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TED사이트를 알려줘서, 최근에 들어가서 몇몇 강연 동영상을 봤다. 천여편 이상에 달하게 한국어 번역이 되어 있는 중에서 제목이 끌리는 것으로 골라봤다. 내 주 관심사는

자녀 교육, 노후 생활, 암 극복 등등으로 몰려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삶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는 주제.

어제 본 것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구한 어느 중년 가장의 이야기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가 덤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 특유의 달관과 여유 변화와 긍정의 이미지가 시종 유쾌하기까지 보였다.

사고 이후 자신 삶에 변화된 점 세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가 뭉클했다. 비행기가 곤두박질치고 뉴욕 허드슨강의 강물이 다가오고 있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그런거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죽는 게 무섭지는 않았다고 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평생 이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너무 슬펐다고. 인생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자기의 인생을 분명 사랑했다고.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많이 주는 삶이었지만,,,그리고 생각이 한 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했다. 딸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싶은데....

 비로소 자기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목표를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

 

사람에게 있어, 평생에 지키고 싶은 것이란 이렇게 단순하고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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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08-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단순하고 분명한 것인데....
출근시간에 쫒겨 아이들에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왔더니 출근길 내내 맘에 무거워졌어요.

요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두번 연거푸 읽었는데요,(한창 베스트셀러였을땐 또 청개구리심리가 발동해서 안 읽다가 ㅎ) 가슴 깊이 와닿더라구요. 나이가 요 만큼 들어서 더 공감할 지점이 컸는지도 몰라요.

스트레스를 풀고자 어제 책을 한다발 질렀더니 기분이 좋아욧! 이렇게 삶도 단순하군요. ㅋ

icaru 2012-08-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먼저 웃어서 죄송해요~ 공감의 의미예요)
저도 아이들과 분리된 공간에 있을 땐 애들 생각 잘 안하는데, 어제오늘 유독 얼굴들이 아삼삼해지네요. 큰애한테 꾸중을 좀 했는데, 꾸중이 아니라,,, 히스테리적인 비난 같은 거였어요. 자주 잊어먹어요.. 뭘 위해 이러나 싶고..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때 서로 심하게 밀당하다가 잠시 결별했을 적에 잡았던 책인데,,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 책 내용 때문이었는지,,, 엉엉엉 울면서 본 기억이 지금도 아주~~~ 선명해요!!

그거 읽으면서 내가 먼저 화해하자고 해야 겠다 했던 거 같고 ㅋㅋㅋ 모리할아버지 덕분에(?)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 스토리가 되어버리나욤 ^^

아무튼,,,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좀 얻고저 저도 책 좀 지를까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ㅋㅋㅋ ㅋ

책읽는나무 2012-08-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중년으로 접어들었다는 증거인가요?
저의 관심사 또한 육아,노후,건강 이 세가지 밖에 없는 듯한데..ㅋ
거기다 보태기 한다면 독서??
를 해야 이 세가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서재질 잠깐 손놓고 그생각을 바로 하고 있었거든요.ㅎㅎ
그래서 이페이퍼가 엄청 공감되게 읽히네요.

요즘 전 한참 잠잠했다가(실은 넘 더워 널브러져 있다가) 달력을 보니 담주 월요일에 아들녀석 개학인거에요.방학숙제 한 것 보자고 검열했다가..철푸덕~~
그래서 다시 못된엄마 하고 있어요.ㅋ 그래서 곁에 있는 쌍둥이들도 같이 혼나공~ㅋ
나도 한 번씩 언제쯤이면 내가 착해질까?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만...
그길은 참 멀어 보이네요.

헌데..<모리와~>책이 결혼을 성공시켜준 멋진책이었군요?
전 갑자기 머리맡에 있는 옛날책을 꼭 읽어야겠다 싶어 째려보고 있었던 책이 <모리와~>책인줄 알고 마구 반가워하다 다시 책제목 보니까 <폰더씨~>책이더라구요.
요즘 혼자서 오독 넘 심하게 하고 있어요.노안이 오는겐지..ㅠ

icaru 2012-08-28 09:43   좋아요 0 | URL
ㅎㅎ <폰더씨~> 에피소드 심하게 공감하게 되네요. 폰더씨 뿐만 아니라요...<모리와~> 책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 게 전, <나비와 잠수정>인가 하는 책하고도 혼동했어요. 혼동이라는 게 뭔가하면,,, 같은 이야기를 제목만 달리해서 낸 거라고 생각했다는 ㅠㅠ)

