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의 그녀가 물었다. ‘운동했나봐. 생각보다 몸이 탄탄하네!’ 살짝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고, 내 팔에 손을 갖다 대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닿기 직전의 짜릿한 감각이 나를 흥분시켰다. 손가락은 팔 근육을 따라 올라가다가, 어깨에서 멈췄다. 나도 모르게 팔과 어깨와 가슴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어깨에서 잠시 머물던 손가락이 살짝 떨어졌다가, 이번에는 손바닥 전체로 팔을 쓸어 내려갔다. 마치 경련이 일어나듯 나도 모르게 또 팔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긴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긴 그녀는 팔짱을 껴온다. 웃음소리가 멍한 머릿속에 울린다.

사람들이 내게 운동을 했냐고 물을 때,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인다. 내가 했던 운동은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생운동으로 시작해서 환경운동, 노동운동, 문화운동으로 이어져 온 사회변혁운동이다. 다른 하나는 몸을 만드는 운동을 말할 수 있는데, 내 경우에는 특별히 헬스클럽 같은 데를 다녔다거나, 무슨 하나의 운동종목을 꾸준히 했던 적은 없어서 딱히 내세울만한 게 없다. 그냥 어려서부터 싸움질을 많이 하고 자랐고,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을 가끔 생각날 때마다 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꽤 오랫동안 몸 만드는 운동을 안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내게 운동을 했냐고 묻는 경우는 대개 두 번째 경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잠시 망설인다. 혹시 그 질문이 소위 말하는 ‘운동권’ 이었냐고 묻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내는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이 사람 몸매 보고 결혼했는데, 속았어요.’ 그래 한때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몸매가 괜찮았던 때가 있었다. 결혼하고 이렇게 몸매가 망가질 거라고는 나도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몸은 정직하다. 운동을 안 하니 당연히 망가질 수밖에. 그래도 그런 말이 있잖은가.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던가. 한때 꽤 괜찮았던 몸매는 서서히 조금씩 망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얼핏 보기에는 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기도 하나보다. 아직도 여름이면 가끔 ‘운동했었냐?’는 질문을 받곤 하니까.

작년에 늦둥이까지는 아니지만, 첫째와 터울이 좀 있는 둘째를 낳기 전에, 아내가 꽤 충격적인 말을 했다. 아마 뭔가 맛있는 걸 잔뜩 먹고 배가 터질 듯이 불러있을 때였다. ‘니가 임신했냐?’는 말은 그냥 장난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때 나는 좀 충격을 받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거울을 보면서 나도 옛날 내 몸매가 그리워졌다.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그래 한번 돌아가 보자. 그렇지만 일터와 육아와 가사노동과 독서와 인간관계 등으로 바쁜 하루하루는 그 결심을 실행할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다. 잦은 음주 덕분에 오히려 배는 더 나오는 것 같았다. 다시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작년 겨울쯤이었을까.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 몸매 만들기 계획을 세웠다. 작심삼일. 다시 일상의 반복으로 결심은 흐지부지 되었고, 올해 2월 말경에 갑자기 골반과 허리 통증으로 인해 운동은커녕 걷는 것조차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절뚝절뚝 걷는 나를 보고 주위사람들은 한결같이 정형외과를 가보거나, 한의원을 가보라고 했지만, 나는 허리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과 유연성을 늘리기 위한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몸살림 운동에 다시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래는 그때 구매한 책들이다. 예전 같았으면 구매까지 할 만한 책은 아니었는데,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오니, 나로서도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사 읽었다.  

 

  무술과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책. 

  실용적인 측면의 도움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구매하기 전에 꼼꼼하게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평이 다 좋았는데, 

 정작 나는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림으로 자극받는 근육을 보니,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느끼는 것과는 달랐다.

  덕분에 상식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던 것들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헬스클럽처럼 어느정도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해야 도움을 받을 듯 하다.  

 나처럼 그냥 집에서 틈날 때마다 운동하는 사람에겐 

 조금 아쉬운 책이다. 

