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12
호메로스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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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을 읽는 것이 정석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워낙 대작이고 고전 문체를 하고 있고 분량마저 만만치 않아 읽기에 어려움을 겪을 초심자에게는 만화를 비롯하여 쉽게 풀이된 책, 영화, 설명 자료 등으로 다가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편하긴 하지만 직접 책장을 들춰가며 구입 여부를 타진하기엔 어느 정도 위험률이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오디세이 그 두꺼운 책을 첫장부터 한쪽 한쪽 읽어나가겠다 결심을 하고 시작한 사람 중에 끝까지 중단없이 읽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처럼 신화나 고전에 약한 사람이라면 읽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제대로 다 이해하며 읽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이 고전 읽기 전반에 관한 좌절로 이어지지 말라고 이런 류의 책들이 나오고 있나보다. 얼마나 다행인지.

물론 방대한 내용을 5,60쪽 분량으로 요약했으니 그야말로 요약일뿐이고, 이런 고전이나 신화를 읽는 목적이 단순히 그 내용을 파악하는데 있지 않고 그 상징과 의미를 생각하며 해석하는데 참뜻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으로 오디세이를 다 알았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전문을 읽기전, 혹은 읽는 도중, 읽은 후라도 나무를 자세히 보느라 지금 어느 숲에 들어와있는지 깜빡 놓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는게 어딘가.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영웅의 한 사람인 오디세우스가 중심인물로 나오는 이야기.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만들 것을 제안한 바로 그 지략가이다. 거의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의 승리로 끝난 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기 까지 또다른 10년에 걸친 고난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오디세우스 자신이 그동안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파이아케스족 연회의 참석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형식을 "플래시백 (과거회상)" 이라고 한다.- 그가 들려주는 모험담 중에는 로토파고이족의 나라에 상륙하여 그의 동료들이 로터스라는 풀을 먹고 과거 일을 모두 잊어버리게 된 일, 외눈박이 식인 거인족 키클롭스들과의 만남, 세이렌의 유혹 등, 그가 극복해야할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들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이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정과 신들의 역할도 있었다.

결말은 물론 오디세우스가 20년만에 고향 이타카에 도착하여 충심으로 그를 기다려온 아내 페넬로페와 상봉하는 것.

오디세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인간은 신이 알려주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운명론인가 라는 문제에 대하여,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만 그 운명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길을 모색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 이것까지 이 책에서 파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략적인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그래서 길을 잃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런 책의 미덕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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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14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가 읽어야할 책이로군요^^
저는 처음 몇 장을 읽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기가 눌려 읽다가 중도포기했었군요 쭉 읽지 않음 매번 책을 읽을때마다 헛갈리더라구요?
요런 만화책은 아이와 함께 어른도 같이 읽어보면 괜찮겠어요^^

hnine 2016-10-14 13:44   좋아요 2 | URL
이 책은 만화이긴 해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건 아닌 듯 싶어요. 중간중간 오디세우스와 그를 사랑한 여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그림이 종종 나오거든요. 어른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음...아이들이 보면 당황할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
일리아드나 오디세이, 그리스신화 등을 읽을때, 입에 안붙는 이름, 낯선 문체, 지명때문에, 그리고 이런 고전들이 종종 시간순이 아니라 사건의 중간부터 불쑥 시작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혼동되기 쉬운데 이럴때 이런 만화로 시작해서 대략적인 흐름을 머리속에 넣고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10-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로 어려운 주제들을 접하는 것 정말 좋아요^^

hnine 2016-10-15 00:34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 그 유용성을 톡톡이 경험했습니다. 이참에 그리스로마신화도 만화로 다시 한번 복습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
 
나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선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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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에는 사연이 있다.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20대에 떠나는 여행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40대,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아온 여성이다.

