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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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로 얼마 전에 저자의 수필 <꼬리를 꿈꾸다>를 읽었다. 그 책만 읽고는 뭐라고 판단이 서지 않아 한권 더 읽기로 하고 고른 책이다.

'손바닥 수필이라니 제목도 소박하여라' 하며 읽기 시작했고 저자도 그런 뜻으로 붙인 제목인지 모르겠으나, 다 읽고 난 후에는 과연 손바닥이 의미하는 것이 언뜻 떠올리듯이 작고 소박한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정도로 저자의 글솜씨는 수려했다.

빚잔치를 하듯 원고 정리를 한다. 떠나지 못하고 맴돌던 흔적 초라하다. 부지런히 걸었지만 제자리만 돈 것 같다. 되레 뒷걸음만 쳤는지도 모르겠다.

덧없이 떠내려가는 시간 속에서 가까스로 움켜 올린 몇 낱의 쉼표들. 서성이던 시간의 포스트 잇 같은 짧은 글들을 주로 엮었다. 문학의 사회적 사명 같은 것을 따로 염두에 두지 않는, 내 글쓰기는 자폐적이다. 세상을 돌아보는 일보다 나를 버팅기는 일이 절실했다. 내게 있어 글쓰기란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호시탐탐 가격해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허무에 대한 전면전 같은 것이다. 글도 삶도 손바닥 크기를 넘지 못했다. 쓸쓸한 일이다.

제 입에서 나온 실로 제 몸을 가두는 누에처럼, 목숨의 진수를 뽑아 고치를 짓고 그 속에 깊숙이 숨어버리고 싶었다. 고치를 짓고 나를 가두지 않으면 나는 그저 벌레일 뿐 아무 것도 아니므로. 컴컴한 굴속에 틀어박혀 나비의 환에 젖은 일이 달달했다. 살아보니 알겠다. 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사실을.

다시, 내 안의 나를 뒤집어 햇살 아래 펼쳐 놓는다. 안이 바깥을 낳는 기묘한 분만, 글도 삶도 그것 아닌가. 숨기와 찾기, 감춤과 드러남이 결국 하나다.

저자의 서문 전문이다. 이 짧은 글만 읽어도 그녀의 글 성격을 눈치채는데 충분하지 않은지.

 

달동네 가풀막에 길 한 마리 엎드려 운다. 승천하는 길을 위한 조등 하나. 하늘가 별자리로 나지막이 걸린다. (25쪽)

이런 구절은 시(詩)에 못지 않다. 이런 문장 한줄을 위해 저자는 얼마나 고심하고 고치고를 반복했을까. 실을 뽑아 고치를 자아내는 누에처럼.

 

글 제목이 "?와 ! 사이"이다. 읽어보니, 인생 뭐 있어? 로 시작하여 인생 뭐......있어!로 맺는다. 물음표와 느낌표, 그 두 부호 사이의 여정이 곧 삶인지도 모르겠다고.

 

고무신, 덧신, 털신, 나막신......

발싸개의 이름이 왜 신인지 알겠다.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서 존재의 무게를 떠받치며 겸허히 동행해주는 그를 신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으리. (32쪽, "신")

 

헐어내고 싶어도 헐어낼 수 없는 벽. 내게도 그런 벽이 있다. 지붕을 떠받히고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어 주는 그 벽을 헐면 집 전체가 무너져 내리거나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존재를 지탱하고 기둥이고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내 삶의 전용면적이 그 두께만큼 줄어들었다는 불평만을 호들갑스럽게 과장하며 어살을 부리곤 한다. (171쪽 "내력벽")

 

은유와 상징이 돋보이는 글이 많다. 너무 많아 어느 구절을 옮겨 볼까 결정을 못할 정도로.

어려운 말은 없지만 우리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말 어휘들이 숨은 그림처럼 박혀 있다. 숨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조그맣게 소리 내어 읽다보면 운율이 느껴진다. 저자가 분명히 의식하고 그렇게 썼으리라. 시에만 운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에도 운율을 살리면 훨씬 읽는 맛이 있고 군더더기를 버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책을 덮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이런 사유와 통찰이 담긴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 글 쓰는 연습보다 우선 할 일은 잘 사는 일, 잘 살아내는 일이라고.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짓듯이, 정성을 다하여.

 

손바닥.

