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5-03-17
복순 낭자 내 낭자의 서찰을 지금에사 확인하고 들렀소만, 술상이 뵈지 않는 게 제가 영 마뜩찮은 것 같소이다. 그러고 보니 마련된 방석도 바늘 방석이구료. 부디 그렇게 돌아앉았지 마시고, 그 고운 얼굴 한 번 보여주구려. 내 지친 심신 그것 하나로도 족하와 피로가 싹 풀리겠소만. 뭘 그리 부끄럽다 그러시오. 어허! 그나저나 날이 꾸물거리긴 하더라만, 천지신명의 맴이 편찮으신지 그게 아님 고뿔이라도 걸리셨는지 결국 이렇게 천둥과 비가 쏟아지는 저녁이온데, 오늘 빠마한 게 걱정입니다. 허, 이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장날 한 번 참 괴이쩍소. 그러지 않구말구요. 낭자가 백만년만에야 빠마를 하게 되얐는디, 글쎄 날이 왜 이리도 짖궂은지 말이오. 그랴도 참 봄비가 좋긴 좋으네요. 그렇잖소, 복순 낭자? 계속 그렇게 돌아앉았을 거요? 그라지 말구 내가 받아온 탁배기 한잔 받으시구려. 그러고 나서 복순 낭자의 그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시나 한 수 읊어주신다면, 내 생애 이런 복된 날은 다시 없을 거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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