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스파이> 사라 윅스 지음
'사라 윅스'라는 이름을 보고 냉큼 구입한 책이다. 이 작가의 So B. It과 Jumping the scratch를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제는 PIE.
위의 두 책보다 좀 더 낮은 연령대가 읽어도 좋을 내용이다. 그런만큼 나같은 성인이 읽기엔 그 깊이도 좀 덜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열 네개 파이 레시피가 열 네개의 작은 챕터에 들어가있는 독특한 구성, 추리 형식을 취하여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작가의 능력 등은 여전히 그녀의 작가로서의 능력을 돋보이게 했다.
요즘 말로 '파이의 달인'이라고 할만한 폴리 이모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를 무척 따르던 조카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앨리스는 무척 슬퍼하는데, 그건 폴리 이모를 아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평소 그녀의 파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그리고 그녀의 인정많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파이를 만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파이는 크게 파이 충전물과, 그 충전물을 담는 파이 바닥에 해당하는, 여기서는 파이 껍데기라고 말한 두 부분으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이충전물 위에 파이 뚜껑을 덮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파이 레시피를 보면 파이 껍데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레시피는 빠져 있다. 폴리 이모는 이 파이 껍데기 레시피를 스노우 팻에게 남긴다는 유언만 남겼을 뿐이다. 스노우 팻은 이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 폴리 이모의 파이 기술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파이 껍데기 레시피를 찾는 일은 중요한 일이 되고 이것이 이 책의 기본 줄거리를 이룬다.
작가의 다른 책만큼 감동을 주진 못했으나 이 책이 겨냥한 세대의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40년 후'라는 소제목의 마지막 장은 내기 보기에 너무나 뻔하고 식상해서 실망할 뻔 하기도 했다. 전작 두권은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권할만하나, 이 책 만큼은 어른들에게까지 읽어보라고 권하진 않을 것이다.
<21세기 걸리버 여행기>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스페인 태생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참 길다. 1947년 생인데 지금까지 백여 권에 가까운 작품을 썼고 상도 많이 받은 작가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제목처럼 '21세기'라는 시대에 맞게 작가가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먼저 읽은 우리 집 아이의 권유때문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역시 걸리버. 하지만 배를 타고 모험의 항해를 나서는 대신 작은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우주 탐험에 나선다. 이를 도와주는 것은 맥스라는 이름을 가진 중앙 컴퓨터.
어느 날 걸리버는 블랙홀을 빠져나와 태양계가 아닌 이상한 행성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지구와 무척 흡사했다. 돌아가신 엄마의 이름과 생일을 따라 애비게일526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 행성의 여기 저기를 탐험하기 시작한다.
첫번째 대륙은 거인들이 사는 나라, 두번 째 대륙은 작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세번 째 대륙은 둥둥 떠다니는 섬의 나라였고, 마지막 네번 째 나라에 도착해서는 여기가 지구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그리는 대로 눈 앞에 펼쳐지는 마법의 나라였다. 오늘 날의 '가상 현실'세계를 그린 것일까? 주인공은 여기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음에 그림으로써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지만 그 유혹을 누르고 걸리버는 이 낙원에서 벗어나 그리운 지구로 향한다.
아이디어도 좋고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알려진 고전을 이렇게 21세기 형식으로 개작해보는 것도,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라면 해봄 직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