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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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좀 읽는다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 것일까', 혹은 '내가 읽은 그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와 같은 궁금증을 품게 마련이다. 그 때문인지 소위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이 쓴 자신의 독서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이 책 또한 그런 류의 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독특하다면 내가 기존에 읽었던 애서가의 책 이야기는 비교적 짤막했다면, 이 책은 360페이지 남짓한 분량을 총 16장으로 나누어 무려 200권이 넘는 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랄까. 그야말로 책의 향연, 독서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라디오에서, TV에서,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까지 각종 매체를 넘나들며 책에 관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 김갑수다. 책에 좀 관심이 있네하는 사람치고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먹고 살기 위해 책을 읽는 자가 써내려간 이야기라 다소는 책 읽기의 괴로움도 드러나지 않을까하는 궁금증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보다는 책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책에 얽힌 우정, 사랑, 그리고 고뇌 등이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듯 허심탄회하게 담겨 있었다. 

  독서가 자신의 '레종 데트르', 다시 말해 '존재 이유'라고 밝히고 있는 저자. 모든 독자의 존재 이유가 독서일 필요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나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혹은 내 삶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단 하나는 무엇일까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 또한 김갑수처럼 결국 책을 꼽게 되겠지만. 

  짤막짤막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심심할 때 한 번 슬쩍 들춰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책이었다. 수많은 책이 나열되어 있지만 깊이감있게 소개되기 보다는 얇고 넓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읽고 나니 뭔가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애서가라면 '나 말고 이렇게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제 갓 독서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독자라면 '이 책 읽어보고 싶은걸'과 같이 앞으로 독서의 방향을, 혹은 괜찮은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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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7-11-2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그 하나가 책이셨군요...전 한참 생각해봐야 자신에 대해 알듯 합니다.

이매지 2007-11-21 00:20   좋아요 0 | URL
영화도 한 몫을 차지하지만 역시 책이 가장 큰 비중인 것 같아요 :)
 
뿌리 깊은 나무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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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를 시큰둥하게 읽었기 때문에 소위 한국형 팩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다소 미스터리한 이야기일 뿐, 독특한 점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근 드라마 '별순검'을 보면서 다시금 이런 류의 한국형 팩션에 관심이 가게 되어 나름대로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별순검'의 배경은 19세기라 어느 정도 반상의 차별이 무너져가는 과정에 있다면, 이 책의 배경은 15세기로 반상의 차별 뿐만 아니라 성리학적 질서가 강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인 요소들과 함께 세종을 둘러싼 음모가 그려지는 이야기는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아우른 제법 괜찮은 팩션으로 다가왔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겸사복 강채윤은 본디 변방의 일개 군사였다. 그런 그가 우연히 김종서 장군의 눈에 들어 궁 안에 들어가 겸사복이 된다. 하지만 본디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그에게 궁 안은 답답하기 그지없고,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기댈 언덕은 반인 가리온 뿐이다. 그렇게 평온한 생활을 하던 그에게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 우물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집현전 학사의 살인 사건이 떨어지며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잇달아 일어나는 집현전 학사들의 죽음. 증거라고는 현장에 남겨져있던 마방진과 학사들의 몸에 공통적으로 있는 문신 뿐. 공통점을 조사하던 중 그들이 오행의 상극에 이치에 따라 죽게 됐다는 점을 발견하지만 범인의 정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누가, 왜 왕의 학사들을 죽였는가? 

  세종의 치세를 떠올리면 정조 때 실학이 유행했던 것처럼 이 시기도 실용적인 학문이 연구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글을 비롯하여 측우기, 물시계를 비롯하여 각종 역서와 농서 등이 간행되었던 시기가 바로 세종 때다. 하지만 이런 세종의 정책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신하들도 있었으니 이들은 경학을 세워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매 장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3~4줄 가량 이야기를 요약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마치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다소 낯선 개념인 오행이 소재인 살인사건이기에 가볍게 읽기에는 녹록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천한 신분의 겸사복 채윤이 높으신 분들을 상대로,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그 벽은 너무나 높고 컸기에 채윤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대적할 수 없는 상대임을 알고도 젊은 혈기로 덤비는 채윤의 모습은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쉽게도 크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매력은 없었지만. (열혈 겸사복이라는 점 빼고는 달리 캐릭터의 매력이 없어서 아쉬웠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 적과 대립하는 내용이 아니라 새것과 옛것의 대결, 우리의 것과 중화의 것의 대결, 격물을 중시하는 실용과 사장을 목숨처럼 떠받드는 경학의 대립이 배경에 깔리기에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 역사적인 배경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역사적 지식이 많지 않아도 제법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표지에 훈민정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서 그에 얽힌 살인사건이겠거니하고 읽어갔는데 이에 관한 내용은 결국 베일에 꽁꽁 쌓여있다가 2권 중반이 넘은 시점에서 드러난다. 음양오행의 이치와 건곤의 섭리, 천지인 삼재와 천원지방의 원리, 그 모든 조화를 품은 스물여덟자의 글자. 마침내 정체가 드러났을 때의 놀라움이란. 하지만 사람의 입안을 그림으로 그려 소리가 나는 위치와 방법을 하나하나 세밀히 배워 닫힌 입이 열리고 굳었던 혀가 움직이기 시작한 벙어리 궁녀 소이는 너무나 소설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소이를 일반 민중이라고 생각했을 때 한글을 배움으로써 그동안 내지 못한 목소리를 내게 된 상징이라 생각할 때면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당히 긴장감있게 흘러가다가 결말부가 약간 흐지부지하게 되는 게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단순히 '역사가 배경인' 소설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소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팩션도 가능하구나'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작가의 최근 작인 <바람의 화원>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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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1-2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뿌리깊은 나무에 비해서 바람의 화원이 훨씬 재밌었어요^^

