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빌가의 테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2
토머스 하디 지음, 유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였다. 내 공책에는 과목명이 없었다. 대신 ‘샬롯테’, ‘알리사’, ‘엘리자베스’, ‘안나’, ‘제인’, ‘테스’ 등의 여자 이름이 적혀있었다. 감명 깊게 읽었던 문학작품의 여주인공들 이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 속에서 그들과 사랑에 빠져보기도 했고, 그런 사랑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공책에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어린 마음에 ‘나 이만큼이나 읽었어!’라는 허영심도 분명히 있었다. 친구들은 물론 매우 재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몇몇 책들은 매우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지만, 어떤 책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그냥 억지로 읽거나, 아예 읽다 말고 그만둔 책들도 있었다. ‘테스’의 경우는 어땠을까? 대략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서, 분명히 다 읽긴 했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았다거나 하는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읽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한건 테스라는 매력적인 여성에게 한동안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춘기 시절 나는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주위 여고생들보다는 이런 문학작품 나온 여주인공들에게 더 빠져들곤 했다. 특히 테스의 아름답고 풋풋한 시골처녀의 이미지는 한창 혈기왕성한 소년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여, 황홀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누군가 물으면 ‘좁은 문’에 나오는 ‘알리사’가 이상형이라고 말하고, 제롬과 알리사처럼 서로를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속으로는 늘 테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더버빌가의 테스’에서 주인공 테스와 그 마을 사람들은 사투리를 쓴다. 번역자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일부러 사투리로 번역을 했다고 한다. 처음 읽을 때에는 사투리가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사투리여서 더더욱 그랬다.(나는 처음에 전북지역 사투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충청도 사투리라고 알려주셨다.) 읽다보니 어느새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더 이상 어색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나중에는 번역자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사투리의 억양을 떠올리려 애쓰며, 사투리를 소리 내어 읽어보았더니, 색다른 재미와 읽는 맛이 있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만약 <좁은 문>을 사투리로 번역한다면 어떨까? 알리사의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만약 알리사가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이다. 만약 <오만과 편견>의 이지적인 느낌의 엘리자베스가 강원도 사투리를 쓴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냥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때쯤, 나는 테스의 사투리를 따라 읽다가 문득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각났다. 비록 사용하는 사투리는 완전히 다르지만, 어쩐지 점순이와 테스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제 ‘동백꽃’을 다시 한 번 찾아 읽으며 점순이와 테스가 왜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지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지러 책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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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스는 여자보다는 남자분들이 더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전 테스 읽고, 정말 싫었거든요. 아 멍청해 이러면서요.
저만 그런지 몰라도, 같은 여자로서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어요. 아하하.

감은빛 2011-06-23 12:17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제가 좋아한 테스는 그런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아름답고 순박한 시골 처녀의 모습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6-2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에(저 고딩 때)예총회관에서 안옥희라는 분이 테스에 대해서 열강하는 걸 듣고 한때 테스에 심취했었어요.
테스, 남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들이 좋아하기 힘든 캐릭터죠~^^

감은빛 2011-06-23 12:19   좋아요 0 | URL
예총회관이란 단어를 들으니 진짜 옛날 일일 거 같은데요. ^^
네, 여성들은 좋아하기 어려울 거라는 거 동감입니다.
요 위에 마녀고양이님께 답글로도 썼지만,
제가 좋아한 테스는 아름답고 순박한 시골 처녀의 모습입니다.

루쉰P 2011-06-2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여 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빠졌죠. 왠지 문학 속의 여성을 사랑하는 습관은 저랑 통하시는 듯...^^
흠...그러나 저러나 감은빛님의 말씀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사랑해야 될텐데 말이죠. -.-

감은빛 2011-06-23 12:26   좋아요 0 | URL
<전쟁과 평화>는 아직 못 읽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많을 때 붙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럼요. 문학이나 영화, 음악을 통한 사랑은 현실의 사랑과는 다르죠.
잘 찾아보면, 분명히 좋은 분을 만나실 겁니다.
힘내세요! ^^
 
거인을 바라보다 -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 지음, 황근하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내기, 내기, 서울내기~♫ 새침때기, 다마네기~♫ 맛 좋은 고래괴기(고기)~♫’

