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스파이> 사라 윅스 지음

 

'사라 윅스'라는 이름을 보고 냉큼 구입한 책이다. 이 작가의 So B. It과 Jumping the scratch를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제는 PIE.

위의 두 책보다 좀 더 낮은 연령대가 읽어도 좋을 내용이다. 그런만큼 나같은 성인이 읽기엔 그 깊이도 좀 덜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열 네개 파이 레시피가 열 네개의 작은 챕터에 들어가있는 독특한 구성, 추리 형식을 취하여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작가의 능력 등은 여전히 그녀의 작가로서의 능력을 돋보이게 했다.

요즘 말로 '파이의 달인'이라고 할만한 폴리 이모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를 무척 따르던 조카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앨리스는 무척 슬퍼하는데, 그건 폴리 이모를 아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평소 그녀의 파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그리고 그녀의 인정많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파이를 만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파이는 크게 파이 충전물과, 그 충전물을 담는 파이 바닥에 해당하는, 여기서는 파이 껍데기라고 말한 두 부분으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이충전물 위에 파이 뚜껑을 덮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파이 레시피를 보면 파이 껍데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레시피는 빠져 있다. 폴리 이모는 이 파이 껍데기 레시피를 스노우 팻에게 남긴다는 유언만 남겼을 뿐이다. 스노우 팻은 이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 폴리 이모의 파이 기술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파이 껍데기 레시피를 찾는 일은 중요한 일이 되고 이것이 이 책의 기본 줄거리를 이룬다.

 

작가의 다른 책만큼 감동을 주진 못했으나 이 책이 겨냥한 세대의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40년 후'라는 소제목의 마지막 장은 내기 보기에 너무나 뻔하고 식상해서 실망할 뻔 하기도 했다. 전작 두권은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권할만하나, 이 책 만큼은 어른들에게까지 읽어보라고 권하진 않을 것이다.

 

 

<21세기 걸리버 여행기>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스페인 태생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참 길다. 1947년 생인데 지금까지 백여 권에 가까운 작품을 썼고 상도 많이 받은 작가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제목처럼 '21세기'라는 시대에 맞게 작가가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먼저 읽은 우리 집 아이의 권유때문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역시 걸리버. 하지만 배를 타고 모험의 항해를 나서는 대신 작은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우주 탐험에 나선다. 이를 도와주는 것은 맥스라는 이름을 가진 중앙 컴퓨터.

어느 날 걸리버는 블랙홀을 빠져나와 태양계가 아닌 이상한 행성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지구와 무척 흡사했다. 돌아가신 엄마의 이름과 생일을 따라 애비게일526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 행성의 여기 저기를 탐험하기 시작한다.

첫번째 대륙은 거인들이 사는 나라, 두번 째 대륙은 작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세번 째 대륙은 둥둥 떠다니는 섬의 나라였고, 마지막 네번 째 나라에 도착해서는 여기가 지구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그리는 대로 눈 앞에 펼쳐지는 마법의 나라였다. 오늘 날의 '가상 현실'세계를 그린 것일까? 주인공은 여기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음에 그림으로써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지만 그 유혹을 누르고 걸리버는 이 낙원에서 벗어나 그리운 지구로 향한다.

아이디어도 좋고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알려진 고전을 이렇게 21세기 형식으로 개작해보는 것도,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라면 해봄 직 할 것 같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2-08-19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세기나 23세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hnine 2012-08-20 06:02   좋아요 0 | URL
저의 굳은 머리로는 22, 23세기가 금방 상상이 안되네요. 그때까지 이 지구가 온전하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램밖에요.

하늘바람 2012-08-2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 스파이
꼭 적어 놓았다가 읽어보아야겠네요.
아주 궁금한데요
요즘은 모든 것과 손을 끊고 사는 것 같아서리
책한줄 못 읽고 있었는데

hnine 2012-08-20 06:03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으니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조금 실망한 작품이었어요.

