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었던가? 남자의 '로망'은 열혈'슈퍼로봇'이다!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아마 일본 로봇만화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들었던 것 같다. 근데 로망이 무슨 뜻이지?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다. 


로망2[(프랑스어)roman]
[명사] [문학]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로 운문으로 이루어지며 1150년의 , 1160년의 , 1165년의 과 같은 작품에 그 기원을 둔다. 연관단어 : 로맨스  

로망1[老妄]
[명사] [북한어] ‘노망’의 북한어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따르면 로망의 첫번째 뜻은 바로 노망이고, 두번째 뜻은 로맨스라고 한다. 그럼 남자의 로맨스는 '슈퍼로봇'이란 말인가? 이건 아마도 '꿈' 이나 '이상' 따위의 뜻을 갖고 한 말인 것 같은데. 

며칠 전 술자리에서 또 이 단어를 들었다. 일터 동료가 요즘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밌다고 나에게도 한번 배워볼 것을 권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잘 할 것 같다고 추켜세워줬다. 그러다 누군가가 이 로망이란 단어를 썼다. 

아마 중학생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도 그런 로망(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암튼)이 있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고, 그 마당에는 큰 나무가 하나 있었으면 했다. 그 나무에 커다란 샌드백을 걸어놓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싶었다. 나무 옆에는 역기(바벨)와 아령(덤벨) 그리고 벤치(앉아서 운동할 수 있는 기구)가 있고, 철봉이나 평행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버지가 권투를 했던 한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파트 옥상 한쪽 구석에 샌드백을 달아놓고 운동을 했다. 당시 나는 딱히 어떤 운동(혹은 무술)을 배웠다거나 한 건 없었지만, 꾸준힌 실전경험(?) 덕분에 싸움질은 좀 하는 편이었다. 그 옥상에서 그 친구와 잠시 자유대련을 했는데, 권투를 위주로 배운 녀석이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와서 빠르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멋있었고, 인상적이었다. 그 날 나는 샌드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고, 그 이후로 몸매 관리를 위해(젊은 시절에), 혹은 건강을 위해(요즘) 아주 가끔 운동을 하게 되면 문득 그 생각이 나곤 한다.(녀석과의 자유대련 결과는 왜 말 안하는지 궁금하신가? 당연히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가 이겼다! ^^) 

권투,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운동이지만, 아직까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물론 내가 제대로 배운 운동(혹은 무술)은 태권도가 유일하다. 킥복싱이나 택견을 무지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늘 어떤 이유에서든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제일 하고 싶었던 건,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이소룡이 창시한 절권도였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도서관에서 <절권도> 책을 빌려서 공책에 베껴 적어놓고 따라하곤 했는데, 누군가에게 배워서 한 게 아니라 어설프기만 했다. 결국 한 며칠 따라해보다가 그냥 그만 두고 말았다.

오늘 밤엔 아이들을 재워놓고 어디 공원에라도 나가서 오랫만에 몸 좀 풀어볼까 생각을 해보다가, 지금 사는 동네에는 근처에 공원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직은 날이 춥기도 하고. 뭐 이렇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이렇게 몸매가 망가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냥 무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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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의 로망, 로맨스 ㅎㅎ 멋져요. 마당이 있는 집에 운동기구가 놓여져 있고, 몸을 단련하는 한 남자. 이소룡의 절권도, 참 멋진데요. 그래서 권투는 시작하시는건가요? 뭐든 시작하심 좋겠어요.

감은빛 2011-02-12 02:11   좋아요 0 | URL
아, 그냥 그런 바램이 있다는 거죠. 실현되기 어려운.
일단 마당이 있는 집에 그런 운동기구들 놓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갖기가 어렵죠.(아마 평생 불가능할 듯!)
저처럼 돈과 관계없는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거의 달라지지 않을 사람에게는 특히 더 그렇죠.
권투를 시작하는 것도 아마 힘들 겁니다.
지금은 아직 둘째가 어려서 틈이나면
되도록 육아와 가사노동에 집중해줘야 하구요.
시간이 지나도 또 그때 나름의 사정으로 시간 여유를 갖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11-02-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망은 그냥 로망이어요. 그죠?
그런 꿈과 달리 공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집에 있게만 계시게 되는 걸 보면.
너무 정곡을 찔렀나?ㅋ. 암턴...
그렇죠? 남자의 로망은 역시 이소룡이 로망이어요.
여자는 누가 있나? 특수 공작원 소머즈?ㅋㅋ

감은빛 2011-02-14 13:26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아마도!
정말 절실했다면 이 글을 썼을 시간에 절권도를 연마하고 있었겠죠. ^^

순오기 2011-02-15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지켜본(혹은 살아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무엇이 없어서 뭔가를 못하는 사람은~ 무엇이 갖춰져도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ㅋㅋ 그 누군가는 나를 포함해 남편과 우리애들과 주변인들이 포함된다는 고백을 부르지만~ ^^
감은빛님은 애들을 잘 돌보니까 무엇이 없어도 충분히 잘 하실거 같아요. 홧팅~

잘잘라 2011-02-12 14:42   좋아요 0 | URL
진리!!!


