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늘 공간에 글이 없는 날
자주 쓴 내용이지만, 어쩌다 북플을 열면 꼭 지난 오늘 메뉴를 열어본다. 과거 오늘 내가 뭘 썼을까 궁금하기 때문에. 많을 때에는 대여섯개 있고, 적을 때는 오늘처럼 없다. 과거 11월 마지막날은 언제나 바빴나보다. 알라딘 서재를 거의 20년 했을텐데, 글을 한번도 안 썼다. 물론 1년 중에 그런 날이 좀 있을 것이다. 내가 북플에 매일 들어와보는 것도 아니니,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끔 들어온 날 중에도 몇번 봤었다. 지난 오늘 공간이 오늘처럼 비어있는 날들.
그래서 내년 오늘 북플을 열어볼 나를 위해 자판을 두드려보기로 했다. 요즘 내 상태가 좀 아니 많이 바닥을 찍고 있어서 사실 뭔가 쓸 거리가 별로 없는데, 그냥 생각이 움직이는 대로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보자.
미래의 나에게
우리는 3차원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1차원과 2차원 그리고 3차원까지는 인지 아니 인식이라고 해야할까? 암튼 그냥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은 알 수 없다. 많이 궁금했다. 4차원을 산다는 건 어떤 방식일까? 누군가 고차원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전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가고, 과거에서 미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고차원에서는 시간의 축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다. 아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어떻게 시간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 글을 열어볼 나를 생각해본다. 내년 오늘이거나, 아니면 내후년 오늘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해 오늘이거나. 혹시 오늘 쓴 글의 어떤 내용이나 키워드 때문에 검색으로 찾아서 열어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시간이 많은 어느 날 작정하고 특정 기간의 글들을 쭉 일어보다가 열어볼 수도 있겠지. 그게 언제일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 오늘처럼 끝 모를 바닥에 쳐박혀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비록 나는 몸도 마음도 어떤 측면으로 봐도 밑바닥에 추락해 위가 보이지 않지만 괜찮다. 또 다시 괜찮아지고 또 잘 살아지고 또 언젠가는 다시 행복해지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
고차원의 어떤 세계를 살아가는 어떤 존재가 아닌 수많은 과거를 안고 미래를 향해가는 우리 인간은 끝없이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희망한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 희망을 조금씩 조금씩 줄였다. 계속 줄였더니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희망이란 것이 그렇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그냥 희망도 절망도 없이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언젠가의 나는 그럴수 있을까?
배려하는 사람
최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다. 평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인 사람들. 일부러 배려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 행동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그냥 주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듣는 것이 좋고, 만약 그 사람이 내게 뭔가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면,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반성한다. 나 자신은 왜 늘 저러지 못할까? 나는 왜 모나게 생겨먹어서 남에게 상처주는 일만 잘 할뿐, 왜 남들을 배려하고 도와주지 못할까? 나도 존재만으로 좋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해야 하겠지. 뭐든 처음부터 그렇게 되는 일은 없으니.
11월은 좀 끔찍한 달이었다. 뭐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꼬이고 망하고 무너질 수 있을까? 12월이 되면 뭔가 좀 바뀔까? 그냥 하루가 더 지날 뿐인데 우리는 숫자를 달리 붙여서 새로운 달이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렇게라도 이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른 오늘이 지나가고 내일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라야겠다.
달이 바뀌는 것이 내게 어떤 주술이나 마법처럼 다른 계기를 만들어 주길. 새로운 시작이라는 인식이 더 활기차게,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나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언젠가 이 글을 열어볼 미래의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의 간절함이 전해지기를. 그런 마음으로 또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