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 동안 아이는 아빠와 여행을 떠났다.
부자 간에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그동안 못 했던 것을 맘껏 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못했던 것이라는게 고작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나가기도 싫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귀찮고, 불 안쓰는 초간단 요리만 해가면서, 겨울잠 아닌 여름칩거 중이다.
떠나면서 아이는 자기 저금 통장에 있는 돈을 엄마가 다 써도 좋다고 큰 맘 먹고 내게 선처를 베풀고 갔다 ㅋㅋ

무엇을 미리 계획하고 그대로 맞춰 실행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의 성격상 비행기표와 유레일 패스 외에 아무 것도 예약 내지 예정 없이 떠나는 것이 염려 스러워서,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라고 책에서 주워 읽고는 열심히 얘기해 주었는데, 막상 떠나는 날에는 남편에게, 무리하지 말고 그냥 천천히 놀다 오라고만 했다. 아이 데리고 건강하게만 다녀오면 그게 어디냐 하는 심정으로.
쓰고 있던 그림 일기장을 짐 속에 챙겨 주며, "다린아, 그림 많이 그려와~ 멋진 그림 정말 기대된다~" 하고 바람을 넣어주었더니 옆에서 남편이 자기도 일기장을 챙겨 간다고 보여준다.
"어! 그 일기장 어디서 많이 보던거네." 그랬더니 남편이 그거 내가 선물로 사준거란다. ㅋㅋ (민망~ ^^)

오늘 쯤 전화가 한번 와줬으면 좋겠지만, 출국할 때 로밍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했더니 남편 휴대폰 기종이 너무 오래 되어서 로밍서비스가 안되는거라고 해서 포기.

지금 보니 아이가 언제 그랬는지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잔뜩 담아놓고 갔다. 그중 한권만 빼놓고 다 주문해놓았다. 한권은 만화책이라서 패스~ ^^





 

 

 

 

 

 

 

 

 -- 최근에 집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 상에서는 저렇게 웃고 있지만
아이가 다리 위에 올라타서 누르고 있는 바람에 아픈걸 꾹 참고 있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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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0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7-20 17:51   좋아요 0 | URL
여독이 좀 풀리셨나요? 무척 더우시죠?
어제 밤 늦게 전화가 왔는데 프라하에서 빈으로 간다고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예정에도 없는 파리로 가자고 졸라서 남편이 애먹는 모양이더군요 ㅋㅋ
저도 그 드라마 보면서 우리 나라 엄마들 심정이 바로 저거겠다 생각했답니다.
엄마께 참 좋은 딸이세요 ^^

춤추는인생. 2008-07-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저금 통장에 있는 돈을 엄마가 다 써도 좋다는 근사한 선처를 베푼 아드님. 역시 귀여운 다린군 답네요. 아빠와 단둘이 하는 여행이라니 다린이의 기억속에 근사한 추억으로 자리잡을것 같아요. 저는 어릴적에 아빠랑 단둘이서 낚시를 가곤했는데, 그추억이 평화로운 그림처럼 제마음속에 있거든요. .엄마와 뽀뽀하면서도 끝내 카메라에 눈을 떼지 못하는 다린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hnine 2008-07-21 15:1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세뱃돈 받은 것, 할머니께 상금 받은 것 등 모아놓은 것이 액수가 꽤 되던걸요. 그걸로 얼마나 유세를 하는지 모른답니다 ^^
춤추는 인생님, 누구든지 여럿보다는 단둘이 간 여행이 더 각별하게 기억되는 법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저는 빠지고 아이와 남편만 보냈어요 (뭐 그보다는 경제적인 문제때문이기도 했지만 ^^) 아버님께서 딸을 데리고 낚시를 가셨었군요. 어버님께서도 아마 좋은 그림같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계실거예요.

