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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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늙었다고 얕보지 마라. 너희들은 안늙을줄 아느냐."

어릴 때 할머니께서 종종 하시던 말씀이다.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의 그 말씀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었다.

할머니도 나처럼 어릴 때가 있었고, 나도 언젠가 할머니처럼 될 때가 올거라는 걸 새삼 떠올리면서 잠시 하던 일을 멈칫했었다.

이 책의 원제는 Being mortal. 영국의 극작가 뮤리엘 스파크의 장편 소설 Memento mori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저자 아툴 가완디는 의학과 더불어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현재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외과 전문의로 있으며 The New Yorker지 전속 필자로 있다. 이미 여러 권의 의학 관련 저서를 내서 이름이 알려져 있고 미국 최고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여받았으며 영향력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외과 전공의 1년차 때.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던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가족의 요청에 의해 빼는 임무를 그가 맡아 해야 했던 경험을 하고 나서라고 한다. 혹시 그 환자가 자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흡기를 빼내겠다고 환자에게 속삭이고 호흡기를 빼낸 후 확인을 위해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고 심장박동이 점점 꺼져가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2년전 아버지의 심장 박동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간호사는 기계에 나타나는 숫자가 20이하로 떨어지거든 자기를 부르라고 일렀다. 그것을 기다리고 둘러 앉아있던 가족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생각하니 곧 떠나실 아버지도, 나도, 이 세상도,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책의 서문에, 그리고 본문 중에도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얘기가 자주 인용된다. 나 역시 읽고 나서 한 동안 머리속에서 이 소설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지금도 종종 떠올리는 책이 아니던가.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많이 나와있고 비슷한 얘기들기 되풀이되는 내용이 아닐까 이책을 구입하기 전에 잠시 망설였는데,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번역도 억지스럽지 않게 잘 되어 있어서 읽기에 힘들지 않았고 많은 부분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밑줄 그은 몇 부분이라도 정리해보고자 한다.

 

-노화 과정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은 단일하고 일반적인 세포 메커니즘이 아니다. 

노화는 단일한 과정에 이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의 손상, 무작위로 일어나는 DNA 변형, 그 외에도 수많은 세포 이하 수준의 문제들이 축적되어가면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점차적이면서도 가차없이 진행된다.

 

-노인병전문의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적은 이유

의학계에서 그 수입이 가장 낮다는 것, 그리고 상당수 의사들이 노인을 돌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인들은 주된 증상 하나만 갖고 오는 게 아니다. 인터뷰한 한 의사 말에 의하면 노인이 하소연하는 증상은 열다섯 가지쯤은 된다고 한다. 그 많은 증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 또한 환자로서 노인을 상대하는것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훨씬 어렵고 소통의 문제가 있다. 병원에서도 노인병 전문팀을 두길 꺼려하는데, 병원내에 노인병 전문팀을 따로 두지 않고 그냥 환자를 받을 때보다 손해를 초래하여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노인병 전문의가 하는 일

노인병 전문의는 환자들의 신체와 신체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영양 상태, 복용 약, 생활상 등도 계속 주시해야 한다. 게다가 환자의 생활방식을 재조정하기 위해 필요한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이루려면 환자로 하여금 우리 삶에서 바꿀 수 없는 것, 다시 말해 누구나 불가피하게 직면해야 하는 노령과 생의 종말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만들어야 한다.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환상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지만 어쩌면 노인병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라며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요양원 (Nursing home)이 우리나라보다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 하지만 요양원 시설이 아무리 훌륭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도 이곳에 들어온 노인들의 많은 수가 우울증을 겪는다. 현재 노령인구의 증가, 요양원에서서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한 존엄성 문제 때문에 그 대안책으로 노인을 위한 생활 지원 주택 (assisted living house) 나 호스피스 케어가 증가하고 있다.

직원들이나 가족들이 무슨 짓을 해도 할머니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

나는 할머니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할머니도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딱 집어내지는 못했다. 그저 이런 말을 자주 했을 뿐이다.

"여긴 집이 아니야." (109쪽)

 

저자가 자기 아내의 할머니의 경우를 예로 든 부분이다.

