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의 ‘가장 사소한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순간 그 노래에 빠져들었다. 흔히 말하듯 완전 꽂혔다.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어제는 지하철에서 듣던 중, 노래에서 던지는 질문 ‘행복이란 뭘까?’를 두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행복이란 뭘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해’라고 느꼈던 때는 언제였을까? 나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질문이 이어졌다.

물음 하나. 지금 행복해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안한 건지, 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적당히 취해서 내가 부럽다고 말했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 데리고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좋냐? 뭐 이런 의미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거기에 나는 글쎄, 니가 결혼해서 자식새끼 낳고 한번 살아보라고 답했다.(여우 세마리와 함께 사는게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할거라는 말은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녀석은 결혼생활의 좋은 점들만 상상하는 것 같았다. 살다보면 늘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줘도 녀석은 이해하지 못했다. 직접 겪어봐야 이해할 것이다.

오래된 버릇 중에 하나인데, 취하면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즉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인 것 같다. 물론 술에 취했을 당시에 그런 생각에 빠져서, 내뱉은 말이다. 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늘 그렇듯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는데,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뭐 재밌는 일은 좀 없나? 난 왜 이렇게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누군가 진지하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럼, 행복하지!’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고, 질문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헤어진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리기는 어렵지만, 질문을 반대로 했을 경우에는 금방 답할 수 있다. 누군가 ‘지금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곧바로 ‘불행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물음 둘. 행복이란 뭘까?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그 물음에 답을 해보려고 한참을 생각해보는데, 생각의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다시 원래의 물음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과연 행복이란 뭘까? 행복했던 때는 어떤 때를 말하는 건가? 기분 좋았던 때? 즐거울 때? 먹고 살기 편했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때? 경제적 기준(물질적인 기준)으로 행복했을 때를 정의한다면 나는 평생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은 없다. 늘 가난하고 부족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그냥 머리로 생각한다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거나, 뭔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따진다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학 합격 표지판에 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라던가, 결혼식장을 무사히 나와서 신혼여행을 떠나는 순간이라던가, 원하는 일터에 면접을 보고 나서 합격했다는 안내전화를 받은 순간 등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이 물론 아주 기쁜 일이었고, 당시 아주 즐겁고, 만족스러웠겠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학 합격 발표가 있던 날은 혼자 먼 길을 가서, 운동장 한쪽 끝에 세워진 표지판을 눈 아프게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겨우 내 이름을 확인했다. 주위에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거나, 축하한다고 악수를 하고,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았지만, 나는 혼자 속으로 ‘붙었구나. 그럴 줄 알고 있었지만……. 내 이름 한번 보려고 괜히 먼 길을 왔다 갔다 하네.’ 라는 생각만 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기억만 남아있다.

그럼 나에게 행복이란 어떤 느낌과 감정일까? 뭔지 모를 묘한 설렘, 기대감, 관심을 갖고 있는 일 혹은 사람에 대한 기대와 좋은 감정을 갖게 되는 순간, 나는 ‘행복해’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내가 떠올리는 기억은 대부분 그런 때였다.

물음 셋.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가장’ 이란 수식어가 붙어서 대답하기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다시 물음을 바꿔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였나?’라고 묻는다면 한결 대답하기 편할 것 같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던 날이다. 첫인상도 좋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호감을 갖게 되었다. 점점 이 사람이 좋아지는 느낌. 앞으로 이 사람과 함께 대화하고, 무언가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감정. 그런 일을 상상하며 갖게 되는 묘한 설렘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사람도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좀 더 구체적인 일들을 상상하고 계획하면서 갖게 되는 기대감이 좋았다.

