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 -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79
홍명진 지음 / 사계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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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탈북 청소년이 한국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내면 묘사를 탄력 있는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렸다. 문장을 만지는 솜씨와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적 관찰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 오정희, 박상률, 이옥수 (제10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저자 홍명진은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하였고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사람. 읽어보진 않았지만 <숨비소리>의 작가이기도 하다.

제목 "우주비행"은 탈북청소년인 주인공 승규가 속한 밴드의 이름인데, 남과 북, 어느 한편에 완전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제일 돋보이게 했던 점은 우선 소재라고 생각된다. 다른 민족이 아닌 우리 민족, 탈북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에 탈북자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은 그얘기가 그얘기 같은 식상함에서 이 작품을 제외시킨다.

작가는 작가가 사는 동네 복지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맡게 되었고, 거기서 우연히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말씨만 다를 뿐, 언뜻 보기엔 꿈이 있고, 유머가 있고, 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우리 나라 청소년들과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데, 강의가 진행되는12주 내내 더 친해지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을 채우지 못한,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쓸쓸함을 남겼다고 작가 후기에 밝히고 있다.

일단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주하고, 다행히 거기서 발각되어 강제로 북송되지 않으면 기회를 틈타 남한으로 넘어 오는 경로를 밟는다고 한다. 홀로 넘어오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넘어오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작품에서처럼 가족의 누군가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누나를 중국에 남겨 두고 엄마와 둘이서 남한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승규에게 누나는 늘 가슴에 박힌 아픈 가시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을 통해 누나의 거처와 소식을 간간히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나마 연락이 끊기자 엄마와 승규의 불안은 더 커지고 어려운 형편임에도 엄마는 딸을 찾으러 중국행을 결심한다.

남한이라는 사회에 적응하려는 다부진 결심은 늘 승규를 긴장시킴과 동시에 단단하게 하지만, 공부도 친구도 학업도,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복지관 사무원의 권유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들어가게 된 밴드부에서 생전 처음 드럼이라는 악기를 접하게 되고, 가르치는 밴드 교사와의 삐걱거림, 함께 하는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을 넘어서 드디어 세달의 연습끝에 복지관이 주관하는 바자회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신인작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문장 흐름이나 묘사가 자연스럽다. 구성도 무리 없이 안정되어 있다. 등장 인물들의 성격도 애매하지 않게 뚜렷한 편이고 이들의 심리 묘사도 부족하지 않지 않다.

그런데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확 잡아끌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다. 그냥 무난하게 읽히는 정도.

어떤 이야기를 하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탈북자들에 대해 더 푹 빠져들 정도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모처럼 식상하지 않은 소재였는데 다소 밋밋한 서사가 아쉬웠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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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2-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녘 아이들이 남녘에 온대서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슬기롭게 빚는다면... 더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hnine 2013-02-19 08:44   좋아요 0 | URL
탈북 청소년들의 생활을 좀 더 알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읽었는데 기대에는 좀 못미쳤답니다. 사실 우리 남쪽 사람들 중에 이들의 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그러니 이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선 단순히 글감을 얻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취재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3-02-1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문학상 좌르르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네요.
작년부터 책을 많이 못 읽기도 하지만, 우리 애들이 크니까 청소년 문학도 뜸하게 되네요.
다린군은 이제 6학년이 되는 건가요?
많이 컸을텐데 모습이 궁금해요!!^^

hnine 2013-02-20 00:42   좋아요 0 | URL
사계절출판사 책은 분명히 나름의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작년 5월인가 6월 쯤 나온 것 같은데, 별로 많이 홍보된 것 같지는 않네요.
다린이는 6학년 맞답니다. 어떤 때 보면 다 큰 것 같고, 어떤 때 보면 아직도 많이 더 커야할 것 같고...그렇네요 ^^
 

 

 

벌써 며칠 전이다.

영화 베를린의 정식 개봉일 전 특별 상영할때,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감독과 출연 배우들 정도만 알고 보러갔다. 그냥 끌리는데가 있어서.

류승완 감독이 각본까지 썼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시 보였다.