그러나, '결혼'이라는 두글자를 단순한 오타로 봐 넘기지 못하는 이 쏠로의 심정은 참 쓰라립니다. ㅋㅋ

감은빛 2011-02-14 13:31   좋아요 0 | URL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조건에 상관없이 노력하게 된다는 말을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누군가가 자주하곤 했습니다.
그렇겠죠. 지금은 이거 때문에 못해!라고 하는 사람은
나중에는 또 다른 조건 때문에 못한다고 말할겁니다.
저도 딱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

포핀스님! 오타 하나로 그렇게 맘아파하시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근데 '결혼'에 이르렀어요.
이 문장 오타치고 너무 잘 어울려서 재밌네요. ^^

순오기 2011-02-15 03:24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을 보기 전에, 오타를 먼저 봐서 수정했는데 어쩌죠?^^
메리포핀스님은 쓰라리고, 감은빛님은 즐거웠고~~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2-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신랑이랑 탁구 한판 했는데,
감기약 먹고 헤롱대는데다 실력의 차이로 보기좋게 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운동되네요.

로망이라... 로맨스의 의미도 있지만, 목표, 이상향 이런 뜻으로도 쓰이는거 같아요.
제 로망은.......... 전세계 여행입니다, 가끔은 뚜벅이로, 가끔은 럭셔리하게. 그렇게요.

감은빛 2011-02-14 13:34   좋아요 0 | URL
세계여행은 저도 언젠가 갖고 있던 꿈이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만이라도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집에서 부부간에 탁구도 치고, 좋은 모습이네요.
저희는 그런거 하면 오히려 안될 것 같아요.
둘 다 승부욕이 엄청 강해서, 오히려 사이가 나빠질 듯!

따라쟁이 2011-02-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남자의 로마을 무시하지마>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복싱은 배우기 시작만 하시면 그 다음은 저절로 흐릅니다. 저도 배우기 시작했을 뿐이데, 간혹은 하게 되네요 ^-^

감은빛 2011-02-15 12:49   좋아요 0 | URL
와! 멋지세요! 복싱을 배우셨다니!
저절로 흐른다는 표현이 신선합니다. ^^
 

작업복 팬티


공장 탈의실 옷걸이에 낡은 깃발처럼 걸린 누런
팬티는, 주조 공장 성철이 일할 때 갈아입는 작업복
팬티다. 새 팬티 입으나 누런 팬티 입으나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쇳가루 흙먼지투성이 될 게 뻔하다
고, 자주 빨아도 아무 소용 없다고, 아무렇게나 걸
어 둔 성철이 작업복 팬티다. "성철아, 그래도 불알
과 자지는 쇳가루 흙먼지 못 들어가게 잘 닫아 둬
라. 사용자 잘 만나서 토끼 같은 새끼도 낳아야 하
고······." 아침부터 누런 팬티 하나 쳐다보며, 우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또 웃어도 마음이 아프다.


서정홍 / 58년 개띠 / 보리


내게도 작업복 팬티가 있었다. 흔히 노가다 혹은 막노동이라고 말하는 건설현장에서 그날그날 일을 할 때였다. 대학 다닐때 용돈이나 좀 벌어버려고 친구 따라 한두번 갔던 이후로 혼자 살면서 생활비가 딱 떨어져서 라면 하나, 담배 한 갑 살 돈 조차 없어지면 며칠씩 막노동을 해서 밥 값을 벌어오기도 했다. 대게 막노동을 하는 아저씨들은 새벽에 집을 나올때부터 허름한 옷에 다 떨어져가는 운동화를 신고 오기도 하지만 비교적 젊은 층의 사람들은 작업복과 신발을 따로 가방에 넣어와서 현장에서 갈아입었다. 물론 여름에는 너도 나도 여벌옷을 두세벌씩 갖고 다닌다.