아버지께서 어린 손녀와 장난을 치시다가, 새침때기 서울내기를 놀리는 노래를 불렀다. 서울내기인 우리 큰 딸은 금새 삐져서 울먹거렸고, 아버지는 다시 손녀를 달랬다. 나는 이 노래를 직접 불러본 적은 없지만, 어려서부터 여러번 들었던 노래다. 들을 때마다 궁금했던 건데, 왜 하필 고래고기가 나오는 걸까? 아버지께 여쭤봤는데, 돌아온 답은 ‘고래고기가 그만큼 맛있기 때문’이란다. 글쎄 서울내기와 고래가 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흰긴수염고래’라는 걸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몸 길이가 무려 30미터에 달하고, 몸무게가 150톤이나 된다는 이 거대한 생명체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별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린 내가 구할 수 있는 어떤 경로(책, 친구, 선생님, 부모님 등)로도 흰긴수염고래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결국 그냥 기억에서 잊혀졌다.

흰긴수염고래에 대한 관심은 인터넷 덕분에 다시 떠올랐다. 당시 어느 문학 동호회에 가입하라는 선배의 강요에 따라 동호회에서 사용할 필명을 짓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별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웬만한 단어는 대부분 기존 회원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가 ‘흰긴수염고래’였다. 어린 시절 경외감을 갖고 상상하곤 했던 그 거대한 생명체를 다시 떠올린 것이다. 당장 필명을 그것으로 정하고, 누군가 물어볼 때를 대비하여 좀 더 자세한 정보를 검색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금 더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흰긴수염고래라는 필명은 이후 웬만한 온라인 카페 등에 가입할 때마다 사용했는데, 주위 사람들은 ‘술고래’라고 바꿔 부르곤 했다. 나중에는 흰긴수염고래가 발음하기가 쉽지 않고, 또 술고래라고 불러대는 녀석들이 귀찮아서 다른 필명으로 바꿔 쓰게 되었고, 또다시 기억에서 잊혀졌다.

다시 흰긴수염고래를 만나게 된 건, 이 책을 통해서다. 캘리포니아 만에 사는 흰긴수염고래들을 20년 동안 관찰해온 다이앤이란 연구자는 고래 한 마리 한 마리에 이름을 붙여서, 누군지 다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만든 사진식별 카탈로그를 갖고 있었다. 주로 등지느러미의 색깔과 모양(뭉툭한 것, 굽은 것, 삼각형 등)에 따라 분류되어 있다고 했다. 다이앤은 캘리포니아 만 근처에서 만나왔던 30여 마리의 고래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고래로 ‘250’이란 이름을 붙인 암컷에 대해 얘기했다. 250을 처음 발견했을 때, 데리고 있었던 새끼 ‘니냐’(소녀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그 새끼는 수컷이었음)를 데리고 있었던 얘기와 2년 후에 다시 두 번째 새끼인 ‘핀타’를 데리고 온 이야기. 그리고 나중에 세 번째 새끼를 보았을 때 ‘산타 마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나 신시아 모스의 코끼리 연구처럼 다이앤은 ‘친밀성’을 바탕으로 고래 연구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캘리포니아 만을 거쳐 가는 수많은 고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사실은 그들 고래를 쫓는 고래 연구자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고래의 삶과 고래 연구자들의 삶을 모성의 관점에서 풀어놓는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되는 저자의 딸 ‘에스메’의 잠든 얼굴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저자는 우리가 잘 몰랐던 고래의 삶에 대해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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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2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서울내기=새침떼기에 '좀'민감해요,ㅋ~.

제가 요즘 어머니 병간호를 하는데...병실 환자랑 보호자들이 전부다 절 보고 서울 깍쟁이라고 해대는 통에 말이죠~

흰긴수염고래님~
이 책, 완전 시원해 보이는 걸요~

감은빛 2011-06-22 02:48   좋아요 0 | URL
흠 민감한 시기에 노래까지 불러서 죄송합니다! 꾸벅!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셨을지 조금 궁금한데요. ^^

표지가 참 시원하죠?
표지만 보고, 속에 멋진 사진일 많을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하지만 내용은 꽤나 좋았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6-20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흰긴고래수염보다 술고래가 더 연상이 잘 되는군요!

고래 참 이뻐요, 매끈하고 영리하고. 우리랑 다르게 진화하여 적응하고.
그런데 고래 고기 저는 맛 없더라구요. 제 친가가 대구인데,
거기서는 고래 고기를 굉장히 높게 쳐주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맛없는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별로. 음, 그래서
고래는 바다에 잘 살게 내버려두는 종으로 저는 정했답니다. 무분별한 남획, 슬프잖아요.