손바닥의 크기는 작지만 그것으로 눈을 가리면 온 세상을 가릴 수 있다. 손바닥은 결코 작지 않다.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다.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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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8-1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으로도 가리면 다 안 보이지만,
손바닥을 펼치면 그야말로 모든 길이 다 트이면서 열리고...
그러겠네요..

hnine 2015-08-11 08:56   좋아요 0 | URL
작고 눈여겨 보지 않던 것에 큰 뜻이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손. 어쩌면 얼굴보다 더 정직한게 사람의 손 같기도 해요. 성형도 안되고요 ^^
글 한편 한편, 잘 다듬어진 옥석 같았습니다. 갈고 닦는 동안 저자는 힘들었겠지요. 정성들여 글을 써보고 싶을때 마다 한번씩 꺼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수필집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5-08-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연습보다 우선 할 일은 잘 사는 일, 잘 살아내는 일이라고. ˝
- 요즘 제가 이걸 절실히 느낍니다.

hnine 2015-08-14 04:48   좋아요 0 | URL
모든 글이 그런 것 같지만 수필은 특히 자기 자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글감은 잘 살아낸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억지로 우려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고요. 잘 살아낸다는 것은 행복하기만 한 인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더 많이, 잘 견뎌낸 인생이 아닐까...그렇게 생각하면 살다가 고비가 느껴질 때 거꾸로 힘을 낼 수 있기도 하겠고요.

늘 생각은 잘 합니다 이렇게...^^
 
산에 가면 산나물 들에 가면 들나물 -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지식은 내 친구 8
오현식 글.사진, 박은지 그림 / 논장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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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밖을 나서면 산 아니면 들이었던 시절에, 여기 저기 도처에 라는 뜻으로 산에 들에란 말을 썼던것 같다. 요즘은 마음 먹고 일부러 가야 산과 들을 볼 수 있는 도시 생활자가 많으니 제목이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곳도 도시이긴 하지만 도심지는 아니고 아직도 아파트 단지 주변에 빈 땅들이 많고 낮은 봉우리를 따라 산책로가 있어 따라 걷다보면 이름 모를 풀들이 갈때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맞아주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오현식이라는 분은 식물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원래 식물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행정학을 전공하여 기자로 활동했는데 그가 기자로 활동한 신문사가 농민신문사였다는 것이 이유였다면 이유였을까. 우리 땅 우리 농산물을 취재하느라 산과 들로 다닐 기회가 생기다보니 나물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났고 보기에 억세고 거칠어보이는 나물을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왜 어떤 것은 먹고 어떤 것은 먹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나물을 조사하고 취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직접 나물을 찾아내고, 자라는 과정, 꽃과 잎 등을 하나하나 찍으며 정리여 보물같은 결과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라고 출판사에서 붙여준 듯 작은 부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어린이만 보기엔 아까운 책이다. 내가 아는 나물은 여기에 다 나온듯. 사실 아는 나물이름보다 나물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인지 모르고 있던 것들이 더 많았다. 고들빼기, 냉이, 수리취, 전호, 참취, 곰취, 민들레 까지는 나물로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화살나무, 음나무, 우산나물 등은 나물로 먹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음나무나 우산나물은 그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처음 알았다. 화살나무는 잎을 먹고, 우산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삿갓나물이 있는데 이것은 독이 있어서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름에 나물이 붙어 있다고 해서 다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되고, 산에 들에 있는 풀, 식물들이 모두 식용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곤드레나물로 잘 알려져있는 식물의 원래 이름은 고려엉겅퀴. 곤드레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더 알려지게 된 것은 잎사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꼭 술에 취한 사람의 몸짓과 비슷해서라는 말도 있고, 먹을 것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보릿고개 시절에 곤드레를 뜯어 보리나 옥수수 알갱이를 섞어 밥을 해 배불리 먹고 식곤증에 축 늘어진 모습을 빗대서 곤드레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도 있다. 나물들 이름엔 사연이 깃들어있는 것들이 많아 재미있다.

