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지난주말 시골집에 갔는데 우리집에 참, 이상한 새 한마리가 산다.

배 쪽은 짙은 밤색, 등 쪽은 검은색, 깃에는 흰색 점이 박힌 참새만한 새인데 이 새는 하루종일 마루에 걸어놓은 거울에 와서 논다. 파르륵, 날갯짓을 하며 거울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살면서 세상에 별놈의 새를 다 본다. 거울 속 제 모습을 두고 짝이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저녁 무렵,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여름에 안방으로 새 한 마리 들어왔기에 들고 있던 파리채로 그만 후려갈겼다. 그게 짝인갑다. 아버지도 참...... 그래서 내가 팔순의 아버지께 왜, 그 새를 죽였냐고 난생처음 버릇없이 화를 내었다. 그리고 내 얼굴이 비치는 그 마루의 거울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 고영민 시집 <공손한 손> 중에서 =

 

(줄 바꿈 없이 쓰여진 원문 그대로 옮겨놓는다.)

 

 

 

 

 

 

 

 

 

 

 

 

 

 

 

 

 

 

 

 

 

 

 

 

시집은 마구 사들여도 좋다.

후루룩 읽자고 들면 한권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 좀 쌓인다 한들 그리 부담스러울 것 없어 좋고

그렇게 한번 읽었다 해도 다 읽은게 아니고 두고 두고 또 보는 일이 많으니 좋다.

이 시집도 벌써 몇번을 다시 들춰 읽었는지 모른다.

오늘 이 시가 특히 마음에 들어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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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2-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해 버린 나르키소스가 생각나네요.

hnine 2017-02-03 17:30   좋아요 0 | URL
거울 속 자기 모습이 잃어버린 자기 짝인줄 알고 자꾸 쳐다보는 새.
이제 자기 짝이 보고 싶어도 거울 속 자기 얼굴을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새를 딱하게 여기는 시인.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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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방향의 내용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철학인가, 의학인가, 윤리? 도덕? 정치?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으므로 의학책은 아닐 것이고, 본격적인 철학책도 아닐 것이다. 프롤로그에 보니 이 책은 위에 말한 어떤 한 분야의 책이라기보다 출판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책을 내자는 제안에 따라 쓰게되었다고 하는, 무겁지 않은 인생론이라고 하겠다.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내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았다는 저자의 말로부터 인생론에 담아야 할 내용이 대개 이런 것들이구나 힌트를 얻는다. 말 만큼 글도 잘 쓰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고 실제로 글쓰기 특강 책을 냈기도 한지라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 책이다 (소설로 등단한 경력도 있다는 것은 책을 읽고서 알았다.)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이렇게 네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읽는 동안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술술 읽혔던 터라 장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는데 지금 리뷰를 쓰면서 각 장의 제목을 옮겨 적다보니 내용들과 연결이 되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보아도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산만하지 않고 짜임새 있도록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부모여서 그런가. 밑줄 그은 부분이 대개 부모됨에 대한 부분들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초등학생때부터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던 막내의 예를 들면서 재능없는 열정의 비극에 대해 얘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고, 특히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젊은 세대들은 한번쯤 누구에겐가 자문을 구하고 싶어하는 물음일 것이다. 저자가 실제로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꼭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는 않는다. 이겨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다.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 속에 살아야 하지만, 즐기면서 경쟁에 임하면 이겨도 이기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4쪽)

즉,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에 도달할만한 재능은 못갖췄다 하더라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일, 자기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를 권하고 있다. 동감이다. 그래서 저자는 재능이 열정을 못따라가는 막내 아들에게 뭐라고 조언을 했을까. '축구는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 는 설마 아니었을 것이고. 축구 선수가 아니어도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축구 전문 평론가를 직업으로 권했다고 한다. 너는 얼굴도 잘 생기고, 축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좋아하고, 영어도 잘하고 우리말도 잘하니 유학도 다녀오고 스포츠 마케팅도 공부하면 축구선수 못지 않은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평론가라 될거라고 했단다. '축구는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와는 완전히 다른 조언이 아닌지.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에게도 때에 따라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유연성 있고 긍정적인 방향 제시를 할 수 있어야 살면서 주저앉게 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의 자리에 희망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포기 대신 융통성을, 중단 대신 방향 전환을.

