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문학선 1 ㅣ 한국단편문학선 1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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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이나 시험과 상관없이, 순수한 동기에서 꺼내 들어 읽는 우리 문학이 얼마나 좋았는지. 우리 나라 대표적인 작품들이니 내용은 대부분 알고 읽는데도, 시대가 좀 변해서 그런지 지금은 안쓰는 생소한 단어나 표현들이 군데 군데 섞여 나오는데도, 짜증이 아니라 오히려 구수하고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건 왜인가. 아마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지. 한국인 DNA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한국단편문학선1, 2 란 제목으로 두권이 포함되어 있다. 1권에는 김동인, 현진건, 이광수, 나도향, 최서해, 김유정, 채만식, 이상, 이효석, 이태준, 정비석, 염상섭의 단편이 1~2편씩 수록되어 있다.

순서 상관없이 제일 먼저 읽은 것은 이상의 <날개>였다. 1910년 서울생 이상은 건축과를 졸업하였고 건축으로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이 먼저였으나 건축 잡지에 시를 발표하고, 서양화를 선전에 출품하여 입선하기도 하였으니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었나보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가 무절제하고 빈곤한 생활로 이어진 끝에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날개>의 첫문장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내가 읽으며 밑줄친 문장은 뒤에 나오는, 보다 평범한 문장이었다.

 

나는 목적을 잃어버리기 위하여 얼마든지 거리를 쏘다녔다. 돈은 물론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돈을 쓸 아무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나는 벌써 돈을 쓰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았다.

 

목적을 잃어버려야만 버틸 수 있는 나날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아내라는 창을 통해 내다보는 세상. 자기와 완전히 격리되어 버린 세상에서 존재하는 방식은 목적을 잃어버려야 하고, 날개가 없어 혼자 날수 없는 상태여야 했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득였다.

 

죽음과 다를 바 있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보고 싶은 이유는, 마지막 문장 때문이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특히,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고 행을 바꾸어 반복함으로써 간절함과 동시에 자기의 무능력에 대한 자책을 표현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ego, 약한 자의 슬픔을 주제로 하는 작품은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다른 작가들에서도 거의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었는데 김동인의 <감자>와 <발가락이 닮았다>의 경우, 새로운 문물과 사상에 밀려 전통의 가치가 무너짐을 겪었던 시기, 도덕과 양심보다 물질의 가치에 마음을 잃었던 시기에 개인의 삶의 참담한 결말과 허무함을 보여준다.

이광수의 <무명>은 한국문학에서 이광수의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본다. 환자들만 수감되어 있는 감옥 병동에서의 이야기인데, 한 공간에 수감되어 있는 각 인물들의 행동이나 성격 묘사도 매우 사실적이고, 그들의 행동과 말로 대변되는 그당시 사회상 표현도 뛰어나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그나마 희극적인 결말로 맺는데 특히 더 짧은 분량때문인가, 현진건의 <빈처>나 <운수 좋은 날>, 최서해의 <홍염>에서처럼 비극적인 여성상이 아니어서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고, 덤으로 알게 된 것은 지금까진 동백은 붉은 동백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 속 동백은 노란 동백이라는 것.

수록된 단편중 최고를 꼽으라면 나는 이효석의 <산>을 꼽을 것이다. 김영감 집에서 머슴살이 하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자 뛰쳐나와 산에서 홀로 살아가기로 작정한 중실이라는 사내의 이야기이다. 중실의 독백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엔 그래서 다른 등장 인물도 없다. 그런데도 자연의 묘사, 사람 마음 속내 묘사가 어찌나 섬세하고 사실적인지, 단어 선택의 풍부함, 문장의 감칠 맛 등, 읽다보면 중실의 마음 속으로 내가 들어가있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엔 아마도 사람들 모여사는 세상에 질리고 정 떨어진 주인공이 외롭지만 거짓없는 산 속으로 들어와 하나 되고 싶어하는 그 마음에 공감이 가서였는지도 모른다. 한번 읽고 지나가기 아쉬워 한줄 한줄 노트에 베껴써보기도 했다.

