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린이날, 다음주엔 아이의 열번 째 생일이 있다.
육십 넘은 아들에게 여든 된 노모가 차조심하라고 이른다는데, 이제 겨우 열 한살 된 아이가 어미에게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새끼. 어미에겐 언제나 그게 먼저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란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쑥쑥 자란다. 이제 내 뱃속에서 나온 내 부속물로서가 아니라 나처럼 하나의 개별적인 인격체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건 일부러 의식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저절로 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더 흐른다 해도 역시 그럴 것이다. 

아이는 이제 내가 읽어주는 것을 듣고,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려주는 것을 듣고, 만들어주는 것만을 먹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종종 아이가 듣는 음악이 궁금해서 따라 듣기도 하고,

- 그룹 Green Days 의 노래 iViva La Gloria.
   어떻게 이 노래를 알게 되었냐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요즘 푹 빠져 읽고 있는 책 <Percy Jackson, Lightning Thief> 에 나와서 검색해보고 알게되었다고 한다. -

   

 

아이가 읽는 책을 따라서 읽어보기도 한다.  

- 제목이 특이해서 눈길을 끈다. 아이 역시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왔다고 한다. 정신 지체인 엄마와 어린 딸, 그리고 그들을 아무 댓가 없이 돌보아주는 옆집 여자가 등장하는, 따뜻하고 또 눈물 글썽여지는 내용의 책이다. -

   

 

 

  

 

 

 

 

 

 

 

 

내가 몸이 안좋아 어기적거리고 있으면, 해놓은 밥만 있으면 아이는 자기가 혼자 먹을 수 있다면서 밥 데우고, 국 데우고, 달걀 프라이 하고, 김치 꺼내어 혼자서도 밥을 먹는다. 

나는 아이가 혹시 잘못될까봐, 실수를 피하게 해주고 싶어서,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을 온통 잔소리로 전달한다. 그건 결국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관계만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제 나의 그 마음을 잔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잔소리를 꾹 참는 방법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혹시 가려먹는 음식이 있더라도 한번 얘기해서 안들으면 그저 거기서 그치는 연습을, 저렇게 꾸물거리다가는 학교에 늦을게 뻔하더라도 잔소리로 다그쳐서 아이를 현관 밖으로 내몰아 지각을 면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하루 지각해보거라 하는 배짱을 가져볼 것, 운동으로 땀 범벅이 되어 들어와서도 씻지 않으려고 할땐 큰 소리 내서라도 욕실로 몰아넣기 보다는 불쾌한 냄새 나는 남자애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는 없을 거라고 차라리 협박성 발언 한번 해주고 말 것.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엄마가 와주는 것이 최고 희망사항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만 생각하고는 내 아이도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하고 참석했다가 엄마는 본체 만체, 친구하고 더 어울리려는 아이를 보고 서운해하지 말것. 

아이는 오늘도 커간다. 즉, 부모에게서는 점점 멀어져 간다는 뜻이다. 아이와의 끈은 계속 잡고 있으되, 그 끈을 나도 모르게 내쪽으로 잡아당겨 아이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지는 말자. 어미로서는 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한 사항이다.  

2011년 5월은 이런 생각들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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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한살.
하루가 다르게 정말 그렇게 자라는군요
금세 5학년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 모습이 되겠죠
40이된 저를 걱정하는 제 어머니처럼
어떻게 아이가 자란다고 걱정을 안하겠어요.
하지만 멋지게 자라나는 아이가 점점 자랑스러워질게요. 님이 그렇게 키우고 계시니까요

hnine 2011-05-06 15:32   좋아요 0 | URL
제 친구들 아이들은 대부분 지금 고등학생이랍니다. 그런데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모르겠대요. 고등학생 되고 나니 집에서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고요. 옛 어른들이 품 안의 자식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틀리지 않지요.
하늘바람님, 태은이 눈 때문에 걱정 많으시지요? 다린이도 어려서부터 안경을 썼는데 처음 안경 쓰는 날 참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적응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고 보니 태은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네요. 아가씨가 다 되어 있는건 아닌지요? ^^