 그래도 운동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동작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골반 통증은 나을 것 같다가도 다시 심해지곤 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어도 완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영영 다리를 절게 되는 건 아닌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4월 말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 그 전에 골반 통증에 대해 검색을 해봤더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는 아주 심각한 증상과 내가 아픈 증상이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의 오빠. 즉 손위 처남이 어려서 그 증상을 겪었고, 아직도 고통 받고 계시다. 장애 2급 판정을 받으셨다. 그럼 나도 평생 그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가. 겁이 덜컥 났다. 서둘러 병원을 달려갔다. 처남도 걱정이 되어, 병원으로 오셨다. 일단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현재로서는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니까 MRI 라는 걸 찍어보자고 한다. 보험처리가 안되어서 돈이 많이 든단다. 처남은 일단 생각해보자고 하고는 내 손을 잡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설명하시는데, 본인 생각에는 절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아닌 것 같단다. 엑스레이 사진 상으로 보면 관절부위가 깨끗하게 나왔는데, 본인의 엑스레이 사진은 그렇지 않고 너덜너덜하게 괴사가 진행된 상황이 확인이 된다고 했다. 굳이 비싼 돈을 버려가며 MRI를 찍지 않아도 된다고 충고하셨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사실 두 달 동안 다리를 절고 다니면서 육체적 고통도 컸지만, 돈이 많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적 고통도 컸다.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더더욱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며칠 동안 바짝 몸을 움직였더니 거짓말처럼 골반의 통증이 나았다. 이제 절뚝거리며 걷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평범하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이제 두 달 지났다. 야근을 하느라고 못하고 넘어가는 날도 있었고,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쳐 그냥 잠들어버리는 날도 많았고, 새벽까지 술 마시느라고 못하는 날은 더욱 많았다. 5월, 6월은 아픈 동안 미뤄놓은 술 약속이 줄줄이 이어진 날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아직은 큰 성과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몸에 붙는 셔츠’를 입어봤는데, 거울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다. 아직 식스 팩을 만들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이번 여름은 자신 있게 ‘소매 없는 셔츠’와 ‘몸에 붙는 셔츠’들을 입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처럼 앞으로 몇 달만 더 꾸준히 해주면 옛날 몸매로 돌아갈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글쎄 또 언제 지금의 결심이 흐지부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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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7-0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칭 아나토미,가 땡깁니다.
몸에 붙는 셔츠,를 저도 입고 싶습니다,만..에효..머..입으려면 못입을거야 없겠지만서두..ㅎㅎㅎㅎㅎ 제가 만일 몸에 붙는 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가면, 사람들에게 큰 웃음은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감은빛님의 멋진 모습과 통증 없는 골반을 위해 아자 아자 화이팅!!!

감은빛 2011-07-05 11:44   좋아요 0 | URL
인체 해부도를 보고, 실제로 자극받는 부위를 보면서,
정확한 동작을 따라해보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뭐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메리포핀스님께서 좋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포핀스님도 아자 아자!

2011-07-0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7-0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여름엔 몸에 딱 붙는 셔츠와 바지를 입고자 밤마다 걷고 줄넘기를 하는데
과연 될까요? ㅎㅎㅎ

몸매도 중요하지만 골반통증이 아주 영영 싹 사라지셨음 좋겠네요.
저희 남편은 골반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고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한 10년 된 이야기지만..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아픈 것 같아요.

식스팩 생기시면 사진도 올려주세요..ㅋㅋㅋ

감은빛 2011-07-05 12:26   좋아요 0 | URL
밤마다 걷고, 줄넘기를 하신다면 곧 원하시는 몸매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삼일에 한번씩 한 두세시간쯤 땀을 흘립니다.

골반통증은 지금은 거짓말처럼 다 나았습니다.
처음부터 원인도 모르고 아팠는데, 다 나은 후에도 왜 나았는지 모르겠어요.

식스팩은 아직 완성하려면 멀었습니다.
술을 안먹어야 할텐데, 이틀이 멀다하고 과음에 폭식에....

마녀고양이 2011-07-0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증샷! 인증샷!

저도 요즘 척추 중간 정도에 통증이 생기더니, 대퇴부, 무릎으로 돌아다닙니다. ㅠㅠ
그리고 저희 신랑도 옛날에 팔 근육 정말 멋졌거든요. 그거 보고 결혼했는데,
음............. 요즘은.... 음. 하지만 제 몸매도 엄청 망가졌기 때문에 한마디도 못 한답니다.

감은빛 2011-07-05 12:29   좋아요 0 | URL
제가 사진이랑 좀 안친해서요. ^^

마녀고양이님과는 달리 아내는 본인 몸매는 전혀 생각도 않고,
맨날 저를 구박합니다.
뽈록 나온 자기 배는 원래부터 그런 거였다고 우기고 말이죠.

척추, 대퇴부, 무릎 통증이시라니!
제가 아파봐서 아는데, 정말 힘들더라구요.
어서 원인을 찾아서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cyrus 2011-07-0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 글을 보면서 저도 운동을 해야될거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오는데요,
군대 생활할 때 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책 고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감은빛님 페이퍼 덕분에 참고할 수 있을거 같아요, ^^

감은빛 2011-07-05 12:31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은 왠지 운동 안해도 이미 멋진 몸매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워낙 '헬쓰', '트레이닝', '다이어트'에 대한 책이 많죠.
저는 저기 위에 책들 말고도 여러권을 더 읽었습니다만,
대개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