그 다음은 역시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갖게 되는 설렘의 순간일 것이다. 첫째 아이를 기다리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상상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는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최근 일이어서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첫째를 키워왔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둘째는 과연 어떻게 할까 상상하는 일이 무척 즐거웠다. 가령 첫째는 계란을 ‘기랑’이라고 발음했는데, 이때 랑의 'ㄹ' 발음이 독일어 'r' 발음처럼 들렸다. ‘ㄱ’ 과 ‘ㄹ’ 과 ‘ㅎ’ 의 중간 발음 같은 느낌. 역시 엄마를 닮아서 아기 때부터 독일어를 잘한다며 우리끼리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녀석은 과연 어떻게 발음할지 무척 기대했던 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떠올리다보면 역시 ‘행복’이란 단어는 ‘가족’이란 단어와 연결이 되는 구나 생각이 든다. 좀 더 어렸을 때로 되돌아가면 부모님과 동생과의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앞서 아직 총각이었던 친구 녀석의 부럽다는 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측면이 있다. 글쎄 어쨌거나 이건 남편이자 아버지의 입장에서 나온 기억이다. 다른 상황에서도 행복한 기억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가족이란 테두리에 얽매인 개인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삶이란 매우 복잡해서 하나의 측면으로만 정의내릴 수 없을 것이다. 행복이란 결국 경제나 권력 관계를 떠나서 자신이 만족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더 묻고 싶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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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우리는 행복 강박증에 걸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행복보다는 평온함과 만족을 가지고 싶습니다.
성향상 하두 자주 구덩이에 푹푹 빠져대서 말이죠. 그러나
가족이 나를 지탱해준다는 것에 절대절대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감은빛님.

감은빛 2011-07-12 12:56   좋아요 0 | URL
평온함과 만족이 마녀고양이님께는 행복의 상태인가요?
인생의 매 순간을 그저 이분법적으로,
행과 불행으로만 나눌수는 없겠지만,
그냥 문득 궁금해졌어요.
나는 어떤 때에 가장 좋은 기분을 느끼는가?
어떤 상태가 나에게는 행복인 걸까?

네, 덕분에 주말 잘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1-07-1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과 좀 동떨어진 얘기지만, 요즘 대학생들을 포함해서 행복한 사람이 과연 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편의점, 주유소, 커피숍, 빵집.. 모두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 천지던데. 얼굴에 웃음기란 없더라고요. 그래도 오랜만에 나간 번화가엔, 함께 하는 청춘들이 많아서 보기 좋더라고요.

행복. 그러고보니 제가 남 걱정할때가 아니긴 합니다. ^^

감은빛 2011-07-12 12:58   좋아요 0 | URL
길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표정하거나,
오히려 불행한 느낌이 들 때가 많죠.
문득 나조차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번화가에는 그래도 늘 청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군요.
저도 가끔 일 때문에 지나면서 바람결님과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

노이에자이트 2011-07-2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독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결혼의 어두운 면만 강조하는 이들도 있는데, 결혼생활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태도가 더 솔직한 것 같아요.그런 사람은 기혼의 친구가 "독신생활하는 네가 부럽다"고 하면 "너도 혼자 살아봐라"하고 말할 것 같군요.

감은빛 2011-07-25 13:15   좋아요 0 | URL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생활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때는 처자식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고,
또 어떤 때는 다 귀찮고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더라구요.
보통의 경우라면 노이에자이트님 말씀처럼 생각할 것 같아요.
 

긴 머리의 그녀가 물었다. ‘운동했나봐. 생각보다 몸이 탄탄하네!’ 살짝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고, 내 팔에 손을 갖다 대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닿기 직전의 짜릿한 감각이 나를 흥분시켰다. 손가락은 팔 근육을 따라 올라가다가, 어깨에서 멈췄다. 나도 모르게 팔과 어깨와 가슴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어깨에서 잠시 머물던 손가락이 살짝 떨어졌다가, 이번에는 손바닥 전체로 팔을 쓸어 내려갔다. 마치 경련이 일어나듯 나도 모르게 또 팔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긴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긴 그녀는 팔짱을 껴온다. 웃음소리가 멍한 머릿속에 울린다.

사람들이 내게 운동을 했냐고 물을 때,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인다. 내가 했던 운동은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생운동으로 시작해서 환경운동, 노동운동, 문화운동으로 이어져 온 사회변혁운동이다. 다른 하나는 몸을 만드는 운동을 말할 수 있는데, 내 경우에는 특별히 헬스클럽 같은 데를 다녔다거나, 무슨 하나의 운동종목을 꾸준히 했던 적은 없어서 딱히 내세울만한 게 없다. 그냥 어려서부터 싸움질을 많이 하고 자랐고,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을 가끔 생각날 때마다 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꽤 오랫동안 몸 만드는 운동을 안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내게 운동을 했냐고 묻는 경우는 대개 두 번째 경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잠시 망설인다. 혹시 그 질문이 소위 말하는 ‘운동권’ 이었냐고 묻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내는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이 사람 몸매 보고 결혼했는데, 속았어요.’ 그래 한때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몸매가 괜찮았던 때가 있었다. 결혼하고 이렇게 몸매가 망가질 거라고는 나도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몸은 정직하다. 운동을 안 하니 당연히 망가질 수밖에. 그래도 그런 말이 있잖은가.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던가. 한때 꽤 괜찮았던 몸매는 서서히 조금씩 망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얼핏 보기에는 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기도 하나보다. 아직도 여름이면 가끔 ‘운동했었냐?’는 질문을 받곤 하니까.

