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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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방향의 내용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철학인가, 의학인가, 윤리? 도덕? 정치?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으므로 의학책은 아닐 것이고, 본격적인 철학책도 아닐 것이다. 프롤로그에 보니 이 책은 위에 말한 어떤 한 분야의 책이라기보다 출판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책을 내자는 제안에 따라 쓰게되었다고 하는, 무겁지 않은 인생론이라고 하겠다.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내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았다는 저자의 말로부터 인생론에 담아야 할 내용이 대개 이런 것들이구나 힌트를 얻는다. 말 만큼 글도 잘 쓰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고 실제로 글쓰기 특강 책을 냈기도 한지라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 책이다 (소설로 등단한 경력도 있다는 것은 책을 읽고서 알았다.)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이렇게 네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읽는 동안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술술 읽혔던 터라 장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는데 지금 리뷰를 쓰면서 각 장의 제목을 옮겨 적다보니 내용들과 연결이 되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보아도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산만하지 않고 짜임새 있도록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부모여서 그런가. 밑줄 그은 부분이 대개 부모됨에 대한 부분들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초등학생때부터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던 막내의 예를 들면서 재능없는 열정의 비극에 대해 얘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고, 특히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젊은 세대들은 한번쯤 누구에겐가 자문을 구하고 싶어하는 물음일 것이다. 저자가 실제로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꼭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는 않는다. 이겨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다.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 속에 살아야 하지만, 즐기면서 경쟁에 임하면 이겨도 이기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4쪽)

즉,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에 도달할만한 재능은 못갖췄다 하더라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일, 자기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를 권하고 있다. 동감이다. 그래서 저자는 재능이 열정을 못따라가는 막내 아들에게 뭐라고 조언을 했을까. '축구는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 는 설마 아니었을 것이고. 축구 선수가 아니어도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축구 전문 평론가를 직업으로 권했다고 한다. 너는 얼굴도 잘 생기고, 축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좋아하고, 영어도 잘하고 우리말도 잘하니 유학도 다녀오고 스포츠 마케팅도 공부하면 축구선수 못지 않은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평론가라 될거라고 했단다. '축구는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와는 완전히 다른 조언이 아닌지.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에게도 때에 따라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유연성 있고 긍정적인 방향 제시를 할 수 있어야 살면서 주저앉게 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의 자리에 희망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포기 대신 융통성을, 중단 대신 방향 전환을.

부모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중대한 잘못은 자녀의 삶을 대신 설계하고 자녀의 행복을 대신 판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만약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첫째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 둘째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꿈이나 희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소망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말하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자녀들은 부모가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을 거부할 수있어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213쪽)

 

2장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는 존엄한 죽음, 자유 의지, 죽음에 대한 나의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놀기와 일하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자기는 놀기를 택하겠다면서 학생때부터 정치, 운동, 야학, 유학, 출판사, 책 쓰기, 방송 토론 진행자 등등 자기가 거쳐온 일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지나고 보니 한 가지 직업을 오래 해본 적이 없다고 하고, 자기가 걸어온 길에 대해 남들이 말하듯이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념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신념의 도구가 되고 싶지는 않고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아마 종교가 싫어서가 아니라 신념처럼 종교도  도구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나이든 보수 세력을 원망하지 마라, 그들도 젊을 땐 누구보다도 진보의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라면서 진보였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보수성향으로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인 반면 젊어서 보수였던 사람이 나이들어 반대로 진보로 바뀌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며 세상과 타협하며 살다보면 계속 정신이 깨어있도록 노력하지 않는한 지금 진보를 외치는 우리들도 어쩔 수 없이 보수로 바뀌어 갈지 모른다는 경고.

책의 마지막에서 자기가 꿈꾸는 자기의 장례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그의 생각은 젊었고 유연했다.

하도 들은 바가 많아서 기대도 높았던 만큼, 대단한 감탄을 자아내지는 않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제목때문에 다소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기대하며 여기 저기 밑줄을 그으며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에게서만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명문장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갔다고 하면 이상한가? 이 책은 내가 처음 읽은 유시민의 책이다. 그것도 거의 충동 구매로 구입한.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주시할 것 같고, 그의 다른 저서들도 들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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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3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씨도 제가 믿고 보는 저자 중에 한 분이예요ㅎ 아직 이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만ㅎㅎ

hnine 2017-01-31 18:29   좋아요 0 | URL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면 화제가 무궁무진 할 것 같은 사람이어요. 신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는 점이 특히 좋더군요. 저는 이분이 등단하셨다는 소설이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