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책의 크기, 두께, 그리고 표지 그림이 아주 귀엽다고 해야하나.
커다란 창으로는 구름 뭉게뭉게 푸른 하늘이 보이고, 방 안에는 높은 책꽂이와 책들이 흩어져 있다.
제목만큼 따뜻하고 유쾌하게 시작되는 책.
천수(天壽)인 100세를 채우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남은 햇수를 채우는 곳이 바로 '천국'이란다
. 여기서 100세까지 다 채우고 나면 사람은 천국에서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 후 지상에 다시 갓난 아이로 태어난다. 재미있고 유쾌한 발상 아닌가? 이 천국에 잠시 아르바이트로 불려 들어간 주인공 사토시는 서점에서 일하게 되는데 거기서 같은 서점 점원인 유이를 사랑하게 된다. 지상에서의 아픔이 해결되지 못한 채 천국에 오게 된 유이의 상처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하는 사토시의 마음. 읽으면서 마음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느낌이었다.
현실과 천국.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세계의 문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가.
얼마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오는가. 다녀온 곳의 이야기,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게도 하고 말이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나만의 책방을 가지고 있는 셈 아닌가?

천국의 책방 시리즈가 3까지 나온 모양이다. 2권에서는 주인공이 여자인 것 같은데, 기꺼이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 130여 쪽 되는 분량,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음이 좀 아쉽지만.

(마노아님께 분양받은 책이다. 마노아님, 감사드려요. 이 책도 참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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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5-1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속삭이신님. 저 별점 줄 때 공정하게 합니다~ ^ ^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책에 실망하고 있던 중에 이 책 읽고서 기분이 나아졌는걸요. 기대보다 훨씬 나은 책이었습니다, 제게는요 ^ ^

전호인 2007-05-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

hnine 2007-05-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예, 마음이 훈훈해지실 겁니다.
 

 

... 하는 동안 다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유치원 어린이날 파티에 보낸 코코아 머핀. 덜 부풀었다. ---



 

 

 

 

 

 

 

 

---  견과류를 먹여볼 요량으로 그냥은 안 먹는 해바라기 씨를 숨겨서 만든 고구마 머핀. 이 정도는 부풀어야 더 먹음직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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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5-1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작품이에요! 맛도 보장되는 거죠? 침 넘어가요(>_<)

물만두 2007-05-1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대단하십니다!!!

해리포터7 2007-05-1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봉긋이 솟아오른 탐스런 머핀이란....내음이 여기까지 풍겨오네요...

hnine 2007-05-1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머핀은 정말 만들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케잌처럼 부담스런 크기도 아니어서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먹을수 있고 재료도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섰거 만들수 있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랍니다.
마노아님, 저의 문제는, 남들이야 잘 먹거나 말거나 제가 만든 대부분의 음식들이 제게는 너무 맛있다는겁니다 ㅋㅋ
물만두님, 만들어드리고 싶어요...기회만 된다면.
해리포터님, 그렇죠? 봉긋이 솟아올라 가운데쯤 터져 주어야 먹음직스럽지요? 우리밀 사용하고 버터도 사용 안하면서 나름대로 신경썼어요. 해리포터님이야말로 음식만들기에 일가견있으시잖아요 ^ ^

세실 2007-05-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코코아 머핀. 꿀꺽~ 저렇게 포장도 하면 넘 멋진 선물이 되는군요.
님께 잘 보일래요~~~알 라 뷰~~

hnine 2007-05-1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핀 포장은 박스, 칸막이, 이름표 전부 재활용품이어요. 가지고 가면서 머핀들이 밀릴까봐 우유관 잘라서 간막이 만들어 끼워 넣었어요. 좀 조잡스러워보이지요? ^ ^
세실님, 마음만으로는 벌써 몇 차례 만들어 보내드렸을겁니다. 언젠가 진짜로 머핀들이 슈~웅 세실님에게로 날아갈지도... ^ ^

세실 2007-05-1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로? 흐 기대 기대^*^ 님도 함께 날라 오세용^*^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나라에서 그래도 잘 읽히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김 형경의 소설을 아직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음에 골라든 책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답게, 그의 소설은 읽지 않았아도 제목은 이미 친숙한데,  이 책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특히나 더 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을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인혜라는 광고 카피라이터와 세진이라는 건축디자이너는 어릴적 부터 친구 사이. 친구 사이라고는 하나 주로 감정의 화살은 인혜에게서 세진에게로 향하고 있고 세진은 완벽주의에,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지 못하는 타입이다. 책의 큰 두 줄기는 인혜가 지금 사귀고 있는 진웅과의 데이트를 즐기면서 세진과의 관계, 이혼한 전 남편을 비롯한 그간 사귀었던 남자들과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보는 이야기와,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멈추지 않는 두통과 혼란스러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시작하는 세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쩌랴. 스토리 자체 뿐 아니라, 두 주인공 누구에게도 몰입이 되지 않는다. 서로 비슷하지도 않은 인혜와 세진, 두 인물 모두에 대해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작가의 작위성이 지나쳐 자연스럽고 일관성 있는 인물의 묘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르겠고, 우연성과 즉흥성, 약간은 억지스러움 마저 자주 눈에 띄어 거슬린다는 점이다. 듣던 대로 김 형경은 심리 분석 쪽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는 것을 한눈에도 알수 있겠는데, 글 중의 심리 분석과 묘사가 글의 스토리 전개와 그다지 자연스럽게 맞물려 전개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인혜라는 인물의 성격으로 볼때 이혼한 첫 남편 이후로 끊임없이 계속되는 남자들과의 관계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며, 진웅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그 적극성과 당참은 인혜의 다른 성격 묘사와 어딘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며, 전남편과 이혼후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과정도 어딘가 작위적이다. 특히 세진이라는 인물에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많은 부분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잠재 되어 있는 경험이, 후의 어떤 행동이나 성향을 분석해나가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말하려 함이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주된 의도인지, 아니면 소설의 초반에 도입된 대로, 여성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남성 위주의 사회에 길들여져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우려함이 더 큰 의도인지, 한권을 다 읽을때까지도 일관성 있게 전달되어오지 않는다. 둘 다 라고 하기엔 두가지 주제 모두 가볍지 않은 것들이기에.