작년에 늦둥이까지는 아니지만, 첫째와 터울이 좀 있는 둘째를 낳기 전에, 아내가 꽤 충격적인 말을 했다. 아마 뭔가 맛있는 걸 잔뜩 먹고 배가 터질 듯이 불러있을 때였다. ‘니가 임신했냐?’는 말은 그냥 장난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때 나는 좀 충격을 받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거울을 보면서 나도 옛날 내 몸매가 그리워졌다.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그래 한번 돌아가 보자. 그렇지만 일터와 육아와 가사노동과 독서와 인간관계 등으로 바쁜 하루하루는 그 결심을 실행할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다. 잦은 음주 덕분에 오히려 배는 더 나오는 것 같았다. 다시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작년 겨울쯤이었을까.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 몸매 만들기 계획을 세웠다. 작심삼일. 다시 일상의 반복으로 결심은 흐지부지 되었고, 올해 2월 말경에 갑자기 골반과 허리 통증으로 인해 운동은커녕 걷는 것조차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절뚝절뚝 걷는 나를 보고 주위사람들은 한결같이 정형외과를 가보거나, 한의원을 가보라고 했지만, 나는 허리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과 유연성을 늘리기 위한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몸살림 운동에 다시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래는 그때 구매한 책들이다. 예전 같았으면 구매까지 할 만한 책은 아니었는데,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오니, 나로서도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사 읽었다.  

 

  무술과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책. 

  실용적인 측면의 도움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구매하기 전에 꼼꼼하게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평이 다 좋았는데, 

 정작 나는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림으로 자극받는 근육을 보니,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느끼는 것과는 달랐다.

  덕분에 상식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던 것들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헬스클럽처럼 어느정도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해야 도움을 받을 듯 하다.  

 나처럼 그냥 집에서 틈날 때마다 운동하는 사람에겐 

 조금 아쉬운 책이다. 

 그래도 운동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동작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골반 통증은 나을 것 같다가도 다시 심해지곤 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어도 완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영영 다리를 절게 되는 건 아닌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4월 말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 그 전에 골반 통증에 대해 검색을 해봤더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는 아주 심각한 증상과 내가 아픈 증상이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의 오빠. 즉 손위 처남이 어려서 그 증상을 겪었고, 아직도 고통 받고 계시다. 장애 2급 판정을 받으셨다. 그럼 나도 평생 그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가. 겁이 덜컥 났다. 서둘러 병원을 달려갔다. 처남도 걱정이 되어, 병원으로 오셨다. 일단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현재로서는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니까 MRI 라는 걸 찍어보자고 한다. 보험처리가 안되어서 돈이 많이 든단다. 처남은 일단 생각해보자고 하고는 내 손을 잡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설명하시는데, 본인 생각에는 절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아닌 것 같단다. 엑스레이 사진 상으로 보면 관절부위가 깨끗하게 나왔는데, 본인의 엑스레이 사진은 그렇지 않고 너덜너덜하게 괴사가 진행된 상황이 확인이 된다고 했다. 굳이 비싼 돈을 버려가며 MRI를 찍지 않아도 된다고 충고하셨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사실 두 달 동안 다리를 절고 다니면서 육체적 고통도 컸지만, 돈이 많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적 고통도 컸다.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더더욱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며칠 동안 바짝 몸을 움직였더니 거짓말처럼 골반의 통증이 나았다. 이제 절뚝거리며 걷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평범하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이제 두 달 지났다. 야근을 하느라고 못하고 넘어가는 날도 있었고,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쳐 그냥 잠들어버리는 날도 많았고, 새벽까지 술 마시느라고 못하는 날은 더욱 많았다. 5월, 6월은 아픈 동안 미뤄놓은 술 약속이 줄줄이 이어진 날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아직은 큰 성과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몸에 붙는 셔츠’를 입어봤는데, 거울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다. 아직 식스 팩을 만들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이번 여름은 자신 있게 ‘소매 없는 셔츠’와 ‘몸에 붙는 셔츠’들을 입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처럼 앞으로 몇 달만 더 꾸준히 해주면 옛날 몸매로 돌아갈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글쎄 또 언제 지금의 결심이 흐지부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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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7-0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칭 아나토미,가 땡깁니다.
몸에 붙는 셔츠,를 저도 입고 싶습니다,만..에효..머..입으려면 못입을거야 없겠지만서두..ㅎㅎㅎㅎㅎ 제가 만일 몸에 붙는 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가면, 사람들에게 큰 웃음은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감은빛님의 멋진 모습과 통증 없는 골반을 위해 아자 아자 화이팅!!!