 

 

 

 

 

 

 

 

 

 

연달아 나오는 이효석의 <모밀꽃 필 무렵>도 못지 않다. 중학교때 국어 시간. 국어 선생님께서 이효석의 모밀꽃 필 무렵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되 작품 속에 나오는 허생원과 동이가 어떤 관계인지를 독후감 속에 써오라고 하셨다. 책 안읽고 참고서 베껴서 독후감 쓰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내주신 문제같은데, 정작 이 순진한 중학교1학년생은 작품을 끝까지 다 읽고도 허생원과 동이가 과연 무슨 관계인지 확실히 모르겠는 것이다. 지금 다시 읽으니 그 당시 중학생 나로서는 읽고도 못찾을수 있었겠다 싶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내주신 국어 선생님의 마음이 헤아려지기도 한다. 이 작품 어디에도 허생원과 동이가 어떤 사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작품 속 허생원이 동이가 자기의 아들임을 발견하는 장면처럼 작가는 독자들도 읽다가 어느 순간 어렴풋이 알게 되는 쪽을 택했다. 이런 묘미를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직접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읽는 동안 주인공과 함께 가슴 아프고, 마음 졸이고, 허무해지고, 악 바치기도 하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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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8-03-2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2 여름방학때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비슷한(?) 독후감을 써 오라는 숙제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김동인의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등이 ‘숙제 범위‘였지요.
제 집에는 그런 책들이 없어서 제 짝궁이 사는 ‘주실마을‘(조지훈 시인의 고향)까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갈투성이 신작로를 하루 종일 걸어서 다녀 왔던 기억도 생생하고요. http://blog.aladin.co.kr/oren/8179370

나중에 고1에 진학해서 <한국 근대 단편문학 전집(전5권)>을 책장사한테 속아서 샀는데, 그 책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맨날 저녁밥 지어먹고 나면 그 책부터 펼쳐 읽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무렵, 허생원과 동이가 달빛 아래에서 강을 건너갈 때의 풍경도 그림처럼 떠오르고요.

hnine 2018-03-24 07:38   좋아요 0 | URL
적어주신 예전 포스팅 찾아가서 잘 읽었습니다. 예전 일이지만 생생히 기억하시네요. 지금이야 읽을 거리가 여기 저기 넘쳐나서 잘 골라 읽어야 할 정도이지만 예전에만 해도 읽을 책을 찾아다녀야 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당시 중학생들에게는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메밀꽃 필 무렵 (제가 이번에 읽은 민음사 책에는 제목이 모밀꽃 필 무렵으로 되어 있네요. 저도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제목이 더 익숙한데 말이죠) 같은 작품들에 담긴 뜻을 제대로 잘 파악하며 읽기란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저한테는 그랬지요 ^^
실제로 메밀꽃은 화분에 핀 것만 봤지, 밭을 이룰 만큼 피어있는 풍경은 본 적이 없어서, 저는 실감있게 상상이 잘 안되어요 더구나 달빛 아래 메밀꽃밭을 걸어가는 풍경은 더 상상이 잘 안되어서 아쉽답니다. 달빛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메밀꽃 핀 봉평에 가보고 싶어요.

oren 2018-03-24 16:57   좋아요 0 | URL
hnine 님은 메밀밭을 여태 못 보셨군요. 저는 어릴 때부터 메밀밭, 메밀꽃, 메밀묵 등과는 아주 친숙했는데 말이지요.. 어른이 되어서 메밀과는 한참 동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메밀과 가까원진 건 봉평에 자주 드나들면서부터였습니나. 겨울철마다 스키 타러 보광피닉스파크를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그때마다 봉평 읍내에 있는 단골 메밀국수집을 꼬박꼬박 찾았으니까요. 봉평뿐만 아니라 대화까지 가서도 메밀국수를 두어번 맛 본 듯한데, 그 동네를 다닐 때면 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함께 떠올리곤 했지요. 어릴 때 가끔씩 보았던 ‘눈이 내린 듯한 메밀밭 풍경‘과 함께 말이지요...

hnine 2018-03-25 10:10   좋아요 0 | URL
저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메밀꽃 축제가 가을에 있네요 (그것도 이제 알았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책으로 읽으며 상상하던 것과 비교가 안되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요. oren님은 눈이 내린 듯하다고 하셨고, 이효석은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다고 했고, 저는 뭐라고 할까요? ^^

세실 2018-03-24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생원과 동이의 관계.. 막연한 짐작으로...그쵸?ㅎㅎ
이효석의 <산> 궁금하네요.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니 절대 읽을 일 없겠다 생각했는데....국어 공부의 폐단이죠.

hnine 2018-03-25 10:13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막연한 짐작으로? ^^ 저는 중학생때는 막연한 짐작도 안가더라고요. 지금 읽으니 확연히 알겠던데 말이지요. 그래도 나이는 그냥 먹은게 아니었나봐요.
이효석의 <산>은 대단한 스토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문장이 너무 좋고, 산을 소재로 하면서 일인 주인공의 심경을 기가 막히게 이입하여 표현한데 감동받아서, 제가 친구에게 이 작품 읽어보라고 하면서 얘기하기를 ˝버릴 문장이 없어˝라고 했답니다.
 