마노아 2011-05-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두런두런 말소리가 저에게 잠언이 되어주네요.
다린이도 그런 엄마의 깊음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hnine 2011-05-06 15:3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께서 잘 보셨습니다. 저 혼자 두런두런 하는 기분으로 썼어요.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가 마음을 더 잘 다스리지 않으면 마냥 서운하고 허무하고, 그렇게 될 수 있겠더라고요. 이젠 가끔 저보다 더 앞서가는 아이를 발견하는 기분이 참...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랍니다.

책가방 2011-05-0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3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는 엄마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고..
잔소리 참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낍니다.
근데.. 그게 잔소리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구요..ㅡ.ㅡ

hnine 2011-05-06 15:3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잔소리하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어요.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시라니, 책가방님 웬지 저와 많이 닮으셨을 것 같은 기분이...^^

sangmee 2011-05-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겨울날 눈이 쌓이듯이 소리없이 조용히 아이들은 자라는거 같아.
어느날 보면 아 .... 이렇게 자랐나 싶게...
근데 그러면서도 아이는 아이더라.
씻는건 네가 말 안해도 몇 년 지나면 열심히 씻는단다 ㅎㅎㅎ

hnine 2011-05-06 17:10   좋아요 0 | URL
정말? 몇 년 지나면 열심히 씻게 될까? 그럼 안 씻는 어른은 어찌된거지? ㅋㅋ

울보 2011-05-0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이 자랐는데 제가 제아이를 너무 아이처럼 대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순간 슬픔이 찾아오는것은 아닌지,,이런저런 생각에 요즘 많이힘들어하는 엄아 여기도 있습니다,

hnine 2011-05-06 22:03   좋아요 0 | URL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올려주신 댓글들을 읽고 있답니다.
'난 아이를 키우면서 참 행복했다' 라고 말하는 어머니들도 많으시던데...최소한 나중에 '나는 아이 키우기가 제일 힘들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섬사이 2011-05-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45도쯤 시선을 돌리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그렇게 보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를 너무 똑바로 지켜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잔소리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뭐,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

hnine 2011-05-06 22:06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정면 직시가 아니라 시선을 45도 돌리고 바라본다는 말씀이 금방 접수됩니다. 잔소리 대신 저 스스로가 제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만한 교육이 어디있겠어요. 'Teaching is showing.' 이라는 말을 섬사이님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습니다. 저보다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분 다우세요. ^^

순오기 2011-05-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자랄 땐 어땠나?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는데 실천은 잘 안되죠. 그래도 이런 두런거림으로 마음을 추수리는 과정이 필요하죠.^^
나는 중1때 만날 학교 가기 싫어하니까, 아버지가 홧김에 학교 가지 말라고 했는데 다음날 진짜로 학교를 안 갔어요. 우리 아들 초등 2학년 때, 아침에 안 일어나서 안 깨우고 학교 결석시킨~ 속된말로 간댕이 부운 엄마도 있어요. 누군지 알겠죠?ㅋㅋ

hnine 2011-05-06 22:11   좋아요 0 | URL
제가 자랄 때 싫었던 것을 너무나 잘 기억하는 저는 그거 하나는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 ㅠㅠ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 말씀을 읽어가니 도움이 많이 되네요. 중1때 학교가 가기 싫으셨군요. 하루만 안 가셨지요? ^^
저희 집에서도 저는 아이에게 너 한번 지각 좀 해봐라 하는 쪽인데, 늘 남편 덕에 아이가 지금까지 지각은 면하고 있지요. ㅋㅋ

2011-05-06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8 0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5-0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세 된 노모가 50살이 넘은 자식을 걱정한다고 하던데,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식이죠^^
 

 

 

 

광고를 보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은 책이다.
성인 소설, 그 중에서도 환타지 소설을 주로 발표하고 있는 <안녕 인공존재>, <타워>의 배 명훈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책을 냈다.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 배 명훈 글, 이 병량 그림

우리가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끼익끼익 소리를 말 못하는 물건들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보고, 이 메시지를 인간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끼익끼익' 요정들이 하는 일이라고 여긴 저자의 발상이 이미 독특하다. 우리 주위에 어디에나 있는 이 요정들의 존재와 그들이 내는 소리의 의미를 누구나 알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에서, 그 끼익끼익 요정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딸 미성이. 