감은빛 2011-07-05 11:44   좋아요 0 | URL
인체 해부도를 보고, 실제로 자극받는 부위를 보면서,
정확한 동작을 따라해보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뭐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메리포핀스님께서 좋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포핀스님도 아자 아자!

2011-07-0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7-0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여름엔 몸에 딱 붙는 셔츠와 바지를 입고자 밤마다 걷고 줄넘기를 하는데
과연 될까요? ㅎㅎㅎ

몸매도 중요하지만 골반통증이 아주 영영 싹 사라지셨음 좋겠네요.
저희 남편은 골반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고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한 10년 된 이야기지만..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아픈 것 같아요.

식스팩 생기시면 사진도 올려주세요..ㅋㅋㅋ

감은빛 2011-07-05 12:26   좋아요 0 | URL
밤마다 걷고, 줄넘기를 하신다면 곧 원하시는 몸매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삼일에 한번씩 한 두세시간쯤 땀을 흘립니다.

골반통증은 지금은 거짓말처럼 다 나았습니다.
처음부터 원인도 모르고 아팠는데, 다 나은 후에도 왜 나았는지 모르겠어요.

식스팩은 아직 완성하려면 멀었습니다.
술을 안먹어야 할텐데, 이틀이 멀다하고 과음에 폭식에....

마녀고양이 2011-07-0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증샷! 인증샷!

저도 요즘 척추 중간 정도에 통증이 생기더니, 대퇴부, 무릎으로 돌아다닙니다. ㅠㅠ
그리고 저희 신랑도 옛날에 팔 근육 정말 멋졌거든요. 그거 보고 결혼했는데,
음............. 요즘은.... 음. 하지만 제 몸매도 엄청 망가졌기 때문에 한마디도 못 한답니다.

감은빛 2011-07-05 12:29   좋아요 0 | URL
제가 사진이랑 좀 안친해서요. ^^

마녀고양이님과는 달리 아내는 본인 몸매는 전혀 생각도 않고,
맨날 저를 구박합니다.
뽈록 나온 자기 배는 원래부터 그런 거였다고 우기고 말이죠.

척추, 대퇴부, 무릎 통증이시라니!
제가 아파봐서 아는데, 정말 힘들더라구요.
어서 원인을 찾아서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cyrus 2011-07-0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 글을 보면서 저도 운동을 해야될거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오는데요,
군대 생활할 때 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책 고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감은빛님 페이퍼 덕분에 참고할 수 있을거 같아요, ^^

감은빛 2011-07-05 12:31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은 왠지 운동 안해도 이미 멋진 몸매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워낙 '헬쓰', '트레이닝', '다이어트'에 대한 책이 많죠.
저는 저기 위에 책들 말고도 여러권을 더 읽었습니다만,
대개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구요.
 

병에 걸렸나봐. 비만 오면 정신을 놓아버리는 병. 아침부터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동료가 불러서 깜짝 놀라고,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그래도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있어. 몸은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마음은 저기 밖에서 비를 맞고 있는 느낌. 눈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귀는 자꾸만 빗소리를 향해 있어. 비 듣는 소리가 계속 마음을 울려.



이런 날엔 시골 집 마루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어.



