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 책꽂이에서 유독 눈에 뜨이는 회색의 두툼한 책 이 있었고 표지엔 존 파울즈의 '콜렉터', 뮤리엘 스파크의 '메멘토 모리'라고 쓰여 있었다.
'뭐야, 제목이 다 영어라니. 저자도 들어본 적 없고.'
거기다 글씨는 깨알같다.
읽을까 말까 한동안 시간을 끌다가 결국 읽기로 했고,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존 파울즈의 '콜렉터'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꽤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MEMENTO MORI가 무슨 뜻인지.
'언젠가 네가 죽을 것임을 기억하라'
MEMENTO (메멘토)
왜 이 영화를 골랐는지 모르겠다. 머리를 쓰는 내용의 영화가 갑자기 보고 싶었다는 것이 조금 작용했을까.
2001년 영화니까 벌써 요즘 영화 대열에서는 제껴진 영화이지만 십여년 전만 해도 이런 종류의 스릴러 영화가 요즘처럼 많진 않던 때이니까.

남자 주인공역의 Guy Pearce는 꼭 아놀드 슈와츠제네거의 축소판처럼 생겼다. 조금 연약한 아놀드 슈와츠제네거라고 할까.
강간 살인으로 아내를 잃고 그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그의 기억력은 고작 10분 동안이다. 10분만 지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는 중요한 사실은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거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람이나 현장을 사진 찍은 후 메모를 해놓는다.
아내를 죽인 범인을 쫒아 다니며 복수를 꿈꾸는 그는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아낼때마다 그것을 토대로 아내가 살해당하던 상황으로 되돌아가 추리해보느라, 영화는 현재에서 시작해서 과거로 되돌아가는, 즉 시간이 거꾸로 진행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의 첫대사와 마지막 대사 모두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내용이 같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이 영화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영화를 만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주목받더니, 후에 그가 만든 다른 영화들을 보면 과연 그때 그럴만 했다. 그가 만든 다른 영화에 <인셉션>,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배트맨 비긴즈>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