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구판절판


하지만 소피, 대체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너무 까다롭니? 나는 그저 결혼하기 위한 결혼은 싫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 혹은 더 나쁜 경우에는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함께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18~9쪽

바로 그 점이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관심 하나로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그 책 안에서 발견한 작은 흥미 때문에 그 다음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찾아낸 것 때문에 또 다시 다음 책을 읽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독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됩니다. 거기에는 가시적인 한계도 없으며,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25쪽

놀라웠던 것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것은, 서점을 서성거리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어떤 책을 찾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그저 서점을 둘러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아떨어질 만한 책을 마주치게 되기를 바라는 거죠. 출판사에서 써 놓은 자화자찬 광고를 신뢰하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라면 점원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겠죠. (1) 무엇에 관한 책인가? (2) 당신은 이 책을 읽어봤는가? (3)읽을 가치가 있는가?-34쪽

그때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 그게 바로 비참한 점이죠.)-49쪽

하지만 책이 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자 하신다면, 앞서 얘기했듯 저에게는 단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세네카입니다. 세네카가 누군지 아십니까? 그는 로마시대의 철학자로 가상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앞으로 남은 인생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얘기했습니다. 어쩐지 지루할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가 쓴 편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히 재기가 넘칩니다. 글을 읽으면서 웃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160쪽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2-0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이거 읽으시는군요!! >.<

이매지 2010-02-08 22:41   좋아요 0 | URL
남들 다 읽고 심지어 '품절!'까지 된 이때에 혼자 뒷북 치고 있어요 ㅎㅎ

무스탕 2010-02-08 23:06   좋아요 0 | URL
남들 다 읽고 심지어 '품절!'까지 된 이때에 아직 뒷북도 안치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다락방 2010-02-08 23:2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뒷북 쳐보세요. 이 책 정말 좋아요, 정말!!!!!!!!!!!!!

이매지 2010-02-08 23:39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도 어서!!!
이제 3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완전 빠져들어요~

순오기 2010-02-09 05:12   좋아요 0 | URL
정말 좋아요.2
나도 두 번 읽었는데 두번째는 처음에 놓친 것들도 보여서 더 좋았어요.
영화로 나와도 좋을 거 같아요.^^

라로 2010-02-09 09:11   좋아요 0 | URL
정말 좋아요.3
'품절!'까지 되었군요!!ㅠㅠ

이매지 2010-02-09 09:28   좋아요 0 | URL
나온지 1년쯤 되니까 품절 되버렸더군요 ㅠ_ㅠ
심지어 중고샵에는 웃돈 얹어서 파는 분도 계시더라능;;

라로 2010-02-09 11:04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을 친정에 가져가서 읽었는데 깜빡 잊고서 놓고 왔지 뭐에요,,,그래서 찾아 달라고 하니까 어디다 뒀는지 모르시겠다며,,,흑흑흑
다시 재출간 되지 않을까요?????

이매지 2010-02-09 11:12   좋아요 0 | URL
아악 ㅠ_ㅠ
나비님 어떻게 해요 ㅠ_ㅠ
저는 사려고 했더니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계약 기간이 끝난 건지, 어떻게 된 건지 통 알 수가 없네요.
재출간되면 좋겠어요!

라로 2010-02-10 09:53   좋아요 0 | URL
안타깝지만 괜찮아요~ 다행이 제겐 턴님께서 선물로 주신 원어판이 있답니다.ㅎㅎㅎ근데 그거 읽을 시간이,,,ㅠㅠ

오늘도 비가 오네요,,,마음까지 촉촉한 하루 되세요~.