정희준 선생님이 쓴 프레시안 기사를 읽다가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어. 왜 하필 이런 날에 이 기사를 읽은 걸까. 해고당한 아빠가 파업 때문에 몇 달째 집에 들어오지 못하자, 가족을 그릴 때 아예 아빠를 빼고 그리는 아이. 급성 맹장염으로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아빠 걱정, 병원비 걱정을 하는 아이. 아이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아빠. 사원 아파트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한 가족을 걱정하며 우는 엄마.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자 옆에서 같이 우는 또 다른 엄마들. 방송을 진행하는 정희준 선생님도 울고, 방송 작가도 울고, 카메라 맨도 울고 다 같이 울었다는 얘기를 읽으며 나도 눈물이 나와서 눈 앞이 흐려졌어.



이런 날엔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맘껏 울어보고 싶어. 
 

김주익 열사가 목숨을 바친 85호 크레인에는 김진숙 선배가 175일째 버티고 있어. 강제집행에 들어간 회사 덕분에 전기도 끊기고, 식사도 끊기고, 용변통조차 비우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김진숙 선배는 내려갈 생각이 없어보여. 35미터 높이에서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너진 왜관철교. 붕괴된 상주댐. 퍼붓는 비 덕분에 4대강 공사현장에는 악몽같은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 아름다운 제주 강정 마을은 계속 파헤쳐질거야. 쌍용차 동지들의 자살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앞으로도 수 많은 비정규직들의 눈물이, 그 가족들의 피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될거야. 그들이 눈물을 흘릴때마다 누군가는 돈잔치를 벌릴테고, 사람들은 자기 사는 일이 바쁘다고, 신경쓰지 않을거야. 슬픈 일은 이렇게도 많은데, 눈물을 흘릴 여유조차 없는 바쁜 일상이 반복되고 있어.

비를 맞으며 울고 있으면, 얼굴에 떨어지는 비 덕분에 울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거야. 이런 날엔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냥 걷고 싶어. 발길 닿는대로 그저 걷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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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30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30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3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그 비보다 더 차갑고 슬픈 것이 현실이라니 너무 마음 아퍼요. 이 비가 모든 설움을 씻어 낼 수 있는 비였으면 합니다.

감은빛 2011-07-01 11:47   좋아요 0 | URL
원래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게 현실이라고 하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게 현실이구요.
비가 설움을 씻어 줄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 덕분에 4대강 공사현장에 막대한 재앙이 닥치고 있으리라고 예상됩니다.

2011-06-30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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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였다. 외갓집에 가면 또래가 아무도 없었다. 나와 동생은 늘 심심했다. 당시 아직 미혼이었던 외삼촌들은 어린 조카들과 놀아주는 편은 아니었다. 나는 혼자 작은 방에서 외삼촌들의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기를 즐겼다. 내가 자주 읽었던 책은 아주 두꺼운 <세계인물사전>과 <한국인물사전>이었다. 거기엔 소위 위인들이라고 불리는 아주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나폴레옹’이라던가 ‘링컨’이라던가 ‘아인슈타인’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었고, 비교적 덜 유명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분량이 적었다. 방학이 되면 며칠씩 머물곤 했던 외갓집에서 나는 늘 이 두꺼운 책들을 뒤적이며, 좋아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외우고, 상상하곤 했다.

어린 나에게 역사는 그렇게 위인들의 이야기였다. 그것은 학교에 다니면서 조금씩 역사를 배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도 역시 왕이나 장군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역사를 가르쳤다. 나는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았다. 열심히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역사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소위 ‘운동권’ 선배들에게 ‘학습’을 받기 시작하면서였다. 내가 배워온 역사라는 게 사실은 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나중에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면서, 나는 계속 혼란스러웠다. 이런 건 제대로 된 역사가 아닐 텐데,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과거 역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총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과거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만금에서 방조제 건설현장에서 용역깡패들과 맞서면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해 경찰 폭력에 맞서면서, 한미FTA 반대를 위해 전경들과 맞서면서 내내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다. 이 나라는 과거 역사에서부터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문장이 있다. 한국근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나온 말이다.

“1945년 9월 9일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게양되었다. 이로써 38선 이남에선 미군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8월 15일을 해방의 날로, 광복절로 기억하고, 부르지만, 사실이 아니다. 단지 지배자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날 이후로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로는 독립국이지만, 실제로는 독립국이 아니었다. 친일파들이 친미주의자들이 되어, 또다시 이 땅의 민중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지배했다. 그들은 독재자들이었으며, 학살자들이었다.