어느 날 이 끼익끼익 요정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고, 이들을 찾아나선 아빠와 미성이는 어떤 한 곳에 이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한군데 모여서 인간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특이한 소재와 구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지만 뻔하지 않은 스토리에,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림책이긴 해도 글밥이 꽤 많다.
자신은 책 읽는 것보다 책 쓰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인터뷰를 들은 적 있다.  과연 스토리 텔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 책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글에 뒤지지 않는 그림도 돋보였고, 후반부에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이야기가 좀 상징적으로 치우치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성인 소설 작가가 부담없이 쉽게 쓴 어린이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읽어볼만하다고 권해줄만한 책이다.  

 

 

 

<꿈을 찾아 한 걸음씩> 이 미애 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씩 내닫아 가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엄마가 정해준 꿈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꿈.
근래에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 백과 류의 책들은 많이 나오고 있고 매우 다양한 직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 어떤 직업의 세계로 아이들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내용을 창작의 형식으로 담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런 책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었고, 저자의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책을 읽고 꽤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나 주저없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요리사가 꿈인 열 세살 남자 아이가 주인공. 바쁜 엄마로 인해 어릴 때 시골의 외할머니 댁에서 자란 두본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집에서도 부엌에 들어가 이것 저것 만들어보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겨우 요리사가 꿈이냐며 부엌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하지만 두본이는 전직 요리사 출신인 외삼촌과 합세하여 엄마 몰래 요리학원에까지 등록하는 열성을 보이는데.
기대했던 것에 비해 평범한 작품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야기 자체가 너무 교과서 적이고 등장 인물의 캐릭터 역시 교과서 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외삼촌이 잃었던 미각을 되찾아 요리사로 다시 재기하고, 엄마를 설득시켜 결국은 엄마도 아이의 꿈을 인정하게 되고, 우리 나라의 조리 기능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굳히는 등, 전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쉽게 읽히지만 큰 재미는 없다. 뭔가 더 기발한 사건이 등장하고, 좌충우돌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그런 이야기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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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0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끼익끼익' 이라는 단어를 되뇌게 생겼습니다.
상큼하고 혀끝에 붙는 단어예요, 끼익끼익. 아하하.

hnine 2011-05-04 11:43   좋아요 0 | URL
더 재미있는 이름들도 많이 나와요. 빼고닥빼고닥, 아요아요, 스작스작, 쯔이익쯔이익, 트닥트닥, 꾸아읍꾸아읍, 차나나차나나, 사브낙사브낙, 쿠글쿠글, 더름더름, 히나히나...재미있죠? 그러니까 '끼익끼익'은 집합명사이고 얘네들은 그 각각의 이름이지요 ^^

책가방 2011-05-0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된 듯한 느낌이 나는 책이네요.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가 뭔지 궁금해서라도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초등전학년용이라고 되어 있던데... 아줌마가 읽어도 상관없겠죠..??ㅎㅎㅎ

hnine 2011-05-04 17:46   좋아요 0 | URL
읽어보면 전혀 오래된 느낌의 내용이 아니어요. 일단 이스탄불에서 시작합니다!
물건들이 내는 끽끽 소리에서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만들 생각을 해내었는지 감탄하며 읽었답니다.

책가방 2011-05-04 18:11   좋아요 0 | URL
주문했구요~~ 땡스투도 눌러 드렸답니당...^^

hnine 2011-05-04 21: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세실 2011-05-0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젠 끼익끼익 소리가 거슬리지 않겠는걸요.