무스탕 2008-07-2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한 권도 마저 사주시지 그랬어요 ^^
다린군 돌아오면 많은 추억속에 한동안 배부르겠어요.
자라면서 두고두고 아빠랑 어디를 갔었네 무얼 보았네..마나 많은 이야기거리가 쌓이는지 지금은 모를거에요.
참 좋습니다. 여유로우실 나인님도 좋구요 ^^

hnine 2008-07-21 19:41   좋아요 0 | URL
만화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걸로 약속을 해놔서요 ^^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때 만화책 무척 좋아했었는데.
어제까지는 정말 자유롭고 여유로와 좋았는데, 오늘 부터 슬슬 보고싶어지네요. 혹시 전화 안오나 귀만 쫑긋 거리게 되고요...

perky 2008-07-25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 남자아이였군요!! 전 채린이가 여자라서 괜시리 다린이도 그럴거라 생각했나봐요. ㅋ

hnine 2008-07-25 13:16   좋아요 0 | URL
채린이, 다린이. 같은 ~린 자 돌림이군요! 다린 이라는 이름이 남녀 구별 안가는 이름이지요~ ^^
 

미제 (made in USA) 는 뭣도 좋다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다.
학용품이니, 식료품, 약, 생활 잡화, 의류 등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 국산이냐 외제냐를 따졌는데 이 외제라는 것의 대부분이 미제였으니까.

처음 미국엘 가본 것은 스물 네살 때였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일반화 되기 전이어서, 떠나기 전에 기대도 좀 되었더랬다. 먼저 다녀 온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뭐든지 크고 넓고, 없는게 없고, 학교 시설도 좋고, 처음보는 사람끼리도 웃으며 인사하는 그런 곳이란 말인가. 교복 같은 것도 없고 (나는야 교복 세대 ^^), 부모나 선생님과도 친구처럼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맘 먹고 노력만 하면 그 댓가만큼 누릴 수 있는 사회? 방학 동안 미국에 다녀온 우리 과 친구 중 하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까지 했었다 (그 친구는 결국 교포와 결혼해서 지금 미국에 산다).

처음 가보고도 그랬고, 이후에 몇 차례 더 방문 해보고, 몇 년 살아도 본 나의 소감은,
한번도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 크고 넓은 것이 생리에 안 맞았고, 파티를 즐기는 그곳 젊은 세대의 분위기도 잘 맞지 않았으며, 그 풍요롭다는 나라에도 엄연히 못사는 사람이 있었다. 지나치게 소비적인 성향도 좀 이상했고, 식구는 세 식구이면서 한번 쇼핑할 때 마다 뭐든지 벌크로 사다가 쌓아놓는 습관도 이상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를 너무나 공개적으로 밝히는 분위기도 껄끄러웠다. 얼마짜리 옷, 얼마짜리 차, 얼마짜리 집...이라는 말이 사람들 대화 속에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있었다.

도대체 내 친구는 무엇을 보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거지? 의아했었다. 도대체 누가 비정상이야. 소심한 나는 당연 나의 폐쇄적이고 비사회적인 성격 탓을 해댔었다.

어제 도서관에서 아이 기다리면서 읽은 책,

 

 

 

한 혜영 작 '뉴욕으로 가는 기차'.
어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이민간 가족의 이야기이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공무원 생활을 접고 세탁소일에 전념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부모 없는 집에 남아 방황하는 어린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읽는 동안 마음이 참 착잡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이 민진 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권 합쳐 1,000 여쪽에 이르는 분량이다. 1권 마치고 2권 읽고 있는데, 일곱살에 가족 이민을 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란다. 이전에 읽은 이 창래의 'Native speaker'나 ' A gesture life' 만큼 무겁거나 진지하진 않다. 재미도 그냥 그렇고, 아무튼 끝까지 가보려고 읽고 있다.
아무리 언어가 유창하고, 한국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세대라 할지라도, 그 사회에 완전 동화가 되기에 부족한, 극복 못 할 무언가는 여전히 있다는 얘기.

이제 '미제'라고 하는 것들 대부분은 미제가 아닌 중국제. 마트에 가서 장을 볼때 두부 한 모 사면서도, 밀가루 한 팩 사면서도 포장 여기저기를 살핀다. 국산이냐 수입산이냐. '국산'을 사야하기때문에.

나한테는 처음부터 없었던 American dream.
나의 폐쇄성, 소심함, 비사회성 탓을 지금도 해야할까.

