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보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은 책이다.
성인 소설, 그 중에서도 환타지 소설을 주로 발표하고 있는 <안녕 인공존재>, <타워>의 배 명훈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책을 냈다.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 배 명훈 글, 이 병량 그림
우리가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끼익끼익 소리를 말 못하는 물건들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보고, 이 메시지를 인간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끼익끼익' 요정들이 하는 일이라고 여긴 저자의 발상이 이미 독특하다. 우리 주위에 어디에나 있는 이 요정들의 존재와 그들이 내는 소리의 의미를 누구나 알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에서, 그 끼익끼익 요정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딸 미성이.
어느 날 이 끼익끼익 요정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고, 이들을 찾아나선 아빠와 미성이는 어떤 한 곳에 이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한군데 모여서 인간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특이한 소재와 구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지만 뻔하지 않은 스토리에,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림책이긴 해도 글밥이 꽤 많다.
자신은 책 읽는 것보다 책 쓰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인터뷰를 들은 적 있다. 과연 스토리 텔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 책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글에 뒤지지 않는 그림도 돋보였고, 후반부에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이야기가 좀 상징적으로 치우치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성인 소설 작가가 부담없이 쉽게 쓴 어린이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읽어볼만하다고 권해줄만한 책이다.
<꿈을 찾아 한 걸음씩> 이 미애 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씩 내닫아 가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엄마가 정해준 꿈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꿈.
근래에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 백과 류의 책들은 많이 나오고 있고 매우 다양한 직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 어떤 직업의 세계로 아이들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내용을 창작의 형식으로 담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런 책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었고, 저자의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책을 읽고 꽤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나 주저없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요리사가 꿈인 열 세살 남자 아이가 주인공. 바쁜 엄마로 인해 어릴 때 시골의 외할머니 댁에서 자란 두본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집에서도 부엌에 들어가 이것 저것 만들어보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겨우 요리사가 꿈이냐며 부엌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하지만 두본이는 전직 요리사 출신인 외삼촌과 합세하여 엄마 몰래 요리학원에까지 등록하는 열성을 보이는데.
기대했던 것에 비해 평범한 작품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야기 자체가 너무 교과서 적이고 등장 인물의 캐릭터 역시 교과서 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외삼촌이 잃었던 미각을 되찾아 요리사로 다시 재기하고, 엄마를 설득시켜 결국은 엄마도 아이의 꿈을 인정하게 되고, 우리 나라의 조리 기능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굳히는 등, 전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쉽게 읽히지만 큰 재미는 없다. 뭔가 더 기발한 사건이 등장하고, 좌충우돌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그런 이야기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