부모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중대한 잘못은 자녀의 삶을 대신 설계하고 자녀의 행복을 대신 판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만약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첫째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 둘째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꿈이나 희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소망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말하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자녀들은 부모가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을 거부할 수있어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213쪽)

 

2장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는 존엄한 죽음, 자유 의지, 죽음에 대한 나의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놀기와 일하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자기는 놀기를 택하겠다면서 학생때부터 정치, 운동, 야학, 유학, 출판사, 책 쓰기, 방송 토론 진행자 등등 자기가 거쳐온 일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지나고 보니 한 가지 직업을 오래 해본 적이 없다고 하고, 자기가 걸어온 길에 대해 남들이 말하듯이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념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신념의 도구가 되고 싶지는 않고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아마 종교가 싫어서가 아니라 신념처럼 종교도  도구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나이든 보수 세력을 원망하지 마라, 그들도 젊을 땐 누구보다도 진보의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라면서 진보였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보수성향으로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인 반면 젊어서 보수였던 사람이 나이들어 반대로 진보로 바뀌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며 세상과 타협하며 살다보면 계속 정신이 깨어있도록 노력하지 않는한 지금 진보를 외치는 우리들도 어쩔 수 없이 보수로 바뀌어 갈지 모른다는 경고.

책의 마지막에서 자기가 꿈꾸는 자기의 장례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그의 생각은 젊었고 유연했다.

하도 들은 바가 많아서 기대도 높았던 만큼, 대단한 감탄을 자아내지는 않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제목때문에 다소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기대하며 여기 저기 밑줄을 그으며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에게서만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명문장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갔다고 하면 이상한가? 이 책은 내가 처음 읽은 유시민의 책이다. 그것도 거의 충동 구매로 구입한.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주시할 것 같고, 그의 다른 저서들도 들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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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3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씨도 제가 믿고 보는 저자 중에 한 분이예요ㅎ 아직 이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만ㅎㅎ

hnine 2017-01-31 18:29   좋아요 0 | URL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면 화제가 무궁무진 할 것 같은 사람이어요. 신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는 점이 특히 좋더군요. 저는 이분이 등단하셨다는 소설이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
 
소리치는 바다
이덕자 / 여성신문사 / 1994년 5월
평점 :
품절


 

(나온지 오래된 소설이라 알라딘에서 상품검색해도 제목만 나올 뿐 사진도 뜨지 않는다.)

 

 

 

 

 

 

 

 

 

 

 

 

 

 

이 덕자라는 이름. 현재 투병중인 이 소설가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나도 거의 잊고 지낼 만큼 그녀의 작품 발표가 한동안 없었고 더구나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거주중인 작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오래만에 그녀의 새로운 출판 소식을 접했는데 그것도 소설이 아닌 시집이라는 기사에 깜짝 놀라 시집은 물론, 그녀가 오래 전에 발표했던 소설들을 다시 구입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청소년이 주인공이었던 작가의 다른 소설 <햇귀>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녀 소설의 주인공들은 미국 거주중이고, 결혼 생활 끝에 자기 정체성에 고민을 하며 다른 돌파구를 모색, 가부장적인 남편보다 더 자기 삶을 옭매인 것은 자신이었다는 자각을 하는 여자들이다. 작가 자신이 결혼하여 수십년 미국 이민자로 살고 있기 때문에 작품 속 많은 부분 그녀의 경험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짐작하며 읽게 되고, 엔딩에 더 신경이 쓰이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는 두 작품이 실려 있다. <소리치는 바다>와 <겁 (怯)>.

다음은 작가의 말이다. 그녀의 작품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

사는 것이 겁나는 분들과 나는 이 책을 나누어 읽고 싶다.

그리고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마침내 자살도 생각해보는 분들과 또한 나는 이 책을 나누어 읽고 싶다.

겁은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그것에 잡아먹히면 그때는 끝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소리쳐 우는 분들과 진실로 이 책을 같이 나누어 읽고 싶다. 내 친구 순이의 말대로 소리쳐 우는 바다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94년 4월 달라스에서, 이덕자

여기서 '겁은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그것에 잡아먹히면 그때는 끝이다'라는 문장도 어쩐지 눈에 익다. <햇귀>에서 그녀는 겁 대신 우울이라는 단어를 넣어, 그것에 잡아먹히면 끝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