혼자 살면서 세탁기도 없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몰아서 빨래를 하곤 했는데, 손빨래를 두시간씩 하고나면 기진맥진하곤 했다. 빨래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옛날 마을 빨래터에 아낙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면서 서방 흉보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던 심정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암튼 빨래가 귀찮았던 나는 어떻게든 빨래를 줄이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했다. 막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옷이 정말 더러워진다. 그냥 더러워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옷이 빨리 상해서 오래입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유행이 한참 지나서 더이상 안 입는 옷, 오래 입어서 아주 낡은 옷 등이 작업복으로 선택된다. 이건 속옷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일을 하고 오면 속옷도 평소보다 훨씬 더 더러워지고 빨리 상한다.(아마도 소금기가 많은 땀에 푹 절어 있어서?) 시인이 잘 표현했듯이 깨끗이 빨아도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막노동을 나갈때만 입는 팬티를 낡은 것들 위주로 서너벌 정해놓고 입었다. 이른바 작업복 팬티인 것이다. 나는 성철이처럼 아예 빨지 않은 것은 아니고 서너벌을 갖고 교대로 입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훈련 나가서 일주일씩 속옷을 안갈아입고 버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인이 그런 적이 한번도 없다면 적어도 그런 경우를 보거나 얘기를 들은 적은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나는 유난히 팬티를 자주 잃어 버렸는데, 빨아서 널어놓으면 없어지곤 해서 처음에 7벌을 보급 받은 것으로 기억하는 데, 자대에 배치 받은 이후로 3벌 이상을 갖고 있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상병을 달고 두어달 쯤 지나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만 하게 되었을 때, 무슨 훈련을 나가게 되었는데, 일주일을 야외에서 보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내가 가진 팬티가 단 두벌 뿐이었다. 하나는 입고 하나는 여벌로 군장속에 챙겨넣고 훈련을 떠났다. 훈련중에는 빨래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팬티를 갈아입을 수가 없었다. 여벌이 하나 밖에 없으니 한번 갈아입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훈련 중에 입을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부대 복귀후에 빨래를 하고 마를 동안 입을 것도 고려해야 했다. 훈련중에야 더러운 팬티를 입고 있어도 원래 훈련 중에는 그런 것이니 참을 수 있지만, 부대로 복귀한 이후에도 더러운 팬티를 입고 있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비교적 덜 더러운 상태의 팬티를 입고 복귀하고 싶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처음 입었던 팬티로 최대한 버텨야 했다. 3일인가 지났을 때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지금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뒤집어 입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을 하고 하루나 이틀만 더 버티기로 했다. 5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정말 갈아입고 싶은 욕구에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부대 복귀 행군은 죽을 만큼 힘들게 뻔했고, 그때 (땀때문에)팬티가 굉장히 더러워질 게 분명했다. 하루만 더 버티면 복귀 행군을 시작할 것이다. 이틀만 더 버티면 부대로 돌아가서 깨끗한 팬티를 입고 잘 수 있었다. 그날 낮잠을 잘 때 팬티를 벗어서 햇빛이 잘 드는 나무가지에 걸쳐 놓았다. 한시간쯤 후에 깨어나서 쨍쨍 내리쬐는 햇살에 빠짝 말라서 살균까지 된 뽀송뽀송한 팬티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렇게해서 복귀 할때까지 일주일 동안 팬티를 한번도 갈아입지 않고 단 한벌로 계속 버텼다. 햇빛에 말리는 방법은 도저히 팬티를 입고 잘 수 없어서 그냥 한번 벗어서 널어놓았을 뿐인데, 의외로 효과가 굉장했다. 그래서 다음번부터 훈련때마다 그 방법을 이용하게 되었다. 뒤집어입기와 햇빛에 말리기만 적절히 잘 이용하면 훈련내내 비가 오거나 눈이 오지 않는 한은 오랫동안 팬티를 갈아입지 않고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아마 여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일 것이다. 만약 아내가 결혼 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나는 아직도 혼자 살고 있지 않았을까? 
 


 

 

 

 

 

 

  

 

※ 예전 블로그의 글을 살짝 다듬어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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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역으로써 팬티 이야기, 공감할뿐더러 추천을 안 할수가 없네요 ^^
야외 훈련 나가면 속옷 갈이 입을 시간이 마땅치 않기 마련이죠.
유격 훈련 때 FM으로 속옷 몇 벌을 군장 안에 담아넣지만 정작 훈련장에 가면
못 입게 되죠, 결국에는 군장을 무겁게 만드는 쓸데없는 보급품인거죠 ㅎㅎ
그리고 훈련의 고단함 때문에 속옷 갈아입을 기회가 분명히 있음에도
막상 갈아 입기 귀찮아지기도 하구요 ㅎㅎ
읽는 내내 군대 생활이 생각나서 웃으면서 읽었네요 ^^

감은빛 2011-02-11 19:23   좋아요 0 | URL
하하! 공감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속옷이 충분했다면 되도록 갈아입는 편이었습니다.
글에도 적었지만, 자주 잃어버려서 늘 절대빈곤에 허덕였지요. ^^

잘잘라 2011-02-11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는 보통 "내 친구 얘긴데요" 이러면서 시작하는거 아녜요? ㅎㅎ
대놓고 고백하시니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저도 쫌.. ㅋㅋㅋㅋ

그나저나 58년 개띠가 유명하긴 유명하군요.
내용은 좀 서글프지만, 그래도 '전설의 오팔년 개띠' 아닙니까!!!
기를 받아서 올해도 열심히 뛰어볼랍니다. 멍멍!

감은빛 2011-02-11 19:24   좋아요 0 | URL
뭐 이정도 얘기를 굳이 남 이야기로 둔갑시킬 필요는 없지요. ^^
혹시 띠가? 오팔년 생은 아니신 것 같은데.... ^^

양철나무꾼 2011-02-1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실비실 웃으면서 공감과 추천을 날리면 되는건가요?^^
전 직업상 온갗 종류의 팬티를 다 보는데, 노 팬티도 보고...
보면서 가장 눈시울이 뜨거운 건,엄마들 지퍼 달린 팬티예요~

감은빛 2011-02-11 19:26   좋아요 0 | URL
직업상 온갖 종류의 팬티를 다 보신다니!
어떤 직업인지 궁금하네요. 혹시 의료계통에 종사하시나요?
지퍼달린 팬티는 그럴 것 같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2-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구절을 읽고 마음이 짠했습니다.
작업용 옷은 가져보았지만 속옷은 생각도 안해봤네요..

언제나 노동의 과정과 결과물의 괴리는 늘 놀라워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아이스크림 공장은 엄청덥고,
삐까번쩍 차도 누런팬티 아저씨들이 만들고..

감은빛 2011-02-11 19:28   좋아요 0 | URL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데이트가 있거나, 뭔가 특별한 날엔 좋아하는 속옷을 입고 싶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옷이 쉽게 더러워지는 작업을 할 때는
속옷도 거기에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괴리로 먹고 사는 자본가들에게 화가 나지만,
그들은 그런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죠!