감은빛 2011-06-22 02:55   좋아요 0 | URL
아마도 술고래가 더 연상은 잘 되시겠죠? ^^
요즘은 체력이 딸려서 예전처럼 많이 마시지도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니 이젠 더이상 그렇게 불릴 일은 없을 듯 합니다.

저는 고래고기 맛있던데요.
기름이 좀 많아서 입맛에 안 맞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 고래고기는 부두 노동자들의 음식입니다.
하루 일당 받아서 노점에 앉거나 서서
따끈한 정종 한 잔에 고래고기 한점 집어 먹고 피로를 풀었죠.
서민 음식이었던 고래고기가 이제는 귀한 음식이 되어버렸죠.

물론 고래는 보호해야 할 대상입니다.
무분별한 남획은 당연히 안되죠!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정말 반성을 많이 해야 합니다!

루쉰P 2011-06-2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가 경외하는 대상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네요. 팬더? 라고 할까요. 눈에 멍이 든 모습이 어린 시절부터 아프겠다라는 생각이 지워지지를 않아서 그런 기억이 있어요. ^^
아참 필명하시니 궁금한 건데 감은빛은 무슨 뜻이죠?

감은빛 2011-06-23 12:14   좋아요 0 | URL
팬더는 경외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의 친구라고 할만큼 친근한 동물인 것 같은데요. ^^

감은빛이란 단어의 뜻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다음 국어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명사] 석탄의 빛깔과 같이 다소 밝고 짙은 빛.

부연하자면, 검은 색을 가르키는 순 우리말 중에 하나입니다.
광택이 나는 짙은 검은색입니다.

김용호 2014-03-0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마네기’, ‘고래고기’

아직도 제법 쓰는 말 중에는 ‘다마네기’(양파)가 있다. 일본어 사전에는 “タマネギ tamanegi[玉葱]”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일본 고유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렸을 적에 이 말을 서울에서 전학 온 여자애를 놀린 용어로 많이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내기 다마네기 맛좋은 고래고기’라고 운율을 넣어서 약을 올리며 놀린다. 요즈음의 가요로 따진다면 랩송에 가까운 것이다. 이 말이 왜 놀리는 뜻을 가지고 있는지, 왜 ‘다마네기’며 그 바로 뒤에 뜬금없이 고래고기가 왜 나오는지, 왜 저속어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오랫동안 궁금하였다.



서울내기의 ‘내기’는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 지역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며, ‘출(出)’의 의미이다. 순전히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 양파는 껍질을 벗겨도 자꾸 순백색의 껍질이 나오는 채소다. 급하고 명쾌한 경상도 성격에 비하여 속내를 잘 나타내지 않는 서울사람들의 특징을 빗대서 나타낸 것으로 본다.

그 다음이 바로 ‘맛좋은 고래고기’인데, 이 부분이 수상하다. ‘내기’와 ‘네기’로 대구(對句)를 맞추어 시작을 하였는데, 느닷없는 ‘맛’타령이다. 고래고기는 맛이 있다고 치자. 왜 하필 다마네기 다음에 ‘맛’타령 일까? 이 부분이 욕으로 간주되며, 저속어 취급을 받는 주된 요인으로 생각한다.

아니면, 고래고기는 다양한 부위에 따라 각각의 맛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카멜레온 같은 종잡기 어려운 서울 여자애의 성향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겠다.

김용호 저 <풀어보고 엮어보는 거제방언 사투리 > 한국문화사 중에서
 

하나. 오빠 돈 없다. 

취한 걸음이었다. 갈 지()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해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이 그리웠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램이 현실이 되었다. 그것은 기적이었을까. 누군가가 내 팔은 감으며 달라붙었다.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오빠, 관심있어?'하고 물어왔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인적이 드문 길이었지만 그래도 차가 다니는 도로 곁이었다. 어디 용산이나 청량리 같은 곳도 당연히 아니었고,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팔을 감은 여성의 몇 발짝 뒤에 남자 하나가 무언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취한 머리가 잘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분명 저 남자와 이 여성이 나에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했다.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여자는 다시 물었다. '오빠, 우리 저기 가서 한잔 할까? 오빠가 사줄거지?'라고 물었다. 나는 최대한 기분나쁜 웃음을 보여주고, 팔을 빼냈다. '오빠 너한테 관심없다. 비켜라!' 그러자 여자는 애교섞인 웃음을 던지며 다시 내 팔을 끌어안았다. '에이, 오빠 좋으면서, 왜그래? 한번 팅겨보는거야?' 나는 좀더 완강하게 팔을 빼내고 비틀 한 걸음을 내딛으며 '오빠 지금 취해서 너랑 놀 정신이 아니니까, 그만 비켜라'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여자도 더 상대할 마음이 사라졌는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뭐야, 마음은 있는 거 같은데, 왜 망설여? 술 한잔 사달라니까.' 라고 비교적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비틀비틀 걸으며 왼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려 흔들어주고 한마디 덧붙였다. '오빠 돈 없다!' 

