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귀열이 전하는 뉴욕 영어 생중계
임귀열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맛은 있는데 영양가는 별로 없는 음식이 있는 것 처럼, 재미는 있는데 내용은 부실한 책이 있다. 이 책은 읽는 재미도 있고 내용도 알차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때문이 아니라 사실 저자 이름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방학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영어 특강이 항상 개설되어 있었고 이 책의 저자는 단골 영어 특강 강사였기 때문이다. 한번도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당시 같은 대학에 다니던 동생은 저자의 특강을 듣고 너무 재미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를 잘한다고 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물론 좀 독특한 이름이기도 하고.

이런 제목의 책들을 막상 읽어보면 흔하디 흔한 내용으로 채워진, 얄팍한 책일 경우가 있어 실망스러운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내용은 쉬운 말로 쓰여 있지만 실생활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고 또 그러기 쉬운 영어를 아주 잘 뽑아서 설명을 곁들여놓았다. 짧은 기간에 쓸 수 있을 책은 절대 아니라서 서문을 보니 한국일보에 오래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으며 그중 백미만 뽑아서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것 몇가지를 적어보자.

 

terms of endearment

'애칭의 방법' 또는 '애정이 담긴 호칭' 이라고 해석된다. sweety, honey, darling 같은 것.

오래 전에 본 영화 중에 이것과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는데 당시 우리 말로 <애정의 조건>이라고 번역되었었다. 의미에 좀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안좋은 영어표현에 붙는 Dutch

영국 사람들이 동양의 어떤 양식이나 문화를 얘기할때 좋은 것에는 Japanese~라고 붙이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Chinese~라고 붙여서 말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멋모르고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에게  Dutch pay라는 말을 너희도 쓰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는 아예 그 말 뜻도 모르고 있어서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영국인들은 안 좋은 일이나 기분 나쁜 사람에게  Dutch라는 말을 붙여 비하한다고.

 

Thank you 에 대한 응답으로 You're welcome 보다는 Any time, No trouble, My pleasure

You're welcome에는 자기 도움이 매우 중요했음을 강조하는 뉘앙스가 있다.

Home page는 각 web site의 첫화면

'우리 홈페이지에 있어요' 라는 말은 '우리  web site에 오시면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잘못 말한 것.

 

I think, I believe, whatever 를 남발하지 않는다

I'll say~ , I understand~ 로 대치해보자.

무슨 말을 하다가도 마지막에 " ~or whatever" 라고 말하는 습관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경계대상 1호의 단어이다.

 

power 의 용법

power meal 중요한 업무겸 식사 (식사를 하며 계약을 하고 업무를 이야기 하는 것)

powert nap 낮 시간에 달콤하게 눈을 붙이는 낮잠

 

Do you understand? 라고 말하기 보다는

"Am I clear?" 가 더 예절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한 표현

 

 

최고의 영어는 어려운 단어로 복잡하게 말하기 보다는,

쉽고 간편하게 (plain speaking),

또박또박 듣기 좋게 (clearly and pleasantly speaking)말하는 것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김종삼의 시 <어부>의 한 구절

지난 결혼 기념일에 남편에게 적어서 보낼까 생각했던 구절

오늘

알라딘때문에 또 이 싯구를 떠올린다

 

 

 

 

우리글 한줄 읽기가 아쉬웠던 그때,

우연히 시작된 알라딘과의 인연

이제

헤어지기엔 너무

정이 많이 들어버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4-07-0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 have to have that kind of courage and take that kind of responsibility"

라는 글귀를 아침에 읽었어요. 나인님.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중요한건 용기와 책임..
인간 관계의 핵심이자 삶의 핵심이기도 한 것 같아요.
아마도 그렇게 살아오셨기에 지금의 시간들이 있으셨을거라 믿습니다.~~


행복하시길... 지금처럼.. 저도 기도드립니다.. ~~

hnine 2014-07-01 21: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새벽숲길님과의 첫 만남도 기억해요. 푸른색 긴 목걸이와 회색 원피스였던가요? 그 사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제가 댓글을 달았더랬지요.
^^
용기도, 책임감도, 요즘 모두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 제 마음을 읽으신듯이 한 말씀 해주시니 감사히 듣겠습니다.
행복해야지요. 저의 행복은 저의 책임이니까요.


