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오빠 돈 없다.
취한 걸음이었다. 갈 지(之)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해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이 그리웠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램이 현실이 되었다. 그것은 기적이었을까. 누군가가 내 팔은 감으며 달라붙었다.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오빠, 관심있어?'하고 물어왔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인적이 드문 길이었지만 그래도 차가 다니는 도로 곁이었다. 어디 용산이나 청량리 같은 곳도 당연히 아니었고,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팔을 감은 여성의 몇 발짝 뒤에 남자 하나가 무언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취한 머리가 잘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분명 저 남자와 이 여성이 나에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했다.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여자는 다시 물었다. '오빠, 우리 저기 가서 한잔 할까? 오빠가 사줄거지?'라고 물었다. 나는 최대한 기분나쁜 웃음을 보여주고, 팔을 빼냈다. '오빠 너한테 관심없다. 비켜라!' 그러자 여자는 애교섞인 웃음을 던지며 다시 내 팔을 끌어안았다. '에이, 오빠 좋으면서, 왜그래? 한번 팅겨보는거야?' 나는 좀더 완강하게 팔을 빼내고 비틀 한 걸음을 내딛으며 '오빠 지금 취해서 너랑 놀 정신이 아니니까, 그만 비켜라'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여자도 더 상대할 마음이 사라졌는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뭐야, 마음은 있는 거 같은데, 왜 망설여? 술 한잔 사달라니까.' 라고 비교적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비틀비틀 걸으며 왼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려 흔들어주고 한마디 덧붙였다. '오빠 돈 없다!'
둘. 책을 읽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욕심이 지나쳤다. 한꺼번에 책 7권을 붙들고 있다. 하나라도 다 읽어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이거 조금 읽다가, 또 저거 조금 읽다가 하려니까 진도가 더 안나가는 것 같다. 하필 이번주 금요일과 다음주 월요일에 각각 독서모임이 잡히다니. 한 달에 두 개의 독서모임을 나가는 건 역시 너무 무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처럼 일주일이 술, 육아, 술, 술, 육아 이렇게 반복되는 날이면 더더욱 책읽을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최근에 스마트 폰으로 바꾼 후로는 지하철에서도 책을 안읽고, 메일 확인을 하거나,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며 책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단 다른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
표지가 참 예쁘다!
어릴 때부터 고래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매료되곤 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고래의 삶에 대해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포근한 문체로 조근조근 알려준다.
좋다!
저 바다속 깊은 곳에 사는 신비한 세계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좋다!
테스를 읽었던 게 언제쯤이었던가.
문고판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통해서였을텐데,
아마 중학생때였을까.
좀 묘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가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놀랐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테스라니!
뭔가 안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또 나름의 맛이 있는 것 같다.
오강남 선생의 <세계종교 둘러보기>를 읽다 말고,
방치해두고 있었다.
종교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다가, 자연스럽게 옮겨왔는데,
읽는 도중에 갑자기 관심사가 다른 주제로 바뀌는 바람에
한동안 눈길을 주지 못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탓에(주위에서는 빨갱이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 아주 어릴때부터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종교라는 단어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워낙 주위 분들의 평이 좋아서 선택했다.
이 책과 함께 <세계종교 둘러보기>도 얼른 마저 읽어야겠다.
책읽기 모임에서 선택한 책.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치, 사회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여겼다.
돈이라는 존재를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좀 더 잘 알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또 다른 책읽기 모임에서 선택한 책.
처음에 책을 선택할 때는 몰랐는데,
좀 살펴보니, 예전에 주욱 훑어보고 내려놓았던 책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들의 모음집이다.
이른바 '지구 입양 프로젝트'라는 것인데,
무려 180여개의 아이디어를 모아놓았다.
어떤 것은 흥미롭고,
또 어떤 것은 그냥 그렇다.
한번에 다 읽자니 조금 귀찮아서,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고 있다.
전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을 생각하면,
정말 저런 쓰레기 같은 자식과 같은 땅에 살고 있다는게
치가 떨리도록 싫다!
강풀의 <26년>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는 '나쁜'생각을 하곤 했다.
29만원을 생각하면 나는 늘 '시공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리브로'가 생각난다.
인터넷서점은 지금 '대교'로 넘어갔지만,
대형서점으로서는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절대 '시공사'책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시공사는 나날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이 책은 읽으며 다시 한번 분노를 불태워야겠다.
<희망을 찾는가>, <그라민 은행이야기>에서 자연스레 넘어온 책.
책이름은 '착한 돈'이고, 출판사 이름은 '착한 책가게'라니,
왠지 꼭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을 쓴 '다나카 유'가 썼다.
위에 소개한 <돈의 인문학>과 함께 읽고 있다.
이번 달에는 돈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보게 될 것 같다.
주욱 나열해놓고 보니, 참 많다! 어쩌자고 저 책들을 한꺼번에 읽겠다고 덤벼든 건지.
넋두리는 그만! 어서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