어느 탈북자를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는데, 100억이라는 돈을 들여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져 나오기까지, 그건 또 책 한권의 분량의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새삼 그가 만든 이전 영화들을 검색하다가 만난 영화이다. <주먹이 운다>

여기 삽입되었다는 노래 Pokarekare Ana는 원래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노래인데 우리가 보통 <연가>라고 번안시켜 불러오던 노래였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지금 다시 불러보니 우리말 가사도 참 아름답구나.

본 영화는 아니지만 주먹이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이렇게 서정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삼은 감독의 의중을 헤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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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에 익은 추억의 노래네요.^^
설은 잘 보내셨지요?
이제 곧 새봄이네요~~ 님이 찍어 올렸던 풀꽃 사진들 생각나요!^^

hnine 2013-02-13 21:59   좋아요 0 | URL
흔하게 부르던 노래인데 어느 날 문득 다르게 들리는 날이 있지요.
며칠 동안 집안에서 나가질 않고 있었어요. 풀꽃 사진 말씀하시니 내일은 좀 나가봐야할텐데...
 
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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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갖는 느낌은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이 작가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썼구나' 가 하나이고, '이 작가는 책을 쓰고 싶어 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구나.' 가 다른 하나이다. 사실 그건 작가 본인 밖에 모른다. 작가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그 소설을 썼지만 읽는 사람은 그런 느낌을 못받을 수 있고, 반대로 예를 들어 어느 문학지 등에 써주기로 약속을 해놓았기에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읽는 사람은 마치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양 푹 빠져들어 읽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 저것 작가의 전략이 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어야 그 작품을 좋아하고 그 작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치지 않는 비'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오래된 팝송이 있었다.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라고, 노래의 제목도 이것이고 노래의 첫 가사도 이렇다. 여기서 raindrop은 단순히 빗방울이 아니라 인생의 고난, 역경을 뜻한다고, 그때 중학생이던 나는 교육방송 서승현 강사의 노래 해설을 들으며 뭔가 내가 모르는 세계로 한발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는, 이 책의 제목도 저 노래의 제목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짐작하며 읽기 시작했다. 일단, 260여쪽 되는 소설의 거의 대부분 비가 내린다. 진짜 비 말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해버린 주인공이 형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책의 맨 끝에 나온다. 가는 여정에서 우연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 소설의 줄기는 그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여행이 이어지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난 사람들 자체가 큰 의미를 던지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그들에 의해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 방식,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만난 사람들을 보면, (괄호 안은 만난 장소. 작은 따옴표 속의 이름은 그들의 별칭)

1. 노숙인 (공원)

2. 전직의사라는 노래하는 신사 (대형마트 입구)

3. 우산을 건네준 할머니 '미세스 산타클로스' (패스트푸드점)

4. 목사 '케세라세라' (교회)

5. 상담소장 '마스코트 인형' (청소년상담소)

6. 광대 (지하철역 앞)

7. 초등학교 동창 '19번' (동창 사는 동네)

8. 도서관 서기였다가 짤렸다는 남자 '대장' (밤기차)

9. 시한부 선고 받은 20대 여자 '판다' (밤기차)

정리하려고 한것이 아니라 읽다 보면 이런 리스트가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작가 역시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지면을 채워나갔나보다 상상을 하게 된다. 작가의 글솜씨에서 보이는 능숙함,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내공은, 이렇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성때문에 가려지고 말았다.

더 치명적인 것은 처음부터 여행을 같이 떠나는, 아니 여행이나 가자고 제안은 형이 먼저 했다, 이 형의 정체를 읽기 시작한지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나에게 다 들켜버렸다는 것이다. 치졸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긴장감, 궁금증, 흥미는 반으로 팍 떨어지고 말았으니 어쩌면 좋으냐.

'이 작가는 이 이야기가 정말 쓰고 싶었구나' 가 아니라, '이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하여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설을 한편 쓰기 위하여 이 이야기를 만들었구나'의 카테고리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작가의 홈페이지도 찾아가 보았다.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글 쓰는 것을 참 사랑하는 사람, 오래 오래 글을 쓸 것 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큰 상으로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해본다.