아이리시스 2011-02-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작업복 팬티.. 겉옷만도 아니고 팬티나 런닝이 시꺼매져 있음 속상해요.
몸으로 부딪쳐 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다들 그렇잖아요.

ㅋㅋ, 너무 재밌어서 계속 웃고 있어요. 아하하.

감은빛 2011-02-11 19:29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다니 그리고 제가 잠시나마 웃음을 드렸다니 다행입니다! ^^

따라쟁이 2011-02-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 82년 개띠..(이런 댓글이나 달고.. ㅠㅠ)

감은빛 2011-02-15 12:51   좋아요 0 | URL
앗! 여기서 나이를 공개하시다니!
82년이 개띠였군요. 그러고보니 올해 딱 서른이신가요?
좋은 나이로군요! ^^
 

책을 읽다보면 책으로 인해 생활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문학, 인문학, 사회과학 책을 주로 읽는 나는 하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생각이 변하고 그로 인해 삶의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이런 일이야 말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가 우연히 '우리텃밭 제철 꾸러미'(지금은 '언니네텃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로컬푸드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허남혁 선생이 추천한 방송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고 알게 되었다. 

매주 한차례 텃밭에서 나온 것들을 모아서 보내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요리해서 먹으면 좋다라는 것까지 알려준다. 방송에서 '고향에 계신 엄마가 보내주는 것 같다!'라는 평을 했는데, 진짜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곧바로 검색해서 우리텃밭의 카페와 홈페이지를 찾았다. 여기에서는 또다른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제철 꾸러미'를 신청하기 전에 반드시 보라고 되어있었다. 방송에 나온 것 보다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각자 텃밭에서 기른 다양한 채소와 각종 나물들을 갖고 와서 함께 수다를 떨면서 신문지로 싸고, 묶고, 포장하는 장면이 재밌었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닭의 계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뽀얀 색깔의 계란은 어린 시절 보았던(사먹는 계란 중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바로 그 계란이었다. 

아내와 상의해서 곧바로 신청을 했다. 우리집에선 매주 생협에서 찬거리를 사먹기 때문에 일단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받는 꾸러미를 신청했다. 앞으로는 생협 주문을 줄이기로 하고, 어서 지역 배정이 되어서 꾸러미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지역에서 토종닭의 계란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동영상에 소개된 생산자 공동체는 순천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우리텃밭 프로그램은 되도록 가까운 지역에서 보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 같았다. 서울은 거의 대부분 횡성공동체에서 받는 것 같았다. 아! 정말 저 뽀얀 토종 계란을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내도 아이에게 꼭 먹여보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알고보니 한 친구가 '제철 꾸러미'를 한동안 받았다가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거의 집에서 밥을 안 해먹는데, 처음에 지인의 권유로 가입했다가 자꾸만 남은 음식을 버리게 되어서 그만두었다고 했다. 친구도 횡성공동체에서 받았는데, 전라도 쪽에서 받는 사람들의 경우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꾸러미를 받는다며 부러워했다. 

알라딘에서도 고고씽휘모리님  이 '제철 꾸러미'를 받고 계시던데, 나주에서 받고 있다고 하셨다. 내심 횡성이 아닌 나주에서 꾸러미를 받기를 기대하며 어서 지역배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며칠전 문자로 지역배정을 받았다. 역시 횡성이었다. 뭐 조금은 아쉽지만 횡성 공동체 만의 장점도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어서 꾸러미를 받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그 꾸러미가 도착하기로 예고된 날이다.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궁금하다. 어서 집에가서 꾸러미를 풀어보고 맛난 반찬을 해서 아이들에게 먹여주고 싶다. 며칠 전에 아내가 최근엔 왜 예전처럼 자주 맛난 음식을 해주지 않냐고 투덜대던데, 그런 아내의 불평도 쏙 들어가게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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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제철꾸러미는 우리 텃밭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나요?
어쩐지.. 내용을 알 수 없는 선물상자 꾸러미 같아서 마음이 막 끌리는데요.
지금 찾아보러 갑니다~ 일산은 어디서 받을까요?

'언니네텃밭'이 맞는거죠? 열심히 헤매는 중이랍니다. ^^

감은빛 2011-02-10 16:19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너무 불친절하게 소개를 했군요! 죄송!
잘 찾으셨나 모르겠네요.
저는 어제 처음으로 꾸러미 받았습니다.
알차게 보내주셨더라구요! ^^

2011-02-09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1-02-0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럼 감은빛님은, 아이도 봐주고, 재워도 주고, 게다가 음식까지 해주시는 그런 남편이란 말씀이신거죠?

제철 꾸러미 보고 나셔서 맛난 음식 드시면, 그것도 후기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감은빛 2011-02-10 18:24   좋아요 0 | URL
지난 번 댓글에 답으로 그뿐만 아니라 목욕도 시켜주고 반찬도 만들어주고 밥도 차려주고 등등 이런 말씀을 드린 것 같은데... ^^
어제 받긴 했는데, 너무 늦게와서 뭔가 해먹지는 못했습니다.