미군정은 이승만을, 이승만은 박정희를, 박정희는 전두환을 만들었다. 그들은 그렇게 이땅의 민중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2011년 지금을 살아가는 민중들은 여전히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제시대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은 민중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있다.

이 책은 10.26 사태로 인해 유신체제가 무너지고, 전두환과 그 일당들이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주도권을 잡은 시기부터 87년 6월 항쟁까지 80년대의 정치, 경제,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책의 제목에서처럼 가장 주요하게는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라는 기획의도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제목이 딱딱하다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편협한 시각이 아닌, 제대로 된 시각으로 80년대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펼쳐들어 볼만하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때는 5월이었다. 광주 항쟁 31주년이 지났을 때였다. 배우 김여진이 전두환을 학살자라고 부른 때였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해질녘 망월동 묘역의 스산한 풍경과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늘 골프를 치러 다니는 전두환. 그리고 막대한 재산으로 거대한 출판사와 서점을 운영하는 전재국의 시공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최근에는 강풀의 만화 26년이 생각난다. 앞으로 언제까지 학살자와 같은 하늘아래 살아가야할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그 개기름 흐르는 얼굴로 골프나 치러 다니는 꼴을 봐야하는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고 싶다. 죄 없는 이들을 학살한 대가로 권력과 부를 가진 그들이 더 이상 머리를 들고 살지 못하는 날이. 더 이상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못하는 날이. 더 이상 더러운 돈으로 만들어지는 시공사의 책들이 판매되지 않아서 전재국이 망하는 날이.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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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6-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만 그렇게 아니었군요, 저도 초딩 때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인명사전을
즐겨 읽었어요. 재미있는 건 위인전보다는 짤막히 인물의 약력을 소개된 인명사전을
좋아했어요 ^^;;

그 전에 감은빛이 주신 한국 현대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대해서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고치려고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역사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분명 저 말고도 저 또래 젊은 세대들도 그럴겁니다.
이 책도 그런 깨달음의 과정 중의 하나로써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감은빛 2011-06-29 14:08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도 인물사전 즐겨 읽으셨군요.
아무래도 위인전보다 읽기가 좋죠.

일단 학교에서 거짓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역사를 알기가 쉽지 않죠.
시루스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마녀고양이 2011-06-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1학년 때
선배들의 권유로 읽은 책에서 받았던 충격이 생각납니다.
이제까지 알았던 역사가 전부가 아니었구나 다른 세계가 있구나 라는 깨달음,
감은빛 님과 완전 동일하네요. ^^

네, 현대는 과거의 역사 반영이라는 말씀 동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허공에 붕 뜬 느낌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 한 역사에 대한 통찰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해방 일기>를 구매했는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네요.

감은빛 2011-06-29 17:32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때까지 학교에서 거짓 역사를 가르치니까
그런 일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해방일기> 저도 찜해놓고 있어요.

루쉰P 2011-06-3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고종까지만 교육 받고 말았죠. 김대중 대통령이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한 것은 굉장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들에 대한 재산의 추징은 아주 집요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쉬워요.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이 진실을 알려야 하는데 학생들을 눈 뜬 장님으로 만드니 원... 시공사는 저 역시 절대 사지 않아요. 흥!! 천박한 것 들.

감은빛 2011-07-01 11:53   좋아요 0 | URL
일제강점기부터의 처절하고 아픈 역사는 늘 마음 한 켠을 무겁게 합니다.
그래도 올바른 역사를 알고 싶다는 욕구는 더 강해집니다.
이 책 읽으면서 참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종교를 보는 새로운 시각, 심층종교에 대한 두 종교학자의 대담
오강남.성해영 지음 / 북성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장면 하나. 지하철 풍경