둘. 책을 읽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욕심이 지나쳤다. 한꺼번에 책 7권을 붙들고 있다. 하나라도 다 읽어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이거 조금 읽다가, 또 저거 조금 읽다가 하려니까 진도가 더 안나가는 것 같다. 하필 이번주 금요일과 다음주 월요일에 각각 독서모임이 잡히다니. 한 달에 두 개의 독서모임을 나가는 건 역시 너무 무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처럼 일주일이 술, 육아, 술, 술, 육아 이렇게 반복되는 날이면 더더욱 책읽을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최근에 스마트 폰으로 바꾼 후로는 지하철에서도 책을 안읽고, 메일 확인을 하거나,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며 책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단 다른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  

 

 표지가 참 예쁘다!   
 어릴 때부터 고래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매료되곤 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고래의 삶에 대해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포근한 문체로 조근조근 알려준다.
 좋다!
 저 바다속 깊은 곳에 사는 신비한 세계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좋다!

 

 

 
 테스를 읽었던 게 언제쯤이었던가.
 문고판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통해서였을텐데,
 아마 중학생때였을까.
 좀 묘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가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놀랐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테스라니!
 뭔가 안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또 나름의 맛이 있는 것 같다.
  

 

     

 오강남 선생의 <세계종교 둘러보기>를 읽다 말고,
 방치해두고 있었다.
 종교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다가, 자연스럽게 옮겨왔는데, 
 읽는 도중에 갑자기 관심사가 다른 주제로 바뀌는 바람에
 한동안 눈길을 주지 못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탓에(주위에서는 빨갱이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 아주 어릴때부터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종교라는 단어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워낙 주위 분들의 평이 좋아서 선택했다.
 이 책과 함께 <세계종교 둘러보기>도 얼른 마저 읽어야겠다.  

 

 책읽기 모임에서 선택한 책.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치, 사회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여겼다.
 
 돈이라는 존재를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좀 더 잘 알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또 다른 책읽기 모임에서 선택한 책.
 처음에 책을 선택할 때는 몰랐는데,
 좀 살펴보니, 예전에 주욱 훑어보고 내려놓았던 책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들의 모음집이다. 
 이른바 '지구 입양 프로젝트'라는 것인데,
 무려 180여개의 아이디어를 모아놓았다.
 어떤 것은 흥미롭고, 
 또 어떤 것은 그냥 그렇다.
 한번에 다 읽자니 조금 귀찮아서,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고 있다.  

 

  

 전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을 생각하면,
 정말 저런 쓰레기 같은 자식과 같은 땅에 살고 있다는게
 치가 떨리도록 싫다!
 강풀의 <26년>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는 '나쁜'생각을 하곤 했다.
 29만원을 생각하면 나는 늘 '시공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리브로'가 생각난다. 
 인터넷서점은 지금 '대교'로 넘어갔지만,
 대형서점으로서는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절대 '시공사'책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시공사는 나날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이 책은 읽으며 다시 한번 분노를 불태워야겠다.

  

 <희망을 찾는가>, <그라민 은행이야기>에서 자연스레 넘어온 책.
 책이름은 '착한 돈'이고, 출판사 이름은 '착한 책가게'라니,
 왠지 꼭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을 쓴 '다나카 유'가 썼다.
 위에 소개한 <돈의 인문학>과 함께 읽고 있다.
 이번 달에는 돈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보게 될 것 같다. 

 

 

  

 

 

주욱 나열해놓고 보니, 참 많다! 어쩌자고 저 책들을 한꺼번에 읽겠다고 덤벼든 건지.
넋두리는 그만! 어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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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1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청돈데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번역자가 충청도가 고향이시랍니다.
알지님도 전라도라고 하는 걸 보면 두 분 다 서울분인 것 같습니다.
실은 나도 서울인데...ㅋ

감은빛 2011-06-17 10:18   좋아요 0 | URL
앗! 충청도였군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저는 서울 아니고 갱상돈데요. ^^

무해한모리군 2011-06-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거인을 바라보다는 너무 예뻐요.