 

 

 

 

 

 

1. 가끔 보는 EBS 영어 학습 프로그램에 예문으로 나온 문장

 

잠에서 깨어나 입을 옷이 있고 사용할 물이 있고 먹을 음식이 있으니 좋은 인생이다. 감사할 일이다.

 

 

 

 

 

 

 

 

2. 동네 카페 갔더니 이런 액자가 걸려있었다.

 

나무에 앉아있는 새는 결코 나뭇가지가 부러질까봐 걱정하지 않습니다.

새가 믿는 것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당신 자신을 믿으세요.

 

당신의 날개를 쭉 펴고 나르는 겁니다. 멀리 멀리.

 

당신의 작은 날개를 쭉 펴고 날라보세요. 멀리 멀리.

 

힘을 모아요.

당신이 더 잘 할거라는거 알고 있잖아요.

 

그것은 바로 당신이 자유인이기 때문입니다.

 

 

 

 

 

 

 

 

 

 

 

3. 어제 하루 내가 한 일중 가장 괜찮은 일은

마루 바닥을 지나가는 거미를 발견하고 잡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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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2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사는 곳에는 저녁이 가까워지는 오후에 눈이 내려서 일찍 저녁이 온 것 같았어요.
날씨가 지난 주 따뜻했지만, 다시 겨울 같습니다.
hnine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어김없이 온 봄

어김없이 오게 하는 그 힘

그것만 믿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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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17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꽃이 피나요? 여긴 아직 소식 없어요.
며칠 따뜻했는데, 지금은 날씨가 무척 추워졌어요.
노란색 개나리는 맞는 것 같은데, 두번째는 산수유꽃 맞는지 모르겠어요.
둘 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인가봅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hnine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8-03-17 18:51   좋아요 1 | URL
산수유 맞아요 ^^ 이른봄에 피는 꽃 맞고요.
꽃도 꽃이지만 새소리도 유난히 크게 들리더군요. 뭐라고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답니다.
서니데이님, 마음이 혹시 답답한 날엔 집밖으로 나가서 한바퀴 휘 둘러보고만 와도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일기예보에서 알려주는 기온보다 실제 체감온도는 좀 낮게 느껴지는 묘한 3월의 날씨지요.
내일 또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새도 한번 찍어보고 싶은데 어렵네요 ^^

세실 2018-03-1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산수유가 참 예쁘네요^^
다시, 봄!

hnine 2018-03-17 20:51   좋아요 0 | URL
지리산 산수유 축제 갔던 때가 생각났는데, 그게 벌써 10년도 더 전 일이더라고요.
아직 3월의 쌀쌀함 때문인지 꽃이 본격적으로 피려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동작빠른 산수유랑 개나리 몇그루만 꽃을 피웠더군요.
이제 자주 밖으로 다녀봐야겠어요.

stella.K 2018-03-1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오늘 아침 교회 예배 드리고 오는 버스에서 보니
목련이 필려고 봉우리가 맺혀있더군요.
이번 겨울은 워낙에 추워서 조금은 늦지 않나 하는데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은 피네요. 얼마나 다행인지...ㅋ

hnine 2018-03-18 15:24   좋아요 0 | URL
목련이 말이죠, 그렇게 봉우리 맺힌지 꽤 되었는데 기다리는 사람 애타게 하고 있단 말이죠 ^^
곧 하얀 꽃잎이 나오겠죠?
점심 먹고 오늘도 한바퀴 휘돌고 들어왔네요. 빗방울이 떨어지는것 같아 서둘러 들어왔더니 집에 들어오니 그쳤어요. 비가 오려면 좀 더 와주면 꽃나무들이 좋아했을텐데...
덕분에 오랜만에 EBS 일요음악여행 들으며 한가한 시간 보내고 있어요. 소확행! ^^
 

 

 

 

 

 

 

무꽁다리 잘라서 물에 꽂아놓은지 몇주 만에

저렇게 연보라색 꽃까지 피웠다.

무청에 영양가가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리라.

우리가 무심히 보아넘기는 것들속에 알고보면 대견하고 놀라운 일, 그리고 뭉클한 일들이 많다.