혼잡한 출근시간이었다. 늘 그렇듯 새벽까지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상태였다. 손잡이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광고판을 쳐다보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저쪽 칸에서 이쪽 칸으로 건너오신다. 손에는 공손하게 성경책을 받쳐 들고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확 짜증이 올라왔다. 분명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설파할 모양새다. 아니나 다를까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로 중얼중얼 거리며 열심히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이럴 땐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귀를 막아 버려야 맘이 편한 법인데, 젠장 오늘따라 엠피쓰리를 놓고 나왔다. 할아버지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 참 구경거리도 이런 구경거리가 따로 없다.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한 젊은 여성의 무릎을 건드리는 통에, 그 여성이 눈을 뜨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째려봤는데, 할아버지는 오히려 혀를 차면서 자기 얘길 들으라고 한다. 그 여성이 뭐라고 하려다가 그냥 참고 다시 눈을 감아버리자,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말을 붙인다.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뭔가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포기하지 않고, 책을 툭 쳐서 주의를 끈다. 그는 이어폰을 꽂은 상태 그대로 한번 째려보고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준다. 할아버지 다시 혀를 끌끌 찬다.

그런 식으로 앉거나 선 사람들을 계속 건드리면서 다가온 할아버지가 마침내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를 건드리면 남은 평생을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느새 술이 깨고, 정신이 번쩍 든 느낌이다.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이 할아버지 나는 건드리지도 않고 그냥 지나친다. 어라! 이거 뭐야! 이러면 재미없는데....... 나만 지나친 게 아니라, 조금 덩치가 큰 아저씨도 그냥 지나친다. 이제 보니 이 할아버지 만만한 여성이나, 어려보이는(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만 건드리는 것이었다. 다시 몇 명의 여성들을 더 건드린 할아버지는 다음 칸으로 넘어가버렸다.

장면 둘. 친한 친구들

어려서부터 주위에 교회에 다니는 친구나 동생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게 된 사람들(이런 걸 모태신앙이라고 한다는 얘길 들었다.)이 많았다. 나도 그런 친구들 덕분에 여러 교회를 구경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교회를 자주 놀러가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목사님의 설교나 나를 설득시키려는 어른들의 태도 때문에 더더욱 신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의심스러운 이야기만 들려주는 곳이 바로 교회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고등학교 때였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와 독서실에서 밤새 종교에 대한 토론을 했다. 그 친구는 내가 교회에 다녀서 주님의 선한 양이 되기를 바랬고, 나는 그 친구가 교회라는 허황된 집단에서 벗어나 참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은 적은 없지만, 친구들을 따라서 교회는 열심히 들락거렸기 때문에 성경에 대해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성경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둘의 대화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마침내 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을 맞았을 때, 우리는 서로를 설득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때까지 그렇게 친했던 친구가 그날 이후로 멀어졌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다. 이상하게 조금 친해지고 나면 교회에 데려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 나중에는 교회에 열심히 따라다니곤 했다. 교회에 가서 기타도 치고, 축구도 하고, 연극도 하고, 여학생들도 만났다. 자주 따라가다 보면 세례나 침례를 받기를 강요하는데, 그때쯤 되어서 발길을 끊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친구와의 관계도 끊어지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나를 스쳐갔던 여러 명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장면 셋. 아내와의 대화

지금은 아내와 그런 대화를 일부러라도 잘 안하지만, 초기에는 종교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곤 했다. 처가 식구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에 가야하고, 십일조도 꼬박꼬박 내야 한다. 아내는 기독교를 무척 싫어하고, 정확히 불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불교에 가까운 어떤 신앙을 믿는다. 한때 인도에서 전해져 온 명상을 열심히 했던 영향인 것 같다. 어쨌든 아내는 무언가 믿는다. 나는 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다고 본다. 신을 믿지 않으므로 종교라는 것을 가질 수 없다.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 낸 하나의 지배 수단이라고 본다. 아내와 부딪힌 건 바로 이 지점이다. 간단히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면 좋았을 텐데, 고등학교 때 친구와 밤새 토론했던 날 못지않게 열을 올리며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서로 감정이 상할 때까지 자기주장만 우기다가 결론도 내지 못하고 그냥 이야기는 끊겼다.