후기는 글쎄요. 요즘 시간여유가 없어서....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횡성이면 저희 집이랑 가까운데...저도 알아봐야겠네요.
알면 알수록 감은빛님 참 대단한 아빠이자 남편이세요!
많이 배웁니다^^

감은빛 2011-02-10 18:25   좋아요 0 | URL
아, 강원도에 계신가봐요.
좋은 곳에 사시네요!
아유.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쉽싸리 2011-02-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채소꾸러미 하는 데가 몇 군데 있을겁니다. 주로 전여농(전국여성농민회연합)에서 하는것 같더라구요. 일본에서 예전에 했던 방식인데 지금은 잘 안된다고 하는것 같어라구요. 아무래도 소비자가 많이 참여를 해야 유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닭 몇 마리 키우는데(아마도 토종닭?)알이 다르더라구요. 크기도 작고, 색도 흰것에 가깝고, 토종닭들은 성질이 너무 예민하고, 단도리 못해서 우리에서 나오면 거의 날아다닙니다. 지붕위로 올라가더니 앞집까지 근 20~30미터를 논스톱으로 날아가더군요.ㅎㅎ

감은빛 2011-02-10 18:27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소개한 이 '언니네텃밭'이 바로 전국여성농민회에서 하는 사업입니다.
예전에 일본에서 했던 방식이군요. 몰랐던 사실입니다.

닭을 키우시다니! 그것도 토종닭을!
흐흐 한번 보고 싶은데요! ^^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시 아이들 어릴 때는 데리고 다니기가 넘 힘들어. 특히 겨울엔 추워서 맘놓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움직일때마다 애들 챙기느라 시간이 두세배가 더 걸리고. 여행이라는 말에 욕심 부리지 말고, 차라리 푹 쉬다 오는 거에 더 무게를 뒀으면 좋았을 것을. 제대로 본 것도 없이 피곤하기만하고, 맘껏 놀거나 쉬지도 못하고 돌아와버렸네. 

2박3일. 짧은 겨울 여행. 그닥 기대를 갖고 간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뭐 인생이 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좀 맘에 안든다. 하필 일이 많은 때에 하루를 쉰 덕분에, 밀린 일을 붙들고 앉아 있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숫자 붙들고 끙끙대는 동안, 자꾸만 겨울 바다가 생각난다. 칼바람이 뺨을 베고 지나친다. 머리칼이 흩날린다. 천둥처럼 귀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멋진 음악처럼 느껴진다. 밝은 달이 뜬 겨울 밤바다라면 더 좋겠다. 파도에 일렁이는 달 그림자를 넋놓고 밤새 쳐다보며 서 있고 싶다. 

전화벨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수화기를 집어든다. 애써 친절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어 전화를 받는다. 이건 나인가? 좀 전에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듣고 있던 나 어떻게 된 건가? 전화를 끊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보고 싶지만, 이미 내 머리는 손에게 전화 통화한 내용을 처리하도록 명령을 내려버렸다. 손은 바삐 움직여서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고, 볼펜을 쥐고 글씨를 쓰고 있다.

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과 쉼없이 때리는 파도와 휘어청 밝은 달을 벗삼아 밤을 지새우고 싶다.  

 

그리운 바다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다
꽃도 바다고 열매도 바다다
나비도 바다고 꿀벌도 바다다
가까운 고향도 바다고
먼 원수도 바다다
내가 그리워 못 견디는 그리움이
모두 바다 되었다


끝판에는 나도 바다 되려고
마지막까지 바다에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삼킨 바다
나도 세월이 다 가면
바다가 삼킨 바다로
태어날 거다   
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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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1-2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닷가가 집이예요.
고등학교 시절 새벽에 등교를 하면 바로 코앞도 안보이게 해무가 껴요.
조용한 새벽에 그렇게 걷는게 참 좋았어요. 조금은 외롭지만.

감은빛 2011-01-27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꽤 오랫동안 바다 근처에 살았습니다.
바로 해변근처는 아니었지만,
늘 바다와 함께 했죠.

새벽에 해무를 뚫고 걷는 길.
생각만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추억을 가진 모리님이 무척 부러워요! ^^

섬사이 2011-01-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데리고 다닐 땐, 특히 겨울엔,
입힐 옷 벗길 옷만 해도 한 짐이죠.
한겨울 야근이라,,
귓가에 겨울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려올 법도 하죠.
너무 추워요.
기운내세요.

감은빛 2011-01-27 13:17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 특히 둘째아가의 짐이 엄청났죠.
저나 아내는 여벌옷도 거의 못 챙겼어요.

응원말씀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없어도, 겨울바다는 추워요... 아하하.
이젠 젊지 않다니까요(!!!), 뼛속에 바람들어요, 감은빛님.
(감은빛님두 저랑 통째로 중년으로 넣어버렸다눈... 크크)

그래도 이 페이퍼를 보니, 은은한 달빛 아래 파도 소리.. 그립네요.

감은빛 2011-01-27 13:1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중년 아니예요!!
(아직 이십대라고 믿고 싶은 사람입니다! ^^)

파도소리 참 그립죠.
잠 못 드는 밤 문득 귓가에 파도소리가 들리면 미칠 것 같아요. ^^

cyrus 2011-01-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혼인데 첫 문장부터 남일 같지 않네요,, ^^;;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어디 떠나고 싶은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네요.
여유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데 말이죠, 시간이 된다면
겨울바다에 가야겠어요 ^^

감은빛 2011-01-27 13:21   좋아요 0 | URL
아무도 모르게 혼자 떠나고 싶다면,
겨울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왠지 저는 겨울하면 혼자 떠나는 여행이 생각나요.
어딘가에 쳐박혀서 책과 음악과 고독을 즐기다 오는 여행.
겨울바다에서 혼자 한나절만 보내다 오고 싶네요.