나쁜 엄마 노릇하신다는 것도 그래요 ^^ 전, 큰애가 7살인데도 이리 갈등을 겪으니 말이죠~ 내 아이는 도저히 느긋하게 객관적으로 봐 줄수가 없는 이 엄마라는 사람의 마음 ㅠㅠ) 되려 아빠들은 되게 객관적이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은 알 수 없다며,,, 잘 노는 게 최고라고 하지요...
아마 아이들을 옆에서 나만큼만이라도 지켜보게 된디면,,, 그런 말을 입에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 ㅎㅎㅎ

2012-08-23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8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8-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동영상 보고싶어요. 가을을 맞아 삶의 목표를 다시 들여다 보고프네요. 저는 책은 계속 질러 놓고 카타르시스는 많이도 느꼈건만 그 중 읽은 건 만화책과 추리소설 밖에..

icaru 2012-08-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http://www.ted.com/
이 사이트인데,,저는 번역된 걸로 보는 게 약간 매끄럽지 않고, 맥락이 끊기는 번역도 감수하고 보느라,,, ㅎㅎㅎ 근데, 만치님은 강의 진수를 제대로 음미하실 수 있으시겠당 ^^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한길그레이트북스 53
르네 지라르 지음, 김치수.송의경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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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부(평론이든, 습작이든, 양질의 감상이든)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교양서. 현대 사회에서 욕망의 구조를 밝히는데 탁월한 식견을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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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7-2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전 책이네요. 저 이 책 있었어요. 몇 달전에 버렸지만... 저 책은 문지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김현을 읽으면 르네 지라르를 읽지 않을수가 없지요. 흐흐.

라로 2012-07-26 21:50   좋아요 0 | URL
글쿤요. 김현을 전 요 며칠 전에 잡았는뎅~~~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거군요,,ㅋㅋ
그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이 책 오늘 주문했어요. 10년이나 된 책을 주문하다니,,기억의집님은 버리는 책을,,,ㅠㅠ

기억의집 2012-07-26 23:58   좋아요 0 | URL
문지가 아니고 기린원출판사였던 것 같아요. 보라색의 ~

너무 오래되서 한 이십년도 넘은 책이라 책벌레가 기어다닐 정도였어요. 누렇고... 김현은 푸코하고 지라르를 번역했던 분이라서. 김현같은 열정적인 평론가도 없지 싶어요. 대학땐 열성적으로 수집해 읽었는데, 이젠 아, 내가 그랬었나 싶어요^^

icaru 2012-07-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대단하세요~ ㅎㅎ 저는 읽다가 말았는데, 제가 시간 나면 하는 일이, 구매한 책 100자 서평이라 ..
옮긴이 김치수가 서문에서 김현과 이책이 관련이 있고, 김현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벗이라고 다른 데서 보는듯 그들의 우정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저도 정리했다셔서,,, ㅎㅎ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오라가 느껴지는 기억님!! 했다니깐요.

책읽는나무 2012-07-3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예전 구간책 올리면 바로 기억님은 저 이책 읽었어요~ 댓글 다셔서 정말 오랜 내공이 느껴진다죠?^^
그래도 이런책을 읽고 100자 서평을 쓰시는 님도 대단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요즘 넘 더워서 글이 눈에 잘 안들어오던데...진정한 독서꾼들이세요!^^

더운데 모두들 잘 계신가요??
덥고 애들 방학을 하니 서재질도 쉽지 않네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박성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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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해석의 면에서나 사회학적 인과관계 문제 등에서나 다원주의적 설명에 근거함. 유물론적 설명이든 관념론적 설명이든 그것이 환원주의에 의거한다면 부정하고 있음.자본주의는 프로테스탄트적 윤리가 만들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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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8-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 증기 기관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했는데, 수공업 장인들에게는 그 새로운 생산 수단에 투입할 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자본가들에게 생산 수단의 통제권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마르크스 초기 논문의 주장에 대한 지지는 어느정도 일리가 있음.
 