가끔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제 요리솜씨 없는걸 아이들도 닮았네요. 관심도 없으니....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규환이는 6학년 되더니 어린이날에 대한 느낌이 거의 없네요.

hnine 2011-05-05 18:41   좋아요 0 | URL
끼익끼익 소리, 듣기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을텐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을 읽어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수도 있을것 같아요.
요리는 해보기 전에는 취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엔 전혀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해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다보니 요리라는 분야가 매우 과학적인 지식과 창의적인 기질을 두루 필요로 하는 분야더라고요.
규환이가 벌써 6학년이니, 정말 어린이날이라고 챙겨주면 더 자존심 상해할수도 있겠어요.
저도 오늘 집안에서 꼼짝도 안했습니다. 아 참, 콩나물 사러 수퍼에 잠깐 갔었네요 ^^

2011-05-05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0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틀란티스야, 잘 가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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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의 저자 이름을 처음 본 순간 그 허 수경 시인의 작품 맞는지 확인을 해야했다. 알고 보니 저자는 시만 쓴 것이 아니라 이미 소설도 에세이도 펴낸 경력이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 소설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소위 말하는 청소년 소설, 성장 소설이라고 해두자.
제목의 '아틀란티스'는 알다시피 사라진 대륙의 이름.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 앞으로 꿈꾸는 세상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불만족에 바탕하여 상상 속에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에 현재에는 있을 수 없는,  허상인 것이다. 하지만 그 '허상'이 현재를 견디고 계속되게 해준다.
시청 공무원인 아버지와 미모가 뛰어난 엄마를 두고 있는 중학교 2학년 경실이. 학년이 시작된 첫 날 일기장을 한권 사서 대화체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안녕, 일기장아. 내 이름은 미미야' 로 시작하는. 경실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 '미미'라고 고쳐서 소개하고는 이후로 자신을 계속 그렇게 지칭한다. 맨 마지막 장 다시 경실이로 돌아오기로 하기까지.
바깥 일 외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뚝뚝한 아빠와, 역시 밖으로 나돌며 따뜻한 밥상 한번 차려주기를 가뭄에 콩나듯 하는 엄마 밑에서 경실이는 외롭다. 그 외롭고 허전함을 먹는 것으로 채운다. 동네 단골 찐빵 집에서 파는, 달콤한 앙꼬가 들어있는 찐빵을 먹으며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동안 무섭게 찐 살은 학교에서, 동네에서 눈총을 받고 수근거림을 듣기 일쑤이지만 먹기를 멈추지 못하고 갈수록 더욱 열등감게 빠져가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또래의 예쁘장한 여자 아이가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는 일이 생기고, 놀랍게도 그날부터 경실이의 엄마는 따뜻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정우와 나는 가방을 방에다 두고 부엌으로 갔지. 둥그런 상위에 올라온 여러 가지 반찬에다 따뜻한 국을 보자 가슴이 뛰었어. 이거, 진짜 집이네! (77쪽)
전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그 둘의 관계는 한 방을 쓰며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고, 밤마다 자기의 꿈을 담아 아틀란티스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노트에 끄적거리며 그 순간뿐이지만 외로움과 열등감을 이겨간다, 아니 잊는다.
이야기를 짓다보모 잡생각이 싹 달아난다 아이가. 새로 시집간 엄마 생각도 안 나고, 멸칫 국숫집 생각도 안 나고. (82쪽)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어딘가에 끄적거리는 글을 쓰기 시작하지 않나 싶다. 
학교에서 우연히 가담하게 된 독서클럽은 경실이의 또하나의 낙이었는데 어쩌다가 1970년대 후반이라는 책 속의 시대 상황에 어울리는 오해를 받게 되고,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까지 받게 되는 일을 겪으면서, 그리고 아버지의 숨겨진 비리를 알게 되면서, 경실이는 그 동안 자신을 붙잡아 주던 독서 클럽과 헤어지고, 그 친구들과 헤어지고, 자신의 허기를 채워주던 찐빵집과도 헤어진다. 비리와 허위를 경험하며 자신이 꿈꾸던 아틀란티스, 허공 속에 열심히 세우고 있던 그 나라라와도 이별하기로 한다.