따라쟁이 2011-01-2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저도 가고 싶어요. 겨울바다.
머리아픈거 좀 접고 다녀오고 싶어요.

감은빛 2011-01-27 13:23   좋아요 0 | URL
머리아픈 일상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겨울바다가 딱 탈출구가 되어줄 수 있을텐데.
다 팽개치고 확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1-28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하려니까 아이러니 컬 하기도 하지만요~
힘들어도 아이들 데리고 다닐 때가 좋은 거예요.
조금 머리가 크면 말이죠, 부모 안 따라다닐려고 해서여.
저절로 혼자 원없이 여행하실 수 있는 날이 온답니다.

전 바다도, 산도 필요없고...뜨뜻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2박3일이요~^^

감은빛 2011-02-07 10:54   좋아요 0 | URL
답이 많이 늦었죠! 죄송합니다.
1월말에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연휴전날까지 일터 일 하느라 정신없고,
연휴 돌입하자마자 먼 길 떠나서, 애들 돌보랴, 집안 일하랴,
피곤하고 정신없는 날들이었습니다.

남겨주신 말씀 공감합니다.
애들 보면서 빨리 자라서 같이 이것저것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막상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서 막 아깝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뜨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2박3일 저도 해보고 싶어요! ^^

비로그인 2011-01-2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바다.

2년 전인가 다녀왔는데 바다도 그렇지만 그걸 보고 있는 내가 너무 외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상하게 훨씬 오래 전에 다녀왔을땐 안 그랬는데 말이죠.

그래도 봄이 익는 계절의 바다는 참 멋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 보이는 달 아래에서 혼자 술 한잔에 달 띄워 놓고 놀아도 좋을 것 같고요 ^^

감은빛 2011-02-07 10:57   좋아요 0 | URL
저는 늘 바다 가까이에서 살았어요.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다보니, 답답하더라구요.
겨울 바다를 참 좋아했습니다.
혼자 몇 시간씩 걷다오기도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서있다 돌아오기도 하구요.

이젠 그렇게 혼자 바다를 다녀올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네요.

2011-02-01 0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2-07 10:58   좋아요 0 | URL
아, 저 위에 먼저 댓글에 짧게 적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식품주식회사 - 질병과 비만 빈곤 뒤에 숨은 식품산업의 비밀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 따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2003년 어느 날, 부산 장림공단의 한 피혁가공공장에 환경단체 회원 십여 명이 모였다.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미국에서 공업용 쇠가죽을 수입해서, 지갑이나 가방, 신발 등을 만들기 위해 가공하는 공장에 엄마들이 왜 모였을까? 우리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과자의 원료가 이 공장에서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쇠가죽(쓰레기)으로 만들어진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부산항으로 수입된 쇠가죽은 이미 온갖 약품처리가 되어 악취가 심했다. 사용하기 알맞은 크기로 재단하고 남은 쓰레기가 공장 마당 한 쪽에 쌓여있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온갖 먼지와 매연에 노출된 쓰레기 더미를 집게차가 와서 실었다. 공장에서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쇠가죽을 실은 집게 차는 부산의 젤라틴 가공공장으로 들어갔다. 젤라틴은 젤리를 만드는 원료다. 젤리 뿐 아니라, 초코파이나, 초코바, 초콜릿, 마시멜로, 캐러멜, 껌 등 온갖 과자류에도 들어간다. 또한 떠먹는 요구르트, 알약의 캡슐에도 들어있다. 젤라틴을 만드는 과정은 곰국을 끓이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소뼈를 푹 고아서, 천연단백질인 콜라겐 성분을 뽑아내서 만든다. 그러나 공장에서 값비싼 소뼈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쇠가죽을 이용하는 것이다. 쇠가죽을 이용하는 건 좋은데, 왜 하필 공업용 쇠가죽을 사용하는 건가? 그것도 피혁공장에서 자르고 버린 쓰레기를 갖고 만드는 이유는 뭔가? 돈 때문이다. 어차피 피혁공장에서는 버리는 쓰레기일 뿐이니, 젤라틴 공장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원료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피혁공장에서 젤라틴공장까지 함께 갔던 환경단체 회원들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식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다들 피혁공장에서 맡았던 악취 때문에 입맛을 잃었다. 앞으로 다시는 곰국을 못 먹을 것 같다는 분들도 여럿 있었다. 우리는 피혁공장에서 버려진 자투리 쇠가죽 몇 개를 자루에 담아왔는데, 그 악취가 너무 지독해서 말도 못하게 괴로웠다. 회원들은 곧바로 부산식약청으로 달려갔다. 식약청장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한참동안 직원들과 실랑이를 했다. 결국 식약청장과 면담이 이루어졌다. ‘우리 애가 지금까지 먹었던 초코파이가 얼마나 많은데, 이런 쓰레기로 만든 과자를 먹어왔단 말인가!’ 어느 회원이 흥분하여 쇠가죽이 든 자루를 청장실 바닥에 쏟아 부었다. 순식간에 악취가 퍼졌다. 다들 코를 틀어막았다. 식약청 직원 몇 명이 흥분하여 얼굴이 벌게져서 달려들었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엄마들은 소리를 질러댔고, 직원들은 이들을 밀어내고 냄새나는 가죽 쓰레기를 치웠다. 식약청장은 잘 알아보겠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황급히 사라졌다.