 

전체 250여쪽이니 아주 두꺼운 편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백과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고 싶은 데에는, 저작권에 걸릴 염려가 없는,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들로 채워져 있고, 음식으로만 먹는지 약용으로도 쓰이는지, 이름의 유래, 먹는 부분이 잎인지 뿌리인지, 간단한 요리법, 몇 kcal, 어떤 영양성분이 몇 g 들어있다는 정보까지 나와있다는 것이다.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도 전혀 딱딱하지 않다. 마치 앞에 어린 친구들을 모아놓고 설명해주시는 숲해설가 선생님 말투 같다고 할까. 저자 소개를 보니 이분 월간 어린이잡지의 편집장까지 지내셔서 어린이와 즐겁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무엇보다도 저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땀과 발로 이 책의 한쪽 한쪽이 채워져나갔다는 생각을 하니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더 애정이 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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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1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가 봐야하는 책이로군요?^^
식물이나 꽃 나물이름들은 돌아서면 잊어먹습니다ㅜ

hnine 2015-08-10 13:38   좋아요 1 | URL
일단 오늘 밥상엔 어떤 나물을 올릴까부터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계절 상관없이 나오는 나물들이 많으니까요. 취나물, 비름나물, 방풍나물을 후보로 올려놓습니다. 제가 나물 만드는 방법은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같답니다. 다듬어서 데쳐서 마늘, 소금으로 간하기. 나중에 참기름 한 방울! ^^

책읽는나무 2015-08-10 16:13   좋아요 0 | URL
저랑 나물반찬 만드는 방법이 똑같네요ㅋㅋ^^
근데 전 나물반찬들이 맛이 안나요ㅜ 특히 취나물이나 비름나물같은 나물들은 정말 맛이 안나더라구요?
아마도 손맛이란게 있는 것같아요
나인님의 나물반찬은 향긋하고 맛날 것같아요^^

hnine 2015-08-10 19:45   좋아요 0 | URL
나물 반찬 잘 만들줄 알면 그야말로 요리의 한 경지에 오른거 아닐까요? 그래서 전 기대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만들어요. 그런데 실수로 양념을 좀 과하게 넣었다 싶은 날 오히려 식구들이 이번 나물은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제 취향은 아닌데 식구들은 그게 더 맛있나봐요. 책 읽는 나무님도 한번 양념을 팍팍 써보시면 어떨가요? ^^ 모험이지요.

파란놀 2015-08-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에서 살거나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하고 다르게
여러모로 재미난 눈썰미로 나물을 이야기하는 책이로구나 싶네요.
아이들한테 이런 이야기책을 들려줄 수 있다니
참으로 반가우면서 고마운 일이에요.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도,
시골서 사는 아이들도,
이러한 책을 길동무로 삼을 수 있기를 빌어요~

hnine 2015-08-10 19:46   좋아요 0 | URL
이 책 보면서 안그래도 숲노래님 올리시는 밥상 사진 떠올렸네요 ^^

nama 2015-08-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살나무, 음나무, 우산나물- 다 먹어봤지요. 그중 나물중의 나물은 음나무순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집 냉장고에는 지금도 아껴가며 먹고 있는 음나무순이 한켠에 숨어 있습지요.^^

hnine 2015-08-11 09:00   좋아요 0 | URL
어머나...정말 먹는거 맞군요! ^^
화살나무 이름은 예전에 제가 사진 올린거 보고 nama님께서 알려주신 것 같은데, 그건 잎을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못먹어 본 나물을 하나씩 찾아 무슨 맛인지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일단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 - 섬세한 생물학자의 비범한 일상관찰기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송서휘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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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쿠오카 신이지의 책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 <모자란 남자들>, <친절한 생물학>에 이서 이 책이 세번째이다.

읽은 순서대로인데 맨처음 읽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과 <모자란 남자들>은 비교적 전문성이 있고 책 한권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었으며, <친절한 생물학>과 이번에 읽은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에 연재했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주제가 다양하고 가벼운 필체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자의 관심은 실험실이나 연구실에만 머물 수 없게 한다. 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관심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 인간 또는 다른 동식물이 모여 사는 사회, 생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가치관, 윤리, 자연, 등등에 관심의 폭이 넓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주로 자신이 어떤 경유로 생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는가, 생물학자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쓰고 있다.