노인에게 적합한 의사가 항시 대기하고 있고 최적의 식단과 보호를 보장받고 있지만 노인들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가 먹어서는 안되는 쿠키를 먹었다고 할때 그게 자기 집에서라면 일탈로 끝날 수 도 있지만 요양원 내에서 그것이 발각될 경우에는 큰 죄책감과 조치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해주는 대로만 받아야지 자기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러한 기존 요양원과 다른 혁신적 대안으로 1983년에 문을 연 노인을 위한 생활 지원 주택 (assisted living house)은 아무도 보호시설에 감금됐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자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안전과 생존을 우선시하는게 의학계의 언어라면, 삶의 질, 존엄성, 자유의지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은 11%에 불과했다. 이렇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1. 사람들이 잘 살아가도록 진심을 다해 돕는 일은 말로 하는 것보다 실제로 하기가 훨씬 힘들다. 예를 들어 이 시설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임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옷을 입혀 주는 게 스스로 입게끔 놔 두는 것보다 쉽고,시간도 덜 걸리고, 서로 마음 상할 일도 적어진다는 것이다.

2. 어시스티드 리빙이라는 개념, 즉 일상적인 삶을 돕는 일의 성공 여부를 잴 수 있는 척도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위생과 안전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밀한 평가 기준이 있다. 이쯤 되면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지 짐작할 수 있다. 시설에 들어가 있는 우리 아버지가 외롭지는 않은지 하는 것보다 체중이 감소했는지, 약을 빼먹지 않았는지, 넘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3. 가장 실망스럽고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이 노인들을 위해서라기 보다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67쪽)

 

저자의 경우는 할아버지가 젊어서 인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고 할아버지 자신도, 저자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모두 의사를 지낸, 미국에서 소위 성공적인 정착을 이룬 가족이다. 인도의 전통적인 관습의 영향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대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우리 할아버지처럼 기댈 수 있는 대가족이 함께 지내면서 그가 선택한 방식으로 살 수 있게 지속적으로 돕는 시스템이 부재한 경우,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통제와 감독이 계속되는 시설에 갇혀 사는 수밖에 없다. 풀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의학적으로 고안된 답이고, 안전하도록 설계된 삶이지만, 당사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하나도 없는 텅 빈 삶이다. (172쪽)

 

-존엄사 (death with dignity)를 허용할때 생각해봐야할 문제점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그리고 미국의 오리건주, 워싱턴주, 버몬트주 등은 의사들이 안락사 처방을 할 수 있는 곳이다.

2012년 현재 네덜란드인 사망자 35명 중 1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이것이 안락사 허용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실패의 척도다.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확보해 줄 가능성이 있는 완화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뒤처져 있다. 어쩌면 안락사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탓에 장애가 생기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경우 안락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고통을 줄이거나 삶을 개선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강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

안락사를 선택할 여지를 마련했다고 해서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 눈을 돌려 버리게 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크나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어시스티드 리빙'은 '어시스티드 데스 (assisted death)'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373, 374쪽)

 

-죽는 자의 역할

호스피스 케어의 목표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옆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한 최상의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죽어가는 사람이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죽는 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시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추억을 나누고, 애정이 담긴 물건과 지혜를 물려주고, 관계를 회복하고,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고, 신과 화해하고, 남겨질 사람들이 괜찮으리라는 걸 확실히 해두고 싶어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지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죽는 자에게나 남는 자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380쪽)

 

그러면서 저자는 실제 자기 아버지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했고 가족은 어떻게 그와 함께 했는지 자세히 적고 있다.

많은 사람의 생과 사를 경험했던 의사 (저자의 아버지와 저자 모두)이어도, 평소에 죽음에 대해 노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죽음 앞에 침착한 사람은 없다.