저도 네권을 한꺼번에 읽고 있어요 이 페이퍼가 왠지 위안이 되네요 ㅋㄷㅋㄷ

감은빛 2011-06-17 10:19   좋아요 0 | URL
모리님께 위안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표지가 참 예쁜데, 책 안에 사진이 거의 없어서 좀 아쉽죠.
표지만큼의 사진이 여럿 있었다면, 훨씬 더 대박이었을텐데요.


무해한모리군 2011-06-17 12:42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책안에는 사진이 거의 없군요...
정말 아쉽네요.

마녀고양이 2011-06-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술 마니 드시는군요?
사람도 많이 만나시나봐요. 거기다 독서 모임도 두개나.
부럽기도 하고, 힘들겠다 어떻게 저걸 다 하시지 싶기도 하고.

천천히, 하늘 보고, 바다 보고, 별 보고, 우주 보고... 그렇게 하고픈 한낮입니다.
음, 오빠, 돈 없으셨어요? 홍홍.

감은빛 2011-06-17 10:21   좋아요 0 | URL
네, 술도 많이 마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예전에 시민운동단체에 있을때에도 그렇고,
지금 하고 있는 영업일도 그렇고,
술도 많이 마셔야 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는 일이더라구요.

하고 싶은 건 참 많은데,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늘 느낍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흠흠 저 요즘 돈이 좀 없어요! ㅠ.ㅠ

아이리시스 2011-06-1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 돈 없다]는 꿈얘기 같아요. 씁쓸하면서 우스운. 마음이 쟁하고 내려앉는 장면이예요. 저는 [그라민 은행 이야기]랑 [굿머니]를 찜할 겁니다. 감은빛님 서재에서 저는 늘 제가 못보는 책을 찜해요. 그런데 책읽기 모임 두 개는 너무 벅찰 것 같아요. 항상 바쁘신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가 봐요.^^

감은빛 2011-06-17 10:25   좋아요 0 | URL
꿈이었다면 오히려 더 좋았겠다 싶어요.
사실 당시에는 취해서 잘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칫 잘못했으면 그 남녀 한쌍에게 무슨 짓을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책읽기 모임이 두 개가 된 건 한달 전부터입니다.
제가 늘 바쁜 이유는 조기 위에 글에도 써놓았지만,
술, 육아, 술, 술, 육아 이렇게 무한 반복되는
일상때문입니다.

아이리시스님께 좋은 책을 소개해드려서 저도 기쁘네요! ^^

양철나무꾼 2011-06-2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감은빛님은 소설을 쓰셔야 합니다.
뒷 얘기가 엄청 궁금하다니까요~^^

요번엔, 오강남 님 것만 가지고 있네요~

감은빛 2011-06-23 12:09   좋아요 0 | URL
늘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요번에는 하나 밖에 안 겹쳤군요. ^^

루쉰P 2011-06-2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사 책 저도 절대 안 사요. ^^ 완전 불매죠. 아무리 좋은 책이 출판됐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흠..양철댁님 의견에 찬성의 한 표를 던집니다.

전 돈도 없고, 미모도 없어요. 크흑...

감은빛 2011-06-23 12:1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시공사 책은 절대 사지 말아야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 책은 제법 좋은 책이 많아서, 안타깝긴 합니다.