생물학자란 본래 자연을 분해하는 사람이 아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내추럴리스트)이어야하기 때문입니다. (25쪽)

장수풍뎅이에 대해, 고사리의 생활사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아이가 막상 장수풍뎅이를 보고 무서워 하고 고사리가 자라고 있는 것을 한번도 본적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 경이감과 생명에 대한 느낌은 책으로만 얻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을, 생명을 보고 신기하고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마음이 없이 하는 생물학이란 그냥 하나의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하등한 생물이건 고등한 생물이건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이 바로 자손을 남기는 문제이다. 자기 종의 대가 끊기지 않게, 그리고 되도록 우수한 형질을 후대에 남기려는 노력은 진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한 개체가 죽는다고 해서 죽는다고 할 수 없다면 그건 그 개체의 DNA은 계속 후대에 일정 부분 남겨지기 때문이다. 즉, 완전히 이 세상에서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오로지 분열에 의해서 번식하는 단세포 동물에게는 죽음이 없다는 94쪽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유전 법칙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멘델의 유전 법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게 19세기 일이니 말이다. 요즘은 후성유전학이라는 것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떤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고 해도 그 유전자의 특징이 나타날 수도 있고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엔 마치 그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것 처럼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유전자 스위치가 있어서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한 그 유전자는 있으나 마나. 이 스위치의 ON OFF, 또는 스위치가 켜지는 타이밍, 이런 것들이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229쪽)

 

110쪽의 "아담은 이브로부터 만들어졌다" 라는 글은 이전 저서 <모자란 남자들>을 읽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갔다. 발생과정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남녀 성별은 이미 수정란에서 결정되어 있지만 이후 발생과정에서 수정란은 처음 몇주 동안은 여성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대로 쭉 가면 여성이 되는 것이고 옆길로 빠지면 남성화가 진행된다는 것. 더 설명하자면 복잡하므로 패스.

 

잡지식 구성이라서 이 얘기 저 얘기 다소 산만하다 여겨지기도 했으나, 대신 한 주제를 쭉 끌고 가지 않아 혹자에게는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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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8-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이 보면, 사람한테도 `죽음이 없다`고 할 수 있지 싶어요.
몸은 스러져도 마음이 남아서 고이 흐르고,
수많은 책마다 `슬기로운 넋`이 언제까지나 살아서 흐르니까요..

hnine 2015-08-10 13:35   좋아요 0 | URL
그럴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 혀가 호강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음식 과학의 세계
이은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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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과학저술가 이은희의 오랜 팬이다. 그녀가 어떤 대단한 주제에 대한 책을 써서가 아니고, 그녀만의 독특한 주관을 담은 책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녀가 내는 책을 묻지도 않고 구입해서 읽게 된데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 할지라도 과학에 대해 그녀만큼 쉽고 정확하게 설명을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쉬우면서 동시에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대해 아주 기본부터 꿰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2015년 6월에 나왔으니 최근작인 것 같은데 역시 출간 소식을 보자마자 구입하여 읽었다.

과학은 현실, 레알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즉, 우리 몸 안에서, 그리고 몸 밖에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리 원칙인 것이다. 그중에서 매일 우리가 먹고 사는 음식에 대한 과학만큼 누구에게나 피부로 와닿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음식의 종류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어떻게 구성을 잡을까 고민을 했으리라. 그녀가 (혹은 편집자가) 이 책에서 택한 방식은 1월에서 12월까지 열두장으로 나눠서 그 달에 들어있는 명절과 절기, 그리고 그때 먹는 음식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1월, 설날과 떡국; 쌀과 포도당의 관계

-포도당, 녹말, 셀룰로오스의 구조와 특징

-인절미와 가래떡의 차이 (멥쌀과 찹쌀의 차이를 이렇게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월, 대보름과 부럼; 현대인의 수퍼푸드 견과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구조와 특징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3월, 머슴날과 콩음식; 콩이 선사하는 단백질 만찬

-콩이 왜 훌륭한 단백질인가를 알려면 우리에게 왜 질소가 필요한지를 알아야한다

-박테리아가 아니라면 콩이 단백질 만찬이 될 수 있었을까

-이제 현대는 질소 부족이 아니라 질소 과잉의 시대

 

4월, 한식과 찬밥; 차가운 음식 속에 숨은 보존의 법칙

-식은 밥이 아니라 식힌 밥, 심지어는 얼리기까지

 

5월, 단오와 수리취떡; 식물의 화학무기 알칼로이드

-박테리아에 항생물질이 있다면 식물에게는 알칼로이드가 있다.

