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식물 -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아무튼 시리즈 19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자기를 위한 추천서를 누군가에게 부탁한다면 그걸 위의 사진에서 검색한 몬스테라에게 하겠다고 한다. 2년전에 손바닥만한 모종으로 집에 들여와서 자기 키만하게 키웠다는 몬스테라. 작가의 성실함과 식물생명에 대한 존중을 잘 보여주는 대상이 바로 몬스텔라인 것!

작가 임이랑은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노래를 만들고 베이스기타를 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까?

예술은 모두 한계통으로 흐르는 것인지도...

55쪽

단언컨대 플랜테리어라는 단어는 식물세계에서 인간 세계에 던진 미끼 같은 것이다. 해충이나 통풍, 비료나 배수성 같은 단어들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플랜테리어는 이 말들을 슬쩍 뒤로 숨긴 채, 식물과의 생활을 아주 가볍고 즐겁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멋진 단어다. 그 믿음 덕분에 내가 식물의 세계에 들어왔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제 발로 식물의 세계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59~60쪽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키울 수 있는 것과 키울 수 없는 것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라날 가능성도 없이 공들여 키워왔던 것들 중에는 뜨겁고 건조한 땅이 고향인 식물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도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내 커리어의 어떤 부분도 그렇다.

매일 같이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 키워도 결코 자라나지 않는 것, 슬프지만 그런 것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리 키워봐야 자라지 않는 것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빠르게 늘어가는 화분의 개수를 더 이상 세지 않음으로써 계속 식물을 들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어렴풋이 모르는 척 계속 해나가고 싶은 마음. 결국 벽에 부딪혀 멈추게 되더라도 계속 키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

다행히 삶에는 대단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자라나는 것들도 있다. 나의 기질과 내가 가진 환경에 맞는 식물들은 태양과 바람만으로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아주 가끔 운이 좋은 날엔 어떤 노래들이 쉽게 자라났다.

쉽게 자라는 것들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자라지 않는 것들이 뒤섞인 매일을 살아간다. 이 두 가지는 아무래도 삶이 쥐여 주는 사탕과 가루약 같다.

이번 생은 한 번뿐이고 나의 결정들이 모여서 내 삶의 모양이 갖춰질 테다. 그러니 자라나지 않는 것들도 계속해서 키울 것이다. 거대하게 자라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내 삶 속에 나와 함께 존재하면 된다. 물론 달콤한 사탕도 포기하지 않는다. 입속에서 사탕을 열심히 굴리면서 가루약을 조금씩 뿌려먹는 삶을 살아가야지.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고단하고 행복한 매일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0-01-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테라가 저렇게 생겼군요. 어디선가 보았던 식물 같아요.
인용해주신 문장이 아무 마음에 쏙 들어와요.
쉽게 잘 자라주는 것들과 잘 자라주지 않는 것들 모두에
감사하는 마음 갖겠습니다. 모두 나의 운명일테니.
이카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caru 2020-01-03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되게 많이 봤던 식물인거 있죠.. 팔손이보다 배는 손가락이 많은 식물로 ㅋ
서재를 근근이 유지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프레이야 님의 방문도 받고 새해 인사도 받고 ^^ 프레이야 님도 올해~ 건필하시고 건강하세요!!

라로 2020-01-0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이카루님!!^^ 몬스테라의 잎은 디자인 소재로도 많이 쓰이고 유명한 것도 있어요. 며칠 전에 몬스테라 일러스트레이션 봤는데 이카루 님 서재에서 다시 보니 반갑네요.^^ 어쨌거나 저는 식물을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초록엄지(ㅎㅎ)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엄마가 생각나서 더 식물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행복한 2020년 되시길 바랍니다.^^

icaru 2020-01-03 18:54   좋아요 0 | URL
아항ㅎ 몬스테라가 정말 유명한 녀석이었네용 ㅋㅋ 몬스터와 카스테라의 합성어같은 느낌이라 이름도 각인이 잘 되고요. ㅎㅎ 나비 님 아니, 라로님 ^^ㅋ 오랜만여요 늠 반갑기도~~ ! 저도 식물책이 눈에 곧잘 들어오더라고요~ 이 책은 작가가 그간 홈피에 써온 글을 엮었다는데, 참 편안했어요 ㅎ

