가능하게 투자해 주는 부모가 꾸리는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자신이 안정적이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므로 영속적인 짝짓기 전략을 택한다.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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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0-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

이매지 2007-10-12 21:12   좋아요 0 | URL
100여장쯤 읽었는데 초반에는 뭐 그냥 안 봐도 알 만한 내용이라
살짝 재미가 식으려고 해요. 쩝.
그래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도
이렇게 책으로 만나면 뭔가 좀 정리되는 것 같긴 하지만 :)
전호인님 말씀처럼 성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
 

  재밌다는 추천도 받았고, 최근에 여기저기서 얼굴을 많이 본 츠즈미 신이치가 주인공으로 나오기에 부담없이 보게 된 드라마. 사실 첫 회만 봐도 결말이 어떻겠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은 뻔했지만 매 회마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들과 각 캐릭터들의 매력때문에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조숙녀>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는데 <요조숙녀>보다 이 편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평들이 많더라. 기존에 <요조숙녀>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나,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듯. 

  스튜어디스인 진노 사쿠라노는 아름다운 외모에 애교만점, 게다가 일도 척척해내는 타입의 여성이다. 그런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미팅을 시작해 어떻게든 '돈 많은 남자'를 찾아 헤맨다. 이미 큰 병원 원장의 아들인 애인이 있지만 좀 더 돈이 많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사냥(?)에 나선다. 한편, 한 때는 수학 연구를 위해 미국에 유학을 가기도 했었지만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와 가업인 생선 가게를 하고 있는 오스케. 미팅이라곤 생각도 없었지만 친구의 부탁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간 자리에서 사쿠라노를 만나게 되고, 7년 전 헤어진 그녀와 닮은 외모때문에 사쿠라노에게 빠져버린다. 사쿠라노 역시 오스케에 대해 부자라고 오해를 하고 만나기 시작한다. 이후 오스케가 가난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떠나버리는 사쿠라노. 하지만 둘의 인연의 끈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데...

  어린 시절 너무도 가난한 생활을 했기에 돈만이 인생의 목표가 되버린 사쿠라노. 집에서는 컵라면을 먹으며 깜빡거리는 형광등도 교체하지 않고 살아갈 정도로 궁상을 떨 지언정, 온갖 명품 의상을 구입해 미팅에는 적극 투자한다. 오로지 돈만 밝히고 돈 많은 남자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물질 만능 주의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류의 드라마가 대개 그렇듯이 사쿠라노도 결국 돈 많은 남자보다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으로 끝나는 게 아쉽긴 했지만(사실 개연성은 떨어지지 않는가.) 어쨌거나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는 내가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역과 잘 어울린 듯. 만약 다른 배우가 이 배역을 맡았더라면 이렇게 재밌게 볼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단순히 사쿠라노가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쉽게 수학을 포기해버린 오스케가 다시 수학을 시작하며 도전하는 모습과 늘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 담아뒀던 그가 마침내 당당하게 하고픈 말을 전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더 재미있지 않았나 싶다. 딱히 악역은 없지만 주, 조연할 것 없이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웠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이 만든 <사랑의 힘>도 내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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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1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힘! 제가 젤루 좋아하는 일드에요. 와인을 부르는 드라마죠.명장면도 많고, 재밌어요!

이매지 2007-10-11 16:5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사랑의 힘은 하이드님의 캡쳐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더 관심이 갔던 드라마예요 ㅎㅎㅎ
후카츠 에리도 나름 괜찮은 것 같고 ㅎ

2007-10-11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7-10-11 17:00   좋아요 0 | URL
앗. 통했군요 ㅎㅎㅎ
저도 드라마 본 뒤로 주제가에도 빠졌어요 :)

하이드 2007-10-1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웨스트윙 보느라고 책도 못 읽고 폐인상태에요;; 이제 6시즌 1/3정도 봤으니, 거의 다 왔네요. 헥헥-

이매지 2007-10-11 20:33   좋아요 0 | URL
전 동강듣고 드라마보고 그러느라 하루종일 pmp 끼고 있는;;
요 며칠은 <닥터 고토 진료소> 보고 있는데 요것도 나름 괜찮네요-
웨스트윙의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겠어요! 아흑-
미드는 시즌제라 겁나서 아직 프리즌 브레이크도 일부러 안 봤어요.

비연 2007-10-1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드라마죠^^ 츠츠미 신이치와 마츠시마 나나코의 콤비가 너무나 어울렸고.
주제가도 너무 좋구요~ (Everything..아~) 최근에 <닥터 고토 진료소> 다 보았는데
저도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2006년에 2기 한 것도 다운 받아두었으니 봐야죠..ㅋ
요즘은 <시효경찰> 보고 있구요, 좀 특이하긴 한데(오다기리 죠는 정말이지..ㅋ) 재미있는 편입니다. 이넘의 일드들 덕분에 저도 요즘 책을 등한시하게 되어용..으흐흑.