Simon And Garfunkel : Gold (Greatest Hits) - [초특가판]
Simon & Garfunkel / 기타 (DVD)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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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비디는 일상의 여백에 속한다. 중3 때 처음들었던 졸업 주제가 사일런트 오브 사일런스를 계기로, 중학교 시절을 추억하는 매개체, 어릴 적 친구 사이였던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이 구성한 2인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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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7-2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은 사이먼앤 가펑클 노랠 좋아할까요? 이따 울 아들 들려줘봐야겠어요. 저는 포크계열보다 메탈쪽을 더 좋아해서리~ 사일런트 오브 사일런스 들려줘보고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 전 그린데이 좋아해서 아들애한테 들려주고 그랬는데... 걔랑 저랑 좋아하는 음악스탈이 다르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12-07-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음악!
전 중2때 들었는데 확실히 나이차가 있긴하네요.ㅋㅋ
친구집에 놀러가서 친구가 너무 좋은 음악이 있다고 들려줘 처음 들었는데..
아~ 전 그때 뿅~~ 꿈속을 거니는줄 알았어요.ㅎㅎ
그리고 가슴을 쥐어짜는 뭔가가 있는 것같아 감상 좀 하려고 하니 친구가 또 한 감수성 했거든요.어찌나 옆에서 수선을 떨던지~~ 감상이 제대로 안돼서 집에 테잎 하나 사서 따로 들었네요.ㅋㅋㅋ
이음악을 들음 그친구가 같이 생각나네요.소피 마르소도 덤으로 생각나고.^^
감수성 깊은 그친구는 그때 맥가이버에도 홀딱 빠져 있었는데 맥가이버 얘기만 하면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더랬죠.쩝~
그랬던 친구였으니 음악을 듣고 오죽했겠어요.사일런트 오브 사일런스 음악 들으면서 손수건 많이 적셨어요.ㅋㅋ
무덤덤한 제가 그친구덕에 좀 많이 동화됐었던 것같아요.ㅎㅎ
더 웃긴건요.그러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어언 15년정도 지난 몇 년전 아마도 둥이들이 네 살정도 되었던 것같아요.그친구 큰딸이 둥이들이랑 동갑이거든요.애들 데리고 한 번 만났었는데 딱 그때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한지 몇 달 지났을때였는데...노무현 전대통령님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어찌나 애달프게 토로하던지~~ 그래서 내가 사다놓고 안읽은 노무현 대통령의 책을 빌려 가놓곤 돌려받질 못했어요.ㅠ
친구는 여적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아마도 사일런트 오브 사일런스 이음악 때문 아닐까? 싶어요.ㅋㅋ

icaru 2015-11-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우리 나이 나오네요!
아웅~ 소피 마르소 ㅎㅎㅎㅎ 라붐 1, 2, 유 콜잇러브,,, 그런게 그땐 짱먹었죠. ㅎㅎㅎ 맥가이버 ㅋㅋ 두손 맞잡고 ㅋㅋ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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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내 시간들 속에 언제 죽음이 온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미진함이 없이 담담하기를. "

은 내 예전 블로그의 대문글이다.

마음은 이런데, 현실 속 나의 삶의 모습은 그 간극이 상당하다.

 

죽음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사람, 글쎄 몇이나 될까. 누구나 이런 질문에는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지 싶다.  아니 툭 터놓고 말하자면, '죽음'에 대해서 현재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겠다. '죽음'이 가장 실감나게 다가올 때는 암이나 백혈병 같은 불치의 병을 알았을 때, 그리고 죽음이 뚜벅뚜벅 하며 정면에서 마주 걸어 올 때.

 

“인생에 있어 즐거움은 한순간에, 한 장소에서, 한 가지 사건만으로도 맛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변이 급할 때 화장실만 찾으면 금세 즐거워지는 것처럼 즐거움은 쉽게 올 수도 있는데...... 그렇게 바꾸어 생각을 해보지 못하는 것은, 살면서 마음에 관심을 덜 쓰고, 힘을 빼야 할 때도 힘을 주고 살아서 그런 것 같다.”

 

10년전 사망일기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의 일부이다.

지금은 힘 조절을 잘 하며 살고 있나,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진정 이 경지를 이해하는 것일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밥을 먹어도 이것이 밥알인지 모래알인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며, 좌중을 까르르하게 만들고 있는 동료의 농담도 이해를 못한다. 잠을 못자고 걱정을 하고 당장 해결하지 못해 동동거린다.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유방암 의심 진단 소견서를 받은 적이 있어서(정밀 검사 후 단순 낭종으로 확인됐지만 그 이후로 1년에 한번씩 추적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인지 그런 일이 없기 전이라면 모를까, 암 투병기라거나 그것이 유방암 관련 글이라거나 하면, 지나치지 않고 보게 된다. 나도 잠재적 환자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의 원인 혹은 투병 과정에 관한 글은 흔하지 않다. 있다면 대부분의 글은 당사자가 아닌 관련 전문의가 쓴 글이거나, 당사자 주변인의 글이 많다. 

이 책에서는 위지안은 암의 발명 원인이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나 주변 사람의 분석으로만 종합되어 나오는 이유는 암에 걸린 당사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글을 써서 세상 사람들에게 경고할 능력이 없고, 한편으로는 그럴 만한 의욕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또 그렇기도 하다. 정서상으로 암 환자에게 “어쩌다가 암에 걸리신 거예요?” 라고 묻는 것은 치명적으로 상처가 되어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들어버리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왜 하필 나인가요?”라는 새삼 억울한 마음에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 되버릴 것 같다. 위지안이 있던 암병동의 대다수 유방암 환자들이 갖은 고생을 하고 이제 휴식을 취할 찰나, 발병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보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벌을 받느냐고 원망이 들 것이다. 백이면 백, 모두. 이 가슴 아픈 주제를 직시할 수 있는 환자란 너무도 드물 것이다.