어제 오늘, 책을 읽으며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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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8-07-1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적에 미국이 하늘위에 있는줄알았어요 비행기타고 간다니까. 하늘에 다리가 놓여져있고 그다리를 지면삼아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한거죠. 고3초에 미국으로 갈 기회가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그곳에서 살아다면 지금과는 또다른 삶을 살았겠지만, 전 이상하게 해외에나가야한다는게 숙제이상으로밖게 느껴지지 않았나봐요.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곳이 좋으니까요^^ 그러게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미제가 아닌 우리것을 찾고있죠?^^

hnine 2008-07-16 08:20   좋아요 0 | URL
한정적으로 나갔다오는 기회는 누려볼만 해요. 그런데 아주 거기서 살라고 하면 그건 지금도 도리도리~~ ^^
어릴 적엔 비행기를 탄다는 것 부터가 어떤 '드림' 이었지요.

픽팍 2008-07-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가는 부분이네여. 호주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영주권 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답니다. 비단 한국 사람들 뿐이 아니라 사회생활에 지친 아시아나 유럽 젊은이 들이 호주를 제2의 인생의 시발점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뭐 저 자체는 별로 그닥 큰 매력을 못 느꼈지만서도 요새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들이 호주로 많이 간다고 하더라구요. 외국에서 사는 거 글쎄 어떨까요? 결코 쉽지는않을 거라고 짐짓 생각해 봅니다. 그나저나 요새는 정말 국산만 따지게 되네요

hnine 2008-07-18 15:51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 터전을 잡아보려는 시도 자체는 저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확한 조사나 정보 없이 남에게서 들은 편파성 소문이나 정보만 가지고 어떤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이 음악과 함께 시작되던 영화.
하얀 깃털 하나가 나풀 나풀,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비행하는 경로를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공중을 날아다니던 그 깃털은 영화의 주인공이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의자 위까지 내려온다.
주인공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잡아서는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넣고 다니는 낡은 가방을 열어 그 안의 책갈피 속에 역시 소중히 끼워 넣는다.

오늘 하루도 이 첫장면 같은 느낌의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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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7-1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듣게 되었네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잘~ 듣고 갑니다.^^

hnine 2008-07-15 19:4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이 좋아서, 그리고 이 음악 들으려고 비디오의 시작 부분만 되풀이해서 보기도 한답니다 ^^
오늘도 무척 더웠는데, 잘 지내셨어요?

세실 2008-07-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소리와 함께 들으니 더 분위기 있습니다.
비가 참 시원하게 내려주는 밤입니다. 아름다운 밤이예요~~~

hnine 2008-07-17 04:30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빗소리와도 잘 어울릴 것 같네요.
비 덕분에 어제는 선풍기 끄고 잘 수 있었어요 ^^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까칠한 가족 중에 나오는 글 (78쪽), 남편에게 읽어주었다.
남자들은 확실히 X염색체가 하나 적어서 그런지 여자들이랑 많이 다르구나.
엄마와 딸의 관계 형성과는 완전 다른 버전이다.

아이는 아버지를 관찰해 자기보다 힘이 센지 아니면 자기보다 약한지 알고자 한다.
신체적인 것은 염려하지 않는다.
...
그의 관심은 다른 힘 또는 다른 약함에 있다.
삶은 남자대 남자 사이의 잔인한 투쟁이며, 남자의 첫번째 적은 아버지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첫번째 적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본능에 이끌린 것이기 때문에 아이의 판단은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
이후 합리적인 추론이나 특별한 우연으로 판단이 수정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언제나 본능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어느 순간 아버지는 집안에 이방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새로운 눈으로 아버지를 관찰하는 아들이다.
...
결국 아들은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에 대해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더 강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동맹자가 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도 결코 자기자신에게 위선적이지 않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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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8-07-13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달만에 본 열다섯 남동생이 아빠와 닮아버려서 너무 놀랬습니다. 궁디 뚜드려주고 뽀뽀해주면 좋아하던 초딩인줄 알았는데 ㅠ,.ㅠ 아빠가 너무 강해서 동맹자가 된 케이스로군요

hnine 2008-07-13 08:09   좋아요 0 | URL
이방인이 되는 것보다는 동맹자가 되는 케이스가 훨씬 좋은거죠?
가족끼리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좀 헛헛하지요.

