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 나온 온다 리쿠의 책만해도 벌써 10권 남짓되니 이만하면 온다 리쿠가 일본 작가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듯 싶다. 일본 대중 문학 1세대 작가라 할 수 있을 법한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은 작가들의 뒤를 잇는 일본 작가를 언급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온다 리쿠다. 그만큼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고,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난 작가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이번 작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온다 리쿠 종합 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온다 리쿠의 다양한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작품집이긴 하지만, 단편이다보니 아무래도 너무 빈약하다.

  <밤의 피크닉>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을 법한 <피크닉 준비>는 <밤의 피크닉>을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어떤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읽고난 뒤에 새삼 읽으니 특별한 게 없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다른 작품과의 연관이 없는 <작은 갈색 병>이 적당히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며 온다 리쿠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국경의 남쪽>도 일상에 드리워진 어둠 혹은 악의를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작은 갈색병>, <국경의 남쪽> 정도의 단편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외의 단편들은 대체로 다른 시리즈의 예고편, 혹은 장편을 쓰기 전에 짤막하게 쓴 것들이라 그런지 뭔가 2% 부족한 느낌만 들어 괜히 입만 버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단편이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특유의 장점를 살렸더라면 오히려 온다 리쿠식의 단편집을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글은 장편처럼 쓰고 있고 형식은 단편이니 이도 저도 아니라 아쉬움만 남았다. 이야기 속에 복선을 깔아놓거나, 순환식 구성을 사용하는 것, 이런 것들은 역시 장편에 더 어울리는 느낌. 단편답게 강하게 치고 빠지는 힘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하지만 평소 온다 리쿠를 좋아했던 나는 이 책으로 온다 리쿠에게 살짝 질려버린 듯. 당분간 온다 리쿠의 소설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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