난티나무 2014-07-0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인사를....^^;;;;;;;;;

hnine 2014-07-04 18:3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너무 너무 반가와요!!!
오랜만이라도 괜찮으니 아주 잊지는 말고, 이렇게 가끔이라도 소식 전해주어요. 궁금하고, 생각나고...그러니까요.
 

 

 

 

 

 

 

 

위의 노래는 그냥 듣고만 있었다

아래의 노래는 따라 불렀다

 

 

 

 

두 노래 모두

이미

내 손을 떠나간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아

쓸쓸하다

 

 

 

 

자꾸 듣다보니

내 손은 떠났지만

마음엔 깊게

흔적을 남기고 갔구나

 

 

 

 

조금

덜 쓸쓸하다

 

 

 

이런 가수가 또 나올까 싶은 가수

한영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06-2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 더 잘 어울리는 노래네요.
아 애잔해라...........

hnine 2014-06-24 00:42   좋아요 0 | URL
어제 친정 다녀오는 길에 차 에서 한영애 노래만 줄창 들었어요. 나중엔 다린이가 물어보더라고요. 이 가수는 목소리를 왜 이렇게 해서 노래를 부르느냐, 이 가사가 무슨 뜻이냐...ㅋㅋ

2014-06-24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4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4-06-2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영애는,

제가 윤시내의 최근 포스에 충동적으로 반한 것에 비하면
hnine님의 한영애는, 아니 한영애를 좋아하시는 hnine 님은,

아무리 봐도 깊이가 있고 뭔가 사연도 있어 보입니다..^^

hnine 2014-06-27 21:35   좋아요 0 | URL
제가 한영애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된 것이 초등학생일때, 이종사촌 언니가 한영애랑 함께 활동하던 이정선을 좋아해서 함께 알게 되었지요. 그때는 참 목소리도 분위기도 이상하다 생각했었지요. 예쁘지 않은 여자가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도 했었고요.
엊그제 저 노래 듣는데 옆에서 제아이가 그러더군요. 저 가수는 왜 목소리를 저렇게 내서 노래를 부르냐고요.
그러고보니 한영애는 요즘도 가끔, 아주 가끔 TV 에서 볼수 있던데, 윤시내는 못보겠어요.
윤시내 노래중에서는 포스가 덜 느껴지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사랑의 시>라는 노래, 좋아했어요.

2014-06-3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30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이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 주고 있었다.

꽃진 자리 열매

 

 

 

 

 

 

 

한 줄로 늘어서있는 나무를 바라보니

둘이 나란히 붙어 있는 나무는 한쌍의 젓가락 같아

나무 몸통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뾰족해지며 브러쉬 모양을 이루고있는 잎들은

생물학 책에 나오는 mRNA와 peptide 합성 모습 같네

 

 

 

 

 

 

초록과 보라가 이렇게 어울리니

완벽한 여름색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한

오랜만에 보는 채송화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심은 것 같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장독대에 한켠에 작은 화단을 마련하시고

채송화를 잔뜩 심으셨더랬다

장난기가 발동한 어느 날

나는 가위를 들고 채송화 꽃을 똑똑 부러뜨리며 재미있어하고

멋모르고 나를 따라하던 여동생까지

그날 아버지께 얼마나 혼이 났는지는

상상에...ㅋㅋ

 

 

 

 

 

꽃은 졌어도 여전히 꼿꼿하게 위를 향하고 있는 모습

해를 향한 '의리'인가?

뭉클

 

 

 

 

 

이보다 예쁜 부케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여름꽃 중에 유난히 보라색이많은 듯

이건 지난 주 갑사 가서 찍었다

 

 

 

 

 

 

여름에 피는 제비꽃도 있나보다

역시 보라

 

 

 

 

여름

작년 여름엔 그림책 만드는 것 배우러 다녔었고

올해는 30년 만에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나름대로 내 자신에게 내린 처방 차원이었는데

얼마나 좋은지,

책읽는 것보다 더 좋은 처방전이 되고 있다

책 읽으면서는 딴 생각이 슬금슬금 할때가 있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동안엔 그럴 수가 없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14-06-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방에 여름이 천지네요.
해를 향한 의리는 해바라기만 품은게 아니었나봐요 ^^

hnine 2014-06-22 00:35   좋아요 0 | URL
네, 눈에 보이는 것들 모두 제게 여름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더위를 많이 타서 예전엔 여름이 반갑지 않았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위는 좀 더 견딜만해지고 대신 추위에 약해지더군요 ㅠㅠ 그래서 여름, 와라 와라! 할 수 있답니다.
무스탕님, 잘 지내고 계신거죠? 지성이도, 정성이도요.

qualia 2014-06-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꽃 사진, 나무 사진, 넘 좋아요.

