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다녀왔다.
마트가 아니고 시장엘.
요즘은 마트에서 장보는게 훨씬 더 쉽다. 인터넷으로 장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
어제 굳이 버스, 지하철 갈아타면서 시장에 간 이유는 명절을 이틀 앞두고 있어서라기 보다 아들 때문이었다.
차려준 점심을 먹다 말고 자기가 해달라는 걸 안들어준다고 하자 화를 내며 수저를 식탁위에 탁 내려놓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 아들. 그렇다고 쫓아 들어가 점심이나 다 먹으라고 다독거리는 그런 엄마도 아니다 보니 혼자 삭이는 수 밖에.
상을 다 치우도록 울적하고 속상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나선 길이었다. 시장으로!

처음 가보는 시장은 아니었지만 명절을 앞두고 가보긴 처음이다.
사람이 제법 많은 걸 보니, 다니기는 좀 불편했지만 한산한 시장을 보는 것 보다 마음이 좋았다.

세상에, 차례 음식 만들지 않아도 되겠네. 각종 전은 물론이고 어적, 산적까지, 위에 고명까지 얹어놓아서, 그대로 가져다가 접시로 옮겨놓기만 하면 되게 포장된 음식들이 널려있었다.
난 아직은 괜찮지만 혹시 모르지. 몇 년 후면 이런 방법을 택할지. 처음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직접 만들어야 되는 줄 알고 식혜까지 인터넷에서 레시피 찾아가며, 없는 솜씨로 만들어오다가 요즘은 그냥 만들어진 식혜를 사고 있지 않나. 자신있게 말할 일이 아니다.

이런 한복 집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우리 아들 키울때 저렇게 한복을 사서 입힌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사서 입힌 적이 없다. 물려준 것 고맙게 받아서 입힌 적은 있다.

겨우 밤, 대추, 약과, 차례상과 상관없는 미역, 김, 이런 것들만 좀 샀는데도 가방이 꽉 찼다. 과일도 사고 싶었지만 무거워서 들고 올 자신이 없어 참았다.
그런데 밤과 대추를 kg당 얼마, 이렇게 파는게 아니라 한 됫박에 얼마, 이렇게 팔고 있었다. 얼마만인가. 됫박으로 무언가를 사보는게.
'모두들 사느라고 애쓰고 있구나.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버스 정류장에 내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