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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을 찾아라 ㅣ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7월
평점 :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읽은 뒤 노리즈키 린타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긴가 민가 싶어서 더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마침 <킹을 찾아라>가 눈에 띄었다. 출간 이벤트로 '킹 카드' 찾기를 하는 걸 보고 눈이 번쩍했었는데(상품이 무려, 출판사 상관없이 8월부터 12월 사이에 출간되는 일본 추리소설 전권이었다) 그게 뭐 내 뜻대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 고이 묵히다가 이제서야 발굴하듯 찾아내 노리즈키 린타로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교환살인이라는 소재야 뭐 새로운 것도 아니라 뭐 고만고만한 이야기겠지 하고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완급 조절도 괜찮고, 은근히 허를 찌르는 구석이 있어서 즐거웠다.
이야기는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우연히 만난 생판 남이나 다름없는 네 사람의 창단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이 교환살인을 하기보다 셋, 셋보다는 넷일 때 더 발각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네 사람은 교환살인에 뜻을 모은다. 저마다의 살해대상을 가진 이들은 피해자의 순서와 사형 집행인의 순서를 카드 뽑기로 결정하고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부터 괴짜인 부자 삼촌 등 한 명씩 정해진 순서대로 살해되던 중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노리즈키 총경과 그의 아들 린타로는 일련의 사건에 의심을 품게 되고,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간다. 사중 교환 살인은 성공할까? 아니면 경찰에 덜미를 잡힐까?
네 명의 범인이 등장하고, 각자가 죽이고 싶은 네 사람, 그리고 이들을 상징하는 네 장의 카드가 등장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에 잠깐 정신을 놨다가는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로 조금 복잡한 듯했다. (책에도 나오지만 표를 만들어 정리해두고 읽으면 도움이 될 듯.) 결말은 앞장을 다시 들춰볼 정도이긴 했지만, 우연히 실마리를 잡아 엉겁결에 사건을 해결한 느낌이라 이 사건의 탐정 역인 린타로의 매력(또는 재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듯했다. 이래저래 불만을 늘어놓았지만, 짧은 분량이라 가볍게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매력적이었다. 결말에 다소 맥이 빠졌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전개를 쭉쭉 밀고 나가서 시원스럽고 좋았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 중 아직 읽지 않은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인 <요리코를 위해>와 <1의 비극>은 이 책과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니 이 작품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날지가 더 기대되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