 

6월, 유두와 유두면; 밀가루와 글루텐

-밀가루가 가루일때와 반죽일때, 무엇이 다른가

-쌀가루로 빵을 만들지 않는 이유

-밀가루는 건강에 나쁜가?

 

7월, 삼복더위와 삼계탕; 보양식

-단백질에 대한 일반 상식

 

8월, 백중과 감자전; 감자가 구황식물이 되기까지

-열량뿐 아니라 영양소까지 골고루

 

9월, 한가위와 햇과일; 번식을 위한 과일의 미션 임파서블

-과일의 색

-에틸렌

 

10월, 중양절과 국화주; 술의 비밀

-알콜발효

 

11월, 입동과 김치; 김치는 과학이다?

-익기 시작한 김치와 묵은지사이엔 영양가 차이가 있다

-김치에 웬 유산균?

 

12월, 동지와 타락죽; 우유, 먹느냐 마느냐

-우유 자체는 완전식품일지 몰라도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은 문제가 있다

 

어떤 절기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고, 예시로 든 음식 중에서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상이 무엇이든 그녀의 설명은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고 분명하다.

각 장 뒤에는 간단한 음식의 레시피도 포함시켰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여기 실린 레시피가 그녀 고유의 레시피도 아닐터이고, 또하나는 음식에 대한 과학책이지 요리책은 아니라는 최소한의 선을 흐려놓는 결과를 주는 것 같아서이다. 물론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생활, 영화, 문학, 의학, 질병에 이어서 음식 관련 과학책까지 내었으니, 다음엔 또 어떤 주제의 책을 낼 것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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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0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대한 과학책을 냈군요??
흥미롭습니다!!^^

hnine 2015-08-09 20:19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재미나요~ ^^

moonnight 2015-08-0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몰랐던 작가인데 덕분에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보관함에 넣었어요.^^

hnine 2015-08-09 22:34   좋아요 0 | URL
하리하라로 검색해보면 여러 권 나올거예요.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라는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니었다 생각하는데 어느 책을 읽어도 참 재미있게 잘 썼어요. 과학과 일상 생활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예도 잘 찾아내고 설명도 잘 했고요.
기회 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nama 2015-08-10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 하나 얻고 갑니다.

hnine 2015-08-10 07:04   좋아요 0 | URL
저자의 책이 나오는 족족 따라 읽어가고 있는 사이 벌써 아이 셋의 엄마가 되어 있더라고요.
7, 8월 내용은 채워넣느라 고심을 해서 고른 주제 같고, 그 외 다른 내용들은 다 좋았어요.

yurim1201 2015-08-1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이책을 읽으려고 책을 주문했는데 이책에서 부패와 발효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나요???

hnine 2015-08-17 19:38   좋아요 0 | URL
예! 나옵니다.

yurim1201 2015-08-1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감사합니다!! 제가 부패와 발효에대해서 적어야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게 나오는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빨리 써서 내야하는데 책이 안오네요ㅠㅠ
 

요즘은 잘 쓰는 말이 아닌데 예전엔 "숙직"이라는게 있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집에 안가고 잠을 자며 직장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도 한달에 한번씩 숙직인 날이 있었고 그 날은 내가 엄마 옆에서 잘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새달이 시작하면 할머니에게 묻곤 했다.
"이번 달엔 아빠 숙직날이 언제예요?"

"그건 왜 묻냐?"

"......"

단순히 엄마 옆에서 잘 수 있다는 것 뿐 아니었다. 새벽에 일찍 출근하시고 밤 늦게나 집에 돌아오시는 아버지는 늘 피곤해보였고 웃으시는 법이 없어,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나와 동생들은 아버지가 집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긴장, 말도 소근소근, 발도 까치발로 걸어다니며 괜히 앞에 얼쩡거리다가 야단맞는 일이 없도록 조심 조심해야했다. 아버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이란 없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하루쯤 집에 안계신다는 것 자체가 어딘가 숨통을 트이게 한 것이다.