 

 

 

 

 

 

 

 

저녁으로 들깨 칼국수를 하기로 하고 마트 가서 표고버섯을 고르는데, 세식구 먹기엔 너무 많이 담아서 포장해놓고 판다.

제일 적게 담긴 팩을 골랐다. 그래봤자 몇백원 차이인데.

 

집에 오는 길에 꽃집에서 튤립을 봤다.

들어가서 한송이 3,000원 한다는 튤립을 망설임없이 두 송이, 6,000원 주고 사가지고 좋아라 들고 돌아왔다.

어떻게 이렇게 이쁠수가 있지.

 

 

 

 

 

 

 

 

 

 

 

 

 

 

 

책보다, 지식보다, 나이보다, 연륜보다,

한송이 꽃에서 훨씬 더 배울게 많고 신뢰가 가는 세상이다.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자연의 섭리.

그 외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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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래히 2018-03-10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예쁘네요^^ 무와 그 꽃이 웬지 안 어울릴거라는 저의 편견이 부끄럽습니다.

hnine 2018-03-11 05:41   좋아요 1 | URL
키워보기 전에는 무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도 몰랐어요.
마트에서 무를 사다가 며칠 후에 먹으려고 보면 어느새 잎이 나오고 있는걸 종종 보거든요. 그럼 그냥 잘라버리기 아까와서 끝부분만 잘라다가 물에 담가놓으면 저렇게 쑥쑥 잘 자라요. 한번 해보세요.

[그장소] 2018-03-1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워봐서 알아요 . 기특하죠~^^ 무꽃!!

hnine 2018-03-11 05:44   좋아요 1 | URL
당근도 같이 키웠는데 며칠 전에 이제 자기가 자랄 수 있는데까진 다 자랐는지 시들시들해져서 버렸어요. 흙에다 옮겨줘도 잘 자랄지 확신이 없어서 그냥 버리는데 미안하더라고요.
기특하고 대견하고 뭉클하고, 글로 배우는 생명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생명이지요.

[그장소] 2018-03-11 06:47   좋아요 0 | URL
흙에 묻어줘도 못살더라고요 . 영양분을 꽃피우는데 다 써서 그런지 ..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가더라는 ~~ 보는 동안 좋았어요 . 늘~^^

hnine 2018-03-11 07:06   좋아요 1 | URL
이렇게 일찍 일어나셔서 댓글을 주시고...^^
그것도 뭉클하군요. 갖고 있는 영양분을 다 소진해서 그런것 같다는 말씀이요.

[그장소] 2018-03-11 07:10   좋아요 0 | URL
아하핫~ 책보다 밤 샜어요 . ^^ 책 한권 끝내고 댓글 답하러 왔네요~ 안주무신거 같은데 .. 그렇죠? 눈 피로 잘 푸세요 ~ 요즘엔 자주 눈이 침핌해져서 짜증이 나곤 해요 . 있을 때 건강도 챙겨요 .우리~^^

혜덕화 2018-03-1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 꽃 예쁘네요. 튤립도.
목욕 다녀 오다가 유치원 담벼락에 피어난 홍매화도 어찌나 이쁜지, 한참 멈춰서 보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지들이 꽃이라 꽃 핀 줄도 모를텐데^^
꽃에 눈이 많이 가는 거 보니, 봄인가봐요

hnine 2018-03-11 16:51   좋아요 0 | URL
무꽃은 작고 소박하고, 튤립은 크고 확실하게 눈에 띄어요.
튤립은 색깔도 여러가지인데 다 그대로 예뻐서 고르기가 어렵더라고요.
표고버섯 살때 200원 아껴서, 6000원 주고 꽃을 사가지고 오는 마음이란...^^
안그래도 꽃집 주인께서도 혜덕화님과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날이 따뜻해지니 꽃에 눈이 가시지요 라고요.
 
도둑 일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4
장 주네 지음, 박형섭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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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터 혼란스럽기 시작하여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때까지 이 모든 내용은 문학으로서 쓰여진 것이다, 문학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 상기하며 읽어야했던 책이다.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실제 생활 (그렇다. '경험'이라는 단어보다 '생활'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경험이라고 하면 웬지 단기간, 끝이 정해져 있는, 단발성의 의미가 떠올려지기 때문이다)을 그린, 제목 처럼 '일기'인데 결코 평범한 일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보이는 저 에곤 쉴레 그림 속 두 남자의 포즈로부터 짐작이 될까?