통증을 경험한 사람에게 통증의 강도를 표시하라고 하면 통증을 경험한 전체 기간 동안 통증의 정도를 평균해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통증을 경험한 정점과 마지막 순간의 통증을 평균하여 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의 육체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자연 법칙에 따라 작동하지만 사람의 느낌과 정신은 수학과 화학의 법칙을 넘어서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아버지를 떠올렸고, 아마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아버지가 생을 마치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90일의 기억에서 2년도 더 지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폐렴 치료차 병원에 가셨고 입원하라는 말에 입원하시고 치료를 시작하신지 사흘만에 의식을 잃으셔서 인공호흡기, 계속해서 진정제 주사, 식도 협착으로 인해 튜브로 영양 공급, 나중엔 투석에 기흉, 심정지로 인한 전기 쇼크까지, 옆에서 도저히 볼 수 없는 힘든 과정을 거치시는 동안 정작 아버지 본인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줄곧 의식이 없는 상태로 계시다가, 가족들과 한마디 인사도 없이 그대로 가셨다. 생전에 자동차에 기름도 반 이하로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미리 준비하시며 사셨던 아버지,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벌써 몇년 전 부터 장례 서비스, 수의, 장례 절차까지 다 준비해놓으셨던 아버지, 여행을 하시면 기차 티켓 한장도 버리지 않고 여행기와 함께 정리해두시던 완벽주의 성격의 아버지셨는데, 마지막이 저렇게 허망할 수가 있나 생각하면 지금도 모든 의욕을 잃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일도 누구나 겪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던 그 사실을 다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곧 어떻게 살 것인가와 무관하지 않음을.

다양한 사례를 포함시키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주제를 벗어나지 않게 쓰여진 글이다.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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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2-08 19:26   좋아요 0 | URL
선택할 수 있는 정신이 있을 때 해놓아야 하는데, 그런 온전한 정신이 있는 동안엔 되도록 죽음의 문제를 회피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라서 이런 책을 읽고 자각을 해야할 필요가 있나봅니다. 그런데 경험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요. 한번의 경험이 미치는 영향력은 책이나 미리 학습한 것들을 가차없이 무너뜨리는 걸 느끼겠어요. 무너진 것을 다시 쌓아올리는 작업 중입니다 되도록 튼튼하게요 ^^

세실 2017-02-0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죽을 것인가...어떻게 살 것인가....
갑자기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웰 다잉.....중요하지요.

hnine 2017-02-09 20:25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종교가 있으시니까 종교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다보면 종교가 없는 저도 종교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되더라고요.
추상적인 의미를 넘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미리 해놓은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더 나이 들어서 생각하려면 마음이 더 안좋을 것 같아서요.
 

 

 

 

 

The human mind is not meant to be governed, certainly not by any book of rules yet written; it is supposed to run itself, and we are obliged to follow it along, trying to keep up with it as best we can. It is all very well to be aware of your awareness, even proud of it, but never try to operate it. You are not up to the job.

 

 

...사람의 정신은 (외부의 어떤 수단에 의해) 지배되고 조율되는 것이 아니다. 성문화된 어떤 법률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사람의 정신을 다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정신은 스스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정신이 작동하는 바를 따르고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 (자기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이다. 결코 사람의 정신을 인위로 조작하려하지 말아라. 그것은 당신에게 맡겨진 일이 아니다. 

 

 

 

 ◀ 예전에 읽은 책

 

 

 

 

 

 

 

 

 

 

 

 

 

 

고백하자면 이 책은 오래전에 (2000년) 순전히 제목이 멋있어서 구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Lewis Thomas가 아주 유명한 의사이자 작가라는 것, 미국에서 최고의 과학 저술가에게 주는 상에 그의 이름이 붙은 것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은 사람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이 책을 오늘 다시 들춰보게 된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다른 저자의 책을 읽다가 Lewis Thomas의 말이 인용된 부분을 만났기 때문이다. 예전에 구입했던 Lewis Thomas의 책을 찾아다가 밑줄쳐 놓았던 한 문단을 옮기고 해석은 내가 이해한대로 의역해서 덧붙여보았다 (mind를 마음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해석한 것도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 지금 읽고 있는 책

 

 

 

 

 

 

 

 

 

 

 

 

 

*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제목때문에 낚여서 구입한 책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가독성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위에 언급한 루이스 토마스 상을 받았다.

 

* 실제로 말러의 음악은 한번 듣고 좋아지기엔 좀 무리가 있는, 내게는 어려운 음악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겐 책 제목 속에서 더 멋있어 보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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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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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마침 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전문 평론가가 아닌, 그저 책읽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팟캐스트인데 황정은이라는 작가를 김애란 작가와 더불어 요즘 우리 문단에서 인정받는 젊은 작가라고 소개했다. 진행자가 무심코 한 말인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김애란과 황정은은 다른 작가들과 어떤 점이 다를까. 그들을 더 인정받게 하는 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김애란과 황정은 두 사람의 소설은 또 어떻게 다를까. 김애란의 소설은 좀 읽었지만 황정은의 소설은 책으로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내가 알아낼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런 의문을 가지고 읽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조금 더 재미있으니까.

