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가 없는 내가 어릴 때부터 무척 따르던 사촌 언니가 있다. 내가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 스물 몇살이었던 언니가 가끔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으면 우리 집에 와서 며칠 자고 가곤 했는데 나는 어떡하면 그 언니가 우리집에서 좀 더 오래 있다 가게 할 수 있나 머리를 굴리곤 했다. 오자 마자 언니 몇 밤 자고 갈거냐고 물으면 할머니께서는 집에 온 손님에게 오자마자 언제 가는지 묻는거 아니라고 하셨지만 나는 일종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던거다. 그만큼 그 언니가 왔다 가고 나면 나는 오랫동안 울적했다.

언니가 내일 간다, 모레 간다, 하고 드디어 돌아갈 날을 알게 되면 나는 언니 며칠만 더 있다 가라고 조르기도 하고 사정도 하면서 매달렸다. 그럴때면 언니는 항상 웃으면서 금방 또 올거라고 나를 달래주었다. 그럼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그 언니의 소지품을 몰래 숨겨두는 만행을 저질렀다. 언니의 머리빗, 칫솔, 손수건, 이런 것을 몰래 숨겨두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없어진 걸 알면 찾을 때까지 언니가 우리집을 못떠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번도 찡그린 얼굴을 본적이 없다. 푸근하고 넉넉하고 어른들에게도 칭찬받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기 때문인지 나 같은 꼬마들하고도 얘기를 잘 주고받았다. 우리 집에 오면 내 머리도 빗겨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옛날 얘기도 잘 해주었다. 늘 언니 노릇을 해야했던 나에게도 언니라고 부를 누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었다.

그 언니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잠시 전주에 내려가 살던 시기가 있었다.  마침 전주 출장을 갈 일이 있으셨던 엄마께서 그 언니 집에 가서 하루 주무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침 식사는 물론이고 엄마에게 앉으시라고 하고는 직접 머리 드라이까지 정성껏 해주더라고 엄마는 지금도 그때 말씀을 해주신다.

결혼 후 따로 일을 안한 대신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형부와 두 아들까지 얼마나 정성껏 뒷바라지 하는지, 형부는 지금까지 아침에 옷을 스스로 꺼내 입은 적이 없다고 하신다. 언니가 그날 날씨에 맞게 상의부터 양말까지 다 꺼내서 준비해준다는 것이다. 형부가 그렇게 해달라고 한적도 없는데 언니가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라서 교회에도 열심히 나가는 언니는 말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큰집의 장녀이기 때문에 집안의 대소사 일에도 빠지지 않는다. 지금도 늘 웃는 얼굴.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지금도 그 언니를 보면 그냥 안기고 싶어지고 나의 닫혔던 입이 절로 열리게 한다.

그런 언니가 아주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엄마로부터 들었다.

"그 언니가 왜?"

아들들도 잘 키워 모두 출가시키고 얼마전엔 회갑을 맞은 언니이다.

나름대로 고민이 있겠지 라고 엄마는 말씀하셨지만 나는 그 언니에게 고민이 있는게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것이 놀라웠던 것이다. 초긍정, 항상 스마일, 사교적이고, 사람 좋아하는 언니가. 형부가 언니를 힘들게 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단촐하게 형부랑 둘이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언니는 다른 사람들의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들어주는 일은 잘 하고 있지만 막상 언니의 고민을 얘기할 사람은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이 아프거나 힘들다고 하면 발벗고 달려가는 언니, 막상 자신이 힘들땐 쉽게 털어놓고 공감을 구할, 그럴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언니, 언니도 불평도 좀 하고 투정도 부리고 그래 언니. 그래도 되는거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단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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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10-0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레 사람들이 언니한테서 '받아먹기'에 익숙해졌을 뿐,
언니하고 나긋나긋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은 없었으리라 느껴요.

'받는' 사람들은 으레 '받는 줄 못 느끼며 아주 마땅하다'는 투로
받아들이곤 하잖아요. 이러다 보면, 서로 같은 자리에서 살아가는
삶동무인 줄 잊기 일쑤예요.