돈도, 미모도 없을지 몰라도, 루쉰님은 충분히 멋진 분입니다! ^^
 

배가 고프다. 삼일째 굶고 있다. 아니 삼일동안 죽 한 그릇과 밥 반그릇을 넘겼으니, 엄밀히 말하면 굶은 건 아닌건가? 언젠가 새로나온 매뉴라서 궁금해서 시켰던 '특매운짜장면'을 먹고 속에 탈이나서 삼일을 굶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배탈이 났다. 토요일 저녁에 뭔가를 잘 못 먹었는지 배탈이 났다. 월요일인 어제는 일터에서 꽤 중요한 날이었는데, 도저히 나갈 수가 없어서 하루를 쉬었다. 오늘 아침에도 마음 같아서는 하루만 더 쉬고 싶었지만, 억지로 몸을 움직여 출근 준비를 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살이 쏙 빠졌다.(근데 왜 뱃살은 큰 변화가 없는 걸까나?) 속이 비어서 그런건지, 온 몸에 힘이 없고, 정신이 멍하다.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려서 출근을 하고, 급한 일을 처리하고, 동료들이 밥을 먹으러 나간 동안 혼자 사무실을 지켰다. 배는 고프지만, 도저히 밥을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생각해보니, 포크레인에 쇠사슬로 몸을 묶어서 자물쇠를 채워버린다던가. 중장비 밑에 기어들어가서 버틴다던가 등등 과격한 투쟁은 몇 번 해봤으나, 단식투쟁은 한번도 못해봤다. 나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단식을 하면서 싸우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가끔 단식투쟁에 들어간 선배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아무리 주위에서 등을 떠밀어도 단식은 하지 말아야지 했던 생각이 난다. 

동료들이 밥을 먹고 돌아와서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누군가는 외근을 나가고, 누군가는 졸기 시작했다. 나도 졸린다. 새벽에 3번이나 깨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속이 비어서 잠도 안온다. 속이 비어서 머리가 멍하다.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 일하는 척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평소 못읽었던 글을 읽는다. 뭐라고 댓글도 남겨본다. 과연 이 글에 어울리는 말을 남기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언젠가 어느 선배가 말했다.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은 딱 단식만 해야한다. 그 사람이 전략에 관여하고 협상테이블까지 앉으려고 하면 안된다. 단식을 하면 아무래도 생각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주 중요한 국면에서 단식에 들어간 선배가 전략에 관여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그때의 전략이 과연 옳았는지,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다른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멍한 머리로, 자꾸만 오타를 내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밥을 끓여서 한 그릇을 목으로 넘기고,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가 자고 싶다. 그때까지 일하는 척 하기 위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걸까? 뭐 그렇다고 해두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며칠째 매달렸던 일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전화였다. 예전에 한번 컨택했다가 잘 진행이 안되었던 곳이었는데, 오늘 한번 더 메일을 보내서 조금 양보한 조건을 제시했었다. 상대방은 전화로 거기서 조금만 더 양보하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이미 많이 양보한 조건이었는데, 더 양보하기는 곤란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상당히 곤란해지는데, 자칫 고집을 부리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양보하면 그것도 곤란한 상황인데...... 머리가 멍했지만 열심히 입을 놀렸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후에 상대방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구체적인 사항은 만나서 얘기하고, 일단 거래를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아, 오늘은 몸도 안좋고, 머리도 멍해서 왠만하면 중요한 일은 미루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중요한 거래를 하나 성사시켰다. 덕분에 한동안 일 안하고 딴짓 했던 것도 하나도 안 미안해도 되겠다. 오늘 밥값은 충분히 했다. 그럼 맘놓고 좀 더 딴짓을 해볼까나~~~~!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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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탈이 나신데다가 일까지 하시다니..이중고가 겹치셨네요. 저도 예전에 장염으로 입으로는 먹고 밑으로는 바로 내려버리는 일을 당한 적이 있는데 거의 기절할 뻔 했어요. ^^ 이럴 때는 쉬시는 것이 제일입니다.
과격한 투쟁도 여러 번 하셨군요. ^^ 근데 단식 투쟁이라니 거기까지는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된다고 봅니다. 힘 내시고 오늘 푹 좀 쉬세요.

감은빛 2011-06-15 18:17   좋아요 0 | URL
결국 퇴근 시간을 넘겨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 밥먹이면서 밥을 먹었어요.
어제 낮까지 굶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저녁에는 한결 낫더라구요.

오늘 아침엔 완전히 나은 것 같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거 좋아하는 사람에게 체하거나 탈이 나는건 엄청난 고문인데요... 어서 완쾌하세요~
몸도 안 좋으신데 일을 성사시키셨다니... 그냥 몇일 푹 쉬셨음 좋겠네요 ㅎㅎ

감은빛 2011-06-15 18:19   좋아요 0 | URL
한창 바쁠때라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며칠 안에 중요한 거래 세 건을 더 성사시켜야 합니다.

현맘님께서 마음써주셔서 다 나았습니다.
고맙습니다!

blanca 2011-06-1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탈이 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저도 지난 주 아이스 커피를 많이 마셨다가 고생 좀 했답니다. 배가 너무 아파서 순간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아무쪼록 빨리 회복하셔서 맛난 것 맘껏 드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1-06-15 18:20   좋아요 0 | URL
저도 얼음이 가득한 수정과를 거푸 몇 잔 들이켰는데,
그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사흘간 정말 힘들었습니다!