건강한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자다가 찾아온 몸의 이상. 병원에 가니 의사는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열가지도 넘게 알려주었다. 이 저자에겐 이것이 여행을 떠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아들 둘 장성하게 키워놓았고, 남편도 이제 회사에서 중진급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나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2년 후 남미여행을 떠난다. 2년의 시간동안 그녀는 스페인어도 배우고, 남미여행에 관한 스터디 클럽에도 참여하고, 체력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한다. 60일 동안 7개국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온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내가 종종 들르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여행과 전혀 상관없이 소소한 일상과 음식 얘기 올리는 사이트에 자주 글을 올려 아이디가 눈에 익은 한 분이 어느 날 여행을 다녀와 책까지 냈다고 스스로 소개를 하신 것을 보고서이다. 그리고 한동안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이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된 것이다. 여행책을 읽을 때 내 눈은 책속의 글자를 읽고 있지만 머리 속은 참 복잡하다. 저자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그 속에 담긴 저자의 기쁨과 슬픔과 보람과 카타르시스 등 여러가지 감정을 함께 읽느라, 또 그 책을 집어든 나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분석해가며.

한동안 여행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내가 스스로 분석한 결과 (!)는, 내가 바랐던 것은 여행 자체가 아니라 다른데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여행을 한번 다녀오는 것은 책을 몇십권 읽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변화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주고,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저지르세요. 떠나기 전이 힘들지 막상 한번 떠나면 정말 좋아요"

미사여구로 화려한 문장들도 아니고, 여행 다녀온 친구 얘기 듣는 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 그 속에 인물들도 많이 들어가있는데 저자 자신은 늘 사진에서 쏙 빠지고 다른 사람들 사진만 잔뜩이라는 점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회고의 글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는 그냥 경치를 보면서는 멋있다, 장관이다, 등의 감탄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다. 특별한 경험, 잊지 못할 사건 이랄만한 것도 없다. 그냥 여행기. 그래서 아쉬울수도,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모르는 분이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더 많은 곳을 여행하는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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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6-10-1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 무엇이든 해 보면
참 쉽고 아무것 아니더라구요.
hnine 님 말씀처럼 그분도 hnine 님도 이웃님들도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지내면서
꿈을 이루기를 빌어요.

hnine 2016-10-12 09:04   좋아요 0 | URL
이분도 아마 병원에서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여행의 꿈을 더 미루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우리는 평소에 실감하지 못하고 사니까요.
이분의 용기와 결단력을 배우고 싶어 읽었어요.






2016-10-1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10-12 09:27   좋아요 0 | URL
아항, 그러시구나. 바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10-12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10-12 09:31   좋아요 0 | URL
원래 제가 실험실에서 키우던 세포주 이름을 따서 fnine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 아이디를 누가 이미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름 첫 알파벳 h를 넣어서 hnine이라고 지었어요. 서재에서는 에이치나인이라고 읽으시기도 하고 그냥 나인이라고 부르시기도 하고, 저는 둘다 좋아요 ^^

새아의서재 2016-10-1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에이치나인.. ^^ 자꾸 인사 나누어요. 제가 종종 심심하고 종종 외롭기도 하거든용

hnine 2016-10-12 09:53   좋아요 0 | URL
네~ 네~ ^^

김선숙 2016-10-1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자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싸이트에 님도 회원이셨군요^^
이렇게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체 사진에 제사진이 몇번 나오는데 실물보다 잘나온 사진을 올려서 못보셨나봐요^^


hnine 2016-10-19 19: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반갑습니다 ^^
책 내셨다는 소식 듣고 진즉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었어요.
어떻게 생기신 분인지 모르다보니까 단체 사진 속에 계셨어도 제가 못알아봤네요 ^^
아무쪼록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또 책도 내셔야죠! 또 사볼꺼니까요 ^^
용기와 긍정적인 마음을 배울 수 있어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김선숙 2016-10-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반가워요~ 이렇게 빨리 댓글이 달리다니 ^^
책을 많이 읽으시나봐요~
다른 책 리뷰도 많이 남기셨네요^^

제 사진 139/140/176/221//245/261 찾아보시고 리뷰내용 살짝 수정해 주시면 무한감사~~
 
영어과학논문 100% 쉽게쓰기 - 간단하고 섬세한 논문작성 지침서
김형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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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과학논문을 쉽게 쓸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일지라도 과학논문을 쓴다는 것은 어쨌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니,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움츠려 들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 제목처럼 쉽게 쓰기보다는 제대로 쓰기 위한 지침서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런 책을 내기 충분한 이력을 갖추신 분으로 보인다.