얄라알라 2020-01-0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대식물같아보이네요
몬스테라^^

icaru 2020-01-03 18:51   좋아요 0 | URL
네 그죠~~ 우람하고 듬직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한여름에도 하루에 두세번은 물을 줘야 하는 꽤나 정성을 들여야 하는 식물인듯 해용~
 
밥보다 책 - 일상이 허기질 때 밥보다
김은령 지음 / 책밥상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밥보다 책이라고 쓰고 밥과 책이라고 읽는다.

 

저자는 먹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맛없는 것을 먹기엔 인생은 짧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내 나이(40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화두를 던진 책이다. "신체의 노화가 하나씩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마흔, 늘어나는 옆구리 살 걱정만큼이나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이루어 놓은 것 없음에 대한 불안으로 제 2의 사춘기를 지내야 하는 40대야 말로, 책읽기의 적기"라고 김은령은 이야기한다.

화두라고 하니까 참 거창도 한데, 사실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써야겠다.

 

"멀리 혹은 천천히 가려는 사람에게 자꾸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하는데 우리에게 낭비할 것이라고는 자기 인생밖에 없으니 이거 하나쯤 내 맘대로 낭비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말해 주는 책이니까.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많이 공감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물어볼 때 대답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처음 나오지는 않는데, 정말 그렇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는 대부분 읽었고, 심지어 하루키에 관해 언급한 책( 우치다 다츠루가 쓴 책)까지도 읽는데 말이다. 저자는 이런 감정을 다음에 빗대어 표현했다. '첫눈에 반해 온 인생을 걸고 덤벼드는 사랑도 있고 아주 애매하게 시작되어 어쩔 수 없이 터덜대며 따라가는,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무언가도 있는 법이니까. 라고.

그건 그렇고 하루키 씨가 세상에 한국에 독자가 엄청 많음에도 지난 30년 동안 한번도 오지 않았단다. 너무하네...

 

 

애(자녀인 나), 일, 밥, 술, 돈, 잠 그리고 책, 책, 책

저자는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주신 어머니 덕에 책의 세계에 들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세계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큰애는 내가 에너지가 있어서 끼고서 밤마다 무수한 동화책을 낭독으로 공급해 주었는데,

둘째는 그러지 못해서

나중에 둘째가 어머니, 그때 왜 제가 게임하는 걸 강력히 제지하지 않으셨나요? 하려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인데, 역시 책에는 자신의 이야기 들어가야 한다. 특히나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려면 그런 듯하다. 읽은 책 이야기와 나의 삶의 범벅이 우려낸 글 조합에서 공감과 감동을 발견하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 중에서

스콧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1930년대 남부 앨라배마 주 작은 마을 메이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50대 남성이다. 아내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흑인 요리사 캘퍼니아의 도움을 받아 똑똑하고 생각많은 아들잼과 거침없고 활달하며 아무때나 나서는 딸 스컷을 키우고 있다. 백인여성을 강간했다고 기소당한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 되고, 이는 자신과 가족에게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었다. 주"우리가 이위의 협박과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변호사로, 책임있는 사회인이자 지성인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는 법과 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변호사다. "우리가 이길까요?" 아이들이 걱정하며 묻자 핀치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다. 아이들은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다시 질문한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사는 것이 녹록지 않은 나이 많은 아버지를 든든하게 받쳐준 것은 바로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이 일에 대해 결코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리라는 확신이었다. 주민들과 갈등이 커지던 순간 걱정이 되어 찾아와 몰래 지켜보고 있던 딸 스컷이 아빠에게 뛰어간다. 그들 사이에서 친구 아버지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예의 바른 사람은 자신의 관심거리보다 상대방의 관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려 친구의 안부를 묻고 아버지가 도와줬던 일을 상기시켜 충돌을 막는다. 잘 보고 배운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아버지와 아버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지킨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물으면 무시하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대신 대답을 해주고 아이들 이야기에 끝까지 귀기울이며, 말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78~179쪽  

