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하루키가 유럽에서 겪은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읽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용이긴 했지만 우선 두께가 꽤 두꺼웠기에 읽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500장이 갓 넘는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기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하루키는 배낭여행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유럽의 한 곳에 머물면서 소설을 썼고, 그 사이사이에 머리를 식히고자, 혹은 갑자기 그 곳으로 가고 싶어서 간 곳에 대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 속에 등장한 곳에 머물면서 상실의 시대, 댄스댄스댄스 등의 작품을 집필했고, 몇 권의 번역서도 번역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한 것이지만 하루키란 작가는 굉장히 주관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들이 얘기하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도시를 찾아냈다는 점. 그리고 그 곳에서의 생활도 자유스러웠다는 점. 책을 보면서 자신이 원할때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부러웠고, 그런 여행을 혼자가 아닌 부인과 함께 했다는 점이 부러웠으며, 그런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데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 또한 부러웠다.

    하지만 그런 그가 얄밉지 않았던 것은 이 책 속에는 분명 그의 고뇌나 고독도 들어있었기때문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즐겁게 보낸 이야기뿐 아니라, 낯선 공간 속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이방인의 외로움이 느껴졌기에 이 책이 단순히 부럽기만 한 여행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 오스트리아에서의 그가 겪은 고독 혹은 상실감등이 그의 작품 속에 잘 녹아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더불어 그가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하루키 문학이 성립될 수 있었을까 하는 약간은 과장된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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