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구판절판


공정무역. '공정'이란 어휘가 내게 주는 의미는 각별했다. 세상은 마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일과 그 관계로 이루어진 듯한데, 어떻게 공정하고 평등한 일이 있을 수 있고 그런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가당치도 않는 이 '공정'이란 말, 불가능할 것 같은 이 '공정'이란 말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불공정한 구조와 관계를 공정무역을 통해 조금이라도 공정한 관계로 바꿀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쪽

일반 무역에서는 '물질'이 중심이지만 공정무역에서는 '사람'이 중심입니다. -23쪽

일본 소비자 여러분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많이 사면 생산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생산자들은 제품을 연민과 동정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면 좋겠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환영합니다. -23쪽

과거의 방법으로 오늘의 일을 하기란 어렵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방법으로 시작하자. -54쪽

농부들은 자랑거리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했다. 농부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간 조합에서 해온 일이 많았다. 소변을 모으는 드럼통 보급, 농자재와 생필품의 공동구매, 과수 묘목 제공, 가난한 농부에게 농기구와 종자 제공, 지역 단위 회의장소와 작은 정원, 동물보호소 설치, 몬순 우기 후 방역사업, 모든 농부에게 유기농 교육, 농한기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수예와 바느질 교육, 지역 학교에 지하수를 개발하여 식수를 공급하는 음수시설 설치, 학생들에게 교복과 교구 지원 등. 그들은 공정무역을 한 수년 사이 자신을 위해 또는 마을 공동체를 위해 이 많은 일들을 이루어낸 데 대해 스스로 대견스러워했다.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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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구판절판


무릇 인간이란 것들은 자기 공적을 크게 떠벌리고, 마치 제 솜씨 하나로 역사를 꾸려온 것처럼 행세한다. 가소롭다. 우습다. 가령 너구리들의 털이 숭숭한 손을 빌렸다 해도 훅 불면 날아갈 인간 나부랭이가 무얼 해낼 수 있단 말인가. 그 어떤 하늘의 재앙이나 난리도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뜻대로다. 국가의 명운은 우리 손안에 있다. -9쪽

나는 일찍이 너구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까다로운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재미있게 사는 요령은 알지만 그 밖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고다."
이건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다 보니 아무래도 재미있게 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야 할 일이 없는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51쪽

이 세상에 널린 '고민거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찌 되건 별 지장 없는 고민. 또 하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고민. 이 두 부류 고민의 공통점은 괴로워하는 만큼 손해라는 사실이다. 애써서 해결될 일이라면 고민할 시간에 노력하는 것이 최고다.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노력해봤자 헛수고다.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할 수 없을 때는 기분전환이란 놈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은형의 우물이 쓸모가 있는 것이다.
우물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개구리 한 마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뻔히 알고, 누구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고민을 털어놓을 뿐이다. 애당초 기대하지 않으니 영험한 효과가 없더라도 실망할 염려가 없다. 또 작은형에게 털어놓고 눈물 찔끔 흘리고 나면 왠지 속이 후련해진다. 그래서 작은형의 쓸 만한 도움말 하나 없어도 그들에게는 실제로 얻는 이득이 있다. -71쪽

"일단 먹으면 맛있게 먹어. 이건 먹는 사람의 의무지. 하지만 말이야, 자네. 사실대로 말하자면 생명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맛있다, 이렇게 생각해야만 해. 나는 그 경지에 이르고 싶어. 그래서 여러 가지를 먹는 거지. 뭐 독이 있는 것은 안 되겠지만 말이야……. 죽으니까. 하지만 나는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아. 세계로 눈을 돌려보게. 인간이란 존재는 닥치는 대로 먹지. 끔찍할 정도로 식탐을 부려. 그걸 생각하면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 먹는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이야기야.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먹는가.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가. 인간 만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하지만 먹히는 쪽에서 보면 만세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죠."
"먹히는 쪽에서야 물론 당연히 싫을 테지. 나도 곰이나 늑대에게 머리부터 아작아작 씹히기는 싫으니까. 다들 싫겠지. 그래도 먹히는 것이고, 나는 먹고 싶어. 불쌍하지만 먹고 싶을 정도로 너구리를 좋아하지. 너구리만이 아니야. 난 예쁜 것들을 먹어. 슬프지만 정말 맛있지. 여기에 바로 커다란 모순이 있어. 즉 사랑이야. 잘은 모르지만 아마 사랑일 거야. 그게 사랑이겠지."-190~1쪽

살아가는 한 이별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인간이나 텐구나 너구리나 다 마찬가지다.
이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슬픈 이별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고맙고 속 시원한 이별도 있다. 성대한 송별 파티를 하며 요란뻑적지근하게 헤어지는 이도 있고, 누구의 전송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이별하는 이도 있다. 긴 이별이 있고 짧은 이별도 있다. 한 번 헤어졌던 이가 멋쩍은 듯이 훌쩍 돌아오는 일은 흔히 있다. 그런가 하면 짧은 이별인 줄 알았는데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진짜 이별도 있다. -202쪽

"형, 커피도 우유도 맛이 없는데 커피우유는 왜 맛있지?"
"그건 상승효과 때문이지."
"상승효과라는 게 뭐야?"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거지. 그렇게 되면 뭐든 좋아지는 거야."-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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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안나 카레니나는 다 읽으셨나봐요. 근성으로 ^^;

이매지 2010-01-11 09:50   좋아요 0 | URL
좀 지루하다 싶으면 약간 생기가 돌고,
약간 생기가 도는가 싶으면 다시 늘어져서
오기로 읽었어요 ㅎㅎ
그래도 한 번쯤 읽어야 할 작품인 듯 :)
읽고 나니 그 여운이 기네요~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서점 대상을 수상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해를 넘겨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를 갓 마치고 읽은 터라 서점 대상에 갖가지 수상 경력이 붙은 책이니 재미있겠지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았다. 