살면서 우리는 몇 차례 자신만의 아틀란티스를 짓기도 하고, 또 허물기도 한다. 비록 현실에 없는 세계이지만 그 아틀란티스를 짓고 또 허물어야 할 이유는 항상 있다. 내가 원하는 세계를 꿈꾸고 그에 가까와 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살아가는 힘이 되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면,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느낌이 왔을 때는 또 기꺼이 그것과 '잘 가' 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 책의 주인공 미미, 아니 경실이가 그런 것처럼.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혔지만, 수기 형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구성이 들어간 문학성으로 여물었다고 보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어 별 세개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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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허수경시인이 소설을 쓰는 군요 저도 몰랐어요

hnine 2011-05-03 22:04   좋아요 0 | URL
소설, 시, 에세이 모두요 ^^

달사르 2011-05-3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셨군요. ^^ 전 이 책으로 허수경 시인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무척 인상깊은 책이었어요. 어른들에게는 좀 아쉬움이 남고,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hnine 2011-05-31 21:43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달사르님 서재에서 보고 읽어보게 되었답니다. 청소년들은 어떻게 읽을까 궁금했어요. 이 책에서 시대적 배경이 요즘이 아니라 저자가 청소년 시기일 때 (저와 거의 비슷하더군요 ^^) 라서요.
 


 

1. 토르의 성격 분석

 토르는 오딘의 아들이지만 둘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토르는 농업의 신. 농사와 관계 깊은 날씨를 다스린다. 즉 천둥 번개와 폭풍과 비를 다스리는 신. 농업과 어업이 삶의 바탕이던 옛날 보통 사람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신. 오딘 신만큼이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신. 인간의 삶에 방해가 되는 온갖 거인에 맞서 싸우는데 여기서 거인은 북유럽의 혹독한 자연을 상징. 토르는 농사짓는 인간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런 거인들을 만나면 망치로 때려죽이는 일을 하는 우직한 이미지.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욱하는 성질도 있어서 가끔 경솔한 판단을 내리기도 하는 순박한 신. 목요일이라는 단어 (Thursday, Donnerstag)에는 바로 이 토르(Thor, Donar)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신과 비슷한 측면도 있지만 제우스가 토르 신보다 훨씬 세련된 이미지.

2. 오딘 신과 토르 신의 성격 비교


* 오딘 신 : 전쟁을 관장하는 신. 신들의 최후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 준비를 한다. 지혜의 신. 전체적인 상황 판단을 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한다. 계략을 사용할망정 힘으로 싸우지는 않는다.


* 토르 신: 전쟁을 준비하고 계략을 세우는 일에 별 관심도 재주도 없다. 거인이 나 타나면 그냥 본능적으로 망치를 움켜쥐고 싸울 준비를 한다.

3. 토르 신의 세 가지 보물

 쇠망치 묠니르
 힘의 허리띠
 쇠장갑

이중 특히 쇠망치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 사이에서 행운과 보호를 상징하는 장신구, 결혼식의 축복을 위해서도 쓰였다. 원래 십자 모양인 쇠망치는 나중에 기독교의 십자가와 뒤섞였고, 뒷날 히틀러의 나치당을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도 이 토르의 망치에서 나왔다고 여겨진다.

 

언젠가 안인희의 북유럽신화 1 을 읽으며 정리해두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 보았다. 오늘 영화 <토르>를 보고 와서이다.
 