서로 같은 자리에 있을 때에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만큼,
'받들리'거나 '떠받드는' 사이가 되고 말면,
'사랑으로 베푸는 사이'에서 자꾸 멀어지겠지요..

hnine 2012-10-05 18:24   좋아요 0 | URL
'삶동무'라는 말, 참 좋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얘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 다른 사람 얘기 듣는 건 잘 못하더라고요.

saint236 2012-10-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속에는 제각각의 근심과 걱정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의 상처가 이제야 나타난 것일 수도 있고, 최근에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상 불평도 하고 투정도 하는 것이 힘든 사람도 있습니다. 믿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계신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따지는 것도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냥 대화해주는 거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 쓸데 없는 신변잡기들도, 그리고 옛날 추억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힘내세요.

hnine 2012-10-05 22:36   좋아요 0 | URL
우울증의 원인부터 제대로 알아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들 보통 말하는데 saint님 말씀 듣고 보니 원인을 아는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 같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 쓸데 없어보이는 신변잡기, 하다 못해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나누는 이야기, 그러면서 자기의 본심을 슬쩍슬쩍 드러내게 되니까요. 옛날 추억 이야기를 하게 되면 풀리지 않은 앙금 같은게 드러나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고 나면 조금씩 그 맺힘이 풀려가기도 하겠지요.
이런 얘기하면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미리 염려하여 자신의 고민이나 걱정은 혼자의 마음 속에 다 쌓아놓고 있는 것도 문제이고, 상대방이 그렇게 어렵게 대화의 문을 열었는데 시큰둥하게 흘려듣고 마는 실수도 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도움 말씀, 감사드립니다.

saint236 2012-10-07 16:33   좋아요 0 | URL
원인을 아는 것보다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고요. 다음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을 발견해서 치유하는 것은 지인들이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냉철하지 못하고 개인의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에요. 심리적인 문제들은 이래저래 힘든 것 같네요.

hnine 2012-10-07 21:5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주변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다르겠지요. 두가지 모두 필요할 것이고요.
평소에 특정 종교에 대해 특별히 호, 불호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요즘은 종교를 가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머님께서도 조금씩 조금씩 호전되셨으면 좋겠어요.

마녀고양이 2012-10-0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
저는 자주 그런 실수를 해요. ㅠㅠ.

어쩌다 좀 힘이 있어보이는 분이 들어오시는거예요, 그래서
아 오늘은 좀 괜찮겠구나 하는데, 아이고, 이야기 듣다보면 제가 울고 있어요.
상대가 못 울고 방긋방긋 웃으면, 대신 제가 울더라구요. ㅠ

hnine 2012-10-05 22:28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요즘 본격적으로 상담 시작하신거예요?
상대방이 하는 얘기에 공감해서 함께 울고 웃어주는 편과, 아니면 끝까지 객관성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는 편.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상담자일지 저는 그게 늘 궁금했어요.
예전에 제 친구 하나가, 자기를 비난조로 말하는 상대에게, 다른 말 필요없이 딱 한마디만 던지더군요. "네가 날 알아?"
위에 말한 제 사촌언니는 그 언니를 잘 아는 사람이 보아도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해결해줄 사람으로 보이지 결코 우울증에 걸릴 사람처럼 보이지 않거든요. 휴...

비로그인 2012-10-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네요...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건, 스스로에게 부담이 적어서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사람이 제일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 모두가 어려울 거란 생각을 하면 위로도 되고, 또 더욱 아득해지고 그러네요. 마음이 동글동글한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싶어서 요즘 찾고 있답니다. 박완서 작가님 책을 읽으면 어떨까 싶구요. 주말, 잘 보내세요 hnine님!