뽀송이 2008-07-1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고1 아들 녀석도 아빠와 평화협정, 상호협조, 뭐 겉보기에 동맹자인 것 같고...
중2 아들 녀석은 아빠를 아주 사랑하는데 요건 어찌된건 지?? 애인?
헤헤.^^ 님~ 편안한 주말 되셨나요?

hnine 2008-07-14 05:33   좋아요 0 | URL
엄마도 그렇지만 아빠 역할도 힘들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귀여워만 하던 아들에 의해 언젠가 평가를 받고 이후의 관계가 달라질수 있다니.
뽀송이님 벌써 아들이 고1, 중2 되었다니, 저보다 훨씬 선배이시네요. 앞으로 제가 아들때문에 고민할 때 여쭤봐야겠어요 ^^
 
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대학교 때였던가, 돈 까밀로와 빼뽀네라는 시리즈물을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몇 권까지 나와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성직자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고 해서 전혀 내용이 심각하거나 종교인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는, 정말 따뜻한 유머를 아낌없이 던져 주던 책이었다.
재작년인가, 까칠한 가족이라는 이 책이 한참 유행할 때 과레스키라는 저자 이름이 어쩐지 귀에 익다 했더니, 바로 그 돈 까밀로와 빼뽀네의 저자라는 것을 알고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렇게 따뜻한 웃음을 안겨준 소설의 작가가 이렇게 험난하다면 험난한 인생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 줄 예전엔 몰랐다. 평탄치 못한 그의 경력들이 오히려 그에게 웃음의 동기를 실어준  것일까.
사실 까칠한 가족이라는 이 소설의 내용은 제목처럼 까칠하기 그지 없다. 모른 체 덮어 두고 있던 가족이란 것의 한 단면, 개인의 삶의 한 단면이 웃음 다음으로 여지 없이 실체를 드러낸다고나 할까.
가족이란, 갈등의 복합체이며, 개인의 자유의 구속물이며, 가족을 이룸이 결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가족 구성원사이에서도 끊임없이 나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누군가는 누리고 누군가는 소외될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것일까. 
내용 중 조반니노가 기관차 136호를 매개로 구상한 소설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기관차 136호의 기관사는 어느 모퉁이를 돌 때마다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는 여인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지내다가 마침내 그녀를 향해 기차에서 뛰쳐 나오지만 그녀는 그를 좋아한 것이 아니라 기관차 136호의 기관사를 좋아한 것이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가 이제 더 이상 기관차 136호의 기관사가 아니므로 그녀는 이제 새로운 기관사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보낼 것이라는.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그가 내 가족 구성원의 누구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필요성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해서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일까.
가족 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늘 자신이 없고 소외감을 느끼는 아빠 조반니노, 그리고 3차원 보다 더 복잡한 정신 세계에 살고 있지 않나 싶은 아내 마르게리따,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것 같은 딸 파시오나리아, 그리고 알베르티노. 소설의 마지막에서 조반니노는 자신이 구상한 소설을 빗대어, 언젠가 자기가 타고 있는 기관차에서 뛰어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이라는 이름의 기관차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의미하는 것.
작가의 예리함과 회의주의가 아주 교묘하게 유머로 포장되어 있는 작품이다.

(별을 네개 준 것은 역시 번역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하며 읽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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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까밀로와 빼뽀네는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저희 언니 오빠들이 읽었기에 저도 닳도록 보았던 책입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읽는 동안 진짜 웃음을 웃을 수 있었어요.

hnine 2008-07-13 06:31   좋아요 0 | URL
앗! 승연님 초등학교 때라고요?
저는 제가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쯤 되었을 때라고 생각했는데, 저랑 승연님 나이 차이가 그렇게나 많이 난다는 말씀? 허걱~ 제 기억이 틀렸기를... ^^

비로그인 2008-07-16 12:05   좋아요 0 | URL
어머나....제가 제 맘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정말 모르겠어요,언제인지.
그저 막연히 언니와 오빠가 보던걸 책장에서 꺼내 펼쳤던 기억밖에는.
그러고보면 저는 제가 원하는것만 기억하는 사람인가봐요.
기억이 맞고 틀리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겠지요.
그걸 어떻게 간직하느냐가....중요해요.

비오는 수요일입니다.
마음으로 님께 드릴게요,빨간 장미를.

hnine 2008-07-1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계신 곳은 비가 오는군요.
여기도 하늘이 흐리긴 헀네요. 비는 아직~
말씀대로 초등학교때인지 대학교때인지, 뭐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승연님도 저도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 웃음을 안겨준 책이라는 것, 그거면 됐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