이매지 2010-02-10 16:0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원서로 읽어도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서, 저도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네요 :)

그나저나 댓글의 댓글 달기도 힘들어졌군요 ㅎㅎㅎㅎ

Kitty 2010-02-0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왜 품절일까요?;; 괜찮은 책인데 많이 안팔렸나?
하지만 전 결.말.이 마음에 안들었다구요! ㅋㅋㅋㅋ

이매지 2010-02-09 12:57   좋아요 0 | URL
어느 정도 팔렸던 것 같은데, -_ㅜ
그나저나, 결말이 어떻길래요~
이제 한 100페이지 못 되게 남았는데 퇴근할 때 낼롬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0-02-09 19:21   좋아요 0 | URL
이 책 진즉 작년 6월부터 품절이었어요.
우리 독서회 토론도서로 정했는데 품절이라 중고 올라오면 바로 찜해서 회원들 사줬어요.^^

이매지 2010-02-09 22:59   좋아요 0 | URL
독서회 토론과 이 책,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작년 6월부터 품절이었으면 꽤 오래 품절이네요. -ㅅ-;;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이야기할 때면 떠올리는 키워드가 '마술적 사실주의' 혹은 마르케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요새 들어 조금씩 제3세계 문학이 소개되고는 있지만, 그동안 영미 문학 중심으로 소개됐던 지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르케스 외에는 딱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접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뿐이지 이 책의 저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엄연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국내에 몇 권의 책이 소개된 바가 있는데 언제 읽어봐야지 하고 쌓아만 놓고 있다가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로 드디어 요사와 첫만남을 갖게 됐다. 

  아마존에 배치된 페루군. 습한 기후와 무더위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좀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인근 마을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 군 대내외적으로 골머리를 썩인다. 이에 페루 군 윗선에서는 일평생 여자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고 도덕적으로도 깨끗한 삶을 살아온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에게 특별봉사대를 만들게 해 이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 병사들의 성욕을 채우면서 민간에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었지만, 문제는 외부에 군에서 매춘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 이에 판토하 대위는 자신이 군인임을 숨긴 채 특별봉사대를 조직하게 된다. 자신의 가족에게도 임무를 비밀로 한 채, 판토하 대위는 특별봉사대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노력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특별봉사대를 이끌고 가는데...

  애초에는 아무도 이렇게 특별봉사대가 잘 꾸려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판탈레온 대위의 놀라운 분석력과 꼭 특별봉사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지 때문에 특별봉사대는 점점 덩치가 커진다. 각 대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게 시간 제한을 둬 한 사람당 20명 정도의 군인만 받게 한다던지, 대기 시간동안 야한 소설을 보여줘 바로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으로 판탈레온은 끊임없이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분석한다. 그렇게 점점 규모가 커지자 당연히 눈에 띄게 된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 군 내부에서도 부사관이나 장교 들까지로 범위를 확장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군인 뿐 아니라 오지에 있는 민간인들에게도 서비스를 해달라는 항의까지 수국초특의 명성은 점점 하늘을 찔러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이때 수국초특 외에 또 하나의 조직이 아마존을 흔들고 있었으니 신흥종교라 할 수 있는 프란시스코 형제가 이끄는 '방주의 형제단'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것을 흉내낸 그들의 신봉자들은 동물을 십자가에 못 박고, 심지어는 어린아이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다.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수국초특과 방주의 형제단. 이들은 아마존 사람들을 점점 욕망이라는 광기로 몰아넣는다.