댈러웨이 2012-08-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나인님, 저는 하나도 모르겠는 책들이에요. 댓글도 못 달겠어요.
아, 그런데 사라 웍스라는 이름은 좀 낯이 익은 것도 같아요.

내일은 '새벽,영화' 시리즈 올라 오나요? 영화, 잘은 모르지만요, 나인님이 또 어떤 영화를 올라실까 기다려져요. (지금 조르고 있는 거에요.)

hnine 2012-08-21 08:55   좋아요 0 | URL
집에 아이가 있으면 걔가 자라는대로 다시 한번 시간을 돌려서 책이니 영화들을 0세 부터 다시 시작해서 볼 기회가 만들어지더군요.
읽어보면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 어른이 읽어야 더 좋을 책, 아이들이라면 좋아하겠구나 하는 책, 아이들도 별로 재미없겠다 하는 책 등으로 나뉘더라고요.
사라 윅스의 다른 작품들을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이 책도 읽었는데 이 책은 아이들이라면 좋아하겠구나 하는 책이었어요.
새벽에 본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을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다락방 2012-08-2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 윅스의 새 책이 나왔군요! 저는 아직 SO B IT 도 다 읽지 못하고 멈춘 상태이긴 하지만(원서니까요;;), 저 새 책은 담아가야겠어요.

hnine 2012-08-21 17: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SO B IT 번역본도 나와있어요. 전 위의 저 책보다는 SO B IT이 훨씬 더 좋았어요.
 

비버 (beaver).

설치류 동물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고 동물 영화는 아니다.

 

2011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인데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이 되었었는지는 모르겠다.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자 월터 블랙 역에 멜 깁슨, 그의 아내역에 조디 포스터이다.

 

잘 나가는 장난감 회사의 사장이자, 아름다운 아내와 두 아들을 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부족할 것이 없는 행복한 가장이던 월터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빠를 절대 닮지 않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는 큰 아들, 아빠를 사랑하지만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어린 둘째 아들, 회사에서는 별로 유능하지 못한 사장.

결국 월터는 무기력증의 한도를 벗어나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월터는 쓰레기 더미에서 누가 버린 손인형 비버를 발견하고, 그 날부터 늘 그 비버 인형을 왼손에 장갑처럼 끼고 다니면서 그 인형을 통해 자기 의사 표시를 한다.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찾아간 둘째 아들이 아빠와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대화이다.

월터: 우리 귀염둥이 잘 지냈어?

아들: 네.

월터: 그건 뭐니?

아들: 뇌예요 (직접 만든 뇌 모형을 들고 있다)

월터: 뇌를 갖고 왔구나.

아들: 아빠 뇌는 망가졌다면서요.

월터: 이 뇌를 쓰면 되겠네.

아들: 그나저나 아빠 정말로 미쳤어요?

월터: 그럴수도 있는데, 노력하는 중이야.

아들: 그럼 집에 올 수 있어요?

월터: 그것도 노력 중이다.

 

과연 월터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우울증으로부터, 비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모님이, 병원에서 의사가 공통적으로 하는, 여섯 단어로 이루어진 거짓말이란,

'모든게 다 잘 될거야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영화에서 말한다.

What if it isn't?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떡할 것인가?)

 

나였다면 여기서 끝냈을텐데, 이 영화에선 훈훈한 마무리를 위해서 그랬는지 이렇게 이어간다.

모든게 다 항상 잘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가  꼭 혼자 그것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One thing I know is true. You do not have to be alone.)

 

그럴까? 혼자 감당할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주위엔 항상 누군가 있을까?

나는 차라리, 그것 마저도 혼자 감당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공감해줄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감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온전한 내 몫이라고.

 

조디 포스터가 감독.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2-08-1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사랑스런 영화군요, 비버ㅎㅎ 좋은 영화 소개해줘서 고마워요. 오늘아침도 햇볕 짱짱하네요. 입추는 말뿐, 성하에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나인님^^

hnine 2012-08-18 08:55   좋아요 0 | URL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비버'가 있을까요?
이거 제 아이가 먼저 골라 본 영화인데, 그야말로 동물 비버에 대한 영화인줄 알고 골랐을 거예요 ㅋㅋ 덕분에 제가 괜찮은 영화 하나 건졌지요.
멜 깁슨은 나이든 티가 확 나는데, 조디 포스터는 나이가 들어도 탄탄한 매력이 있더군요.