 

책을 많이 읽는다고 좋은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만 패디먼의 말처럼 좀 나은사람이 되는 데에 책이 나름의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길고 지루한 고전을 묵묵히 읽어내는 것만이 애서가의 미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쉽게 친해지지 않는 고전을 핵심 요약 정리해 주고 그 김에 책까지 펴들게 만드는 지적이고 힘 있는 가이드다.

책을 좋아하는사람 중에는 책에 담긴 내용 그 자체만큼이나 책이라는 물성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많다. 독서의 의미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글을 쓰는 알베르토 망겔은 어려서 서점에서 일하다 위대한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를 만났고 시력이 점점 떨어져가는 그를 위해 4년간 책을 읽어주는 일을 했다. 보르헤스만큼이나 열혈 독서가가 된 그는 <독서의 역사> <밤의 도서관> <책 읽는 사람들> 등을 발표했고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직업이 독자인 사람, 그것도 계관 독자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그가 넓은 서재가 딸린 프랑스의 집을 정리하고 맨해튼의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로 이주하게 되어서 3만 5000권 장서를 저일하게 되었다. 가져갈 책, 버릴 책, 보관할 책을 분류하며 얼마나 복잡다단한 심정이 되었을까. <서재를 떠나보내며>에는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라는 심각한 부제가 달려 있는데 책과 독서에 대한 애틋한 숭배가다.

 

"나는 언어의 구체적 물질성, 책의 단단한 현존, 그 형체, 크기, 질감을 원한다. 나는 전자책의 간편함과 그게 21세기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이해한다. 그러나 전자책은 플라토닉한 관계의 특성만 갖고 있을 뿐이다. 그 때문에 나는 내 양손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종이책의 상실을 아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믿으려면 먼저 만져봐야 한다는 도마 같은 사람이다." 서재를 떠나보내며_ 알베르토 망겔

 

"예기치 못한 만남과 연상이 우리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237쪽

<음식과 요리>를 쓴 해롤드 맥기는 천문학을 공부하려고 캘리포니아 공대에 입학했다가 전공을 문학으로 바꿔서 예일 대학교에서 존 키츠의 낭만주의 시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상에는 참 독특한 사람도 많다. 우연한 기회에 음식과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 과학과 요리를 접목하는 일을 해왔는데 이 첫 번째 책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요리책은 많아도 요리와 식품을 이렇게 과학적 원리와 가치에서 접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42쪽

누구나 인생은 처음 살아보는 것이라 낯설고 익혀야 할 것 투성이다. 기본적이고 단순한 가치인데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잘못했으면 바로 미안하다고 마음을 표혆해야 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배려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 하고 바쁜 가운데 어떻게든 틈을 내어 쉬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3력 - 어휘력 + 독서력 + 국어력 -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뽑은 내신.수능.공무원.NCS.교양 필수 어휘와 일반 상식으로 매일 3가지 역량을 키우는 '매3력' 고등 매3 국어/영어
안인숙 지음 / 키출판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 고등학교 전학년용 1권 구성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중요 어휘를 선별했다고 하는데 그 선별 기준을 알기 어렵고, 수능 관련 기출 문제를 수록하지도 않았다.

 

4주 28일 완성으로 총 4주차인데, 1주차 교과서 한자어 / 2주차 국어 시험 빈출 한자성어 / 3주차 국어 과목 필수 개념어 / 4주차 헷갈리는 맞춤법을 다룬다.

1일차로 들어가면 10개 내외의 표제어 안에 ‘풀이+독서훈련+문제훈련/확인문제’로 구성되어 있고, 매주차 마지막 회차는 주간 복습 문제로 구성된다. 매3력이라고 이름 붙은 이유는 이 책이 어휘+독서+국어를 한번에 잡는 컨셉이라서 인 듯하다.