저 예쁜 꽃 사진 나무 사진에 hnine 님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 정말 좋아요.

꽃과 나무 사진 보느라면 그 마음 촉감이 전해져 와서 넘 좋아요.

꽃, 나무를 만들고, 그들에게 색을 물들이고, 향기를 불어넣어준 건 누구일까요?

저는 누군가 있다고 봐요.

어떻게 저 꽃들이, 저 나무들이, 저렇게 예쁠 수 있고, 마음까지 담아줄 수 있는 거죠?

hnine 님, 정말 넘 좋아요. ^^


hnine 2014-06-22 00:41   좋아요 0 | URL
qualia 님 댓글이 더 예뻐요.
예전엔 제가 꽃, 나무 등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조용히 피어있는 꽃만 봐도 마음이 움직일때가 있어요. 그래서 카메라에 담아두고 있지요. 제가 그러는걸 보고 제 아이도 어제는 휴대폰으로 꽃 사진을 찍어 제게 전송을 했더군요 ^^
꽃, 나무를 만들고 색을 입히고 향기를 불어넣어준 건 누구일까, 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일깨워주셨네요. 누구일까요...

세실 2014-06-2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결한 글과 여백이 있는 사진, 멋진 조화를 이루네요.
'이보다 예쁜 부케가 있을까.' 어쩜!
새벽 2시가 되어가는 이 시간 참 좋아요.
시간이 갈수록 더 말똥말똥해 집니다. 모처럼 밤을 지새워 볼까요? ㅎㅎ

hnine 2014-06-22 06:32   좋아요 0 | URL
보림이 옆을 지켜주시느라 새벽까지 안주무셨는지요?
매일 출근해야하는 분들은 안되겠지만 새벽 시간 참 좋아요. 대신 밤에 일찍 자긴 하지만요. 완벽한 자유의 시간이랄까요.
오랜만에 알라딘에 끄적거린 날이었습니다. 책도 잘 안 읽히고, 한동안 리뷰도, 페이퍼도, 못 썼어요. 오랜만에 오늘은 세실님의 페이퍼도 올라왔기에 읽고서 그 의욕과 기운을 팍팍 받아가렵니다 ^^

2014-06-22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2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4-06-2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님이 찍으신 사진이에요? 무슨 재주가 그리 많으시대요 참 이뻐요 사진들 이쁜 걸 보시고 담는재주 부럽네요

hnine 2014-06-24 00:40   좋아요 0 | URL
재주는요 뭘. 하늘바람님도 요즘 아이들 사진 열심히 찍고 계시지않나요? 당시 제일 관심이 많이 가는 대상을 사진으로 찍게 되는 것 같아요. 한 10년 전 앨범을 보면 이런 꽃이나 나무 사진은 거의 없거든요. 요즘은 이런 사진이 대부분인데 말이어요.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개성이 넘치는 시대인 것 같지만 의외로 모두 획일화 되어 가는 것 같은 시대이기도 하다. 타인의 소망을 소망한다는 말 처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살아가는 용기보다는,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기준과 소망을 쫓아서,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대로 살고자 하는 안이함이 더 우세해져 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마루야마 겐지 같은 사람은 어쩌면 이 시대와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적어도 '각오'를 하고 살아갈 것 같은 사람. 그 각오가 궁금했다.