이 젤라틴 문제는 이후 몇 년간 길고 지리한 싸움을 끌어왔으나, 결국 크게 알리지도 못하고 묻히고 말았다. 쓰레기로 과자를 만드는데, 그걸 가만히 놔두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우리나라 식약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라틴 공장에서 사들인 원료를 깨끗하게 씻어서, 고온으로 끓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단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단다. 젤라틴은 식품첨가물이다. 우리나라 식품첨가물 공전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다, 온갖 해로운 물질들도 다 허용 되어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첨가물 공전을 조금 살펴보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에 혀를 휘두르고 말았다.

결국 해결되지 못한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절대로 젤리와 초코파이와 초콜릿 등을 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아이들에게 먹이지 못하도록 당부하곤 했다. 나중에 태어난 내 아이에게도 절대 먹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젤라틴이 들어간 온갖 나쁜 과자들을 먹고 왔다. 허탈했다. 집에서야 못 먹게 막을 수 있지만, 밖에서 먹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아이를 집에 가둬놓고, 감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젤라틴뿐만 아니다. 햄에 발색제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은 발암물질이다. 이 물질이 햄에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 예쁜 색깔을 내기 위해서다. 아질산나트륨을 넣지 않은 햄은 허여멀건 한 색깔이다. 몇 년 전 환경단체의 발표 이후로 어느 가공식품회사가 아질산나트륨을 뺀 하얀 햄을 시중에 내놓았지만, 곧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판매가 부진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환경단체의 발표 이후로 줄어들었던 햄 소비량은 시간이 지나자 다시 늘어났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간 햄을 사먹고 있다.

모건 스퍼록 감독의 <슈퍼사이즈 미>라는 영화는 감독 자신이 한 달 동안 맥도날드의 음식만을 먹으며 살아보는 실험을 보여준다. 하루 세끼를 모두 맥도날드에서 먹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않은가?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될 당시에, 똑같은 실험이 시도되었다. 환경정의 활동가 윤광용씨는 모건 스퍼록 감독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몸에 실험을 했다. 역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실험은 24일 만에 중단되었다. 건강이 치명적으로 악화되어서 도저히 실험을 계속할 수 없었다. 당시 윤광용씨와 모건 스퍼록 감독은 모두 30대 초반이었다. 한창 건장한 나이의 청년들조차도 이럴 진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몇 년 전까지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종종 했다. 시민단체 활동비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들의 먹거리에 대해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학원으로 온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 매점에서 컵라면과 삼각 김밥 따위로 저녁을 때운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라고 하면 그럴 시간도 없고, 집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였다.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이 매일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틈만 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언젠가 어느 아이의 생일을 집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 친구들이 이십 여명 와있었는데, 모두 똑같은 무슨 세트를 먹고 나서 한참 떠들고 놀다가 돌아갔다. 패스트푸드 점 직원들 두어 명이 옆에 대기하면서 아이들이 흘린 음식이나 두고 간 쓰레기 따위를 치우고 있었다. 생일은 맞은 아이의 부모는 햄버거 값을 계산하는 것으로 생일잔치를 간단하게 끝냈다. 마침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한동안 그 가게를 지켜봤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그렇게 생일잔치를 치르는 아이들이 시간대별로 계속 있었다. 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점원들은 와르르 들어왔다가, 우루루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아이들의 비만, 허약한 체력을 지적하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아토피에 대한 얘기들. 병원에선 유난히 면역력이 떨어진 요즘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 이전에 이런 문제들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정부. 날마다 구제역이 확산되어 150여만 마리의 가축이 생매장되었다는 뉴스. 조류독감의 유행. GMO 농산물 수입, 농약의 피해 등등 먹거리 문제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이 모든 문제는 식품산업과 관련이 있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가 산업의 영역에 속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미국의 식품산업을 파헤쳐, 무엇인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식품안전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가 나온다. 단순히 먹거리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산업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산업이므로 사회구조의 다양한 요소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7장과 8장에서 다루고 있는 자본과 노동과 식량의 문제가 무척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다양한 먹거리 문제를 두고 단편적으로 하나하나의 문제에만 집중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큰 틀에서 식품산업이 어떻게 움직여지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책에서는 각 장마다 우리사회의 이야기를 함께 전해준다. 먹거리와 농촌문제에 대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계시고,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책을 쓰고, <굶주리는 세계>, <로컬 푸드>, <학교 급식 혁명>, <래디컬 에콜로지> 등의 책을 번역한 허남혁 선생님이 이 부분을 쓰셨다. 미국의 상황과 더불어 국내의 상황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의 기획이 돋보인다!

환경과 생태분야 책들을 접할 때마다 늘 느끼지만, 외국 번역서들을 읽으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가 부럽다. 우리나라에도 활동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이 공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가 밖에서 젤라틴이 들어간 과자를 먹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 따위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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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1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초코파이 즐겨 먹는데 이런 거로 만들다니...ㅜㅜ
먹을거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린 너무 허술하죠.ㅡㅡ
번역자 박은영씨는 제가 아는, 감은빛님도 아는 박은영 같아요.^^

감은빛 2011-01-18 17:15   좋아요 0 | URL
초코파이 정말 국민과자라고 부를만큼 많이 먹죠.
그래서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결국 바뀌지 않는 것도 충격이라고 할만하죠!