이매지 2007-10-12 00:31   좋아요 0 | URL
닥터 고토 오늘 다림질하면서 다 봤어요 :)
제가 본 건 2006년에 한 2기였는데 1기랑 내용은 똑같다고 하더라구요.
1기도, 2기도 괜찮다는 평들이 많지만^^
시효경찰 오다기리 죠 너무 귀엽지 않아요? ㅎㅎ
전 지금 읽어야할 책들이 너무 압박이 심해서
자꾸 일드의 세계로 도망다녀요ㅠ_ㅠ

Kitty 2007-10-12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드리마!!!!!!!!!!!!!!!!!!!!!!!
사랑의 힘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 (흥분해서 마구 느낌표가 ㅎㅎ)
야마토나데시코 방영할 때 일본에 있었는데 전철 타면 저 드라마 얘기만 들렸어요.
저도 친구들이랑 만나면 저 얘기만 했고 ㅋㅋㅋ 아 나나코님 너무 이뻐요 ^^

이매지 2007-10-12 12:39   좋아요 0 | URL
키티님 정말 흥분하셨군요 ㅎㅎㅎㅎ (드리마라니;; ㅎ)
시청률도 30프로 넘게 나오고 정말 꽤 인기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ㅎ
나나코는 여기서 처음봤는데 정말 너무 예뻐요 ㅠ_ㅠ
아흑.

이매지 2007-10-1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튜어디스, 아나운서 요런 거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였어요.
선생님 요런 것도 괜찮을 듯 ㅎㅎ
역시 정아무개님은 이쁜 여자를 좋아하시는군요 ㅎㅎㅎ
 

  로저 무어에 이어 새롭게 본드로 등장한 티모시 달튼. 그동안 제임스 본드가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뭔가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이 애써 고급스러운 척하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로저 무어 쪽이 내가 생각하는 제임스 본드 이미지에 잘 맞았던 것 같지만(역시 최고는 숀 코네리!) 티모시 달튼도 인기도 대단했다고하니 역시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부드러운 제임스 본드라고 티모시 달튼을 평하기도 하더라) 아, 그리고 제임스 본드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본드와 알콩달콩(?)한 느낌으로 등장했던 머니페이도 이번 시리즈부터 배우가 바뀌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소련의 고관인 코스코프는 영국 정보부에 소련의 장군인 푸쉬킨이 영국과 미국의 스파이들을 암살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며 영국으로 망명을 원한다. 이를 돕게 된 007. 이 과정에서 코스코프를 저격하려는 여자 저격수를 발견해 원칙에 따르자면 사살해야했지만 그녀는 저격수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가벼운 상처 정도에서 끝낸다. 본드와 영국 정보부 덕택에 코스코프는 무사히 망명하고, 본드는 여자를 추적하기 시작해 저격수였던 여자가 사실은 첼리스트고 코스코프의 애인임을 알게 된다. 코스코프에게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여자와 함께 길을 떠나는 제임스 본드. 명령에 따라 푸쉬킨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던 본드는 마침내 푸쉬킨을 대면하게 되고, 그와 대화를 통해 코스코프가 군수업자인 휘태거와 손을 잡고 푸쉬킨을 제거하려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에 본드는 코스코프와 휘태거를 쫓기 시작하는데...

  스토리 자체는 나름대로 풍부한 편이었지만 의레 007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액션이나 갖가지 과학 장비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 사실 007 시리즈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화려한 볼거리 때문인데 그런 부분음 많이 줄어든 대신 스토리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보였다. 스토리 자체도 뭔가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건 같은데 다소 엉성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가 반감했다. 007 시리즈 가운데서는 중간 혹은 중하 정도 될 듯. 티모시 달튼의 첫 등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리 좋지도 않아 다음 시리즈에서 좀 더 괜찮은 모습으로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적응된 티모시 달튼보다는 어서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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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 몇 편을 접하면서 급호감을 느끼는 터라(그래도 역시 아베 히로시가 최고!) 그의 드라마를 하나 또 접해볼까라는 생각에 뒤적이다가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 잘 맞아 떨어질 것 같은 작품이 눈에 띄어서 보게 된 작품이다. 초반(1~2편)에서는 기무라 타쿠야가 무슨 변태 스토커처럼 등장해서 오싹하면서 기분이 팍 나빠져서 그만볼까했지만 그래도 꾸욱 참고 계속 보게 됐다. 끝까지 보고서 2편까지 보고 그만뒀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중반까지는 다소 느슨한 분위기지만 뒤로갈수록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는 느낌. 진범의 정체는 조금 눈치가 빠르다면 금새 눈치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시절 사고로 가족을 잃은 미나코. 숙부의 손에서 큰 그녀는 현재 난 식물원에서 일하며 곧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키이치로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 대해 기억이 별로 없는 그녀는 짐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어린 시절의 물건을 모아놓은 상자를 열어보게 되고 그 속에서 어린 시절 받은 익명의 러브레터를 발견한다. 15년 뒤 잠자는 숲에서 만나자는 내용에 미나코는 행여나 자신의 과거를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호기심 반, 진심 반으로 그 숲을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나오키를 만나게 된다. 새로 태어난 것이라는 둥, 앞으로 잔혹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둥 도무지 이상한 소리만 하는 나오키. 그 날 이후 나오키는 미나코의 주변을 맴돌고, 미나코는 잃었던 기억을 조금씩 찾기 시작한다. 교통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가족이 사실 15년 전에 살해당했고, 그 현장에 있었던 미나코. 미나코가 지우고 있었던 기억은 무엇이고, 진범의 정체는 누구인가. 