 

황정은의 문장은 지상에서 어느 만큼 공중으로 띄워져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아주 사실적인 문장을 지상의 문장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었을 때 물과 수증기는 본질은 같지만 이미 다른 형태, 다른 성질이듯, 지상에서 만들어져 공중으로 띄어진 문장들은 투명하고, 길지 않으며, 겉치레가 없다. 그런 문장으로 그녀가 하고 있는 얘기들의 내용 역시 문장의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지상에서 볼일은 다 끝났다는 듯 공중에서 풀어내는 독백 같은 얘기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감정이 싹 가신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 그들은 무표정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듣는 우리들은 감정이 서서히 차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양의 미래>에서 서점 점원은 실종된 여학생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상류엔 맹금류>에서 여자는 남자친구 가족들과 수목원 나들이에 동행을 하는데 장소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가족들의 어색하고 궁색한 모습, 즐거워야 할 일도 즐거울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 싫어서 진심으로 합류하지 못하며 결국 남자 친구와도 헤어진다.

<명실>에서 독백을 하는 사람은 오래전 죽은 친구 실리를 회상하며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그 친구를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하는 노인 명실이다.

<누가>에서 여자는 층간 소음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로 묘하게 묘사되어 있고,

<누구도 가본 적 없는>에서 부부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시도하는데, 오래 전 어린 아들을 잃고 황망해하듯이, 기차에 아내를 두고 내린 남편의 황망함으로 맺는다.

<웃는 남자>는 사고로 죽은 여자 친구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는 남자의 얘기이며

<복경>은 웃음을 팔아야 하는, 웃지 않을 상황에서도 억지 웃음을 지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웃지 않을 상황에서 억지로 웃는 행위는 진짜 웃음과 구별하여 다른 단어로 따로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말을 한다.

맨 앞에 나오는 단편 <상행>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내가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두번째 단편 <양의 미래> 역시 제목이 왜 양의 미래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명실에서 화자는 분명 죽은 친구의 얘기를 하고 있음에도, 글을 쓰고 싶어했던 친구의 얘기를 빗대어 화자가 또 다른 자기에게 하고 있는 얘기가 아닐까 상상하며 읽기도 했다. 즉, 명실이 곧 실리라고.

웃는 남자에서는 특히 황정은의 문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읽다 보면 같은 뜻인데 다 다른 문장으로 거의 반 페이지를 단숨에 써내려간 것 같은 꽉찬 문단.

여덟 편 모두에서 누군가 아프고, 누군가 죽고, 거의 모든 화자는 희망없이 살고 있고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소설들이 희망보다는 절망, 허무를, 인생의 밝은 면보다는 어둡고 비극적인 면을 그리고 있지 않던가. 김애란 소설은 그래도 삶은 따뜻할 수도 있다는 여지라도 남기고 있다면 황정은의 소설은 (이 책에 한해서) 가차없이 그대로, 삶은 이렇게 쓸쓸하고 또 쓸쓸하다고 맺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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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7-02-04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은이 김애란 만큼이나 사랑받고 독자군도 많이 갖고 있는 작가라는 것을 덕분에 알았으용 ㅎ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을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말씀처럼 따뜻한 ~ .. 최근에 또 생각한 것인데 소설은 쓸쓸하고 쓸쓸한 것을 읽었을 때 더 진하게 남는 것이 있었던 것도 같고, 요즘엔 그마저도 그 무엇도 잘 읽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쫒기듯 살고 있는데, 이렇게 종종 들어와 나인님 글 읽고 있으면 참 고즈넉하고 아, 그렇구나! 이런 깨달음도 있고 넘 좋으네용 ㅎㅎㅎ

