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 주고 있었다.
꽃진 자리 열매

한 줄로 늘어서있는 나무를 바라보니
둘이 나란히 붙어 있는 나무는 한쌍의 젓가락 같아
나무 몸통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뾰족해지며 브러쉬 모양을 이루고있는 잎들은
생물학 책에 나오는 mRNA와 peptide 합성 모습 같네

초록과 보라가 이렇게 어울리니
완벽한 여름색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한
오랜만에 보는 채송화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심은 것 같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장독대에 한켠에 작은 화단을 마련하시고
채송화를 잔뜩 심으셨더랬다
장난기가 발동한 어느 날
나는 가위를 들고 채송화 꽃을 똑똑 부러뜨리며 재미있어하고
멋모르고 나를 따라하던 여동생까지
그날 아버지께 얼마나 혼이 났는지는
상상에...ㅋㅋ

꽃은 졌어도 여전히 꼿꼿하게 위를 향하고 있는 모습
해를 향한 '의리'인가?
뭉클

이보다 예쁜 부케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여름꽃 중에 유난히 보라색이많은 듯
이건 지난 주 갑사 가서 찍었다

여름에 피는 제비꽃도 있나보다
역시 보라

여름
작년 여름엔 그림책 만드는 것 배우러 다녔었고
올해는 30년 만에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나름대로 내 자신에게 내린 처방 차원이었는데
얼마나 좋은지,
책읽는 것보다 더 좋은 처방전이 되고 있다
책 읽으면서는 딴 생각이 슬금슬금 할때가 있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동안엔 그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