hnine 2012-10-05 22:34   좋아요 0 | URL
마음이 동글동글한 사람이 쓴 글이라...글쎄요, 찾으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모름지기 작가란, 다른 사람보다 감수성이 몇배 더 높을테니 동글동글하기보다는 뾰족뾰족 더 예민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남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것을 포착해낼 수 있으려면 그래야할거라고...
저는 박완서님의 책을 대부분 대학 다니면서 도서관에서 다 찾아 읽었는데 소설보다 수필로 시작했어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수필을 읽으면서 이분 상당히 예리하고 냉철하신 분이로구나 생각했거든요. 첫인상이 그렇게 딱 박혀버렸답니다.
제 마음을 동글동글하게 만들고 싶을 때 저는 어린이책을 봐요. 그림책이요. 이제 아이도 다 컸는데도 그림책을 한질 구입을 할까도 생각한답니다. 저를 위해서요 ㅋㅋ
주말 잘 보내라는 수다쟁이님 끝인사가 오늘따라 따뜻하게 들리네요 ^^

희망찬샘 2012-10-0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싸한대요. 제 사는 것이 힘든 시절, 남의 아픔은 안중에 없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의 아픈 사연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제가 많이 행복해졌나 하는 생각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참 좋은 언니 분이, 위로받을 무엇인가, 아니면 누구인가를 만나 어려움을 극복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hnine 2012-10-06 22:38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의 얘기가 다른 사람의 얘기로 들리지가 않지요.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고요. 생활은 더 풍요로와졌는데 심리적으로는 더 빈곤해져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언니는 그래도 신앙이 돈독하니 그것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와요.

프레이야 2012-10-0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같은 그런 분들이 더 위험하다고 들었어요.
투덜대고 풀어내기라도 하면 오히려 낫다고...
가까운 사람들이 힘이 되어 드려야할 시기 같네요. 짠해요.

hnine 2012-10-07 08:23   좋아요 0 | URL
'기발한 자살여행'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첫 페이지에 그런 말이 나오네요.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라고요. 많은 핀란드 사람들이 이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심신을 갉아먹는 이 우울증을 물리치려고 하는 치열한 전투를 해내야 된다고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계산하고 혼자 삭히지 말고 좀 주책맞더라도 말씀하신것처럼 투덜대고 풀어내면서 사는게 백배 나은것 같아요.
멀리서 그냥 걱정만 하고 있을 뿐 언니에게 별 도움이 못 되고 있네요.
 

 

 

 

 

 

 

 

 

 

2012년 9월 30일 오후 8시 26분

내 책상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달

 

 

 

 

 

 

Fragment: "To the moon"

 

 

Art thou pale for weariness

Of climbing Heaven, and gazing on the earth,

Wandering companionless

Among the stars that have a different birth, --

And ever changing, like a joyless eye

That finds no object worth its constancy

 

-P.B.Sh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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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진 2012-10-0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인님, 달이 정말 예쁘죠?
저도 어제 밤 산책을 나갔다가 달을 찍었는데 저 멀리 동그란 노란빛만 찍히더라구요.
그래도 놀랐습니다. 달이 어쩜 저렇게 크고 밝고 동그랄까?
이번 추석 달은 유난히 크고 밝은 거 같더라구요 ㅎㅎ

hnine 2012-10-01 14:35   좋아요 0 | URL
이번 추석 달이 유난히 크고 밝게 보이던가요?
어머 소이진님이 그렇게 볼 수 있어서 아닐까 해요. 저는요, 일부러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본게 30대가 훨씬 넘어서인것 같아요. 중고등학교때 저는 쳇, 달이 뜨던지 말던지, 해가 뜨던지 말던지, 이런 삭막하고 삐딱하기 그지 없는 꼬맹이(키가 작거든요 ^^) 학생이었답니다.
요즘에 보는 달은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질때가 있어요. 어제는 성묘다녀오는 길에 벼에 논이 누렇게 익어가는 걸 보았는데 그것도 예사로 안보이더라고요. 이 아줌마 요새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같은 날 같은 달을 보았다니 마구 반갑습니다.