  처음에 이 책을 몇 페이지 읽고는 대체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방식으로 서술이 진행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액자식 구성의 경우는 어느 정도 그 경계가 느껴진다면 이 책은 한 문단 단위로 다른 이야기가 동시에 서술된다. 게다가 단순히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전지적 작가의 서술로 사건이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판탈레온 대위가 상부에 제출하는 보고서의 형식으로, 때로는 아마존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는다는 '신치의 소리'라는 라디오 멘트 혹은 신문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쌓여간다. 그동안 많은 책들 읽고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이 조각조각을 짜맞춰간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이쪽 구석을 조금 맞췄다가 저쪽 그림 형상이 나올 때까지 맞췄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가서 조각을 맞추는 것 같았다. 딱히 어떤 시점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통통 튀는 구성에 일명 짱꼴라라고 불리는 이의 독특한 말투 등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더 유머러스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군인을 상대로 한 매춘봉사대라는 설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안부 문제가 떠올라 읽고 나면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단 위안부와는 그 성격 자체가 달라 크게 개의치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소재 자체는 굉장히 무겁고, 중간중간 사회·정치적 비난이 담겨 있어 만약 요사가 이 작품을 진지하게 써내려갔다면 읽으며 '도무지 지루해서 견딜 수 없군'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익살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독자에게 뼈 있는 웃음을 안겨주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인 성욕을 중심으로 성공에 대한 욕망, 부귀에 대한 욕망, 그리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 등 갖가지 욕망에 대한 작가의 냉소와 촌철살인이 유머러스하게 등장하는 이 책 때문에 지하철에서도 몇 번이나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는지 모른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이후의 요사의 소설은 유머러스하다고 하는데, 조만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도 읽어봐야겠다. 유쾌하지만 어쩐지 씁쓸한 판티랜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났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2-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이매지님.

군인들에게도 그렇지만 요즘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가장 큰 문제가 풀지 못하는 성욕이라고 하더군요.
말씀하신 것 처럼 위안부 문제가 떠올라 불편해지지 않을까 걱정될 것 같긴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읽을 수 있다니, 믿고 도전해볼랍니다. 잘 읽었어요, 이매지님. 안그래도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매우 궁금했던 참이었거든요.

이매지 2010-02-07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 문제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
그래도 이 책은 세계문학전집 다른 책들과는 달리 멋진 리뷰가 많던데요 뭐^^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구성도 신선해서 저는 좋았어요. 다락방님 취향에도 맞는 책이었으면 좋겠네요~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장바구니담기


나는 손잡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남녀가 거리낌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원 나잇 스탠드가 요즘처럼 횡행하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눈물겹다. -12쪽

절대로 드러나지 않을 만큼 안전한 비밀은 사생활이 되고 위험에 노출되는 순간 그것은 컴플렉스가 되어버린다. 컴플렉스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노력을 하게 되는 데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사생활이 사생활에 머물러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다. 나에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슴만, 모든 과정과 비밀이 안전하게 보호된 채 내가 드러내도 괜찮다고 승인한 모습만 세상에 보여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위태로워질 때 우리는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 -32쪽

공개되지 않는다는 느낌은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 나의 공간과 머릿속 생각, 물건들의 안전은 소중하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혼자 있는 집에서조차 혹 어떤 존재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한번쯤 가져본 사람이라면 완벽한 비공개의 자유란 얼마나 갖기 어렵고 소중한지 공감할 것이다. 일탈이란, 아무도 모르는 머나먼 타지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나의 집,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곳에서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33쪽

스러져가는 존재를 앞에 두고 잔인할 정도의 무심함으로 대했던 나는, 정작 나 자신 또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상태였다. 갈망의 마음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면서도 다른 존재의 간절함에는 무심했던 것이다. 간절함이란 이처럼 모순된 것일까. 눈앞에서 죽음으로 호소하고 있는데도 이토록 외면할 수 있다니. 아마도 지금 내가 기다리고 있는 무엇도 내게 이렇게 무심하리라. 나의 간절함은 결코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리라. -85쪽

만약 세상의 유에프오가 모두 거짓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진다면, 지구 위의 인간들은 모두들 약간씩은 더 외로워질 것이다. -100쪽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 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108쪽

말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억될 뿐이다.
나를 황홀하게 했던 수많은 말들은 언제나
내 귀에 들려온 순간 사라져버렸다.
말이란 이처럼 존재와 동시에 소멸해버리기에
그토록 부질없고 애틋한 것인지도 모른다. -142쪽