그녀의 소설들을 몇편 읽어보면 처음 읽으면서도 이거 예전에 읽었던가 하는 착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만큼 서로 비슷하다. 어쩌면 작가가 소설 속에 풀어내고 있는 것은 한가지 주제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녀 마음 속의 응어리 (결국 이런 것들이 소설로 세상에 나오는 동기가 된다면)는 여러개가 아니라 하나의 아주 단단한 덩어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책중 <겁>을 읽으면서도 나는 예전에 읽었던 그녀의 소설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닌데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소리치는 바다>에서 여자 정해는, 남편없이 억척스럽게 살아온 속물근성 엄마와, 엄마가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낳은 배다른 오빠 정초와 함께 살고 있다. 이모 집 가정교사로 있던 가난하지만 일류대학 출신 남자와 결혼해서 전형적인 아내 역할로 살아온 그녀는 이제 대학생이 된 딸, 아들을 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문제거리가 없어 보이는 가정 주부이지만 자식들이 모두 집을 떠나 남편과 둘만 남게 되자 비로소 남편과의 관계와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나는 이제 어디에서 가치를 찾아야하는가 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여자를 우습게 보고 그녀의 얘기를 한번도 진지하게 듣지 않는 남편을 떠나기로 하지만 결말에서 결국 떠나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다. 드물게 배경이 미국이 아니고 주인공이 이민자가 아닌 작품이다. 미국으로 이민했다 돌아오는 사람이 보조인물로 등장하긴 하지만.

 

<겁>은 서로 친구인 세명의 여자, 봉이, 두해, 달구의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 나오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고 산만하다. 셋중 행복하게 결혼 생활을 계속해나가는 사람은 한명도 없어서, 봉이는 결혼 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던 노교수의 격려 속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하고, 두해는 가부장적이고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떠나며, 달구 역시 남편을 떠나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단편적인 내용만 몇줄로 적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이들 셋의 지나온 세월에 대한 반추, 후회, 자기 모색, 그리고 앞으로는 달라지고자 결심하기까지의 갈등, 고민, 방황으로 채워져있다. 그러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자주 언급한다. 그녀의 생을, 그녀 작품 속의 자유롭지 못한 여성을 작가는 자기 작품 속에서 재현해보고 싶었을 수도 있고, 작품을 써가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되는 버니지아 울프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이 출판된 1994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이니 지금 상황이 많이 달랐다. 세월이 흘러 읽어도 여전히 와닿는 작품들도 있고, 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고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 아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그 가치가 더해가서 고전이라고 부르는 작품들도 있다. 그건 아주 혜택받은 몇 안 되는 작품의 경우이겠다. 이덕자의 소설들은 1994년 당시 읽었을때 처럼 새롭지도 않았고 일부 대화는 신파로 보이는 점도 없지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여자들이 하고 있는 고민에서 지금의 여성들은 자유로운가? 이제 더이상 그런 결혼 생활, 그런 속박으로 자기 생을 소모해가는 여성은 없는가? 어쩌면 페미니즘 이론서를 읽는 것과 또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문제를 피부에 와닿게 느낄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20대, 한참 그런 생각들로 머리를 채우고 있을 때 이덕자의 소설들을 찾아 읽었고 그래서 고민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고민과 문제를 더 넓히고 깊어지게 해버렸다. 이덕자의 소설들은 그런 관점에서 읽는 것이 더 잘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신한 스토리로서가 아니라, 나에게도, 내 친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얘기를 마치 수기를 읽듯이,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하지만 피흘리는 싸움의 과정을,그리고 결과를 눈으로 읽어가듯이.

 

벌써 몇년 째 투병중이라는 작가. 부디 회복되어서 그동안 그녀 안에서 다듬어지고 새로 태어난 성찰의 결과를 새로운 작품 속에서 또 만나고 싶다.

 

* 이 리뷰의 제목 <왜 그녀들은 절망하는가>는 책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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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9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1-29 19:47   좋아요 0 | URL
리뷰에도 썼지만 지금 읽으면 약간 신파조 같은 대화, 표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 이 작가의 첫 소설을 읽었던때의 느낌 때문에, 그리고 이 작가를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분들에겐 아마 거슬릴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이 작가의 소설을 읽었을때 저는 결혼, 연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때였고, 한국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또한 매우 강렬했던 때였기 때문에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소설들을 그냥 마구 흡수했던 것 같아요. 주제를 막론하고 책이란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쪽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지 않나요? ^^ 전 그런 것 같아요.
 

 

대파 사러 서점에 갔다.