오늘도 프레이야님의 아침 인사로 시작했으니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 ^^ 고마와요.

2012-08-19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Le Havre (르 아브르)

 

2011년 영화이고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했다고 하는데 그런 줄 모르고 그냥 고른 영화이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지역의 항구도시 이름.

불법이주노동자가 모여 드는 곳.

영화가 시작되면 나이든 남자 마르셀이 구두닦이 통을 앞에 놓고 구두 닦을 손님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구두 닦이로 돈을 벌지만 그날 먹을 빵도 외상으로 가져다 먹어야 하는 형편이고,  좁고 누추한 아파트에서  남편을 위해 빈약하지만 정성껏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외국인 출신 아내가 있다.

어느 날 마르셀은 우연히 컨테이너에 숨어살던 흑인 이주노동자 집단이 경찰에 발각되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소년 이드리사를 보지만 눈감아준다. 물속에 숨어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 소년에게 빵을 가져다 주고, 나중엔 자기 집으로 데려와 런던에 가있다는 소년의 어머니를 찾아 갈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애를 써준다. 그러는 중 아내는 지병으로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고.

 

영화 초기부터 예전에 본 영화 <중앙역>이 떠올랐다.

모든게 부족하고, 찌질해보이는 삶. 누리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어보이고 무슨 희망으로 살까 생각되는 삶. 숨어살고, 도망치며 살고, 굶주리며 살고... 사람이 산다는게 뭔가, 무엇을 위해 사나,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과연 어떤 목적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울적해지려는 것을, 영화의 결말은 말끔이 걷어버린다.

 

2011년 칸느 영화제 출품작이고 감독은 핀란드 출신 아키 카우리스마키이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2-08-1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놓쳤던 건데 다운 받아 보셨군요. 저도 그럼 다운을 ..ㅎㅎ
찾아봐야겠네요.
우울과 염려를 말끔히 걷어낸 결말, 궁금해지네요.^^

hnine 2012-08-16 14:03   좋아요 0 | URL
영화에 나오는 저 개의 이름이 라이카인데, 실제 이름도 라이카래요. (스포일러 될까봐 엉뚱한 얘기로 댓글을 대신...ㅋㅋ)

저는 프랑스어를 배워본 적이 없지만 프랑스어는 대사만으로도 연기의 일부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요. 리듬이 있고 동적이라고 할까요?

다음에 볼 영화로는 <자전거 탄 소년>이 대기하고 있답니다.

비로그인 2012-08-1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중앙역]이 떠올랐는데... 이 영화 꼭 봐야겠네요...!

hnine 2012-08-16 14:01   좋아요 0 | URL
영화 '중앙역'하면 또 말없는 수다쟁이님이죠. 그 여배우 사진이요. 서재이미지로 그만한 임팩트 같기도 힘들었지요 ^^

댈러웨이 2012-08-1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저는 갑자기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이 생각나는 걸요. 너무 엉뚱하게도!
지금까지는 나인님 방을 노래방 책방으로만 찾았었는데 이제부터는 영화방으로도 찜해놓겠어요.

제가 그렇게 구세대는 아닌데(라고 믿고 싶지만) 영화나 책은 다운로드나 전자책으로 못 보겠어요. 꼭 손에 잡아야지 내꺼라는 몹쓸 생각이 들고...
며칠 전 꽤 큰 디브디 전문점에 가서 <디어 한나>를 찾았는데요,,, 없대요.