사람이 외로워서 연애를 해봐도 여전히 외로운 것처럼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처방, 혹은 선택이 될 수 없을 확률이 크다. 결혼이라는 게 뭘까. 결혼이란 이를테면 영화는 평생 이 사람하고만 보겠다는 약속이다. 물론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서 데이트를 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한집으로 들어가 여전히 함께 있는 것, 즉, 데이트를 한 이후에도 쭉 같이 있다가 나중엔 데이트 자체가 없어지는 것. 그게 바로 결혼이다. -234~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정병헌, 이지영 지음 / 돌베개 / 1998년 11월
장바구니담기


고전 작가의 삶과 문학적 공간은 한 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시작하여 정치·사회적인 활동 공간을 거쳐, 죽어서 묻힌 무덤까지를 포함한다. 탄생지는 개인이 생을 시작한 출발지이며 무덤은 육신이 묻힌 생의 종착점이자 안식처이다. 무수한 세월이 흐른 탓에 탄생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무덤은 격렬했을 삶과 죽음을 반추하게 된다. 무덤 외에도 작가가 오래 머물렀던 자연의 공간, 곧 유배지 또는 정자나 누각, 계곡과 산야, 고향의 서재 등도 고전문학의 산실이라 할 소중한 공간들이다. -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추리소설에 있어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고, 사랑 받는 작가라면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미야베 미유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뭐 이 둘 외에도 빼어난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도 많지만 대중에겐 이들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지라 해마다 여름이면 정말 무지막지하게 이들의 작품이 쏟아져나온다. 대중적인 소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아서 기계처럼 뽑아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달리, 미야베 미유키는 좀더 깊이 있는 사고를 보여주기에 그녀야말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겸비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에서부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군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와 에도 시대물을 좋아하는 내게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는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나름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오카타 가족에게 변호사 한 사람이 찾아와 엄마인 오카타 사토코가 미혼일 때 구해준 한 남자가 그녀에게 자그만치 오억 엔을 유증했다고 말한다. 졸지에 오억 엔이라는 큰 돈이 생기자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한시도 쉴 새 없이 걸려오는 협박 및 장난 전화, 매스컴의 끈질긴 요청 등으로 이들 가족의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하지만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만 있었다면 그 모든 괴로움을 견딜 수 있었을 텐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간신히 터지지 않고 있었던 신뢰의 둑이 터져버리고 만다. 그저 생명을 구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십 년이 훌쩍 넘어 거액을 남겨줬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 아내의 과거를 의심하는 아버지, 이미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어머니. 그리고 혹시나 그동안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고 있었던 이가 친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 아들까지. 오억 엔은 이들 가족을 뒤흔든다. 이에 아들의 친구인 시마자키가 나서서 어머니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을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는 유머러스한 면에서는 <스탭파더 스탭>과, 일상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누군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떤 사건의 정교함이나 기발함, 혹은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는 유머에 치중한 나머지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지만 읽고 나서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홈스와 왓슨과 같은 설정은 어쩐지 어린 시절 읽었던 소년 탐정소설 분위기가 느껴져 재미있었지만, 그에 비해서 셜록 홈스 격이라 할 수 있는 시마자키의 캐릭터 구축이 약해서 아쉬웠다. 셜록 홈스처럼 통찰력 있고, 게다가 어딘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이 느껴져 '오호, 이 녀석 봐라'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누군가>의 스기무라처럼 친근한 느낌은 덜했고 셜록 홈스와 여타 탐정에 비해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래저래 불만이 많지만, 순전히 애초에 기대했던 바가 달라서 그랬을 뿐 만약 유머러스한 책이라는 점을 알고 봤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간간이 빵빵 터지는 구절들이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미미 여사의 여느 책처럼 졸작은 아니지만(암만 못해도 중간은 가는 미미 여사) 범작 혹은 대표작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작품. <스탭파더 스탭>이 그랬듯이 추리소설 매니아에겐 아쉬움이 들지 몰라도 대중 코드에는 잘 맞지 않을까 싶다.   

덧) 이전에는 '셜록 홈스'로 계속 등장하는데, p. 149에는 '홈즈 군'이라고 등장함. '홈스 군'으로 바꿔야 할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