네, 그 박은영님이 번역하셨더라구요. ^^

herenow 2011-01-16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정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네요.
가려가며 먹지 말자, 식품 안전 보장해라, 작은 목소리라도 내려고 들면
그런거 다 따져가며 어떻게 사느냐고 까다로운 취급받기 일쑤구요...
그래도 요즘 사람, 엄마들 중엔 공부하고 조심하는 분이 많이 보여서 다행입니다.
내 아이 먹이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식품산업을 운영해야 할 텐데 말이죠.

감은빛 2011-01-18 17:17   좋아요 0 | URL
실제로 어느 방송에서 잠깐 다룬적도 있었습니다만,
왜그런지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한 몇 년간 싸웠는데, 그냥 묻혀버렸죠.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탕이나 조미료가 다량 들어간 음식, 콜라나 햄버거, 유전자 조작을 한 옥수수나 콩.. 꽤 자주 먹을거리들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나오지만 현실은 그대로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오늘의 사회에서 식품 판매 시스템안에서 만드는 이의 양심도 가격 경쟁력 앞에서는 무기력해질테고, 그나마 제대로 만들어져야 할 각종 법규도 각종 로비등에 의해 기준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고요.

이 책을 쓴 이. 에릭 슐로서 <패스트푸드의 제국> 을 쓴 사람이네요. 패스트푸드의 제국.. 오래전에 읽고 그 비위생적인 조리과정이며, 첨가제등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런 류의 책들에 꽤나 관심을 갖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마침 저도 갖고 있어서 뒤적여 보게 되었는데 여러 명이 쓴 책이네요.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우리나라도 곧 미국내에서 일어났던 이런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날이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니어링부부가 행했던 "소박한 밥상"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감은빛 2011-01-18 17:20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점들을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이나 식품첨가물 공전을 보면,
이게 과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법인건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에릭 슐러서의 <페스트푸드의 제국>은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관련해서 읽어볼 책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더라구요.
천천히 하나씩 찾아볼 생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들 초등학교 1학년 때,학교 급식 식품검수위원을 했었어요.
그때 이런저런 단체,공장들을 다니면서 경악을 했었어요.
하지만, 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하여 일상이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모두의 문제니까 말예요.

근데, 초코파이도 먹지 못하면...情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하죠?^^

감은빛 2011-01-18 17:22   좋아요 0 | URL
저는 그 광고 참 이해가 안되던데,
초코파이와 정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식품검수위원이란 것도 하셨군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아실 것 같아요!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를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1-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많은 단체들이 활동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슬픕니다. 하기사
그런 단체들이 활동할 수도 없도록 하는 우리나라는 더 슬프겠죠.

우리의 현실은, 도살도 하지 않고 매몰시킨 돼지 현장과 비슷한거 같습니다.
결국... 죄악은 우리에게 돌아오니까요. 어디까지 묻고 잊고 살지.. 참 무섭습니다. ㅠㅠ

그래도... 좋은 한주되세요, 너무 춥네요.

감은빛 2011-01-18 17:23   좋아요 0 | URL
이번에 생매장 시킨 가축들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은 계속 확산되었지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본인들은 알고 있을까요?

잘잘라 2011-01-1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익후.
이거야.
참말로.
ㅜㅜ

감은빛 2011-01-18 17:23   좋아요 0 | URL
에휴! 한숨만 나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1-2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공업용 소가죽...돈이 무슨 죄입니까...돈을 벌려고 욕심을 부리는 인간이 나쁘지요.

감은빛 2011-01-25 18:40   좋아요 0 | URL
그냥 공업용 소가죽도 아니고 재단하고 버린 쓰레기를 쓴다는 게 더 충격적입니다. 자기 자식한테도 그 젤라틴으로 만든 과자들 먹일지 어떨지 궁금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1-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집에서 나만 안먹어서는 되지 않는다는게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밖에 나오면 저도 모르게 먹는게 얼마나 많겠어요.
사회적으로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할거 같아요. 그런데 이런 과로(애들도 어른도) 사회에서 참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00

저희 신랑은 매일 초코파이를 두개씩 먹는데다가 어젠 저몰래 합성 조미료를 집에 사들였더라구요. 제가 보는 앞에서 버리고 엄청나게 싸웠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들도 그런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게 문제예요..

어서 일회용 행주와 쪼꼬파이 없는 우리집을 만들어야 할텐데요.
반성.

감은빛 2011-01-27 13:35   좋아요 0 | URL
환경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는 주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친척들, 친구들, 이웃들과 대화해보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는 제 얘기를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입니다.
실제로 어떤 식으로든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를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젤라틴도 그렇고 아질산나트륨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이
처음 얘길 들었을 때는 무척 놀라고, 본인도 이제 신경쓰겠다고 하지만,
바로 다음에 만났을 때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고 있더군요.
분명히 이런 것들은 먹지말아야 한다고 서로 얘기했었는데 말이죠.

제가 운동으로 실천하는 것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하거나, 강요하지않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회용 행주 좀 쓰는 것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써야할 상황도 있을테니까요.
문제는 반성없이 무분별별하게 마구 소비하는 습관이 아닐까 싶어요.
모리님은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하고 계시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