hnine 2017-02-04 09:37   좋아요 0 | URL
일단 이 두작가 모두 무슨 무슨 문학상 하는 상을 많이 받았고요.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고요. 두 사람 모두 팟캐스트 진행을 한적이 있는데 둘 모두 제가 빼놓지 않고 들어왔던지라 두 작가에 대해 자연히 관심이 있었어요. 황정은은 뭔가,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작가 같아요. 이 책에 보면 작가 소개글이 단 한 줄도 없어요. 작가의 말도 없고 평론가가 써주는 글도 수록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황정은이 막상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웃기도 잘 하고 웃기기도 잘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수록된 단편은 읽고 나면 마치 비를 쫄딱 맞고 불 없는 방에 혼자 들어오는 기분이랄까, 그런 집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느낌이랄까! 차라리 작가의 문장에 집중해서 보는게 어떨까 생각도 했답니다. 조용하면서 살아있는 문장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거든요.
이 책은 얇고 단편들이라서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시간있으실때 한번 읽어보세요.

하늘바람 2017-02-04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황정은 안 읽어본 저를 안달복달하게 만드시는 리뷰신데요.
사실 전 나인님 리뷰가 어떤 팟캐스트보다 재미납니다.

hnine 2017-02-04 09:41   좋아요 0 | URL
글 쓰시는 하늘바람님 ^^,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왕 김애란과 황정은을 비교해놓았으니, 제 생각에 하늘바람님이 소설을 쓰신다면 황정은 보다는 김애란 쪽이 아닐까 상상해봅니다만...
이 책에 실린 단편중 저는 <상류엔 맹금류>, <누구도 가본 적 없는>이 제일 좋았고, <웃는 남자>와 <복경>에서는 황정은 문장의 진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답니다.

블루데이지 2017-02-0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hnine님처럼 동네 서점에 들러 데려오려던 책인데 상황이 여의치않아 알라딘에서 구입해 박스만 개봉해놓은 책인데 오늘 꼭 읽고싶은 조급증이 생길만큼 멋진 리뷰입니다^^ 잘 지내시죠?저도 잘 지내는듯합니다.

hnine 2017-02-04 20:26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정말 반갑고 반갑고 또 반갑고...
잘 지내셨지요? 지금도 대전에 사시는거죠?
황정은의 소설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한번쯤 읽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그런 소설 같아요. 여기 실린 여덟편 중 어떤 것을 제일 좋아하실까, 나중에 리뷰 올려주세요.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거울

 

 

지난주말 시골집에 갔는데 우리집에 참, 이상한 새 한마리가 산다.

배 쪽은 짙은 밤색, 등 쪽은 검은색, 깃에는 흰색 점이 박힌 참새만한 새인데 이 새는 하루종일 마루에 걸어놓은 거울에 와서 논다. 파르륵, 날갯짓을 하며 거울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살면서 세상에 별놈의 새를 다 본다. 거울 속 제 모습을 두고 짝이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저녁 무렵,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여름에 안방으로 새 한 마리 들어왔기에 들고 있던 파리채로 그만 후려갈겼다. 그게 짝인갑다. 아버지도 참...... 그래서 내가 팔순의 아버지께 왜, 그 새를 죽였냐고 난생처음 버릇없이 화를 내었다. 그리고 내 얼굴이 비치는 그 마루의 거울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 고영민 시집 <공손한 손> 중에서 =

 

(줄 바꿈 없이 쓰여진 원문 그대로 옮겨놓는다.)

 

 

 

 

 

 

 

 

 

 

 

 

 

 

 

 

 

 

 

 

 

 

 

 

시집은 마구 사들여도 좋다.

후루룩 읽자고 들면 한권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 좀 쌓인다 한들 그리 부담스러울 것 없어 좋고

그렇게 한번 읽었다 해도 다 읽은게 아니고 두고 두고 또 보는 일이 많으니 좋다.

이 시집도 벌써 몇번을 다시 들춰 읽었는지 모른다.

오늘 이 시가 특히 마음에 들어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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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2-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해 버린 나르키소스가 생각나네요.