제3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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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02-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님 명절 잘 보내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3-02-08 18:48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어가니 자꾸 여기 저기 아플 일만 생기는 것 같아 울적해지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자신을 챙기기로 해요. 우리가 마냥 긴장 풀고 있지 않도록 몸이 가끔씩 보내는 경고 사인이라고 생각하면 좀 나을까요? 며칠 전에 누가 저보고 머리 염색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안했다고 했더니 염색 안해도 흰머리가 없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해요. 저는 한번도 그것에 대해 고마와 하기는 커녕 생각해본 적도 없거든요.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살면서 잃기 전에는 고마운 줄 모르는 것, 건강도 그런 것 같지요. 애티커스님 서재에서 며칠 전에 건강이 안좋으셨다는 글 읽고 댓글은 따로 안남겼지만 저도 마음이 안좋았더랬어요. 저도 별로 꿋꿋하고 강단있는 사람이 못되니 그냥 공감하는 정도 밖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더라고요.
책 많이 읽으시고 예전처럼 영화나 TV드라마 평도 자주 올려주세요.
인사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안녕미미앤 2013-02-2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읽으면서 갖는 두가지 느낌. '이 작가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썼구나' 와, '이 작가는 책을 쓰고 싶어 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구나.'... 완전 동감해요! *^^*

hnine 2013-02-23 12:45   좋아요 0 | URL
두가지로 분류하는게 좀 단순하긴 하지만 제 경우엔 그렇더라고요. 작가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는 느낌이 나는 책에서는 더욱 특별한 감동을 느끼게 되고, 작가에 대해서도 더 궁금해지고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고, 그러던데요 ^^
 

 

 

 <Acacia Perm>

★★★★★

이춘희 쓰고 윤정주 그리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다. 말로만 듣던 '국시꼬랭이동네' 책 시리즈였다. 내 아이가 어렸을 때에도 한번도 실제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지라 원래가 영문으로 나와있는 책인줄 알았다. 글도 글이지만 그림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요즘 배우고 있는 그림 수업에서 맘에 드는 그림책을 그대로 베껴 그리기 해본다는 말에 이 책을 베껴보고 싶어서, 결국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 후 소장용으로 구입을 했다.

나의 어머니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여자 아이들의 머리 모양이 저 표지 그림처럼 정말 다 저렇다. 어른들이 하는 것 따라해보고 싶은게 어디 퍼머 하나였을까. 옷, 구두, 화장 등 다 해보고 싶었지. 이 책에 나오는 여자 아이 영남이는 거울을 보며 불만 투성이이다. '단추구멍같은 눈, 돼지코, 하마 같이 큰 입, 주근깨 투성이 얼굴......' 더 예뻐지고 싶은 영남이는 결국 엄마가 안계신 틈에 엄마 화장품도 발라보고 젓가락을 불에 데워 머리카락을 말아 곱슬거리게 만들려고 시도한다. 지직 지직 타는 냄새가 나면서 영남이 머리는 그슬리게 되고. 그때 옆집에 사는 미희가 놀러와서 보고는 영남이를 데리고 나가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카락을 말아 곱슬거리게 만들어준다. 함께 간 삽사리 털도 곱슬거리게 된 사연은? 영남이의 곱슬머리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나? 그야말로 동화다운 맛을 담뿍 담은 책이다. 그 시대 생활상을 자세히 보여주는 그림 때문에 몇번을 더 보게 될 것 같다.

 

 

 

 

      ↓  아래 페이지를 색연필로 따라 그려보았다.

 

 

 

 

 

 

 

 

 

 

 

 

 

 <별이 뜨는 꽃담>

★★★☆☆

유타루 쓰고 김효은 그리다.

 

'유타루'라는 이름을 보고 처음엔 일본 작가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우리 나라 작가로서 '타루'라는 이름에는 물고기가 사뿐사뿐 걷는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방송국 드라마 기획실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그림책, 장편, 인물 이야기 등 꽤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가족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이 혼자 고물을 주워 살아가는 곱사등이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모두 일하러 나가고 학교 다녀오면 혼자 놀아야 하는 여자 아이 산들이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 굽은 등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할아버지와의 첫 대면을 시작하는 산들이.

