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 동안 아이는 아빠와 여행을 떠났다.
부자 간에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그동안 못 했던 것을 맘껏 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못했던 것이라는게 고작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나가기도 싫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귀찮고, 불 안쓰는 초간단 요리만 해가면서, 겨울잠 아닌 여름칩거 중이다.
떠나면서 아이는 자기 저금 통장에 있는 돈을 엄마가 다 써도 좋다고 큰 맘 먹고 내게 선처를 베풀고 갔다 ㅋㅋ
무엇을 미리 계획하고 그대로 맞춰 실행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의 성격상 비행기표와 유레일 패스 외에 아무 것도 예약 내지 예정 없이 떠나는 것이 염려 스러워서,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라고 책에서 주워 읽고는 열심히 얘기해 주었는데, 막상 떠나는 날에는 남편에게, 무리하지 말고 그냥 천천히 놀다 오라고만 했다. 아이 데리고 건강하게만 다녀오면 그게 어디냐 하는 심정으로.
쓰고 있던 그림 일기장을 짐 속에 챙겨 주며, "다린아, 그림 많이 그려와~ 멋진 그림 정말 기대된다~" 하고 바람을 넣어주었더니 옆에서 남편이 자기도 일기장을 챙겨 간다고 보여준다.
"어! 그 일기장 어디서 많이 보던거네." 그랬더니 남편이 그거 내가 선물로 사준거란다. ㅋㅋ (민망~ ^^)
오늘 쯤 전화가 한번 와줬으면 좋겠지만, 출국할 때 로밍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했더니 남편 휴대폰 기종이 너무 오래 되어서 로밍서비스가 안되는거라고 해서 포기.
지금 보니 아이가 언제 그랬는지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잔뜩 담아놓고 갔다. 그중 한권만 빼놓고 다 주문해놓았다. 한권은 만화책이라서 패스~ ^^

-- 최근에 집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 상에서는 저렇게 웃고 있지만
아이가 다리 위에 올라타서 누르고 있는 바람에 아픈걸 꾹 참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