한동안 그녀도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어차피 병에 걸렸고 아무리 땅을 치며 원망한들, 이미 그녀에게 찾아온 암이란 운명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을테니까. 라는 마음과


"누가 되었든, 설령 내가 가장 만나기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암에만은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라고 위지안은 말했다.

그리고 나서 병동 안의 한사람, 한사람씩 만나면서(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수많은 조사와 통계 작업을 해야 했는데, 환자가 되고 나서조차 직업 정신을 발휘함)  샘플을 분류하고 표본을 만들어 살펴본 결과, 유방암 환자의 성격에 대한 그녀만의 추론을 얼추 완성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부분은, 유방암 환자 중에는 우울증을 겪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유방암 환자 중에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반면 명예욕과 승부욕이 강하고, 매사에 통제력을 발휘할 정도로 권력욕이 있으며 성격이 급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많았다. 


암의 정확한 원인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단 한가지 원인만으로 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습관이나 오염된 환경에 수년간 노출되다 보면, 언젠가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암이란 자신의 삶과 환경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자양분을 얻을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봐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그렇고 자신을 위한 휴식을 취하는 것과 잘 먹는 것이 암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관건인가.



‘나를 위한 한끼 만찬’ 그것은 곧 나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일이었다. 나를 위한 만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먹는 것’이 삶의 출발점이라는 겸허한 수용과 둘째 먹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덧붙임. 이 글의 위지안이 정말 안타까운 이유는 그녀가 세계 100위 안에 드는 푸단 대학 최연소 대학교수이고, 이제 막 국가로부터 지원을 얻어낸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프로젝트 리더라서가 아니다. 15개월의 어린 아들과 다정한 남편을 두었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이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때문이다. 온몸의 뼈를 깎고,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과 먹은 것은 다 토해내는 항암치료 과정에서도 발병 사실을 알기 전에는 자신도 몰랐던 유머의 극치를 보여 주며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한다. 과거와 현재를 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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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2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3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2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7-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책 뤼야켈레벡님 페이퍼에서 본 책이로군요.
위지안!
매번 느끼지만 책을 참 다양하게 많이 읽으시군요.
진정한 다독녀세요.^^
책 읽으시느라 바쁘셨던거에요?
아~ 나도 책 읽어야 하는데,애들이 방학을 해버린 탓에 또 책을 뒤로 물리게 되네요.(핑계)

icaru 2012-07-26 10:40   좋아요 0 | URL
네 흐...좀 그랬어요. 흐... 지금도~~
이 책은 진도가 그냥 팍팍 잘 나갔어요~ 그런 책이에요! 후딱 읽을 수 있는.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도서관 홈페이지 들어가보니까 벌써 대기자가 줄 섰네요~ 하기는 저도 줄 서서 기다렸다 받았거든요!

2012-07-2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9-07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오늘 저 이책을 다 읽었거든요.
읽고나서 언뜻 님이 리뷰를 쓰셨던 기억이 나서 다시 들어와 읽어보았어요.
(원래 내가 안읽은책의 리뷰는 부러 읽지 않아요.책을 접하기전에 이미 식상해질까봐~
대신 감동깊게 읽었다치면 그책을 다시 검색해서 다른분들의 느낌을 같이 공유해보곤하죠.
오직 나혼자만..^^ 좀 뒷북인셈이죠.ㅋ)
근데 내가 저러한 댓글을 남긴 것이 참...ㅠ
위지안에게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을정도로 부끄러워지는 아침입니다.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어요.
나비님과 이카루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은책을 접할 수 있었을까? 싶은맘에 좀 감사한 생각도 함께 들었답니다.^^

icaru 2012-09-07 12:18   좋아요 0 | URL
아하~~~ 님도 읽으셨구나! 정말이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투병기였어요. 기존에 읽던 것들하고의 컨셉의 차별화가 확연하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여자의 일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어린애들 남겨두고, 훌쩍 떠난 책나무님 동기분 얘기 들으면서도 했던 생각이지만, 굉장히 잔인하고 처절한 상황인 거 같아요. 어린아이들에게 엄마란 존재는 얼마나 절대적이던가를 생각하면... 그런데 위지안의 경우 엄마와 갈등하거나 회상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위지안에게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같았고, 사실 본인도 아이는 어른들에게 맡기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실컷 전념했고... 마지막 가는 마당에 그것이 얼마나 얼마나 통탄해 마지않게 아쉬웠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말이죠. 곁에 있을 때 사랑해하 한단 말이...
막상 내 현실에선 일치를 못 보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그러보니요.
오늘 아침에도 남편한테 전화해서,,, 스트레스를 좀 줬어요! 크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