프랑스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장 주네. 그는 태어난지 일곱달만에 어머니로부터 버려졌고 파리 빈민 구제국을 거쳐 다른 집에 위탁되어 성장한다 (그 후 어머니는 주네가 아홉살때 세상을 떠난다). 초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직업학교에 들어갔으나  절도, 무임승차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교도소에서 시를 쓰기 시작한다. 탈영, 도둑, 남창 생활 하며 유럽 전지역을 방랑 생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어 소설과 시를 집필했는데 그의 작품이 어떻게 싸르트르의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장 콕토, 시몬 드 보봐르, 자코메티 같은 유명 작가와 예술가와의 친분으로 이어져서 장 주네의 창작 활동에 중요한 영향과 도움을 주게 된다.

이 책 <도둑일기>를 그의 나이 서른 여덟, 1949년에 발표하였다. 절도죄로 종신형 선고, 문인들의 탄원 덕분에 특별사면, 자살 시도, 전쟁 반대 시위 참여, 인권 운동 단체 투쟁 가담 등, 참으로 순탄치 못한 생활을 하였는데 그러던 중 후두암 증상이 나타났고 7년 후 1986년 파리 방문차 왔다가 파리의 허름한 호텔방에서 숨을 거두었으며 평소 유언에 따라 죽기 전까지 머물던 모로코의 산기슭에 묻혔다. 

작가이기 전에 도둑 생활부터 시작하였고, 그래서 교도소에 수감되었으며, 교도소라는 제한되고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밀폐된 장소 (작품속에서 그는 교도소를 성소(聖所)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꿈이라고도 했다) 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감옥은 내게 최초의 위안을, 최초의 평화를, 최초의 친근감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불결한 세상 속이었다. 그처럼 고독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스스로를 벗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외부 세계. 그 무한성, 밤이면 한층 더 완벽해지는 혼란에 직면함으로써, 나는 그것을 신의 경지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그것은 신이 선택한 방법인 시련, 절망의 기슭에서 방황하는 괴롭고 기진맥진한 시련을 통한 것이기는 했지만, 특별히 고려하여 인도된 수많은 주의와 경계의 대상, 사랑받는 구실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수많은 일들의 유일한 목적이기도 했다. (121쪽)

그가 처음 교도소에서 쓴 시 제목이 <사형수>이다. 차라리 교도소에 계속 있었으면 그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탈영과 절도를 반복하고 불법과 반도덕, 반윤리적인 생활을 일삼았다. 특히 그는 남창으로서 같은 남자들에게 인기있는 여자 역할을 한 사람이었고, 남자들끼리의 사랑, 질투, 성적 행위 등을 책 속에 숨김없이 묘사해놓았다. 이 책은 다름아닌 그러한 그의 생활의 기록이다.

그래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는가, 싸르트르나 장 콕토, 시몬느 드 보봐르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그렇게 결정적인가, 읽으며 이런 생각들을 안 할 수 없었다. 문학이니까. 논픽션으로 읽지 말고 문학으로서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려니 그럼 문학이 무엇인데? 라는 물음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가 사용하는 비유나 표현들이 수월하게 읽히지도 않는다. 번역도 의심을 해본다. 자기 세계를 확인하면서도 바깥세계와의 단절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더럽고 소외된 생활이라고 하면서도 그 생활에 만족하기도 한다. 도둑질을 하면서도 배반을 거부한다. 불법적 생활을 하면서도 신과 신성함에 대해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혼란과 이해 안됨 속에서 가끔씩 가슴을 쿵 울리는 문장들이 나타난다. 자기의 감정, 행동,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의미를 붙이고 가치를 찾는 그의 끊임없는 노력의 흔적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다.

신성성 (神聖性), 그것은 바로 고통을 유익하게 사용하는 데 있다. 5년 전부터 나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나는 그 일을 즐겁게 해 왔지만 이제는 끝을 낼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추구하고 있던 바를 얻었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삶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체험이 아니라 그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즉 다양한 일화들이 아니라 예술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삶이 아니라 그 삶의 해석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삶을 환기시키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표현하기 위해 언어가 내게 제공해 주는 것이다. (297)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말해주는 것 같다. 그의 글은 그의 체험으로서가 아니라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로서 읽어달라고. 다양한 일화들이 아니라 예술 작품들이었다고.

더불어, 엉뚱하지만 전혀 무관하지 않은 혼자만의 생각이 결론을 대신한다. 작가이든 아니든, 살아있는 동안 글을 쓴다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그것은 내 삶을 해석하고 환기시키는 행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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