결론. 깨달음

환경운동을 하면서 큰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늘 종교인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새만금 때는 4대 종단(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의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님 등 큰 스승님들께서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3보1배를 했다. 지율 스님은 목숨을 건 단식을 여러 차례 해왔고, 도법스님께서는 ‘생명평화결사단’을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을 걸었다. 평택과 용산에서는 문정현 신부님께서 늘 함께 계셨다. 환경단체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종교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아니 오히려 자본과 권력에 결탁하여 지배 구조를 더 견고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앞장서서 행동하는 큰 스승님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지금도 그 분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종교적인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 덕분에 다시 한 번 더 깨달았다. 무교 혹은 무신론자라고 하는 것도 하나의 큰 편견이자, 근본주의자들과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종교를 가질 생각은 없지만, 존경할만한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종교라는 것에 아예 관심이 없었지만,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몇 가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잘 짚어주었다. 대화 형식이라 술술 잘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읽다 말고 한동안 미뤄두고 있었던 오강남 선생의 <세계 종교 둘러보기>도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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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공감되는 구절이 있네요.
'그 분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종교적인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라는 문구. 결국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종교라는 테두리가 일을 더 커지게 하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제 절친은 독실한 기독교이고, 저를 보면 좀더 어릴 때 교회 데리고 갔어야 하는데 하면서 혀를 찹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무엇인가 필요없이, 자신을 믿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거잖아' 라고도 말합니다.

그래서 제 절친인거 같습니다... ^^

감은빛 2011-06-23 12:2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종교에 대한 대화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님의 친구분께서 그래도 열린 생각을 갖고 계시네요.
이 책에서도 그렇게 '열린 사고'를 강조하고 있어요.

꼬마요정 2011-06-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부터 절 교회 델꼬 가려는 사람이 많았어요. 몇 번 가기도 하고 믿어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결국 안 됐지만요.. 저는 불교신자에요. 불교에 신자를 붙이기가 좀 그런데 그래도 뭐 절에 다녀요. 힘들 때 많이 도움도 받았구요.

남자친구는 무신론자에요. 제 종교를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한번씩 부딪치는 때가 있어요. 이 책 읽어보면 보다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겠죠? 종교 문제는 너무 어려워요.

감은빛 2011-06-23 12:30   좋아요 0 | URL
네, 종교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글에도 썼지만, 저도 늘 주위사람들과 종교 문제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 책이 그런 문제에서 약간의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무신론자 이신 남자친구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양철나무꾼 2011-06-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종교 서적은 한귀로 읽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몇몇 분들 이현주 목사님이나 오강남, 장일순 님 등 심취해서 읽는 경우가 있어요.

이 책, 저도 좋았어요~^^

감은빛 2011-06-23 12:32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까지는 종교에 대한 책에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도 오강남 선생님 책은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책, 저도 좋았어요'라는 마지막 한마디가 왠지 기분 좋게 들려요! ^^

루쉰P 2011-06-2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 종교를 믿는다고 한다면 그 사상에 자신을 합치시켜 삶도 만들어서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자이거든요.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는자는 망하고 만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 마르크스주의자이거든요. ㅋ
종교란 것...파고 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두려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 왠지 저는 근데 컬트 종교 쪽에 빠질 것 같다는 인상이다 혹은 교주적 기질이 보인다 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

감은빛 2011-06-23 12:35   좋아요 0 | URL
어떤 하나의 단어로 자신을 규정짓는 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인거 같아요.
저는 '빨갱이', '무신론자', '맑스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텐데,
그런 규정이 또다른 의미에서는 완전한 왜곡이 될 수 도 있죠.

교주적 기질이 보인다는 말, 그만큼 카리스마가 대단하다는 뜻이겠죠?
루쉰님의 카리스마가 부러워지네요!

루쉰P 2011-06-27 14:22   좋아요 0 | URL
ㅋㅋ 감은빛님은 맑스주의자라 저랑 뭔가 평행이론 -.-

교주적 기질과 연관되는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광인 기질이 있어 보인다는 최측근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 그게 카리스마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은빛님은 너무 칭찬만 해 주셔서 제 얼굴이 붉어져요. 크흑!!

비로그인 2011-06-2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에 닿는 부분이 있어 그냥 쉬이 지나치기 힘드네요.
전, 너무 가치판단 없는 교화로 흐르는 주장들은 듣기 거북하더라고요. 교육학 문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죠? ㅎ 교육과 교화의 차이..

감은빛 2011-06-29 13:18   좋아요 0 | URL
가끔 궁금해요.
저 수많은 교회에, 저 수많은 신자들이
과연 진심으로 '신'을 믿는 걸까?

어떻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