일단 작품의 소재와 서사에 있어서는 특별할 것이 없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 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아이의 마음을 그리려고 노력했음이 보인다. 아이다운 마음이랄까? 과연 요즘의 초등학교 1학년이 할아버지의 천막 속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할까 의심도 되지만 적어도 작가가 생각하는 아이다움을 반영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산들이가 선물로 남긴 반짝반짝 야광 별 스티커. 할아버지 집 담에 붙여놓은 그 스티커가 밤이 되면 별처럼 반짝 거린다. 이 책의 그림에 사용된 색깔은 겨우 두어 가지. 드로잉으로 거의 모든 표현을 다 하고 노란 색과 푸른 색으로 살짝 살짝 색을 입혔다. 화려하지 않고 순박하여 정이 가는 그림들. 이 책의 그림작가는 이 책을 위해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동네를 관찰하였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글 없이 노란 색, 아주 작은 나비가 팔랑팔랑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데, 그 나비가 읽는 사람의 마음 속으로 날아들어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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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0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릴 때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를 해봤지요~ ^^
곱슬거림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는 머리결에 따라 다르더군요.
나처럼 굵고 뻣뻣한 머리칼은 금세 풀리고
머리칼이 가늘고 약간 곱슬인 아이들은 한나절은 곱슬머리로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나 어릴 때의 풍속화라 다 소장하려고 중고샵도 들락거리지요.^^

hnine 2013-02-03 18:0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직접 해보셨으니 이 책이 얼마나 더 와닿으셨겠어요. 저는 아카시아 줄기로 곱슬거리게 해본다는 것을 이 책 읽으며 처음 알았는걸요. '머리카락이 가늘고 약간 곱슬' 이라면 저도 해당하는 것 같은데 진즉 해볼걸 그랬어요.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저도 탐나네요. 이 책엔 CD도 들어있더라고요.

프레이야 2013-02-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그림책 너무 정겹지요.
아카시아 퍼머, 저도 갖고 있어요. 웃음이 묻어나는 기분 좋은 그림책 시리즈^^

hnine 2013-02-03 18:02   좋아요 0 | URL
와, 이 책이 꽤 유명한 책인가봐요. 저는 왜 이제서야 발견했는지. 영문판 아니고 우리글로 쓰여진 것이 있는 것도 모르고 샀어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지른거죠. ^^ 삽살개도 퍼머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낄낄거렸답니다.

꿈꾸는섬 2013-02-0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시아 퍼머, 현수가 엄청 좋아하는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갖고 있는 동안 엄청 끼고 읽었어요. 봄 되면 아카시아 퍼커 해달라고 하는데, 순오기님 댓글보니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hnine 2013-02-04 05:48   좋아요 0 | URL
고맘때 아이들이라면 이 책 읽고 정말 해보고 싶겠어요. 아카시아 줄기가 돌돌 잘 휘니까 머리 말아볼 생각을 하게 되었나본데 참 재미있는 생각이지요. 국시꼬랭이 시리즈 책들이 다 재미있던데요? 전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 더 인기있을지 알았더니 아이들도 재미있어 한다니 더 좋네요.

울보 2013-02-0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류가 어릴적에 저 그림책을 읽고 동네 아카시아 나무를 찾다 못찾고 친정에 가서 아카시아 나무를 찾아서 류의 긴머리카락을 파마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류는 한글 판으로 읽었는데,,
저도 국시꼬랭이 시리즈 참 좋아하는데,,
별이 뜨는 꽃담은 살짝 보관함에 넣어 봅니다,

hnine 2013-02-04 21:0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 책 검색하며 다른 분들의 리뷰 읽어보면서 울보님의 리뷰와 페이퍼도 읽었답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직접 실습을 해보면서 류가 얼마나 신기해했을까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셨네요. 국시꼬랭이 시리즈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블루데이지 2013-02-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어요~~어릴적 제 모습 생각나서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이 책을 읽었었어요!
영문판도 가져보고싶네요! 몰랐어요 영문판있는지....ㅋㅋ
hnine님의 색연필 그림도 눈에 쏘옥 들어오구요^^