(대파 한단 사러 나갔는데 발길이 동네 서점으로 먼저 향했다)

 

있던 서점도 문 닫는 곳이 많은 요즘, 동네에 이 서점이 새로 오픈하는 것을 보고 과연 잘 버텨줄까, 내가 주인도 아니면서 조마조마했었다. 그게 약 1년 전. 아직은 잘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나도 여기서 책을 좀 사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니다. 사실은 또 심사가 뒤틀려서 대파 사러 나왔다가 늑장 부리려고 서점에 들른 것이었다).

 

어떤 책을 사겠다고 정하고 간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 저 책 들춰보며 구경을 했다. 스페인 여행 책도 들춰보다가, <축의 시대>가 혹시 있나 찾아보려다가 이런 서점에 없을 것 같아 포기했고.

 

두 권을 골라 들고도 부족했나. 황정은의 신간이 생각났다. 소설 코너에서 찾아보았는데 없다.

 

서점에 계신 분께 여쭤보았다.

"여기 <아무 것도 아닌> 없나요?"

컴퓨터에서 검색해보더니 없다고 한다.

"없을리가 없는데...요즘 많이 읽는 책이거든요. 황정은이라고 한번 더 검색해주시겠어요?"

그랬더니 그분 말씀,

"제목이 <아무도 아닌> 인 책은 있어요." 그러신다.

"아! 그거 맞아요."

 

집으로 와서 사온 책 세권을 펼쳐보았다.

책 제목을 보고 웃었다.

 

 

 

 

 

한권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한권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일부러 그렇게 고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제목은 서로 반대의 뜻이지만, 어쩌면 같은 목적으로 쓰여진 책일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비껴갈 수 없는 물음. 나 역시 요즘, 특히 2년 전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나서 더 자주 하는 생각이 저 둘 아니였던가.

 

그리고 마지막에 고른 황정은의 소설 첫 장을 펼쳤다.

또 웃을 수 밖에.

 

 

 

 

그러게 말이어요 황정은 작가님. 왜 사람들이 <아무도 아닌>을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읽을까요.

 

 

내일 산소 가는 차 안에서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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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7-01-27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대전 사시죠? 제 첫사랑도 대전 사는데...(그래서 제가 쓴 시 ‘밤의 여로‘에 대전은 ‘흔한 첫사랑의 환승지‘라고 ㅎㅎ) 명절이 지나면 리모컨 AS가 1.5배 정도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작년엔가 조선인 님한테 들은 다음부터는 명절이 되면 리모컨 생각부터 나요 저는 ㅎㅎ 대파는 근데 내가 들고 다니면 디게 창피한데 남이 들고 다니면 좀 멋져 보이는 좀 이상한 채소예요. (어뜨케 갑자기 공유랑 이동욱 생각 나요 헤헤)

hnine 2017-01-27 23:08   좋아요 2 | URL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된 거라면 무작정 반갑지요. 그분 아직도 대전에 사시나요? 대전에서 출발하면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이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으로 비슷하다는 말이 있어요. 대전이 남한의 중앙에 있으니까요. 환승지...
서점 들러서 대파도 사오긴 했는데, 창피해도 사야했어요 ㅠㅠ
부엌에서 일하다가 잠깐 TV 켰더니 하필 존엄사에 대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괜히 보면서 아버지 생각하며 찔끔거렸네요.

[그장소] 2017-01-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첫장 열고는 웃었는데, 그러게 하면서 ...^^

hnine 2017-01-27 23:10   좋아요 1 | URL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저, 황정은 소설은 처음 사봤어요. 어쩐지 일단 읽고나면 작가를 무지 좋아하게 될것 같아서 오히려 읽기를 미루고 있었거든요.

[그장소] 2017-01-28 15:1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책이 몇권 안될때 빠지는게 좋죠...^^
손 댈 수도없이 저작이 많은데 뒤늦게 빠지면 그 감당안되는 슬픔은 ( 응?) 중고 책을 뒤지게 만들거든요 .. ㅎㅎㅎㅎ hnine 님이랑 같이 같이 나이들어가는 작가의세계 ㅡ 이거 근사하잖나요? 그들의 시작을 안다는 기쁨!^^ ㅎㅎㅎ 응원 할게요!^^

stella.K 2017-01-27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제목 헷갈렸어요.<아무도 아닌> ㅋㅋ.
어째 3권이 묘하게 연결된 느낌이네요.^^

hnine 2017-01-27 23:27   좋아요 1 | URL
제일 먼저 고른 책이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인데 오늘 서점에서 처음 보고 그냥 골랐고요. 그다음 고른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책은 오랫동안 제 보관함에 있던 책이고요. 마지막 고른게 황정은 소설이었어요.
내일 어떤 책부터 읽을지 못정했으니 세권 다 가지고 가봐야겠어요.
 