프레이야 2012-10-0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창 밖으로 저렇게 달이 또렷이 보이다뇨. 전망좋은방,이네요. 저는 어제밤 달 보는 걸 깜박했어요. 오늘밤에 꼭 올려다볼래요. 보름달처럼 순리대로 둥글게 축복과 은혜 누리며 알아요, 우리.^^ 오늘은 좀 쉬세요, 나인 님.

hnine 2012-10-01 14:39   좋아요 0 | URL
제 책상이 아주 명당 자리랍니다. 누구는 앞에 전망이 툭 트이지 않고 언덕이 가로막혀 있어 갑갑해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이 정도도 충분히 좋네요. 책상에 앉으면 바로 앞에 창문으로 저렇게 달이 보여요.
프레이야님, 오늘이라도 한번 달 구경해보세요. 지금은 낮이니까 달 대신 뭉게구름이랑 파란 하늘이 모자이크로 보이네요.
어제 잘 쉬었답니다. 오늘 아침 8시까지 잤어요. 송편 잔뜩 먹고 잤더니 얼굴이 보름달이 되었어요 ㅋㅋ

2012-10-03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0-0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추석엔 달사진도 안 찍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목포 큰댁에서 돌아올 때 찍을까 하다가 집에 와서 찍어야지 했는데
광주는 구름이 끼어 안 보였어요.ㅠ

hnine 2012-10-05 15:13   좋아요 0 | URL
저는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아도 밤에 책상에 앉으면 바로 눈 앞에 저렇게 달이 보여요. 그래서 매일 달 관찰을 하게 된답니다. 달의 모양도, 달의 움직여 가는 것도요.
그러면서 막상 아무 소원도 빌지 않았네요 ^^

BRINY 2012-10-0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저녁에 친척집 갔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달은 정말 크고 밝았어요. 게다가 아주 빨리 쑥쑥 떠오르더라구요.

hnine 2012-10-05 15:15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사진 찍을 때는 달이 아주 높이 떠있는 대신에 크진 않았어요. 저렇게 높이 떠오르기 전에 봐야 더 크게 보였을텐데...
크고 밝은 달 보면 참 탐스럽지요.

마녀고양이 2012-10-0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네요~

hnine 2012-10-05 22:16   좋아요 0 | URL
예전에 어디서 영국의 Shelly라는 시인이 쓴 "달에게"라는 시가 생각나서 검색해보았는데 못찾고 원문만 검색이 되어서 올려놓았네요. 그런데 원문을 읽어보니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그 시 맞나 할 정도로 뭔 말일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그냥 감만 잡을 뿐. 참 아름다운 시였는데...
 

 

 

집 안에서.

 

 

 

하이드님 말 듣고 물을 줬더니 탱탱해졌다.

지난 번에 제일 먼저 피었던 꽃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99% 우리집 강아지가 범인. 심문해도 이 녀석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옆에 있는 아이들이 다투어 피고 있는 중.

 

 

 

 

 

 

이번엔 집 밖으로 나가볼까.

 

 

 

금방 쓰러질 것 같이 가녀리지만 또 모른다, 이런 애들이 더 잘 버틸 수 있는지도.

 

 

 

 

무궁화를 볼때마다 꽃잎이 꼭 화선지 같이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꽃 이름 모름.

 

 

 

 

모르는 새 구절초가 만발해있었다. 사진 찍는 동안 옆에 데리고 나간 강아지가 꽃 못 뜯어 먹게 하느라고 애먹음.

 

 

 

 

 

 

 

 

멀리 갈 것도 없이 모두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지금 마음은 이 고운 꽃들과 정반대의 상태이다. 일주일 동안 두문불츨. 간신히 마음을 일으켜세우느라 강아지 데리고 나가서는 결국 아파트 밖을 못벗어나고 들어왔다. 이제 억지로라도 일어서야한다 추석 차례 준비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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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2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추석 차례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시겠어요.ㅠㅠ
몸 생각하시며 하세요, 나인님.
화선지 닮은 무궁화 꽃잎이 참 어여쁘네요.
꽃이 이렇게나 주위에 많았군요. 이런 걸 담는 나인님 마음도 꽃과 같이 환해지시라고 얍~~

hnine 2012-10-04 00:09   좋아요 0 | URL
2년 전에 구절초 축제 하는 곳 찾아 가기도 했는데 이제 굳이 갈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수시로 나가보지 않으면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추석 장 막 봐왔답니다. 식혜만들려고 지금 엿기름 불리고 있어요. 쉬엄쉬엄 하겠습니다.
제 마음이 심난한건 추석때문이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추석 준비하는 것까지 잠시 귀찮아지게 했어요. 철딱서니 hnine입니다 ^^