 

 

 

 

 

 

 

 

 

별로 이과생같은 이과생도 아니었으면서 지금도 '신화', '전설' 이런 단어가 나오면 문 앞에서 금방 들어가지 못하고 머쓱거리는 객 마냥 주저하게 된다. 그런 선입견을 쉽게 없애준 책,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한번에 읽어버리는 대신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는 책인데 (책이 어려워서가 아님) 그래서 그런지 영화 <토르>가 개봉된다는 것을 알고 '저거 꼭 봐야해!' 하고 마음 먹었으니 어차피 영화에 대한 순전히 객관적인 평은 하기 어렵게 되었다. 

 

 

토르.
머리를 굴리는 지략의 신이라기 보다는 단순, 우직, 강인한 신.
'묠니르'라고 불리는 쇠망치는 그가 가지고 있는 세가지 중요한 무기 중의 하나이다. 이제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누구나 아는 비유 말고 '쇠망치 없는 토르'라는 비유를 가끔 써보면 어떨까. ^^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이지만 감독이 누구인가. 케네스 브래너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절대신 '오딘'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안소니 홉킨스라는 것은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야 알았다. 영화에서 토르의 동생이자 오딘 신의 또 다른 아들로 나오는 '로키'는 원작과 조금 다르게 그려진 것 같지만 토르와 대결 구도를 이루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토르'가 너무 헐크 같은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는 평도 보았는데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는 워낙 그런 이미지의 신이다. 영화 결말을 보며 후속작이 반드시 나오려는구나 하는 예상은 아마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신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발음은 모두 영국식,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서 현재 지구상의 인물들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미국식.  

인간이 제일 경외하는 대상은 다름아닌 총, 칼 등의 무기가 아니라, 핵폭탄, 원자로의 누수가 아니라 '자연'. 자연 현상 그 자체였다. 이 영화에서 북유럽의 추위와 눈, 바람 등의 자연적 장애물은 바로 인간과 신 모두 싸워 극복해야 함과 동시에 어느 순간엔 순종해야 하는 괴물 '거인족'으로 그려져 있다.

인간이든 신이든, 자연과 맞써 싸우는 하나의 존재는 참으로 미약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나, 한 사람이 아닌 인간 전체의 역사는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여러 인간의 노력으로 이어져 모습을 드러내고 가치와 의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나의 행보, 나 한사람의 인생을 두고 볼땐 물거품처럼 허무하고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시야를 넓게 갖고 보아야 하겠다는, 개인적인 감상에 이르기까지, 토요일 오후, 실제로 천둥과 번개 속에서 영화 '천둥의 신 토르'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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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0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이 영화를 코알라랑 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코알라가 북유럽 신화에 거의 미쳐있거든요.

hnine 2011-05-01 18:17   좋아요 0 | URL
저도 제 아이 (11살)과 함께 봤어요. 원래 12살 이상 관람가인데 처음으로 위반 입장하고 본 영화이지요 ^^ 코알라가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많군요? 저도 지금 그래요. 아이들 월간지 '생각쟁이'던가? 거기 보니까 지난 달부터 북유럽 신화 이야기가 부록으로 끼워져 있더라고요. 좀 어린 아이들용이긴 하지만요. 즐겁게 영화 보시기 바랍니다.

... 2011-05-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안인희의 <북유럽신화>를 전부 읽고 북유럽신화를 마스터 했어요! 반가워요, hinine님. 하하하하 자꾸 앞에서 읽은 부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에도 동감해요. ㅎㅎ
저도 이 영화제목 보자마자 오호, 그 토르!!! 했어요. ^^

hnine 2011-05-02 08:37   좋아요 0 | URL
오~ 마스터를 하셨군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덜 복잡하고 단순한 구성이어서 그런지 (제가 아직 뭘 모르고 착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덜 헷갈리고 인물들이 덜 변덕스럽고요. 저도 모르게 그리스 로마 신화랑 자꾸 비교하게 되는군요 ^^
북유럽신화 1권이 한동안 품절되어 구입하는데 애 먹었었지요.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바람 2011-05-0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신화 관련된 책을 만들었을 때는 그리스신화에 대해 빠삭했는데 어언 10년 지나니 기억도 안나네요.

hnine 2011-05-03 22:0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그리스 신화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나 모르겠네요.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니 정말 느낌이 다르더군요.
 