저는 오늘도 hnine님 서재에 와서 얻어가기만 하네요!
대신 오늘 하루 즐거운일만 있으시길 기도드리고갑니다.

hnine 2013-02-07 11:18   좋아요 0 | URL
엊그게 같은 일들이 이제는 '어릴 적 모습'으로 추억이 된다는 것이 반갑기도 한 반면에 먹먹해지기도 하고 그렇네요. 어릴 때 제 동생은 직접 엄마 따라가서 머리를 보글보글하게 파마하고 온 적 있는데 저는 그게 낯설어서 끝까지 안하겠다고 버틴 기억이 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좀 꽉 막힌 구석이 있었던거지요 제가 ㅋㅋ
색연필 그림은 보기엔 만만해보이는데 직접 해보면 그렇지도 않더군요.
지금은 아주 햇빛이 잘 들어오는 시간인데, 이불이라도 널어놓고 싶어요.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 저도 기도드립니다.

안녕미미앤 2013-02-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수업 받으세요? 어디서요? 어떻게요? ^^; 저도 그림.. 관심이 많아서요.. 여쭤봐도 될지.. 그런데 첫번째 그림이 저는 책에 그림인 줄 알았어요! 정말요! 솜씨가 정말 있으시네요^^

hnine 2013-02-23 12:47   좋아요 0 | URL
저는 그림에 '그'자도 모르던 사람이랍니다. 오히려 저의 아킬레스건 같은 분야였는데, 어떡하다보니 도전을 하게 되었네요. 아주 소규모로 하는, 사조직 같은 곳이에요. 전문적인 그림이라기보다 그림책 만들기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해야 맞겠지요. 미미앤님, 관심있으시면 시작해보세요. 생각보다 더 좋더라고요.

안녕미미앤 2013-02-2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만들기요? 와아.. 좋으시겠다.. 재밌을 거 같아요. 제 주변에 미술 학원은 입시학원 뿐이라.. 저는 그냥 그림책 보고 따라 그리기부터 해볼까봐요^^ 저도 잘 못해요 ㅋㅋ

hnine 2013-02-23 23:27   좋아요 0 | URL
따라그리기, 좋은 방법이래요. 저도 지금 하고 있어요 ^^
 

정기 구독하고 있는 어린이 문학 잡지가 있는데 구석구석 다 읽지는 않는다. 그때 그때 눈에 들어오는 부분만 골라 읽는 편인데 우연히 '김종렬'이라는 작가의 동화를 읽게 되었다.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일단 어디서 읽어본 듯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였다. '죽은 다음의 세계' 라는, 동화의 소재로 선뜻 건드리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독자의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갔다.

1997년 '문학동네 겨울호'에 단편 소설 <지뢰 찾기 콤플렉스>가 당선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2002년 <날아라, 비둘기>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길모퉁이 행운돼지>, <내 동생은 못 말려>, <강아지 나폴레옹>, <노란 두더지>, <아홉 개의 바둑돌>,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바위>, <연두와 푸른 결계> 등이 있다.

함께 실린 작가소개글이다. 작가에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어 바로 세권의 책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다.

 

<노란 두더지>

★★★★☆

요즘은 좀 뜸한 것 같은데 한동안 두더지 잡는 게임이 유행했었다. 스트레스 해소용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그 기기 앞에서 아이나 어른이나 힘껏 망치를 두드려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 아이와 부모가 대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장 큰 항목 중의 하나일 '컴퓨터 게임'. 엄마는 게임 중독이라고 아이에게 경고 주기를 멈추지 않고, 친구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싶은 것 뿐인데 자기가 진짜 게임 중독인지 아이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컴퓨터에서 알게 된 이상한 게임. 바로 자기가 노란 두더지가 되어 싫어하는 사람들을 초록 두더지, 분홍 두더지 등으로 설정하여 그들에게 보복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컴퓨터 상에서의 게임이었을까?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와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독'이라는 것에 대해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줄 것 같다. 게임을 통해 아이가 평소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미움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확인하는데 그 대상에 엄마도 들어간다는 설정이 재미 요소이고, 게임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작가는 아마도 게임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길모퉁이 행운돼지>