과연 이 책은 궁금하던 것들을 충분히 해소시켜 줄 만 했다. 자라난 환경, 우연처럼 시작된 소설 쓰기가 인생에 걸쳐 몰두할 과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어떻게 몰두하는지, 어떻게 버리고 사는지, 어떻게 욕망하며 사는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떻게 삶을 단순하게 하는지. 그러면서도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는 적어도 자기의 각오나 소신으로 '벽'을 만들어 숨어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젊은 사람은 활자의 세계에 탐닉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자신의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주위에 언어의 성을 높이 쌓아놓고 그 환상의 테두리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서려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하여 코멘트를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실망스러운 일도 없지 않다. 더럽다고 하면 더럽기 짝이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 속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발견의 감동이야말로 진정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246쪽).

 

고독은 역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건너야 할 강 같은 것.

 

무슨 일을 시작하든 우선 고독이라는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강을 건너기 이전에 토해낸 언어는 모두 넋두리나 주절거림일 따름이다. 그 강을 건너지 않고 제 아무리 거창한 말을 입에 담는다 해도, 무슨 대단한 짓거리를 한다 해도 그것은 결국은 어린애 장난이다. 그 강을 건너면서,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싷다는 가치 평가를 내려선 안 된다. 싫어도 건너야만 한다. 건너편 강기슭을 노려보면서 단숨에 몸을 날리는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강물 속에서 온몸으로 몸부림치면 된다. 그 몸짓은 실로 멋대가리없다. 강기슭에서 바라보는 인간들은 조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그냥 웃게 내버려둬라. 건너편 기슭에 도달하고 나서 그들에게 웃음으로 되돌려주면 된다 (250쪽).

 

서른 넘으면 절대 건널 수 없다고 말하는 고독의 강. 여기서 '서른'이란, 절대적인 시점을 말한다기 보다 그 전후 시기, 즉 확실한 자기의 길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그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청춘이란 달콤한 향기에 취해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내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이라고 전혀 고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강을 건너려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평생 건너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건너지 않으면 불필요한 고뇌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고뇌의 횟수와 내용은 오히려 나날이 불어난다. 젊음에 부여된 그칠 줄 모르는 체력과 한결같은 기력은 놀기에 전념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강을 끝까지 건너라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 그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서른을 넘으면 절대로 건널 수 없다. 건너고 싶어도, 이미 체력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 다음은 변명할 말을 찾으며 늙어가든지, 아니면 얕은 개울물에 발이나 담그고 빠진 척하며 즐기는 도리밖에 없다 (251쪽).

 

불안과 고독이야말로 창조하는 자들의 보물이다. 그 보물을 스스로 내동댕이쳤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문학은 이미 장난이다 (333쪽).

 

모름지기 소설 속의 인물들은 대개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보다는 어딘가 거기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좋은 쪽 보다는 결함있는 쪽으로. 그럼 소설가들은 이런 인물상을 지향하는 것인가. 결함과 불행의 인생을 그리는 것이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전부인가?

결함이 있는 인격을 관리하여 소설로 향하게 하는, 모순된 또하나의 재능을 갖고 있어야 돌파구를 찾지 못해 자살하고 마는 비극을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74쪽).

그는 적어도 자살로 생을 마치진 않겠구나, 안심해도 되겠다.

 

마루야마는 알려져있는 것 처럼 자식 없이 부인과 둘이서 일본의 한 조그만 산 마을에 틀어박혀 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기 각오대로 사는 삶.

우리가 자연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 집중력과 지구력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조금이나마 나은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려 한다면, 단조롭고 평범한 나날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방탕한 생활 속에서 빼어난 작품이 튀어나온다는 식의 신화를 믿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바보다. 그런 타입의 예술가라고 해도, 그의 전기를 조사해보면 좋은 작품을 집필중일 때는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진지하고 정직하게 생활했다. 정도에 어긋날 만큼 흐트러진 생활을 했다 해도, 작품을 쓸 때만큼은 명백하게 자립과 독립의 정신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335쪽)

 

그의 작품 속에 산, 달, 물 등이 배경 이상의 의미와 상징을 가지고 많이 등장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심중을 알았으니 이제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소설로 돌아가 읽기를 계속해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4-06-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나면서 단단하게, 그러면서 무척 부드럽게,
한편으로는 외롭지만 즐겁게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분이 아닐까
하고 느끼곤 해요.

hnine 2014-06-21 13:14   좋아요 0 | URL
단단하면서 부드럽게, 외롭지만 즐겁게. 저자에 대한 제 느낌도 그러한데, 잘 표현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