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절판


"다치하라 씨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네요."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뭐…… 다들 그런걸요.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요. 이 녀석이 좀 유난하죠."
나는 곯아떨어진 미즈노를 턱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미나코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 물론 예전에는 다들 영화를 좋아했겠죠. 지금도 많이 볼 테고. 또 언젠가 자기가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도 있겠죠.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 그렇진 않아요. 가끔은 이 사람들이 영화를 증오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만드는 입장이 되면 모두들 그렇게 변하는 걸까요?"
"당연히 변하죠…… 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알게 되니까요. 한 컷 한 컷에 얼마나 많은 품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조명은 얼마나 신경 써야 하는지,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 일인지, 그런 걸 알게 되니까."-52~3쪽

개봉 예정일은 내년 1월 15일. 단관 개봉이지만 일단 설 연휴에 극장에 걸린다. 외국 영화 국산 영화 가리지 않고, 무시당하기 일쑤인 소규모 영화도 진지하게 검토해 걸어주는 긴자에 있는 작은 영화관인데, 여기서 화제를 불러 모으면 대개 전국에서 상영 요청이 들어온다. 예고편은 이미 내보내고 있고, 스태프들마저 결말을 모르는 영화라는 이유로 매스컴에서도 화제로 다뤄줬다. 그럴 때마다 감독은 만족스러워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불안했다. 대체 감독은 어떤 결말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 영화는 뜰 수 있을까? 그리고 늘 따라붙는 걱정이 있었다-이 영화는 진짜 완성될 수 있을까? 아무리 영화판 베테랑이어도 이 걱정만은 늘 떨쳐버리지 못하는 듯했다.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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