단어를 외우기 보다는 읽고,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 적용해보는 형식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지음, 김승호 옮김 / 페이퍼로드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째로 씹어먹어도 부족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책들에서는 21세기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은 우리가 독립적으로 공부하고 혼자 차분히 있을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협력의 시간은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단지 단호하게 개인주의를 키워나갈 시간이 필요한 것만큼 사회적 기술을 키워 나갈 기회들이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우리는 대부분 공부하는 내용에, 지식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집중해야 마땅하며 시회적인 역량들은 자연적으로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며 사회적인 역량이라는 소프트 스킬에도 연습이 필요하단다. 우리 자녀들을 독립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팀의 일부로 다른 이들과 협력해 새로운 것을 구축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식을 습득하는 것 못지 않게 협력을 구축하는 스킬을 아는 인간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약간 다르게 말한다. 교육을 통해 당당하고, 창의적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지닌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비논리적이며, 시대에 뒤처지고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편견에 대해 반박하는 글이다. 지식의 중요성을 밝혀 주는 증거는 명확하다. 왜 지식이 인지능력의 핵심인가를 설명해 주는 이론적 모형이 확립되었다.

그런데 현재의 교수법은 지식을 상세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학습을 지원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만약 모든 학생들이 16세까지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모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문화적 지식의 양을 확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의 요지이다.

저자는 교사양성교육을 받고, 3년 동안 현직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교사연수에 참여하고, 교육에 관한 에세이를 쓰기도 하며 교육정책을 충실히 따랐지만 "수업 시간 내내 학생들이 분단별로 완전히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잡담 같은 토론을 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봐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동감하는 부분은 이 책의 이 부분이다.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 놓고 보니,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들을 아이는 학원에서 배우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뭘 하냐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들 끼리 발표 토론 수업을 하고, 시화를 그리고, 직업 체험을 다닌다. (자유학년제가 적용된 중학교)

모두 좋다. 체험학습 이런 것. 그런데 이것이 위기로 읽히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에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의 강력한 위력을 교육의 중심에 놓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학습에서 실패를 할 것이고 교육 불평등은 지속(경제적으로 윤택한 계층은 사교육을 통해 지식 교육을 할 것이기 때문에)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전혀 몰랐던 사람이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라니, 만약 제목대로라면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해 주려나 하는 호기심 정도가 일어났다. 책날개를 보니, 일본의 저명한 학자라고 하네.

우연히 들춰본 문구 속에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세계의 어린이들이 볼 것으로 의식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든 게 아니라 일본 어린이들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세계적으로 통했다. 라는 것. 아울러 재밌는 구절이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내게는 실패작이 몇 개 있습니다.” <붉은 돼지>라는 작품을 두고 실패작이라고 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 관객인 어린이가 아니라 자신의 미의식이나 기호에 맞추어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참 흥미로운 구절구절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서점 안을 걷고 있었더니, 책과 눈이 맞았다 라고나 할까. 어쩌다 집어든 이 책에는 마침 내가 읽어야 할 것이 쓰여 있었던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한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의 ‘바보의 벽’, 우리 내면의 ‘평범함의 경계선’을 뚫고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쓰는 일은 고역일 따름입니다.

 

언어에도 ‘생명이 있는 언어’와 생명이 없는 언어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에게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높여주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살아가는 힘을 잃게 하는 언어가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내면을 향해 잠수해가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어디까지든 한없이 들어갑니다. 그러나보면 자신의 개별성이나 개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 이상까지 뚫고 나가버립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꿈을 꾸기 위해 매일 아침 나는 눈을 뜹니다.>에서 그는 소설 쓰는 행위를 가리켜 ‘지면에 구멍을 파서 수맥을 찾아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구멍을 파다가 무언가 솟구쳐오르면 그것을 길어올리는 것이다.