BRINY 2012-09-2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비권을 행사하는 강아지를 보고 싶네요~

명절때면 몸 생각보다 의무를, 가족을 생각하게 되긴 하네요...

hnine 2012-09-28 22:51   좋아요 0 | URL
ㅋㅋ 이 녀석이 아주 입이 무겁거든요. 아무리 과자 가지고 유혹을 해도 절대 실토를 안하네요.
명절 준비는 이 세상에 저만 하는양 또 생색을 내고 말았습니다 ㅠㅠ 언제나 철이 들까요 저는. 만들어놓은 송편을 막상 사가지고 오니까 그냥 조금이라도 집에서 만들걸 그랬나 하는 이 변덕은 또 어떡하고요. 정말 못말리는 아줌마입니다.

비로그인 2012-09-2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세요, hnine님. 꽃 사진을 보니 마음이 절로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하트 모양 선인장(선인장이 맞는지 모르겠네요)에 만발한 구절초까지, 화분 킬러(ㅠㅠ)인 이 몸도 화분을 다시 키워보고 싶은 욕망이 불끈. 꽃들을 보며 힘내시길! 활짝~

hnine 2012-09-29 02:01   좋아요 0 | URL
꽃은 그냥 그 모습 자체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하지요.
하트 모양의 저 식물은 '축전'이라는 이름의 다육식물이랍니다. 선인장도 다육식물의 일종인데 보통 가시가 있지요. '축전'은 가시는 없어요. 바로 옆에 난(蘭) 화분이 있는데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때 일반적인 광합성, 즉 밤에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식물과 다육식물을 함께 두면 좋다는 말이 있더군요. 다육식물들은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거든요 (CAM식물이라고 하지요 ^^).
구절초와 비슷하게 생긴 꽃들이 하도 많아서 앞에 저 이름표 없었더라면 저도 자신있게 구절초라고 부르지 못했을거예요.
말없는수다쟁이님, 화분 다시 키워보세요. 혹시 집에 강아지 있으면 조심하시고...저희 집 강아지는 가시있는 선인장에도 덤비는 녀석이랍니다. 그때도 역시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입 주위에 가시달린 선인장을 붙이고 다니다가 덜미를 잡혔답니다 ㅋㅋ
추석 잘 보내시고요~

파란놀 2012-09-2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널리 널리 고운 빛으로
퍼지기를 빌어요.

지구별이 따사롭게 거듭날 수 있는
작은 사랑을 hnine 님이 예쁘게 해 주시네요~

hnine 2012-09-30 20:14   좋아요 0 | URL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지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가 더 많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지요. 꽃일기를 자주 쓸수 있도록 하려고요.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 - 반항기 자녀 앞에 홀로 선 힘겨운 엄마에게
야마다 마사히로 외 지음, 정은지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본다는 예고도 없고 따로 정해진 범위도 없는 시험.