그나저나 수다쟁이님의 그 이미지는 페르난다 몬테네그로(아 이름 못 외우겠다)였군요! ㅎㅎㅎ
물어보면 창피당할까봐 못 물어봤었는데, 저도 그 대문사진 정말 임팩트 엄청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

hnine 2012-08-17 08:22   좋아요 0 | URL
저도 로맹가리가 아닌 에밀 아자르란 이름으로 먼저 알게 된 작가이지요. 말씀하신 바로 그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으로요. 왜 그 책이 생각나는지 알 것 같은걸요? 그 책의 주인공은 아랍계였고 이 영화에서는 흑인이고요.
저 원래 영화 무지 좋아했어요 ㅠㅠ 그것도 개봉 첫날 봐야 직성이 풀리고, 이미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고난 후의 감상을 듣고 나면 안보고 말자고, 까탈을 부리기도 했답니다.
저도 극장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가 더 좋아요. 그런데 그러자니 일년에 영화를 몇편 못 보겠더군요. 아니, 보긴 보는데 아이 데리고 갈때 보는 영화 밖에, 제가 정작 보고 싶은 영화는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운받아 보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네요.
댈러웨이 님 서재에 오늘 새벽에도 다녀왔는데, 감히 뭐라고 댓글을 못달고 나왔어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뭐 이렇게만 쓸 수도 없잖아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 책꽂이에서 유독 눈에 뜨이는 회색의 두툼한 책 이 있었고 표지엔 존 파울즈의 '콜렉터', 뮤리엘 스파크의 '메멘토 모리'라고 쓰여 있었다.

'뭐야, 제목이 다 영어라니. 저자도 들어본 적 없고.'

거기다 글씨는 깨알같다.

읽을까 말까 한동안 시간을 끌다가 결국 읽기로 했고,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존 파울즈의 '콜렉터'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꽤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MEMENTO MORI가 무슨 뜻인지.

'언젠가 네가 죽을 것임을 기억하라'

 

MEMENTO (메멘토)

 

왜 이 영화를 골랐는지 모르겠다. 머리를 쓰는 내용의 영화가 갑자기 보고 싶었다는 것이 조금 작용했을까.

2001년 영화니까 벌써 요즘 영화 대열에서는 제껴진 영화이지만 십여년 전만 해도 이런 종류의 스릴러 영화가 요즘처럼 많진 않던 때이니까.

 

 

 

 

 

남자 주인공역의 Guy Pearce는 꼭 아놀드 슈와츠제네거의 축소판처럼 생겼다. 조금 연약한 아놀드 슈와츠제네거라고 할까.

강간 살인으로 아내를 잃고 그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그의 기억력은 고작 10분 동안이다. 10분만 지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는 중요한 사실은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거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람이나 현장을 사진 찍은 후 메모를 해놓는다.

아내를 죽인 범인을 쫒아 다니며 복수를 꿈꾸는 그는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아낼때마다 그것을 토대로 아내가 살해당하던 상황으로 되돌아가 추리해보느라, 영화는 현재에서 시작해서 과거로 되돌아가는, 즉 시간이 거꾸로 진행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의 첫대사와 마지막 대사 모두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내용이 같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이 영화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이 영화를 만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주목받더니, 후에 그가 만든 다른 영화들을 보면 과연 그때 그럴만 했다. 그가 만든 다른 영화에 <인셉션>,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배트맨 비긴즈> 가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고양이 2012-08-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멘토>를 보면서 너무 답답해서, 정말 미칠거 같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마치 제가 딯고 있는 땅이 푹 꺼지는 느낌이랄까요....

놀란 감독의 작품은, 항상 사람을 흔들하게 해요. 그래서 참 매력적이예요.
한두 단어로 나열할 수 없는 작품, 세계, 사람.... 저는 그런 것들이 좋더라구요.

나인 언니, 여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hnine 2012-08-15 05:57   좋아요 0 | URL
달사막여우님 이 영화 보셨군요.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거기 얽매여 현재에까지 이어져 살고 있다면, 이 영화 주인공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저는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결국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기의 삶을 과거에 의해 휘둘리게 되는 삶이요. 저는 요즘 우리가 비저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영화 속의 삶이 실제로 현재 우리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가고 있어요. 오싹하지요.
더운 여름도 한풀 꺾인것 같지요?

