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사러 서점에 갔다.

(대파 한단 사러 나갔는데 발길이 동네 서점으로 먼저 향했다)

 

있던 서점도 문 닫는 곳이 많은 요즘, 동네에 이 서점이 새로 오픈하는 것을 보고 과연 잘 버텨줄까, 내가 주인도 아니면서 조마조마했었다. 그게 약 1년 전. 아직은 잘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나도 여기서 책을 좀 사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니다. 사실은 또 심사가 뒤틀려서 대파 사러 나왔다가 늑장 부리려고 서점에 들른 것이었다).

 

어떤 책을 사겠다고 정하고 간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 저 책 들춰보며 구경을 했다. 스페인 여행 책도 들춰보다가, <축의 시대>가 혹시 있나 찾아보려다가 이런 서점에 없을 것 같아 포기했고.

 

두 권을 골라 들고도 부족했나. 황정은의 신간이 생각났다. 소설 코너에서 찾아보았는데 없다.

 

서점에 계신 분께 여쭤보았다.

"여기 <아무 것도 아닌> 없나요?"

컴퓨터에서 검색해보더니 없다고 한다.

"없을리가 없는데...요즘 많이 읽는 책이거든요. 황정은이라고 한번 더 검색해주시겠어요?"

그랬더니 그분 말씀,

"제목이 <아무도 아닌> 인 책은 있어요." 그러신다.

"아! 그거 맞아요."

 

집으로 와서 사온 책 세권을 펼쳐보았다.

책 제목을 보고 웃었다.

 

 

 

 

 

한권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한권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일부러 그렇게 고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제목은 서로 반대의 뜻이지만, 어쩌면 같은 목적으로 쓰여진 책일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비껴갈 수 없는 물음. 나 역시 요즘, 특히 2년 전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나서 더 자주 하는 생각이 저 둘 아니였던가.

 

그리고 마지막에 고른 황정은의 소설 첫 장을 펼쳤다.

또 웃을 수 밖에.

 

 

 

 

그러게 말이어요 황정은 작가님. 왜 사람들이 <아무도 아닌>을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읽을까요.

 

 

내일 산소 가는 차 안에서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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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7-01-27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대전 사시죠? 제 첫사랑도 대전 사는데...(그래서 제가 쓴 시 ‘밤의 여로‘에 대전은 ‘흔한 첫사랑의 환승지‘라고 ㅎㅎ) 명절이 지나면 리모컨 AS가 1.5배 정도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작년엔가 조선인 님한테 들은 다음부터는 명절이 되면 리모컨 생각부터 나요 저는 ㅎㅎ 대파는 근데 내가 들고 다니면 디게 창피한데 남이 들고 다니면 좀 멋져 보이는 좀 이상한 채소예요. (어뜨케 갑자기 공유랑 이동욱 생각 나요 헤헤)

hnine 2017-01-27 23:08   좋아요 2 | URL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된 거라면 무작정 반갑지요. 그분 아직도 대전에 사시나요? 대전에서 출발하면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이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으로 비슷하다는 말이 있어요. 대전이 남한의 중앙에 있으니까요. 환승지...
서점 들러서 대파도 사오긴 했는데, 창피해도 사야했어요 ㅠㅠ
부엌에서 일하다가 잠깐 TV 켰더니 하필 존엄사에 대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괜히 보면서 아버지 생각하며 찔끔거렸네요.

[그장소] 2017-01-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첫장 열고는 웃었는데, 그러게 하면서 ...^^

hnine 2017-01-27 23:10   좋아요 1 | URL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저, 황정은 소설은 처음 사봤어요. 어쩐지 일단 읽고나면 작가를 무지 좋아하게 될것 같아서 오히려 읽기를 미루고 있었거든요.

[그장소] 2017-01-28 15:1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책이 몇권 안될때 빠지는게 좋죠...^^
손 댈 수도없이 저작이 많은데 뒤늦게 빠지면 그 감당안되는 슬픔은 ( 응?) 중고 책을 뒤지게 만들거든요 .. ㅎㅎㅎㅎ hnine 님이랑 같이 같이 나이들어가는 작가의세계 ㅡ 이거 근사하잖나요? 그들의 시작을 안다는 기쁨!^^ ㅎㅎㅎ 응원 할게요!^^

stella.K 2017-01-27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제목 헷갈렸어요.<아무도 아닌> ㅋㅋ.
어째 3권이 묘하게 연결된 느낌이네요.^^

hnine 2017-01-27 23:27   좋아요 1 | URL
제일 먼저 고른 책이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인데 오늘 서점에서 처음 보고 그냥 골랐고요. 그다음 고른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책은 오랫동안 제 보관함에 있던 책이고요. 마지막 고른게 황정은 소설이었어요.
내일 어떤 책부터 읽을지 못정했으니 세권 다 가지고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