학교 다닐 때 종종 그런 시험이 있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책들을 숱하게 읽어오고 있지만 실전에서 정말 읽은 만큼 도움이 된다고 자신있게 말 못하는 것은, 책에서 읽은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결국 평소의 부모의 성향대로 나갈때가 많으며, 막상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자식에게 대한다고 해도 같은 반응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책은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개인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육아, 교육 서적을 문제집에 딸려나오는 해답과 풀이집 내지는 시험 대비 쪽집게 대비책 정도로 기대하고 읽는다면 90% 실망하겠지만, 책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던 간에 세세한 내용보다는 이런 저런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무언지 배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자세라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요즘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거기에 낚인 것일 수도 있고, 내용을 보니 읽어볼만 했기 때문이다. 읽다 보니 마치 폭풍의 한가운데서 폭풍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10대의 자식을 둔 부모는 상처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자식이 반항할 때 부모는 크건 작건 상처를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반항이란 무엇인가. 부모는 "아직 일러!", 자식은 "하게 해줘!" 이 두 의견간의 충돌이라고 한다. 반항기는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런 반항을 집에서 부모를 상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오히려 다른 곳에서 터뜨릴 수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문제는 이 시기를 얼마나 잘 넘기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권하는 방법은 '협상'인데 자식이 원하는대로 다 해주는 것도, 절대 안된다고 강경하게 나가는 것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부모와 자식의 의견간의 협상을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 가서 밤새 놀고 오겠다는 아이에게, 절대 안된다고 하기 보다는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것은 좋으나 잠은 집에 와서 자도록 하라거나, 집으로 돌아올 때 부모가 데리러 가겠다거나 하는 절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예전에 안하던 행동을 하며 부모를 향해 짜증을 내고 거친 행동, 욕설을 할때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당장 그 자리에서 맞서서 고쳐놓으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부모 자신의 일이나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독의 눈길을 거두면 안된다니, 부모 노릇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시켜준다.

나이만 들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 '어른'이라는 말 대신에 '아이마음', '어른마음'이란 말을 사용한다. 즉 어른이라도 '아이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른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나와 아이는 다른 사람이다, 아이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착한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이를 여전히 부모가 생각하는 상으로 몰고 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다소 산만한 구성이지만 강력한 방법, 단정적인 말, 이런 부풀림이 없어서 좋다. 결국은 시원한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부모가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하니까. 그말이 맞다.

부모 노릇,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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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9-28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며 부모 노릇이 힘들어지지 싶어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서로 짝꿍을 만나
스스로 삶을 새로 일구던 나이에
대입시험에 목을 매달며 학교에 얽혀야 하니까요.

예전에는 아이와 어버이가 언제나 서로 마주보며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살았기에
'사춘기'라는 말조차 없었겠지요..

hnine 2012-09-28 08:22   좋아요 0 | URL
이제 겨우 십여년이지만 자식을 키우다보니 무엇이든 단정적으로, 자신있게 말하기를 피하게 되네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정답인지, 나이 들수록 더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알던 것에 대해서도 입 열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 자식을 키우며 달라진 모습 중 하나 같아요.

프레이야 2012-09-2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그다지 힘들지 않게 하는 우리집 두 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인님, 이번 추석엔 부쩍 엄마가 해주셨던 깨송편이 먹고싶어지네요.
빚을 준비 다 해주시면 제가 거의 다 빚었었는데... 깨 듬뿍 넣고^^
추석 힘들지 않게 건강히 보내세요^^

hnine 2012-09-28 12:1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깨송편 글 읽고 왔어요.
우리 나라 음식은 만두도 그렇고 송편도 그렇고 만드는데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음식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명절 음식이 그런 것을 보면 의미도 있고요.
이번 추석도 여러 가지 다 차리진 못하지만 간소하나마 정성껏 차례상 준비하려고요. 오늘 저녁때 장보러 갑니다.
프레이야님, 이번 추석 잘 보내시고 다음 추석때도, 그 다음 추석때도, 계속 우리 이렇게 인사나누며 여기서 버텨보기로! ^^
 

 

걸리버 여행기

 

 

 

 

비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탑은 거꾸로 박혀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해가 뜨자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러가고

태어난지 오래 될 수록 나이는 줄었으며

겨울 다음 가을이, 가을 다음 여름이 왔다

연을 날리는 대신

하늘의 연을 모두 거둬들이고 있었다

아이 얼굴은 무거웠고

어른의 얼굴은 더 무거웠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기쁠때 울고

슬플 때 웃었다

 

 

 

 

2012.9.25    h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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