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환상문학전집 14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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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알게 된 것은 얼마전 보았던 젠틀맨 리그에 나온 도리언 때문이었다. 그 영화에 나온 주인공들이 등장한 책 중에 안 본 책이 솔로몬 왕의 보물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었는데, 그 때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더차에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왔길래, 개인적으로 황금가지에서 나오는 책들도 좋아해서 예전에 있던 책 말고 이 책으로 보게 되었다.

 책은 영화에 등장하는 도리언 그레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신은 계속하여 젊음을 간직하고, 자기 대신 자신의 초상화가 대신 늙어가는 도리언 그레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초상화를 그린 사람인 도리언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화가 바질, 그리고 도리언 그레이에게 쾌락주의를 알려주는 헨리 경이 등장한다. 바질과 친하게 지낼때만 하여도 도리언 그레이는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걸맞는 심성을 가진 자였다. 하지만 헨리 경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한 기도, 즉 자신 대신에 초상화가 대신 나이를 들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한 말이 실현되고,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헨리경과의 친분을 쌓으며 쾌락주의, 유미주의로 빠져든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도리언 그레이. 하지만 그의 외모는 18년동안 변하지 않고, 그는 그러던 중 오랜만에 그를 찾아온 바질과 대화를 하다가 그의 초상화를 보여주게 되고, 바질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때마침 이 때 그가 18년전에 배신하여 자살한 여자의 오빠가 그를 죽이려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우연한 사고로 그를 죽이려 한 자는 죽게 되지만, 도리언은 새로이 다시 예전처럼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추하게 변해버린 초상을 보고, 그의 영혼을 보여주는 그 초상화를 칼로 찢어버리려고 하자, 그는 그 초상화 속에 있던 사악한 모습으로 죽어버리고 만다.

 이 책의 뒤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반박문이 실려져 있다. 아마도 이 책이 발표되고 난 뒤, 이 책을 비평하는 말에서 이 책에는 좋지 않은 내용이 실려져 있으니 읽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비판의 글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글에 대해 오스카 와일드는 반박하는 편지를 여러통 썼다. 그의 편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시피 그는 유미주의나 탐욕 혹은 쾌락주의를 지향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아름다움을 삶보다 우위에 두는 세 인물을 통해서 쾌락주의, 탐욕, 유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독자 개개인이 할 일이겠지만, 어쨋든간에 이 책은 지나친 쾌락주의와 탐욕을 지양하고 있다고 본다. 읽기에 다소 딱딱한 문체였지만, 읽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다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책 표지에 있는 도리언 그레이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점. 차라리 젠틀맨 리그에 나오는 도리언 그레이가 백만배 더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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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2-2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의 사진은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일거여요. 전 그 나름대로 퇴폐미가 풍기는 사진이라 좋아해요.

이매지 2005-02-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표지의 인물이 도리언그레이가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였군요!
몰랐던 점을 알려주셔서 감사^-^;;
 
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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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장편다운 장편을 다 읽어버리고 계속해서 짤막한 단편으로 그를 만나고 있는 중. 이 책에는 렉싱턴의 유령, 녹색 짐승, 침묵, 얼음 사나이, 토니 다키타니, 일곱번째 남자,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이렇게 총 7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저마다 나름대로 고독 혹은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비단 이 책뿐만 아니라 하루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긴 하지만...)

 렉싱턴의 유령을 읽고 나서 나는 이 이야기가 등장하는 사람처럼 누군가가 죽었다고 며칠을 죽은듯이 잠들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 나를 위해서 그렇게 죽은 듯이 잠을 자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작가가 겪은 유령들의 파티이야기와 겹쳐져서 뭔가 모를 슬픔을 느끼게 되었고, 녹색짐승에서는 겉모습만으로 판단을 하고 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잔인한 상상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섬뜩하기도 하고 잔인하게 생각이 되면서, 정작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왠지 모를 반성의식이 싹터났었다. 그리고 얼음사나이. 바로 이 이야기에서 하루키 다운 상실감이 절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얼음 사나이와 결혼을 하게 된 여자. 그리고 그와의 결혼 생활이 지속될수록 점점 더 고독을 느끼게 되는 여자. 그녀의 절실한 고독감이 마음이 아려올 정도로 와닿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된 토니 다키니티, 그는 그녀가 갑작스럽게 죽고 나서 그녀가 남겨놓고 간 수많은 옷과 구두, 장신구들을 보며 그녀를 떠올린다. 사람이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리워할 때 그가 남겨놓은 물건들 혹은 흔적들을 보며 그것의 주인을 생각하는 것만큼 아련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왠지 그 모든 것을 정리해버리고 스스로의 고독속으로 빠져들어버린 토니 다키니티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랄까?