hnine 2017-02-03 17:30   좋아요 0 | URL
거울 속 자기 모습이 잃어버린 자기 짝인줄 알고 자꾸 쳐다보는 새.
이제 자기 짝이 보고 싶어도 거울 속 자기 얼굴을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새를 딱하게 여기는 시인.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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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방향의 내용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철학인가, 의학인가, 윤리? 도덕? 정치?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으므로 의학책은 아닐 것이고, 본격적인 철학책도 아닐 것이다. 프롤로그에 보니 이 책은 위에 말한 어떤 한 분야의 책이라기보다 출판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책을 내자는 제안에 따라 쓰게되었다고 하는, 무겁지 않은 인생론이라고 하겠다.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내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았다는 저자의 말로부터 인생론에 담아야 할 내용이 대개 이런 것들이구나 힌트를 얻는다. 말 만큼 글도 잘 쓰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고 실제로 글쓰기 특강 책을 냈기도 한지라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 책이다 (소설로 등단한 경력도 있다는 것은 책을 읽고서 알았다.)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이렇게 네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읽는 동안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술술 읽혔던 터라 장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는데 지금 리뷰를 쓰면서 각 장의 제목을 옮겨 적다보니 내용들과 연결이 되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보아도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산만하지 않고 짜임새 있도록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부모여서 그런가. 밑줄 그은 부분이 대개 부모됨에 대한 부분들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초등학생때부터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던 막내의 예를 들면서 재능없는 열정의 비극에 대해 얘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고, 특히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젊은 세대들은 한번쯤 누구에겐가 자문을 구하고 싶어하는 물음일 것이다. 저자가 실제로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꼭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는 않는다. 이겨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다.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 속에 살아야 하지만, 즐기면서 경쟁에 임하면 이겨도 이기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4쪽)

즉,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에 도달할만한 재능은 못갖췄다 하더라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일, 자기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를 권하고 있다. 동감이다. 그래서 저자는 재능이 열정을 못따라가는 막내 아들에게 뭐라고 조언을 했을까. '축구는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 는 설마 아니었을 것이고. 축구 선수가 아니어도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축구 전문 평론가를 직업으로 권했다고 한다. 너는 얼굴도 잘 생기고, 축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좋아하고, 영어도 잘하고 우리말도 잘하니 유학도 다녀오고 스포츠 마케팅도 공부하면 축구선수 못지 않은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평론가라 될거라고 했단다. '축구는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와는 완전히 다른 조언이 아닌지.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에게도 때에 따라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유연성 있고 긍정적인 방향 제시를 할 수 있어야 살면서 주저앉게 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의 자리에 희망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포기 대신 융통성을, 중단 대신 방향 전환을.

부모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중대한 잘못은 자녀의 삶을 대신 설계하고 자녀의 행복을 대신 판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만약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첫째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 둘째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꿈이나 희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소망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말하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자녀들은 부모가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을 거부할 수있어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213쪽)

 

2장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는 존엄한 죽음, 자유 의지, 죽음에 대한 나의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놀기와 일하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자기는 놀기를 택하겠다면서 학생때부터 정치, 운동, 야학, 유학, 출판사, 책 쓰기, 방송 토론 진행자 등등 자기가 거쳐온 일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지나고 보니 한 가지 직업을 오래 해본 적이 없다고 하고, 자기가 걸어온 길에 대해 남들이 말하듯이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념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신념의 도구가 되고 싶지는 않고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아마 종교가 싫어서가 아니라 신념처럼 종교도  도구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나이든 보수 세력을 원망하지 마라, 그들도 젊을 땐 누구보다도 진보의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라면서 진보였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보수성향으로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인 반면 젊어서 보수였던 사람이 나이들어 반대로 진보로 바뀌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며 세상과 타협하며 살다보면 계속 정신이 깨어있도록 노력하지 않는한 지금 진보를 외치는 우리들도 어쩔 수 없이 보수로 바뀌어 갈지 모른다는 경고.

책의 마지막에서 자기가 꿈꾸는 자기의 장례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그의 생각은 젊었고 유연했다.

하도 들은 바가 많아서 기대도 높았던 만큼, 대단한 감탄을 자아내지는 않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제목때문에 다소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기대하며 여기 저기 밑줄을 그으며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에게서만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명문장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갔다고 하면 이상한가? 이 책은 내가 처음 읽은 유시민의 책이다. 그것도 거의 충동 구매로 구입한.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주시할 것 같고, 그의 다른 저서들도 들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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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3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씨도 제가 믿고 보는 저자 중에 한 분이예요ㅎ 아직 이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만ㅎㅎ

hnine 2017-01-31 18:29   좋아요 0 | URL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면 화제가 무궁무진 할 것 같은 사람이어요. 신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는 점이 특히 좋더군요. 저는 이분이 등단하셨다는 소설이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