 

커서도 아버지를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몸을 사리거나, 무슨 일이든 대충 하는 법이 없는 아버지 맘에 드는 자식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나는 삼남매의 맏이었기 때문에 하나의 역할이 더해졌다. 네가 제대로 못하면 동생들도 다 그렇게 되고 만다는. 그 말씀이 어찌나 부담이었던지 지금도 나는 누가 아무 사심없이 "언니~"라고 불러도 움찔한다. 언니 역할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해서. 그때부터 나는 결심했다. 나는 나중에 절대 저렇게 무서운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그런데 막상 내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조금씩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려받은 재산 한 푼 없이, 내 힘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가장의 부담과 책임감이 어떠했을거라는 걸, 마찬가지로 거의 바닥부터 시작한 나의 결혼 생활을 해나가며 알게 된 것이다. 이해가 되기 시작한 정도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아버지께서 나에게 해주신 것들이 하나씩 둘씩 생각나 아버지를 조금씩 다시 보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자가용이라는게 있기도 전이고 통금 시간이 다 되어 들어오시면서도 그때 막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에 재미 붙인 나를 위해 그때 배우고 있는 피아노곡이 뭔지 물어보시고는 그 곡이 들어있는 레코드를 사러 시내 대한음악사까지 일부러 다녀오시기도 했고, 내가 중학교 들어가기 전 겨울방학때 내게 미리 한문 공부를 시키시기 위해 중학교 국어 책에 나오는 한자를 손수 펜글씨로 다 적어서 한권의 교재를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파는 것 사도 되는데 굳이 손수 만드셔서 그 교재로 나중에 동생들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부모에게 자식은 다섯살이든 오십이든 그냥 똑같은 자식일뿐.

세달전 아버지께서 처음 병원에 입원하신 날 내가 찾아갔을때, 아버지는 옆에 계신 엄마에게 말씀하셨다.

"이봐, 내려가서 OO이 맛있는것좀 사줘. 멀리서 왔는데."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서 당신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면서 병문안이랍시고 들른 나이 오십된 딸에게 맛있는 것좀 사주라고.

그 말씀이 아버지로부터 내가 들은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이야.

인공호흡기, 투석, 삽관, 수혈, 패혈증, 다제내성균 (수퍼박테리아라고 흔히 말하는) 감염, 심폐소생술...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온갖 고생 다 하신지 95일만에, 가족들 모두 임종을 지키라는 연락을 받았다. 투석기를 빼고 나자 심박동수 (Heart rate)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40에서 39, 38, 37...

중환자실에서 마지막까지 아버지를 담당해주시던 주치의 선생님. 나이가 아직 많아 보이지 않은 젊은 선생님이 일부러 아버지에게로 와서 엄마와 가족들을 위로해주고 인사를 하고 갔다.

"이 수치가 20이하로 떨어지면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라고 간호사가 말했다.

그걸 기다리고 있는 동안 참 참담했다. 하지만 아버지만큼 참담했으랴. 아버지의 몸은 이미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고, 90여일 동안 의식이 없으셨지만 설마 마지막까지 아무 눈길도 안주시고, 인사도 안받으시고 가실까 했는데, 결국 그렇게 가셨다.

음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께서 평소에 나 죽을때 이 음악 틀어달라고 했던 것이 문득 생각나서 그 음악 (이 앞 페이퍼에 올린 음악,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을 틀어드리니 일시적으로 호흡수가 60으로 뛰는 것을 보았다. 불러도 흔들어도 아무 반응 없으신 아버지께서 음악을 알아들으신걸까?

 

다린이네 집 (우리집)에 한번 가고 싶다고 몇번을 말씀하시는걸, 제대로 치우지도 못하고 사는 집안 꼴 보여드리면 아버지 성격에 마음에 안드실까봐, 아니 그것보다도 내가 책 잡히기 싫어서 미루기만 했는데 결국 우리집에 와보지 못하셨다.

 

이제 아버지는 매일이 숙직이네. 매일 매일 집에 안계시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음악을 틀어놓고 자꾸만 운다.

영정 사진 속의 아버지는 마치 청년같은데.

