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공정'이란 어휘가 내게 주는 의미는 각별했다. 세상은 마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일과 그 관계로 이루어진 듯한데, 어떻게 공정하고 평등한 일이 있을 수 있고 그런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가당치도 않는 이 '공정'이란 말, 불가능할 것 같은 이 '공정'이란 말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불공정한 구조와 관계를 공정무역을 통해 조금이라도 공정한 관계로 바꿀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쪽
농부들은 자랑거리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했다. 농부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간 조합에서 해온 일이 많았다. 소변을 모으는 드럼통 보급, 농자재와 생필품의 공동구매, 과수 묘목 제공, 가난한 농부에게 농기구와 종자 제공, 지역 단위 회의장소와 작은 정원, 동물보호소 설치, 몬순 우기 후 방역사업, 모든 농부에게 유기농 교육, 농한기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수예와 바느질 교육, 지역 학교에 지하수를 개발하여 식수를 공급하는 음수시설 설치, 학생들에게 교복과 교구 지원 등. 그들은 공정무역을 한 수년 사이 자신을 위해 또는 마을 공동체를 위해 이 많은 일들을 이루어낸 데 대해 스스로 대견스러워했다. -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