★★★★★

이 책까지 읽고 나니까 이 작가의 경향이 조금 파악이 된다. 주로 무엇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싶어하는지를. 많은 동화들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 역시 굳이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어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기도 하다. 물질적으로 좀 더 많이 가진 것이 좀 더 행복을 보장하는 양 착각하고 사는 시대, 그래서 한번 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 물질 주의에 노예가 되어, 자기가 그렇게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사는 우리들 앞에 나타난 '행운 돼지'는 과연 '행운'을 가져다주는 돼지였을까? 이런 의심을 어른들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만이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우리어른들이 아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상징과 의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바위>

★★★★★

이 책은 일곱 편의 단편 모음으로 이루어져있다.  일곱 편 모두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현장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엄마 몰래 탈출하기>에서는 학원가라,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아이가 탈출하는 곳은 어디였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엄마의 잔소리 중 한 꼭지인 컴퓨터 게임 속이었는데 컴퓨터 게임 좀 그만하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다름 아닌 그 컴퓨터 속으로 아이를 더 몰아간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독서 은행> 이 작품 역시 재미가 아닌 논술 시험 때문에 체크 리스트 보며 읽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꼬집은 이야기이다.

<그 도시의 밖>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 역시 하고 싶은 것 보다 해야하는, 주어진 일이 더 많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현실에서 뛰쳐나가고 싶어한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힘이 없을 뿐. 그래서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에서 그런 간절함은 도시 밖으로 향하는 버스의 등장으로 나타난다.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은 자연의 훼손, 인간 위주의 인공물의 범람, 무절제한 개발에 대한 경고성을 띈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바위. 이 바위들은 저절로 움직여 갈 뿐 아니라 바윗돌을 멈추려고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점점 더 켜져간다. 이 거대바위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빠가 가져온 나무상자>는 아이들에게는 좀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꿈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꿈이 있어야 한다. 순수한 마음을 잃어가고 대신 그 자리에 불안과 의심이 자리잡고 있는 어른들중에 아직 '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우연히 길에 떨어진 개암나무 열매를 주움으로써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게 된 아빠. 하지만 아빠가 꿈을 이루기 전에 아빠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을까? 우리도 혹시 살면서 이렇게 우리 앞에 주어진 기회를 그냥 헛되이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음, 역시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울 것 같은 이야기이다.

<모두 다, 웃는 가면>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포장시켜 말하고 포장시켜 몸짓 해야하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예 모두 다 웃는 가면을 쓰고 살아갈 것을 공공연하게 강요받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마지막의 반전이 뛰어난 작품이다.

앞에 읽은 책 <길모퉁이 행운돼지>가 인간의 욕심과 물질 주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 <모래 계단>은 환경과 오염 문제, 무절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황사 끝에 여기 저기 생겨난 거대한 모래 계단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이고 모래 계단이 허물어진 후 그 결과는 어떻게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는지. 이 이야기 역시 인간의 재앙은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억지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근래 읽은 어린이책 중에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고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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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2-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모퉁이 행운돼지, 오래 전 읽었어요.
섬뜩한 경고였지요.
이게 김종렬이라는 분이 썼군요. 작가이름은 기억 못하고 있었어요.
나인님의 눈에 번쩍 뜨였다니 분명 유망한 분이신 것 같아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hnine 2013-02-03 18: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섬뜩'하다는 표현이요. 저도 그랬어요.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경고 메시지로 와닿더라고요.
어떤 글은 제가 읽기에도 좀 어려웠어요. 저 위에 <해바라기마을의 거대바위>에 나오는 "아빠가 가져온 나무상자"요. 성인문학으로 문단에 데뷔한 작가라서 서사가 일단 돋보이더군요. 제가 구독한다는 잡지는 "어린이와 문학"인데 1월호에 실린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 작품도 읽고나서 금방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답니다.

안녕미미앤 2013-02-2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문학잡지 정기구독하시는구나.. 갑자기 급부러움이..^^;;

hnine 2013-02-23 12:48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어린이 문학 잡지보다는 어린이책 읽는 것이 더 재미있어요. 배우는 것도 더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