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추리소설에 있어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고, 사랑 받는 작가라면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미야베 미유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뭐 이 둘 외에도 빼어난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도 많지만 대중에겐 이들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지라 해마다 여름이면 정말 무지막지하게 이들의 작품이 쏟아져나온다. 대중적인 소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아서 기계처럼 뽑아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달리, 미야베 미유키는 좀더 깊이 있는 사고를 보여주기에 그녀야말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겸비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에서부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군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와 에도 시대물을 좋아하는 내게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는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나름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오카타 가족에게 변호사 한 사람이 찾아와 엄마인 오카타 사토코가 미혼일 때 구해준 한 남자가 그녀에게 자그만치 오억 엔을 유증했다고 말한다. 졸지에 오억 엔이라는 큰 돈이 생기자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한시도 쉴 새 없이 걸려오는 협박 및 장난 전화, 매스컴의 끈질긴 요청 등으로 이들 가족의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하지만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만 있었다면 그 모든 괴로움을 견딜 수 있었을 텐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간신히 터지지 않고 있었던 신뢰의 둑이 터져버리고 만다. 그저 생명을 구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십 년이 훌쩍 넘어 거액을 남겨줬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 아내의 과거를 의심하는 아버지, 이미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어머니. 그리고 혹시나 그동안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고 있었던 이가 친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 아들까지. 오억 엔은 이들 가족을 뒤흔든다. 이에 아들의 친구인 시마자키가 나서서 어머니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을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는 유머러스한 면에서는 <스탭파더 스탭>과, 일상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누군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떤 사건의 정교함이나 기발함, 혹은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는 유머에 치중한 나머지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지만 읽고 나서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홈스와 왓슨과 같은 설정은 어쩐지 어린 시절 읽었던 소년 탐정소설 분위기가 느껴져 재미있었지만, 그에 비해서 셜록 홈스 격이라 할 수 있는 시마자키의 캐릭터 구축이 약해서 아쉬웠다. 셜록 홈스처럼 통찰력 있고, 게다가 어딘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이 느껴져 '오호, 이 녀석 봐라'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누군가>의 스기무라처럼 친근한 느낌은 덜했고 셜록 홈스와 여타 탐정에 비해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래저래 불만이 많지만, 순전히 애초에 기대했던 바가 달라서 그랬을 뿐 만약 유머러스한 책이라는 점을 알고 봤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간간이 빵빵 터지는 구절들이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미미 여사의 여느 책처럼 졸작은 아니지만(암만 못해도 중간은 가는 미미 여사) 범작 혹은 대표작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작품. <스탭파더 스탭>이 그랬듯이 추리소설 매니아에겐 아쉬움이 들지 몰라도 대중 코드에는 잘 맞지 않을까 싶다.   

덧) 이전에는 '셜록 홈스'로 계속 등장하는데, p. 149에는 '홈즈 군'이라고 등장함. '홈스 군'으로 바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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