  학교에서 자신의 딸 마나미를 잃은 유코. 경찰에서는 마나미의 죽음을 사고사로 결론 지었지만, 유코는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다름 아닌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임을 알게 된다. 보통의 부모라면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겠지만, 어차피 소년법에 의해 가해학생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유코는 학교를 그만두며 학생들 앞에서 마나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훌쩍 떠나버린 유코.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변해갈까? 
 
  <고백>의 중심은 우선 '소년법'에 있다. 애초에 미성년자의 범죄를 정당하게 처벌했더라면, 유코는 그토록 잔인한 복수를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모순을 지적하기에 이 책은 너무 가볍다. 일단 페이지를 술술 넘어갔지만, 책을 덮고 나니 유코의 복수가 정당하다고, 그렇다고 소년법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도 아닌 어정쩡함이 남았다. 오히려 평소에는 가볍다고 생각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나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 쪽이 소설적인 재미와 소년법이라는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소년법과 관계 없이 그저 '복수극'이라고만 봐도 뭔가 극단적인 복수라기보다는 치졸한 복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딸을 잃은 슬픔이란 물론 십분 이해가 가지만,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복수를 행하는 유코는 어쩐지 비겁하게까지 느껴졌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서서히 옥죄는 것, 거기까지는 소설을 읽는 이의 입장에서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요소였다. 하지만 그녀의 복수는 거기까지일 뿐, 읽고 나서 그녀의 행동이 정당하다거나 그녀의 행동에 동정이 가지는 않았다. 특히나 마지막 장에서 유코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그동안의 복수에 대해 궁색하게 늘어놓는 변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중반까지 꽤 흥미로웠던 작품은 가해 학생들의 이야기에 시선이 옮겨가며 그 재미가 시들해졌다. 어릴 때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아서 비뚤어진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데, 행동의 개연성이 떨어져서 읽으면서도 어쩐지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아예 악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면 이렇게 어정쩡한 캐릭터가 아니라 사이코패스가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 많이 실망했던 책. 대중적인 재미나 독자를 끄는 매력은 있지만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작가의 역량이 부족한 듯. 혹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군더더기를 친 좀더 정제된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초반에는 연초부터 별 다섯 아니야, 라는 깨방정도 살짝 떨었는데, 중반 고개를 넘어 슬슬 점수가 깎이더니 결국 별 셋. 그냥그냥 무난한 시작이 되어버렸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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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10-01-10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동감동감 대동감!!!
어쨰 호평 일색이라 기대갖고 봤었는데, 저도 내내 고백을 하고싶은건가, 변명을 하고싶은건가 싶더라고요...
그리고 뒤로 갈수록 그 변명도 설득력이 없고요...
왜 이렇게 호평 일색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특히 후반부는 오버가 너무 심해요. 살인자 소년들의 얘기는 어이없고요. 저도 차라리 살인에 맛들린 애들이라는 설정이면 그게 더 설득력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매지 2010-01-10 09:01   좋아요 0 | URL
재미는 있는데 궁색하기 짝이 없더군요 -_-;
정말 차라리 그냥 싫어서 죽였다가 더 설득력이 있을 정도.
가해 학생들의 이야기도 좀 어이가 없었지만, 마지막에 교사가 등장하는 반전(?)은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았구요.

하이드 2010-01-10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책 재미만 있고 별로던데, 재미라도 있으니 다행인건지 -_-;
제가 볼 때 '알사탕 뛰우기 -> 베스트셀러 -> 술술 넘어가고 -> 짧은 이야기' 뭐 이런 저런 요소들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매지 2010-01-10 09:02   좋아요 0 | URL
저도 알사탕 띄우기와 이벤트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 뒤로는 뭐 남들이 재밌다고 하니까라는 식의 호평 일색이 된 듯. 정말 재미'만' 있더군요.

보석 2010-01-1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흐음..그렇군요.
그닥 끌리지 않아 보관함에만 담아놓고 있었는데 리뷰와 댓글 읽고 슬그머니 삭제했습니다.ㅎㅎ;

이매지 2010-01-11 12:43   좋아요 0 | URL
어쨌거나 술술 읽힌다는 미덕(?)은 있으나, 딱 거기까지예요.ㅎㅎ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구판절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없다고 변명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금방 찾아 그 일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 본인에게도 결코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겁니다. -12쪽

특별취급할수록, 떠들석하게 날뛸수록, 범인인 청소년들은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을까요? 최음부터 미성년자가 범인인 줄 알고 있었다면 사건을 최소한으로 다루고, 자아도취에 빠진 어리석은 아이들을 착각도 유분수라고 타일러주는 것이 어른의 도리 아닐까요? 범인인 소녀는 아동 자립 지원 시설 같은 곳에서 작문이나 깨작거리다가, 몇 년 후 뻔뻔한 얼굴로 사회에 복귀하겠지요. -31쪽

가치관이나 기준은 나고 자란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치는 가장 먼저 접하는 인물, 즉 대개의 경우 어머니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까?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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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이에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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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제가 달려들기 어려운 책을 읽으시네요.
순오기도 독서회 모임 없는 1월이라 두꺼운 책읽기에 도전중이랍니다.^^
엊그제 슬럼독 밀리어네어 읽느라 알라딘에도 안 들어왔어요.ㅋㅋ

이매지 2010-01-09 13:10   좋아요 0 | URL
슬럼독 밀리어네어 재밌죠? ㅎㅎㅎ
안나 카레니나는 저도 정말 근성으로 다 읽었어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