프레이야 2012-08-1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영화와 새벽은 잘 어울리는 조합같아요. 한때는 저도 늘 새벽에 영화보곤 했지요. 요샌 눈아프고 잠오고 어림도 없어요. ㅎㅎ 놀란 감독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hnine 2012-08-15 06:0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늘 새벽에 영화를 보곤 하셨다니, 프레이야님이 경험하셨던 일을 제가 지금 뒤따르고 있네요. 저는 이렇게 새벽 시간을 즐기다가 오전 10시쯤 되면 잠이 막 오더군요. 아니면 점심 먹고 나서든지...^^
시간과 기억, 어려운 이야기예요. 사람의 기억 장치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전히 다 밝혀져 있지 않고, 컴퓨터의 메모리 장치도 인간 뇌의 기억 장치를 응용한 것이라고 하니 사람의 뇌는 컴퓨터와 댈게 아닌 셈이지요.
다음으로 보려고 다운 받아 놓은 영화는 'Le Havre'란 영화인데 우리말 제목이 '르아브르'라고 되어 있네요. 제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다운 받아 놓았답니다 ^^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음, 불어를 전혀 모르지만 저의 통밥 실력으로 추측해보건대 영어의 Harbor와 철자가 닮았으니 혹시 '항구', 뭐 이런 제목이 아닐까...요? ^^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을 보고 바로 하루키를 떠올렸다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막상 책을 읽으면서 자꾸 연상된 것은 J.D.샐린저'아홉가지 이야기'였다. 단편 형식의 글 모음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문체와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셋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하고 흥미있는 책이다.

단편이라 함은 단순히 글의 길이가 짧다는 것에 의해서만 분류되는 쟝르가 아니라, 짧기 때문에 그 느낌이 그야말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물들이듯'이 아니라, '꽝' 하고 내려치듯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커다란 돋보기를 준비한다.

사람이 있는 어느 장소로 간다.

말은 필요없다. 가지고 간 돋보기만 꺼낸다. 그리고 점점 가까이 한 곳에 접근시킨다.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거기 있는 사람의 동선에 따라 돋보기도 같이 움직일 수도 있지만 되도록 여기 저기 둘러보는 것은 삼가한다.

 

마치 이런 식으로 한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나의 머리 속에서 연상된 대로 써본 것이다.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일체 배제하고, 작품 속 주인공의 움직임, 그것도 보기엔 아무 의미 없는 듯 보이는 행위, 또는 작품 속 인물의 옷차림, 그 사람의 잠깐동안 시선이 가는 곳, 역시 별 의미 없는 듯 보이는, 그리고 짧은 말 한 마디, 주제와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은, 이런 것들을 통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 알겠소? 모르면 말고.' 라고, 다소 불친절하게 툭툭 문장을 이어간 인상을 받는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는 그와 정반대였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자고 권한 사람이 이 책의 독특한 방식을 소개하느라 예로 든 이야기가 '목욕'이라는 단편이었다. 아들의 생일을 맞아 생일 케이크를 주문해놓았는데 그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간다. 의식을 잃어 누워있는 아들을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처음엔 아빠가, 다음엔 엄마가 목욕을 하기 위해 교대로 집에 간다. 생일 케이크 주문을 받아놓은 제과점에서는 케이크 찾아가라고 계속 전화가 온다. 이것이 내용의 전부이다.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하나의 사건, 한 장면에 함께 얽혀 있으면서도 이렇게 사람에 따라 추구하는 것, 절실한 대상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해석이고 다른 사람의 해석은, 그리고 작가의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제목을 '목욕'이라고 붙인 의도는 짐작 조차 가지 않는다.

 

리뷰를 쓰고 나면 별점을 표시해야 완결이 되는데, 끝까지 별 세개와 다섯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음을 털어놓아야겠다. 결국 별 다섯개로 결정한 것은 '어쨌든'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1시간 뒤에, 혹은 1시간 전에 리뷰를 썼더라면 별 세개로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별 네개, 즉 중간은 아니라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