 여튼간에 하루키의 짤막짤막한 단편은 단편이긴 하지만 한 번 읽고 덮어두는 것이 아닌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의미를, 그 고독감을 곱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하루키의 책을 뒤적거리다가 그의 여행 에세이류가 있는 걸 봤는데, 다음엔 그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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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것은 가짜다 -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산문미학
정민 지음 / 태학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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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표지에도 쓰여져있는 것처럼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통해서 그의 예술론과 인식론, 인생론 등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번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만나본 연암에게 호감을 품고, 원래 인문서적은 그다지 읽지 않지만 큰 마음을 먹고 집어 들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연암의 산문을 예로 들면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보여줬다. 책을 읽으면서 왜 책의 제목이 '비슷한 것은 가짜다'일까라고 궁금해했는데, 읽다보니까 연암이 한 말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정확한 대화는 책을 반납해 버린 관계로 그저 대략의 요점을 얘기해보면, "비슷한 것은 원래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비슷한 것은 같지 않음이고, 그것은 비슷하긴 하지만 원래의 것과는 다른 가짜라는 것이다. "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알다시피 연암은 그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문체반정을 일으킨 정조로부터 반성문을 쓰는 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옛 것과 비슷한 문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혹은 왕의 명령을 거스리기는 힘들었을테니) 반성문을 쓰긴 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문장이란 옛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옛 것을 바탕으로 두되, 새로운 것을 가미하여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법고창신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법고창신은 온고지신과 비슷한 의미) 이 책에서 연암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연암은 마치 다양한 역할을 맡은 배우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연암이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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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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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하루키가 유럽에서 겪은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읽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용이긴 했지만 우선 두께가 꽤 두꺼웠기에 읽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500장이 갓 넘는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기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하루키는 배낭여행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유럽의 한 곳에 머물면서 소설을 썼고, 그 사이사이에 머리를 식히고자, 혹은 갑자기 그 곳으로 가고 싶어서 간 곳에 대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 속에 등장한 곳에 머물면서 상실의 시대, 댄스댄스댄스 등의 작품을 집필했고, 몇 권의 번역서도 번역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한 것이지만 하루키란 작가는 굉장히 주관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들이 얘기하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도시를 찾아냈다는 점. 그리고 그 곳에서의 생활도 자유스러웠다는 점. 책을 보면서 자신이 원할때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부러웠고, 그런 여행을 혼자가 아닌 부인과 함께 했다는 점이 부러웠으며, 그런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데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 또한 부러웠다.

    하지만 그런 그가 얄밉지 않았던 것은 이 책 속에는 분명 그의 고뇌나 고독도 들어있었기때문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즐겁게 보낸 이야기뿐 아니라, 낯선 공간 속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이방인의 외로움이 느껴졌기에 이 책이 단순히 부럽기만 한 여행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 오스트리아에서의 그가 겪은 고독 혹은 상실감등이 그의 작품 속에 잘 녹아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더불어 그가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하루키 문학이 성립될 수 있었을까 하는 약간은 과장된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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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전 우리고전 다시읽기 21
구인환 엮음 / 신원문화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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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두께에 매료되었고, 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고 유일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는 점에 매료되어서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책에는 운영전, 영영전, 백학선전이 실려져있는데, 이 중에 운영전은 예전에 수능시험이었는지 모의고사에 실려서 낭패를 본 기억이 살아나서 마치 고문과 같았던(정작 비극적이라고 해서 어떤가 해서 봤건만.),두께에 비해서 (189쪽) 굉장히 읽기에 힘이들기도 했지만, 뭐 고전소설이 낯설어서 그러겠거니...

 여튼,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처음으로 실린 운영전은 궁녀인 운영과 김진사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래서 죽음을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둘의 사랑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의 궁녀가 얼마나 제한적인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더불어 신분에 의해 둘의 사랑이 가로막혔다는 점 등이 비극적으로 생각되었다. 이는 현재에도 어느정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꼭 옛날의 일이라고 못박을 수도 없으니... 여튼 전체적으로 우울한 색채, 비통한 색채가 진하게 깔린 운영전과 달리 그 뒤에 실린 영영전은 둘의 간절한 사랑에 결국 이어지게 되는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의 내용이라서 운영전은 좀 더 슬프게, 영영전은 좀 더 행복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운영전과 영영전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김진사로 똑같은 것은 우연인 것인지 어떤건지 몰라도 마치 두 소설의 주인공이 동일인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약간은 헷갈리기도 했었다. 어쨋든간에 레포트를 쓰려고 읽었던 운영전이었지만,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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