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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밀라노인가 피렌체인가의 두오모를 가보면 아직도 관광객들 중 몇 명은 ‘준세이’ ‘준세이’라는 말을, 짧은 감탄사와 섞어가며 내뱉는다고 한다. 그렇게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종의 관광 상품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일종의 일본판 ‘겨울 연가’ 같은....
이 소설은 하나의 연애담을 두 작가가 한 달씩 번갈아 쓰며 주고 받는다는 상업적인 전략이 돋보이는 대중 소설이다.
뉴욕, 밀라노, 도쿄, 피렌체 등 도시를 마음껏 누비는 주인공들의 학창 생활과 애정 생활은 지구촌 시대의 낯익은 풍속인가 보다. 독자들의 일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공부도 외국에서 출장도 외국으로이다. 장식적인 컨셉으로 유럽이 한번쯤은 등장해 준달까. 이 소설 속의 아오이와 준세이도 뉴욕, 밀라노, 도쿄, 피렌체 등을 안방 드나들 듯 하고 있다. 여기서 소설은 대충 기냥, 이 도시에서 한번이라도 벗어나기가 요원한 유학으로라면 더더욱 유럽에 갈 가망성이 전무한 나와 같은 한국 토박이 독자의 욕망을 적당히 대리 만족 시켜 준다.
하나의 연애담을 남녀 둘의 입장에서 나누어 기술하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심정적으로는 같은 성인 여성 아오이의 심리에 약간은 더 공감을 하게 되고, 그 외의 시각에서는 파란색 스지 히토나리 쪽이 글이 더 읽을만 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고미술 복원사로 설정된 남자 주인공은 자신도 고미술 복원이라는 과거와 편재된 일을 하면서, '이탈리아' 라는 나라, 넓게는 유럽의 변화 없음, 환경의 한결같음에 갑갑해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목욕과 책읽기라는 폐쇠된 상황 속의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심리 묘사가 흥미롭다.
현재의 애인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누리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젊은 시절의 치기어린 사랑 준세이를 잊지 못하던 아오이는 서른번째 생일날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으로 그렇게 그리던 준세이를 만났지만, 결국 사람의 있을 곳이란 오직 자기 가슴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준세이를 다시 떠나보내려 하며, 메미를 아프게 했던 마찬가지로 아오이를 잊지 못하던 쥰세이는 훗날 아오이를 만나고, 더이상 과거를 되살리거나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에 울려퍼지게 하겠다고 결심을 하며, 떠나보낸 아오이를 다시 붙잡으려 하며 소설은 끝난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오락가락 하는 것이 뭐 연애술에서만 통용될까. 일상다반사가 냉정과 열정이라는 ‘열정’의 올라감과 빠짐 혹은 식힘 사이를 왕복하는 것이 아닐까나.
시간 때우기에는 딱 좋은 소설이었지만, 적잖이 본전 생각나게 한다. 쓰읍... 빌려 볼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