그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다는 나는  믿어지지가 않아서 자꾸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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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8-0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합니다. 이 글을 이제야 봐서 늦게 인사 드립니다.
2년 전 9월에 저의 친정아버지가 운명하셨다고 글을 올렸을 때 나인 님이 제게 위로의 첫 댓글을 주셨는데
저는 맨 마지막의 댓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울 때가 있답니다.
지금은 슬프시겠지만 그래도 저는 님이 이렇게 글로 풀어 내어서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글로 풀어 내어 한결 마음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hnine 2015-08-08 06:08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말씀을요. 이렇게 위로해주시니 고마운 마음일뿐입니다. pek님 아버님 가신지 벌써 두해가 흘렀군요. 저는 이제 겨우 2주 되었으니, 여기 저기 아버지를 떠올리는 물건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볼땐 눈물이 왈칵 솟는게 당연하겠지요. 돌아가시기 전에 너무나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네요. 의식없이 90여일을 병원에서 지내시다가 마지막 말씀도, 마지막 인사도 못나누고 보내드렸다는게요. 한 사람의 인생의 마지막이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허무한 마음이 들게 해요.
저보다 이제 혼자 집에 계신 엄마가 더 걱정인데, 저도 아직 마음이 푹 젖어있다가 이렇게 아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잠시 기운 나다가, 반복의 일상입니다.
위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은 이 기운으로 잘 버텨보렵니다 ^^

Joule 2015-08-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 앞에서는 말문이 막혀요. 할 말이 없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죽음이 두려워 말문이 막혀버리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말을 건네야 하는 것은 지금 여기 알라딘에 있는 우리는 hnine 님 옆에서 침묵 속으로 위안과 위로와 상실을 같이 나눌 수 없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이 말들은 실은 말들이 아니겠네요.

고운 분이셨군요, hnine님의 아버지는.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으셨어요.

hnine 2015-08-08 22:42   좋아요 0 | URL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잠시동안은 가능할지 모르지요. 여러분들이 정말 고마운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글 속에 담긴 마음을 제가 충분히, 제대로 다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저는 많은 힘이 되네요. 누구가 가는 길이고 나 또한 가야할 길인데, 그래서 허무하고 또 두려운가봐요.
저도 아버지와 좋은 기억보다 그렇지 않은 기억이 더 많답니다. 위에 썼지만 꼬마때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기다리던 아이였고, 집에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숨막혀 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돌아가실때 되니까 그런 기억들 말고 좋았던 일들만 떠올려지더라고요. 저도 제가 그러리라고 예상 못했어요.
Joule님, 말씀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그리고 고마와요. 유산 관리를 앞으로 잘 하면서 살아야겠어요 ^^

하양물감 2015-08-0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들어와서 느긋하게 글을 읽을 여유 없이 지내다보니...저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친정아버지와는 대면대면했던 사이라서 장례식때는 눈물 한 방울 안흘리는 나쁜 딸이기도 했지요.
아버지가 떠날때까지도,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살고 있어요.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였어요.
엄마에게 더 잘해야겠다 마음 먹으면서도 늘 생활에 쫓긴다는 이유로 마음만큼 못하는게 가장 아쉬워요.

hnine 2015-08-08 22:50   좋아요 1 | URL
하양물감님 아버님 먼저 보내드린건 언젠가 글에서 읽고 알고 있었어요. 벌써 10년 전이라니 너무 일찍 떠나셨네요. 저에게도 지금 가장 큰 숙제는 혼자 되신 엄마랍니다. 아버지께서 워낙 애처가이시고 집안 일을 엄마보다 더 많이 하시며 엄마를 끔찍히 위하셨었기 때문에 엄마가 상실감이 무척 크시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시대요. 잠이 안와서 며칠 째 새벽에 일어나신다는 말씀 듣고 오늘도 아침 부터 전화드려서 한시간은 얘기를 나누었나봐요. 말상대가 제일 그리우실 것 같아서요.
아버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은 여기 저기 부고를 알리기 바쁜데 저는 아무에게도, 단 한 사람에게도, 연락을 안했어요. 아니, 못했어요. 못하겠더라고요 부담주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여기 알라딘에서는 이렇게 글로나마 소식을 올릴 생각을 한걸 보면 제가 여기를, 이 공간을 참 의지하고 기대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위로를 받고 함께 슬픔을 나눠주신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의 빈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채워져가는 느낌이어요. 고맙습니다. 하양물감님 어머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어머니에게 알게 모르게 전달되고 있을거예요.

이홍열 2015-08-0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도 맞따님의 절절한 마음 다 느끼시면서 편히 눈감으셨을 겁니다. 너무 가슴에 닿아 동창사이트 두곳에 옮겨놓았읍니다~

hnine 2015-08-09 17:34   좋아요 0 | URL
읽어주시고 함께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창사이트란 어느 곳을 말씀하시는지 여쭤봐도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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