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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 - 반항기 자녀 앞에 홀로 선 힘겨운 엄마에게
야마다 마사히로 외 지음, 정은지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본다는 예고도 없고 따로 정해진 범위도 없는 시험.
학교 다닐 때 종종 그런 시험이 있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책들을 숱하게 읽어오고 있지만 실전에서 정말 읽은 만큼 도움이 된다고 자신있게 말 못하는 것은, 책에서 읽은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결국 평소의 부모의 성향대로 나갈때가 많으며, 막상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자식에게 대한다고 해도 같은 반응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책은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개인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육아, 교육 서적을 문제집에 딸려나오는 해답과 풀이집 내지는 시험 대비 쪽집게 대비책 정도로 기대하고 읽는다면 90% 실망하겠지만, 책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던 간에 세세한 내용보다는 이런 저런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무언지 배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자세라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요즘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거기에 낚인 것일 수도 있고, 내용을 보니 읽어볼만 했기 때문이다. 읽다 보니 마치 폭풍의 한가운데서 폭풍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10대의 자식을 둔 부모는 상처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자식이 반항할 때 부모는 크건 작건 상처를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반항이란 무엇인가. 부모는 "아직 일러!", 자식은 "하게 해줘!" 이 두 의견간의 충돌이라고 한다. 반항기는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런 반항을 집에서 부모를 상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오히려 다른 곳에서 터뜨릴 수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문제는 이 시기를 얼마나 잘 넘기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권하는 방법은 '협상'인데 자식이 원하는대로 다 해주는 것도, 절대 안된다고 강경하게 나가는 것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부모와 자식의 의견간의 협상을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 가서 밤새 놀고 오겠다는 아이에게, 절대 안된다고 하기 보다는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것은 좋으나 잠은 집에 와서 자도록 하라거나, 집으로 돌아올 때 부모가 데리러 가겠다거나 하는 절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예전에 안하던 행동을 하며 부모를 향해 짜증을 내고 거친 행동, 욕설을 할때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당장 그 자리에서 맞서서 고쳐놓으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부모 자신의 일이나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독의 눈길을 거두면 안된다니, 부모 노릇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시켜준다.
나이만 들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 '어른'이라는 말 대신에 '아이마음', '어른마음'이란 말을 사용한다. 즉 어른이라도 '아이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른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나와 아이는 다른 사람이다, 아이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착한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이를 여전히 부모가 생각하는 상으로 몰고 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다소 산만한 구성이지만 강력한 방법, 단정적인 말, 이런 부풀림이 없어서 좋다. 결국은 시원한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부모가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하니까. 그말이 맞다.
부모 노릇,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