 

봄이기 때문이다 꽃을 피워 세상을 바꾸더니 오늘은 꽃잎을 다 떨구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기 때문이다 의식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시간이 아니라 하루중 의식이 가장 반짝일 시간이기 때문이다  

 

봄이기 때문이다 여름이기 때문이다 가을이기 때문이다 겨울이기 때문이다 꽃이 피기 때문이다 꽃이 지기 때문이다 변덕때문이다 변화 때문이다 바람때문이다 꿈때문이다 절망때문이다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너무 안정되어있기 때문이다 당신때문이다 나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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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3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1 0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1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4-3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오고 꽃이피고 비가오더니 꽃이 우수수 떨어지네요.
자연 앞에 우린 참으로 미미한 존재.....
하루종일 자다, 졸다 했더니 온몸이 찌뿌둥해요.
보림이는 시험공부중. 무료한 주말이예요.

hnine 2011-05-01 04:5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제 아무리 별 기술을 다 개발시켜 다른 세상을 만든다 해도 자연 앞에 인간은 미미한 존재일뿐이지요.
오늘 본 영화 <토르>에서도 북유럽 민족들이 얼마나 자연 재해를 두려워하고 극복하고 싶어했나 하는 것이 자연을 <괴물>이라고 표현하고 맞서 싸우는 데서 나타나더라고요.
보림이가 시험공부 중이군요. 성적이 일단 오르고 나면 그것을 유지시키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하게 되지요. 보림양, 화이팅이라고 전해주세요.
오늘은 비가 좀 봄비처럼, 덜 무섭게 왔으면 좋겠어요 ^^

순오기 2011-04-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것도 아니면서 전부인 게 우리 인생이겠지요~~~~~~
속이 시끄러운 일이 있었을까요? 평안한 휴일 보내시기를...

hnine 2011-05-01 04:58   좋아요 0 | URL
속이 시끄러운 일, 특별히 없어도 저런 글은 늘 끄적거리게 되는...^^ 나이때문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제 성격이라고 해야지요.
어제는 다린이 데리고 빗속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다린이보다도 더 일찍 9시부터 잠 속에 빠졌더랬습니다.
오늘은 좀 편안하게 보내야겠어요. 순오기님도요! ^^

비로그인 2011-05-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저는 머리가 이렇게 길었구나, 안경이 너무 무거워 콧잔등이 눌렸구나, 저 구석에 있던 물건들이 먼지가 꽤 많이 쌓였구나.. 하는 밤입니다.

저는 오늘 비온다는 핑계로 밖엘 나가지 않았는데, 어찌 하루를 보내셨을까요? ^^ 익숙한 곡 하나 띄웁니다. 왠지 평일 밤 12시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같은 느낌일까요? ㅎ ~





hnine 2011-05-01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저도 비오는 날엔 특히 더 나가기 싫더라고요. 그런데 또 막상 우산 들고 나가 보면 그런대로 색다른 기분이기도 해요. 바쁘게 쫓기듯 다녀야 하는 일상이 아니라면요.
Cavatina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참 순화시켜주는 것 같아요. 오늘 본 영화 후기를 쓸까, 다른 일을 할까 하던 중인데 이 곡을 들으니 무슨 일을 해야할지 결정이 내려지네요.
밤 12시는 새로운 나만의 하루의 시작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새벽 시간이 저만의 하루 시작입니다.
좋은 날, 편안한 날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1-05-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언니, 뽀뽀~ 쪽.
(무슨 말이 필요있겠습니까, 부비부비)

hnine 2011-05-01 18:1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만큼 저에게 뽀뽀, 부비부비 자주 해주는 사람도 아마 없을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