 

 

다른 글에서 그는 “양을 쫒는 모험‘을 쓸 때 전문작가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71쪽

무슨 일이 있어도 책과는 우연히 만나야 합니다. 친구가 “이것 좀 읽어봐, 정말 마음에 들 거야.”하고 추천해서 책을 읽으면, 재미는 확실히 있을지 모르지만 ‘숙명의 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여름방학 과제로 읽어야 해서 읽은 책도, 찬사 가득한 서평을 받은 책도 안 됩니다. 타인의 평가가 끼어들었으니까요. 그런 것은 우연한 만남이 아닙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이 책이 내비치는 아우라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야.’ 이런 서사가 성립해야 합니다.

 

이상하게도 몹시 기분이 좋을 때는 글을 쓰고 있을 때 ‘끝까지 다 글을 쓴 자신’의 성취감을 미리 맛볼 수 있습니다. 몇 주 동안이나 연속적으로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몰두하고 있으면 뜻밖에도 ‘아카데믹 하이’ 상태가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전부 다 글을 쓴 자신의 이미지를 선취합니다. 글을 다 쓰고 난 다음 되돌아보듯이 결론에 이르는 논의의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보입니다. 어디에서 어떤 논증을 대고, 어떤 인용을 통해 어떤 결론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죄다 보입니다. 순간적인 ‘비전’이기 때문에 곧장 사라져버리지만, 그 후에는 충만한 행복감에 휩싸입니다. ‘이 논문은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 논문ㅇ르 다 쓰고 난 다음의 자신과 만났기 때문에! 모든 물음에 대답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다, 나는 다 보았단 말이다!’

이런 선구적인 비전은 긴 글을 쓸 경우 필수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한 비전을 가져다주는 것은(이렇게 표현해도 좋다면) ‘수동적인 전지전능의 느낌’입니다. 자신이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아끌어 공중 높이 들어 올린 다음, 유체이탈을 한 상태로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지막까지 글을 다 쓰고 난 이후 깊은 만족감을 맛보는 자신이 보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수동적인 전지전능의 느낌에 강렬하게 열광합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에는 뇌 속에 엔도르핀이 대량으로 나올테니까요. 오싹하는 쾌감입니다.

 

 

 

 

251~252쪽

 

나는 20대 청년 시절에 난해한 책으로 잘 알려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무슨 말을 썼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지 않으면 그 당시 연구를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3주에 걸쳐 젖 먹던 힘까지 내어 통독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처음에는 의미를 알 수 없었는데 3주일 동안 줄기차게 읽었더니 어렴풋이 감이 잡혔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오고가며 외국어로 떠드는 연극을 3주일 동안 매일 본 느낌입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붙들고 늘어지면 어느새 감정이입할 수 있는 등장인물도 나오고, 편들어주고 싶은 배우도 생기고, 귀에 익숙한 반주 음악이나 익숙한 무대 장치도 식별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 그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무엇인지 점차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동일 정보의 입력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인간의 뇌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재조직화됩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그럴 경우 경험적으로 확실한 점은 신체를 매개로 삼으면 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성은 오랫동안 내 연구 주제였습니다. 왜 그는 온 세계의 수억명의 독자를 얻고 있을까? 자신이 직접 트라우마를 경험한 작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경험에 대한 기억의 결여,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을 물려받은 작가, '거짓 경험'을 자신의 근거로 받아들인 작가는 어쩌면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성에 근거를 이루지 않았을까 합니다.

 

 

 

작가의 후기

 

(...) 통독하는 동안 반복적인 이야기가 잦아서 스스로도 싫증이 났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반드시 '반복'이 있는 법입니다. 미묘하게 음조가 다른 반복이 이어지다가 이야기의 수준이 겨우 한 눈큼 만큼 깊어집니다. 산을 오를 때 빙글빙글 산 주위를 도는 길을 헤맬 때와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똑같은 경치와 마주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때마다 조금씩 등고선이 더 높은 곳에서 본 경치입니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경치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바다가 보이기도 하고, 먼 산이 보이기도 하면 경치의 '문맥'이 변합니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곳은 '고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니까 눈감아주십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