끝까지 읽기는 읽었으나  다음 페이지를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으며 끝까지 왔다. 2권도 읽을 것인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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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聖衣)

                                   정 호 승

자정 넘은 시각
지하철 입구 계단 밑
냉동장미 다발이 버려져 있는
현금인출기 옆 모서리
라면박스를 깔고
아들 둘을 껴안은 채
편안히 잠들어 있는 여자
가랑잎도 나뒹굴지 않았던
지난 가을 내내 어디서 노숙을 한 것일까
온몸에 누더기를 걸치고
스스로 서울의 감옥이 된
창문도 없는 여자가
잠시 잠에서 깨어나 옷을 벗는다
겹겹이 껴입은 옷을 벗고 또 벗어
아들에게 입히다가 다시 잠이 든다
자정이 넘은 시각
첫눈이 내리는
지하철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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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카 아다다

                                   정 호 승

봉천동 산동네에 신접살림을 차린
나의 조카 아다다
첫아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아다다의 집을
귤 몇 개 사들고 찾아가서 처음 보았다
말없이 수화로 이어지는 어린 딸과 엄마
그들의 손이 맑은 시내를 이루며
고요히 나뭇잎처럼 흐르는 것을
양파를 푹푹 썰어넣고
돼지고기까지 잘게 썰어넣은
아다다의 순두부 찌개를 먹으며
지상에서 가장 고요한 하늘이 성탄절처럼
온 방안에 가득 내려오는 것을

병원에 가서
청력검사 한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아다다
보청기를 끼어도 고요한 밤에
먼제서 개 짖는 소리 정도만 겨우 들리는 아다다
대문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들처럼
신호등이 반짝이도록 만들어놓은 아다다
불이 켜지면 아다다는 부리나케 일어나 대문을 연다

애기아빠는 타일공
말없이 웃는 눈으로 인사를 한다
그는 오늘 어느 신도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일을 붙이고 돌아온 것일까
아다다의 순두부 찌개를 맛있게 먹고
진하게 설탕을 탄 커피까지 들고 나오면서
나는 어린 조카 아다다의 손을 꼭 잡았다
세상을 손처럼 부지런하게 살면 된다고
봉천동 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아다다의 손은 계속 내게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시집(詩集)을 비롯해서- 이 모난 마음 조금이라도 착해지고 싶은, 드러내놓고 말할수 없는 이유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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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5-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처음 정호승님의 시를 읽은 건 이 시집이 아니라 다른 시집이었는데 거기 실린 시 들은 다소 처절했어요. 이 시집의 시들은 대체로 마음을 따뜻하고 착하게 하는 느낌이 짙어서 더 품고 있고 싶어졌어요. 속삭이신 님도 날씨만큼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래요.

hnine 2007-05-1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좋아하는 시인이 몇 사람 있어요. 정 호승님도 그 중 한 분인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섬사이님이 올리신 것 보고 다시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지요.
 

지난 3일에 대전 둔산에 개관한 고암 이 응노 미술관엘 다녀왔다.


나즈막하고 복잡하지 않다, 대나무가 병풍처럼 외벽을 둘러 싸고 있다, 화려하다기 보다 고즈넉하고 단아해보인다;  건물의 그 모양새에 맘이 끌려 개관하기 전부터 바로 그 옆 수목원으로 종종 산책 갈 때 마다 저 곳에 언제쯤 들어가 볼 수 있을까 기다렸었다.

오늘이 바로 그날.

글자를 소재로 한 추상화를 보며 생겨나는 상상의 세계, 그리고 이응노 그림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군상. 한지에 수묵으로 그려져있어, 어딘지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들어가는 입구에 쓰여진 말을 남편이 가리킨다.
"모든 천재를 노력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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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 고맙습니다. 전각화가 정병례님과 호가 같네요.
모든 천재를 노력이 이긴다, 인상적인 경구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지요^^

hnine 2007-05-07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정병례님의 호도 고암이시군요.
천재를 이길수 있는 노력이란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일까요.
어린이날에 이어 조금은 피곤한 주말이었지만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섬사이님, 예, 분명히 붓으로 그린 수묵화임에도 그냥 잠자는 듯한 정지한 느낌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어요. '안하는 놈이 하는 놈 못이긴다.' 저도 많이 친숙한 말이네요 ^ ^

씩씩하니 2007-05-0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술작품을 잘 몰라서인지 몰라도...이 분 그림처럼 따스한 느낌이 좋아요~~
입구에 써있는 말도....참,,,멋지네요...'모든 천재를 노력이 이긴다"
아,,저에게는 노력만이 살길인걸요...ㅎㅎㅎ
님...잘 지내시지요???

hnine 2007-05-09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무엇을 처음 시도해 보이는 것은 천재들의 특성이 아닌가 싶어요. 그들은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 겵코 자신의 천재성을 거론하진 않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