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beaver).
설치류 동물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고 동물 영화는 아니다.
2011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인데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이 되었었는지는 모르겠다.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자 월터 블랙 역에 멜 깁슨, 그의 아내역에 조디 포스터이다.
잘 나가는 장난감 회사의 사장이자, 아름다운 아내와 두 아들을 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부족할 것이 없는 행복한 가장이던 월터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빠를 절대 닮지 않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는 큰 아들, 아빠를 사랑하지만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어린 둘째 아들, 회사에서는 별로 유능하지 못한 사장.
결국 월터는 무기력증의 한도를 벗어나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월터는 쓰레기 더미에서 누가 버린 손인형 비버를 발견하고, 그 날부터 늘 그 비버 인형을 왼손에 장갑처럼 끼고 다니면서 그 인형을 통해 자기 의사 표시를 한다.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찾아간 둘째 아들이 아빠와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대화이다.
월터: 우리 귀염둥이 잘 지냈어?
아들: 네.
월터: 그건 뭐니?
아들: 뇌예요 (직접 만든 뇌 모형을 들고 있다)
월터: 뇌를 갖고 왔구나.
아들: 아빠 뇌는 망가졌다면서요.
월터: 이 뇌를 쓰면 되겠네.
아들: 그나저나 아빠 정말로 미쳤어요?
월터: 그럴수도 있는데, 노력하는 중이야.
아들: 그럼 집에 올 수 있어요?
월터: 그것도 노력 중이다.
과연 월터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우울증으로부터, 비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모님이, 병원에서 의사가 공통적으로 하는, 여섯 단어로 이루어진 거짓말이란,
'모든게 다 잘 될거야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영화에서 말한다.
What if it isn't?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떡할 것인가?)
나였다면 여기서 끝냈을텐데, 이 영화에선 훈훈한 마무리를 위해서 그랬는지 이렇게 이어간다.
모든게 다 항상 잘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가 꼭 혼자 그것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One thing I know is true. You do not have to be alone.)
그럴까? 혼자 감당할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주위엔 항상 누군가 있을까?
나는 차라리, 그것 마저도 혼자 감당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공감해줄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감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온전한 내 몫이라고.
조디 포스터가 감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