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었던가? 남자의 '로망'은 열혈'슈퍼로봇'이다!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아마 일본 로봇만화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들었던 것 같다. 근데 로망이 무슨 뜻이지?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다. 


로망2[(프랑스어)roman]
[명사] [문학]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로 운문으로 이루어지며 1150년의 , 1160년의 , 1165년의 과 같은 작품에 그 기원을 둔다. 연관단어 : 로맨스  

로망1[老妄]
[명사] [북한어] ‘노망’의 북한어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따르면 로망의 첫번째 뜻은 바로 노망이고, 두번째 뜻은 로맨스라고 한다. 그럼 남자의 로맨스는 '슈퍼로봇'이란 말인가? 이건 아마도 '꿈' 이나 '이상' 따위의 뜻을 갖고 한 말인 것 같은데. 

며칠 전 술자리에서 또 이 단어를 들었다. 일터 동료가 요즘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밌다고 나에게도 한번 배워볼 것을 권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잘 할 것 같다고 추켜세워줬다. 그러다 누군가가 이 로망이란 단어를 썼다. 

아마 중학생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도 그런 로망(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암튼)이 있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고, 그 마당에는 큰 나무가 하나 있었으면 했다. 그 나무에 커다란 샌드백을 걸어놓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싶었다. 나무 옆에는 역기(바벨)와 아령(덤벨) 그리고 벤치(앉아서 운동할 수 있는 기구)가 있고, 철봉이나 평행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버지가 권투를 했던 한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파트 옥상 한쪽 구석에 샌드백을 달아놓고 운동을 했다. 당시 나는 딱히 어떤 운동(혹은 무술)을 배웠다거나 한 건 없었지만, 꾸준힌 실전경험(?) 덕분에 싸움질은 좀 하는 편이었다. 그 옥상에서 그 친구와 잠시 자유대련을 했는데, 권투를 위주로 배운 녀석이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와서 빠르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멋있었고, 인상적이었다. 그 날 나는 샌드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고, 그 이후로 몸매 관리를 위해(젊은 시절에), 혹은 건강을 위해(요즘) 아주 가끔 운동을 하게 되면 문득 그 생각이 나곤 한다.(녀석과의 자유대련 결과는 왜 말 안하는지 궁금하신가? 당연히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가 이겼다! ^^) 

권투,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운동이지만, 아직까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물론 내가 제대로 배운 운동(혹은 무술)은 태권도가 유일하다. 킥복싱이나 택견을 무지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늘 어떤 이유에서든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제일 하고 싶었던 건,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이소룡이 창시한 절권도였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도서관에서 <절권도> 책을 빌려서 공책에 베껴 적어놓고 따라하곤 했는데, 누군가에게 배워서 한 게 아니라 어설프기만 했다. 결국 한 며칠 따라해보다가 그냥 그만 두고 말았다.

오늘 밤엔 아이들을 재워놓고 어디 공원에라도 나가서 오랫만에 몸 좀 풀어볼까 생각을 해보다가, 지금 사는 동네에는 근처에 공원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직은 날이 춥기도 하고. 뭐 이렇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이렇게 몸매가 망가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냥 무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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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의 로망, 로맨스 ㅎㅎ 멋져요. 마당이 있는 집에 운동기구가 놓여져 있고, 몸을 단련하는 한 남자. 이소룡의 절권도, 참 멋진데요. 그래서 권투는 시작하시는건가요? 뭐든 시작하심 좋겠어요.

감은빛 2011-02-12 02:11   좋아요 0 | URL
아, 그냥 그런 바램이 있다는 거죠. 실현되기 어려운.
일단 마당이 있는 집에 그런 운동기구들 놓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갖기가 어렵죠.(아마 평생 불가능할 듯!)
저처럼 돈과 관계없는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거의 달라지지 않을 사람에게는 특히 더 그렇죠.
권투를 시작하는 것도 아마 힘들 겁니다.
지금은 아직 둘째가 어려서 틈이나면
되도록 육아와 가사노동에 집중해줘야 하구요.
시간이 지나도 또 그때 나름의 사정으로 시간 여유를 갖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11-02-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망은 그냥 로망이어요. 그죠?
그런 꿈과 달리 공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집에 있게만 계시게 되는 걸 보면.
너무 정곡을 찔렀나?ㅋ. 암턴...
그렇죠? 남자의 로망은 역시 이소룡이 로망이어요.
여자는 누가 있나? 특수 공작원 소머즈?ㅋㅋ

감은빛 2011-02-14 13:26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아마도!
정말 절실했다면 이 글을 썼을 시간에 절권도를 연마하고 있었겠죠. ^^

순오기 2011-02-15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지켜본(혹은 살아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무엇이 없어서 뭔가를 못하는 사람은~ 무엇이 갖춰져도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ㅋㅋ 그 누군가는 나를 포함해 남편과 우리애들과 주변인들이 포함된다는 고백을 부르지만~ ^^
감은빛님은 애들을 잘 돌보니까 무엇이 없어도 충분히 잘 하실거 같아요. 홧팅~

잘잘라 2011-02-12 14:42   좋아요 0 | URL
진리!!!


그러나, '결혼'이라는 두글자를 단순한 오타로 봐 넘기지 못하는 이 쏠로의 심정은 참 쓰라립니다. ㅋㅋ

감은빛 2011-02-14 13:31   좋아요 0 | URL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조건에 상관없이 노력하게 된다는 말을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누군가가 자주하곤 했습니다.
그렇겠죠. 지금은 이거 때문에 못해!라고 하는 사람은
나중에는 또 다른 조건 때문에 못한다고 말할겁니다.
저도 딱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

포핀스님! 오타 하나로 그렇게 맘아파하시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근데 '결혼'에 이르렀어요.
이 문장 오타치고 너무 잘 어울려서 재밌네요. ^^

순오기 2011-02-15 03:24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을 보기 전에, 오타를 먼저 봐서 수정했는데 어쩌죠?^^
메리포핀스님은 쓰라리고, 감은빛님은 즐거웠고~~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2-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신랑이랑 탁구 한판 했는데,
감기약 먹고 헤롱대는데다 실력의 차이로 보기좋게 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운동되네요.

로망이라... 로맨스의 의미도 있지만, 목표, 이상향 이런 뜻으로도 쓰이는거 같아요.
제 로망은.......... 전세계 여행입니다, 가끔은 뚜벅이로, 가끔은 럭셔리하게. 그렇게요.

감은빛 2011-02-14 13:34   좋아요 0 | URL
세계여행은 저도 언젠가 갖고 있던 꿈이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만이라도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집에서 부부간에 탁구도 치고, 좋은 모습이네요.
저희는 그런거 하면 오히려 안될 것 같아요.
둘 다 승부욕이 엄청 강해서, 오히려 사이가 나빠질 듯!

따라쟁이 2011-02-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남자의 로마을 무시하지마>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복싱은 배우기 시작만 하시면 그 다음은 저절로 흐릅니다. 저도 배우기 시작했을 뿐이데, 간혹은 하게 되네요 ^-^

감은빛 2011-02-15 12:49   좋아요 0 | URL
와! 멋지세요! 복싱을 배우셨다니!
저절로 흐른다는 표현이 신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