간단하고 섬세한 지침서라는 표지소개글처럼 과연 200쪽이 안되는 가벼운 분량에 여러 가지 영어과학논문 쓰기에 필요한 항목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논문의 형식에서부터 초록, 서론, 방법, 결과, 고찰 등의 각 항목에 들어가야할 내용, 들어가선 안될 내용, 논문 교정에 대한 것,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선 뒤늦은 감이 있지만 주목을 끌고 있는 출판윤리에 관한 것 까지, 자세하진 않아도 요점이 되는 것들을 잘 추려 담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되겠다.

과학, 혹은 의학 논문 쓰기에 관해 아주 자세한 항목까지 담고 있는 매뉴얼 수준의 두툼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고, 궁금한 것을 찾아볼땐 이런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 내가 원하는 답을 얻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게 영어로 쓰여진 책들이고, 처음 영어과학논문을 쓰는 사람이나 한번 훑어보고 기본을 다지기엔 내용은 간단하더라도 우리말로 되어 있는 이런 책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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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내리는 돌을 다시 위로 밀어올리고,

그러면 다시 돌은 굴러내리고,

무한반복해야하는 벌을 받은 시지프

<시지프 신화>라는 책에서 까뮈는 우리의 삶을 시지프에 비유했다.

그런데 까뮈는 이런 인간의 삶을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영화 <카트>를 찜만 해놓고 있다가 늘 그렇듯이 못보고 지났는데, EXO의 이 노래 <외침>이 영화의 OST였다니, 보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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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 4주에 걸쳐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4대 비극 특강을 들었다.

집에 가지고 있어 먼저 읽어놓은 <햄릿>을 제외하고 다른 세 작품은 강의 전에 주문해서 읽을 시간이 없어서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급한대로 구해 읽었는데 빌려 읽은 책 두권이 알라딘 검색으로 상품 넣기가 안된다. 할 수 없이 복사해서 붙여넣기 해놓는다.

비록 교과서 세계문학이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요약본 아닌, 엄연한 전역판이라서 불만 없이 하루 전에 빌려다가 다 읽고 강의에 들어갔고, 오셀로는 마침 같은 장소에서 연극을 상연하고 있기에 그것도 챙겨 보는 열의, 아니 재미를 느꼈던, 알차고 좋은 시간이었다.

 

 

       

 

 

추정되는 집필 시기가 1599년에서 1606년 사이, 햄릿-> 오셀로 -> 리어왕 -> 맥베스 순서이다.

1564년에 태어나 1616년까지 살다간 세익스피어는 태어난 날과 세상을 떠난 날이 4월 23일로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존 인물이다 아니다, 아직도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 세익스피어는 처음부터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라 극단에 소속된 배우였다가 연극 대본까지 쓰게 된 사람.

5막으로 되어 있는 햄릿은 세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과 호흡을 끌어모으는 대사로 시작한다. "거기 누구냐? (Who's there?)"

그 유명한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니"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도 햄릿. 햄릿의 첫 독백 중에 나온다.

햄릿이 복수를 주제로 하고 있다면 오셀로는 사랑과 질투의 비극이다. 왕이 아닌 일개 장군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세 작품에 비해 약간 함량 미달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데, 이 오셀로가 질투, 흑백의 결혼과 인종 편견, 이아고의 악마성, 그 밖에 동성애를 작품 분석의 주제로 보는 의견도 있다는 말을 듣고 뜻밖이면서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한 작품을 이렇게 여러 견해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는 정답이 없지, 답이 하나가 아니란 말이야.