이매지 2007-11-20 21:32   좋아요 0 | URL
바람의 화원도 기대되네요 :)
안그래도 마노아님의 리뷰도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ㅎㅎ
 

  <드래곤 사쿠라>때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알고보니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배우라 할 수 있는 나가사와 마사미. 인도 갠지스 강에서 버터플라이를 한다는 다소 독특한 소재와 각본가 쿠도칸이라는 여러가지 요소, 그리고 무엇보다 달랑 2편으로 된 단편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보게 된 드라마였다. (사실 이전부터 쿠도칸이 이 드라마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 땐 단편인 줄 몰랐다) 

  별 생각없이 남들 하는대로 대학에 가고, 남들 하는대로 학교 생활을 하다가 어느새 졸업을 코 앞에 둔 타카노 테루코. 남들 하는대로 취직을 하려하나 달리 내세울 특기도 취미도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면접장에서 "갠지스강에서 버터플라이를 하고 싶습니다. 아니 했습니다!"라고 말해버리고 인생의 벌칙게임처럼 진짜 인도로 떠난다. 낯선 인도 땅에 도착해서 숙소에서 벌레가 나온다고 엉엉 울면서 일본으로 전화를 하기도 하고, 일본인 여행객을 전문으로 노리는 사기꾼에게 가방을 뺏기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인도인 가족의 집에서 생활하며 카스트 제도를 몸으로 느끼기도 하는 테루코. 그 과정에서 점점 진짜 자신과 대면하며 자신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테루코가 인도에서 '어디에 있어도 나는 나. 결국 과거의 내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고 지금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만드는 것', '나는 평생 나로 살아야 하니까 그냥 나여도 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모습은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고 내게 어떤 위안을 주는 것 같았다.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남들보다 조금 뒤처진다고 해서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나는 나 나름대로의 템포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이 드라마가 그렇게 내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드라마의 거의 대부분이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나도 함께 인도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인도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인데 차마 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못 가고 있던 곳.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한 번 용기내서 가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가사와 마사미의 망가짐도 서슴지 않는 자세가 있었기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드라마. 곳곳에 코믹한 요소가 물씬 묻어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역시 쿠도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원작자는 따로 있고 쿠도칸이 각본을 쓴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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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7-11-13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믹인가요?
사진 보니 코믹으로 잼있을거 같아서.^^

이매지 2007-11-13 09:56   좋아요 0 | URL
코믹적인 요소도 많긴한데
드라마적인 요소도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
달랑 2편밖에 안되니까 한 번 보세요 ~

BRINY 2007-11-1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랑 2편밖에 없고, 쿠도칸 극본이라는 게 끌려요. 봐야지.

이매지 2007-11-13 22:10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쿠도칸 작품을 두 편 정도 봤는데
쿠도칸과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이 고정되어 있더군요 ㅎ
여기서도 등장하는 ㅎㅎ
원작자는 따로 있다지만 쿠도칸의 손을 만나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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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나온 온다 리쿠의 책만해도 벌써 10권 남짓되니 이만하면 온다 리쿠가 일본 작가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듯 싶다. 일본 대중 문학 1세대 작가라 할 수 있을 법한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은 작가들의 뒤를 잇는 일본 작가를 언급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온다 리쿠다. 그만큼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고,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난 작가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이번 작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온다 리쿠 종합 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온다 리쿠의 다양한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작품집이긴 하지만, 단편이다보니 아무래도 너무 빈약하다.

  <밤의 피크닉>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을 법한 <피크닉 준비>는 <밤의 피크닉>을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어떤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읽고난 뒤에 새삼 읽으니 특별한 게 없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다른 작품과의 연관이 없는 <작은 갈색 병>이 적당히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며 온다 리쿠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국경의 남쪽>도 일상에 드리워진 어둠 혹은 악의를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작은 갈색병>, <국경의 남쪽> 정도의 단편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외의 단편들은 대체로 다른 시리즈의 예고편, 혹은 장편을 쓰기 전에 짤막하게 쓴 것들이라 그런지 뭔가 2% 부족한 느낌만 들어 괜히 입만 버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단편이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특유의 장점를 살렸더라면 오히려 온다 리쿠식의 단편집을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글은 장편처럼 쓰고 있고 형식은 단편이니 이도 저도 아니라 아쉬움만 남았다. 이야기 속에 복선을 깔아놓거나, 순환식 구성을 사용하는 것, 이런 것들은 역시 장편에 더 어울리는 느낌. 단편답게 강하게 치고 빠지는 힘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하지만 평소 온다 리쿠를 좋아했던 나는 이 책으로 온다 리쿠에게 살짝 질려버린 듯. 당분간 온다 리쿠의 소설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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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11-13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하고 가요. ^^.

이매지 2007-11-13 22:10   좋아요 0 | URL
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