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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선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모든 여행에는 사연이 있다.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20대에 떠나는 여행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40대,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아온 여성이다.
건강한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자다가 찾아온 몸의 이상. 병원에 가니 의사는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열가지도 넘게 알려주었다. 이 저자에겐 이것이 여행을 떠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아들 둘 장성하게 키워놓았고, 남편도 이제 회사에서 중진급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나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2년 후 남미여행을 떠난다. 2년의 시간동안 그녀는 스페인어도 배우고, 남미여행에 관한 스터디 클럽에도 참여하고, 체력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한다. 60일 동안 7개국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온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내가 종종 들르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여행과 전혀 상관없이 소소한 일상과 음식 얘기 올리는 사이트에 자주 글을 올려 아이디가 눈에 익은 한 분이 어느 날 여행을 다녀와 책까지 냈다고 스스로 소개를 하신 것을 보고서이다. 그리고 한동안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이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된 것이다. 여행책을 읽을 때 내 눈은 책속의 글자를 읽고 있지만 머리 속은 참 복잡하다. 저자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그 속에 담긴 저자의 기쁨과 슬픔과 보람과 카타르시스 등 여러가지 감정을 함께 읽느라, 또 그 책을 집어든 나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분석해가며.
한동안 여행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내가 스스로 분석한 결과 (!)는, 내가 바랐던 것은 여행 자체가 아니라 다른데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여행을 한번 다녀오는 것은 책을 몇십권 읽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변화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주고,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저지르세요. 떠나기 전이 힘들지 막상 한번 떠나면 정말 좋아요"
미사여구로 화려한 문장들도 아니고, 여행 다녀온 친구 얘기 듣는 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 그 속에 인물들도 많이 들어가있는데 저자 자신은 늘 사진에서 쏙 빠지고 다른 사람들 사진만 잔뜩이라는 점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회고의 글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는 그냥 경치를 보면서는 멋있다, 장관이다, 등의 감탄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다. 특별한 경험, 잊지 못할 사건 이랄만한 것도 없다. 그냥 여행기. 그래서 아쉬울수도,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모르는 분이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더 많은 곳을 여행하는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