블랑카님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이제 맛난거 먹을 일만 남았네요. ^^

양철나무꾼 2011-06-1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하시더니, 요번엔 배탈이...
어여, 쾌차하세요~

단잠 주무시고 계실까요?
난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오던데...^^

감은빛 2011-06-15 18:22   좋아요 0 | URL
네,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

어제 저녁을 조심해서 꼭꼭 씹어먹고,
아이들과 조금 놀아주다가 곯아 떨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한결 몸이 가뿐하네요!


마녀고양이 2011-06-1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요즘 자주 아프신데요.
기억에 허리인가도 아프셨고 쥐도 난다 하시고 배탈에....
스트레스 받고 계신거 아니신가요? 몸이 먼저
나 변하고 싶어 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거 아닐까 걱정되네요. ㅠㅠ

하기사 감은빛님의 많은 관심을 본다면, 그렇겠다고 생각도 들구요..
항상 감사한 마음도 들구요... 여하간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1-06-16 10:39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올해 초에 꽤 오랫동안 골반과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었죠.
스트레스는 늘 받고 살고 있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별로 없어서,
늘 술로 달래고 있구요.
그래서 몸을 잘 못 챙기고 살고 있네요.

지금부터라도 내 몸도 좀 신경쓰고 살아야겠네요.
마음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나. 너 사람 차별하니? 

아내가 머리를 짧게 잘랐다. 맨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땐 참 귀여웠는데....(지금은? 어라~ 나도 모르게 한숨이......) 지난 주 내가 갑자기 머리를 짧게 자른 덕분에 둘째 녀석이 아빠를 못 알아보고 한참을 울었는데, 이번에 엄마의 머리 스타일이 확 변했는데,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결론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엄마를 열심히 찾으며, 웃고 좋아라 하고 놀았다. 

요 쪼그만 녀석이, 너 벌써 사람 차별하니? 그러면 안되는거야! 괜히 나만 억울한 마음이 든다. 

둘. 등록금과 촛불 

요즘 가장 이슈는 등록금 반값 투쟁인 것 같다. 여전히 진행중인 4대강 사업이나,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문제나,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이제 조금씩 잊혀져가는 느낌이다. 다행히 이틀쯤 전에 홍대 두리반은 합의서를 체결했다. 제2의 용산이라 불리던 두리반이 그래도 괜찮은 조건으로 합의를 봤다고 들었다. 이를 선례로 삼아 앞으로도 철거문제에서 좀 더 바람직한 사례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암튼 꽤 오랫동안 영향력이 없던 학생운동이 이제 다시 불이 붙는 듯한 느낌이다. 기왕 불을 지폈으니, 좀 더 활활 타올라서, 반값 등록금 꼭 쟁취하기를 바라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생각인다. 오늘은 6. 10항쟁 기념일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혼자 참여하기는 좀 쑥쓰러우니까 누군가를 불러내야겠다. 

참, 돌베게에서 <분노하라>가 출간되었다. 작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레지스탕스 출신의 90대 저자가 쓴 소책자이다. 그때 프랑스가 참 부러웠다. 저런 책이 저렇게 많이 팔리는구나! 우리나라에는 저런 책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번역되어 나왔다니 반갑다. 알라딘에서는 댓글달기 이벤트도 하는 모양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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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샀어요. ^^ 분노의 댓글도 달았구요. 항상 분노할 것은 너무 많은데 참여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해요. 촛불집회에 가시나 봐요. ^^ 정말 그곳에서 감은빛님의 멋진 활동을 기대하고 있을께요.
홍대 두리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한 번 알아봐야 겠네요. ^^

감은빛 2011-06-14 11:50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밀린 책들 어느정도 읽고나서, 구매예정입니다.
금요일 촛불집회에 오랫만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더라구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루쉰P 2011-06-14 16:32   좋아요 0 | URL
아! 다녀오셨군요. '분노하라'는 책의 저자가 하는 말대로 행동하시는 감은빛님의 모습에 감동해요. ^^ 전 정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감은빛 2011-06-15 18:15   좋아요 0 | URL
겨우 촛불집회 참여한 걸 갖고 그러시면 어떡해요?
저야말로 부끄럽네요.
루쉰님도 나름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