 

 

시장에 다녀왔다.

마트가 아니고 시장엘.

요즘은 마트에서 장보는게 훨씬 더 쉽다. 인터넷으로 장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

어제 굳이 버스, 지하철 갈아타면서 시장에 간 이유는 명절을 이틀 앞두고 있어서라기 보다 아들 때문이었다.

차려준 점심을 먹다 말고 자기가 해달라는 걸 안들어준다고 하자 화를 내며 수저를 식탁위에 탁 내려놓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 아들. 그렇다고 쫓아 들어가 점심이나 다 먹으라고 다독거리는 그런 엄마도 아니다 보니 혼자 삭이는 수 밖에.

상을 다 치우도록 울적하고 속상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나선 길이었다. 시장으로!

 

 

 

 

 

 

 

처음 가보는 시장은 아니었지만 명절을 앞두고 가보긴 처음이다.

사람이 제법 많은 걸 보니, 다니기는 좀 불편했지만 한산한 시장을 보는 것 보다 마음이 좋았다.

 

 

 

 

 

 

세상에, 차례 음식 만들지 않아도 되겠네. 각종 전은 물론이고 어적, 산적까지, 위에 고명까지 얹어놓아서, 그대로 가져다가 접시로 옮겨놓기만 하면 되게 포장된 음식들이 널려있었다.

 

난 아직은 괜찮지만 혹시 모르지. 몇 년 후면 이런 방법을 택할지. 처음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직접 만들어야 되는 줄 알고 식혜까지 인터넷에서 레시피 찾아가며, 없는 솜씨로 만들어오다가 요즘은 그냥 만들어진 식혜를 사고 있지 않나. 자신있게 말할 일이 아니다.

 

 

 

 

 

 

 

이런 한복 집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우리 아들 키울때 저렇게 한복을 사서 입힌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사서 입힌 적이 없다. 물려준 것 고맙게 받아서 입힌 적은 있다.

 

 

 

 

 

 

 

 

겨우 밤, 대추, 약과, 차례상과 상관없는 미역, 김, 이런 것들만 좀 샀는데도 가방이 꽉 찼다. 과일도 사고 싶었지만 무거워서 들고 올 자신이 없어 참았다.

그런데 밤과 대추를 kg당 얼마, 이렇게 파는게 아니라 한 됫박에 얼마, 이렇게 팔고 있었다. 얼마만인가. 됫박으로 무언가를 사보는게.

 

'모두들 사느라고 애쓰고 있구나.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버스 정류장에 내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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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7-01-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에 시장 사진은 묘하게 따뜻하네요. 찍는 사람의 시선이 그랬나. 맨 아래 가방도 정말 예뻐요. 꽤 커 보이는데 또 별로 커 보이지 않아서. 보면 여자들은 큰 가방 긴 치마 좋아하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작은 핸드백, 짧은 치마 입는 거 좋아하고 그러더라고요.

hnine 2017-01-27 15:46   좋아요 0 | URL
Joule님, 안녕하세요. 시장은 따뜻하면서도 치열한 곳이더라고요.
할일은 20% 정도만 마쳤는데 너무 일찍 설 준비를 마치게 될까봐 (!), 슬슬 걸어서 동네 서점에 다녀왔답니다. 의도하지 않고 골랐는데 사온 책이 한권은 <어떻게 살 것인가>, 또 한권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네요. 참나...^^ 요즘 저를 자주 멍때리게 하는 생각이 바로 저 제목들과 같기 때문인가봐요.
여자들 큰 가방 좋아하는 것은 얼굴이 작아보이기 때문이라면서요? 남자들이 작은 핸드백, 짧은 치마 좋아하는건 뭐, 두말할 필요가 없겠고요.
사실 오늘도 기분이 별로였는데 Joule님 댓글이라는 비타민 먹고 힘이 납니다.
부디 편안한 연휴 보내시길 바랄께요.
(저 가방은 아른님께서 만드신 가방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