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유혹과의 대결이라는 우리 동화에서 드문 주제를 흥미롭고 성공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민호를 통해 촘촘하게 잡아낸, 유혹에 처한 인간의 심리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어떤 조력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로서의 어린이를 설정한 것도 믿음직스러웠다.
- '심사평 중에서' 김화영, 황선미, 김경연 -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으로 작년에 인터넷 서점 여기저기서 홍보도 많이 되고 리뷰도 많이 올라왔던 작품이다. 평들도 좋았고 집에도 가지고 있으면서 이제서야 읽어보았다.
위의 심사평에서 '드문 주제'라는 것에는 바로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떤 조력자의 도움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로서의 어린이를 설정'했다는 것은 동의한다.
글짓기를 잘 못하는 민호에게 어느 날 빨강 연필이 생기고, 그 연필을 가지고 쓰면 글이 술술 나오게 된다. 일종의 마법의 연필인 셈인데 문제즞 그렇게 쓰여진 글이 꼭 민호의 생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그것을 알게된 민호는 고민하던 중, 민호가 갑자기 글짓기를 잘 하게 된것을 의심하던 재규에게 빨강 연필을 뺏기고 만다. 처음엔 그 연필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민호는 빨강 연필을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기로 한다 (책에서는 불에 태우는 것으로 나오는데 현실인지 꿈속인지 확실하지 않다). 책 표지 그림은 바로 이 빨강 여닐이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이다.
마지막의 효주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데 무슨 의미인지 아이들이 이해할까 의문이다.
마법을 지닌 물건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고, 처음엔 그것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그 유혹과 결국은 대결해야하는 주인공. 이런 이야기는 심사평과 달리 드문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주인공 아이의 깨달음, 결심, 노력, 의지에 의해 그것을 떨쳐버린다는 설정은 심사평과 같이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고, 수상작이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빨강 연필의 도움을 받은 민호의 글짓기 중 알려진 이야기의 패러디가 몇편 소개되는데 내가 읽어도 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위에도 어디 이런 빨강 연필 없을까?
이 책 역시 집에 언제부터 있었는데 아이만 읽고 들춰 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제목이 그냥 '내동생'이 아니라 '또다른내동생'이다. 입양된 동생을 말하는데 읽다보니 이 아이 역시 입양된 아이.
작가는 자기 동생 내외가 입양한 세 조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입양 가정의 살아가는 모습이 아주 눈에 보듯이 나타나있다. 입양아와 부모 사이의 문제, 또 입양아가 둘 이상일때 그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문제, 그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일 경우 더해지는 문제, 입양에 대해 엄마와 아빠의 입장의 차이등. 아이들 책이라고 하지만 언젠가 읽은 입양에 관한 책 못지 않게 여러 정보를 전달해준다. 그만큼 작가는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기보다는 작가 자신이 보고 겪은 것을 바탕으로 읽는 아이들에게 입양아와 장애아의 문제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해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아와 입양아, 그것도 셋이나 한 집에서 키우다 보면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니 그럴 때 어른이 나서서 해결되는 문제들도 있지만 아이들 역시 치고받는 다툼과 갈등의 시기 끝에 나름대로 해결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지만 힘든 시기를 겪어나가면서 평정을 찾는 과정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른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그 시기동안 성급하게 해결을 보고 앞당겨 안정을 만들어보려는 어른의 간섭이 잠시 기다려주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아이에게 물어보니 이모가 사주신 책이라고 하는데 작가 이름도 생소하고 책 속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뻔한 내용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책들이 왜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 책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도 좋지만 이렇게 논픽션 성격을 띤, 현실을 보여주는 책이 하는 역할도 있었구나 새삼 깨우치게 했다.
(검색하다보니 이 책의 저자인 강민숙 작가의 남편과 딸도 동화작가라고 한다.)
2013년 한해 동안은 어린이책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읽어볼 계획을 세워본다. 느낌이 좋던 나쁘던, 읽은 후엔 짧게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은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고, 어린이책 후기는 마이리뷰가 아닌 마이페이퍼 속의 전용 카테고리에 쓸 것인데 이것 역시 지금 하고 있는 바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