리어왕의 주제를 자식에겐 유산을 절대 일찍 물려줘서는 안된다 라고 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처음에 아버지로부터 너는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Nothing!" 이라고 대답해버리는 막내딸 코딜리어의 그 말은 이 작품 전체의 주제가 이래도 저래도 인생은 무상하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는,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주제에 한치도 뒤지지 않는다. 그걸 너무 늦게,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 이르러서야 알아버린 리어왕의 최후는 불행했다.

맥베스 왕보다 어쩌면 그 부인이 더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일 정도로 맥베스의 야심에 불을 붙이는 것은 맥베스 부인이다. 부인의 사주에 넘어가 맥베스의 악마성은 극에 달하고, 그것을 벌주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맥베스 자신의 양심이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남아 마지막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양심"이라는 것.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그것은 종종 유령이나 환영으로 나타난다.

 

참고로, 위의 네 작품을 4대 비극으로 꼽은 것은 세익스피어 자신이 아니라 후대 영국의 평론가 에드워드 다우니라고 한다 (받아적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이름인지 모름)  → 검색해보니 Edward Doughtie (에드워드 다우티)가 맞는 것 같습니다

4주에 걸친 강의를 다 듣고 돌아오는 밤길이 못내 아쉬웠다.

원래는 이 모든 작품들이 산문이 아닌 운문의 형식으로 쓰여졌는데, 우리말로 해석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평이한 산문으로 변신할 수 밖에 없음도 역시 아쉬웠다.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곱다).

맥베스에서 마녀들의 주문에 나오는 대사인데, 이런 식의 라임 혹은 댓구를 알면서 읽을 수 있다면 두배는 더 재미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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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6-10-02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 햄릿을 원서로 공부할 때는 번역본 주욱 늘어놓고 어떤 번역이 그럴듯한지 비교한 다음에 번역글 한 줄, 원문 한 줄 해석하며 읽었지요. 시험은 햄릿의 독백을 원문으로 암기하여 쓰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hnine 2016-10-02 19:01   좋아요 1 | URL
아, 전공 수업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군요! 지금 제가 서양고전문학 강의를 듣는게 있는데 (평생교육원이요 ^^) 교수님께서 원문을 먼저 주욱 읽으시고 우리말로 해석해주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듣고 있으면서도 어디 하고 계신지 놓치기 일쑤예요 ^^ 그래도 안하던 분야라서 신기, 재미로 잘 듣고 있어요. 햄릿뿐 아니라 세익스피어의 다른 작품 속에도 새길만한 문장들이 많더군요. 원문으로 암기하여! 허걱...

파란놀 2016-10-04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시를 외국말로 옮기거나
외국 시를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나라마다 결이 달라서
그 결을 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대목을 놓친다면 `운문 같은 셰익스피어`를
뜻만 밝혀 주는 번역으로만 건드릴 수밖에 없으리라 느껴요.
그러니, 시를 쓰는 마음으로 번역을 해야
말맛이 살 텐데,
한 가지가 더 있어요.
셰익스피어는 영어로 문학을 할 적에 `새로운 말을 수없이 지으면`서 살찌웠으니
한국말 번역도 이 같은 넋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할 테지요

hnine 2016-10-05 19:11   좋아요 1 | URL
시를 쓰는 마음으로 번역을 해도 외국어이기 때문에 어려움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아이네이스 경우에도 역자가 그렇게 모험에 가까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읽는 사람으로서 이중의 고충을 겪기도 하거든요. 외국어라도 라틴어를 영어로 번역할때는 시처럼 번역이 가능하지만 우리말처럼 완전히 다른 언어권 언어로 번역할때는 원전의 말맛을 살려 번역하기란 참 어려운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읽는사람이 더 공부를 해가며 읽어야할텐데...최소한 저는 그런 충실한 독자가 되지 못한 것 같네요.

yamoo 2023-10-24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카테고리가 제 서재와 비슷합니다요!!!ㅎㅎ
정말 반갑네요..^^

hnine 2023-10-24 11:24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오래 전 올린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