  방영당시에 일본 TV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을 휩쓴 작품으로(그 외에 여러 곳에서 수상했다) 내용이나 구성 면에서 뛰어나다.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공주는 왕자가 자신을 위해 마녀와 싸운 것을 모를텐데도 선뜻 왕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대화로 시작되는 오프닝. 엔딩을 보면서 어쩌면 그 오프닝이 이야기 전체의 내용을 관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미스터리물의 경우에는 끝으로 갈수록 긴장이 빠지거나 너무 개연성없는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져 맥이 빠질 때도 있는데, 이 드라마의 경우에는 진범의 정체나 결말도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범인의 자백(?)을 들을 때면 이미 범인의 정체를 짐작했던 나조차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엔딩에 다소 불만을 가진 분들이 계신 것도 같던데 내 생각에는 오히려 이런 결말이 작가의 의도(동화를 뒤집어보기?)와 잘 어울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작품을 지은 노자와 히사시라는 작가에게 반해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타깝게 자살했다고. (이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도 흥행한 드라마인 <연애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남긴 다른 작품들이라도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기무라 타쿠야와 나카야마 미호(<러브레터>의 주인공이었던), 나카무라 토오루, 유스케 산타마리아, 진나이 타카노리 등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던 드라마였다. 덧붙여 음악과 영상이 잘 어우러져서 재미가 2배가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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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7-10-09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봤던 일본 드라마에용. ㅋㅋ 97년인가 98년인가 진짜 10년 되었네요. ^^
이거 보고 기무라군에게 반해서 인생을 망쳤...(이 아니고;;)
지금도 잘생겼지만 저 때는 정말x100 너무 멋있었죠. ㅠㅠㅠㅠ
마지막회에 머리 묶고 양복입은 거 완전 @##$%^%$&*#%$@$#!!!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기무라군 안티로 변한 듯? ㅋㅋㅋ

이매지 2007-10-09 11: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때 기무라가 푸릇푸릇하면서도 멋진 듯 ㅎㅎ
지금은 뭔가 세월의 흔적도 보이고 ㅎㅎ
마지막회도 좋았지만 전 그 의사 가운 같은 쟈켓입고 조명 만질 때도
나름 괜찮다 싶었어요 ㅎㅎㅎ
러닝에 질끈묶은 머리는 좀 에러였지만-_-;
 
잊을 수 없는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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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대개 명탐정이라 불리는 이들이 등장한다. 포와로, 미스 마플, 파커 파인, 토미-터펜스 부부 등의 탐정들은 자신들의 두뇌와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간다. 하지만 때로는 정상적인 사람을 뛰어넘는 그들의 능력에 다소 주눅이 들기도 한다. 작가도 그랬던 것인지 명탐정이 아닌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 책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이다. (작품 해설에서 보니 애거사 크리스티의 66권의 장편 중에서 14편만이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이 책은 로즈메리라는 인물을 두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생각한 바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보여주며 시작된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물을 두고 6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한 번 짚어보며 진짜 로즈메리의 모습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겉은 예쁘지만 함께 말을 나누다보면 매력이 반감되는 스타일의 로즈메리. 그런 그녀가 생일 파티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죽는다. 독감 후 우울증이라는 원인도 있었고, 유서 비슷한 편지도 남아있어 그녀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난다. 그 뒤로 1년. 아내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품은 조지 바턴은 진범을 밝혀내기 위해 1년 전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한 사람이 죽게 되고, 1년 전의 사건과 연결해 재수사를 시작한다. 샴페인 속에 독약을 넣을 기회를 가진 사람은 없어보이고, 모두에게 동기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이고 왜 범행을 저질렀을까?

  '기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로즈메리처럼 이 책 속의 로즈메리도 죽은 뒤에도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동생인 아이리스의 눈에는 적이라고는 없어보였던 언니였지만 실상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사고 있었던 그녀. (본인은 자신이 원한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듯) 생일 파티 날 죽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놓은 남편이었지만 결국 그 함정에 빠진 것은 범인이 아니라 남편이었다. 알고보니 남편이 파놓은 함정은 너무 어설펐던 느낌이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는 몰입력이 강해서 끝까지 긴장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트릭 자체는 비교적 간단한(?) 심리 트릭이었지만 단순히 트릭에 놀라기보다는 범행을 저지른 범인에 대한 놀라움이 강했다. (범인의 정체를 보고 단순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던) 의식의 흐름 기법때문에 도서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인의 범행 동기에 대한 부분이 드러난 것 같아 흥미로웠던 책. 애거사 크리스티의 다른 책들에 비해 크게 유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 외로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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