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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79
홍명진 지음 / 사계절 / 2012년 8월
평점 :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탈북 청소년이 한국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내면 묘사를 탄력 있는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렸다. 문장을 만지는 솜씨와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적 관찰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 오정희, 박상률, 이옥수 (제10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저자 홍명진은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하였고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사람. 읽어보진 않았지만 <숨비소리>의 작가이기도 하다.
제목 "우주비행"은 탈북청소년인 주인공 승규가 속한 밴드의 이름인데, 남과 북, 어느 한편에 완전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제일 돋보이게 했던 점은 우선 소재라고 생각된다. 다른 민족이 아닌 우리 민족, 탈북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에 탈북자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은 그얘기가 그얘기 같은 식상함에서 이 작품을 제외시킨다.
작가는 작가가 사는 동네 복지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맡게 되었고, 거기서 우연히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말씨만 다를 뿐, 언뜻 보기엔 꿈이 있고, 유머가 있고, 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우리 나라 청소년들과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데, 강의가 진행되는12주 내내 더 친해지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을 채우지 못한,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쓸쓸함을 남겼다고 작가 후기에 밝히고 있다.
일단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주하고, 다행히 거기서 발각되어 강제로 북송되지 않으면 기회를 틈타 남한으로 넘어 오는 경로를 밟는다고 한다. 홀로 넘어오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넘어오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작품에서처럼 가족의 누군가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누나를 중국에 남겨 두고 엄마와 둘이서 남한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승규에게 누나는 늘 가슴에 박힌 아픈 가시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을 통해 누나의 거처와 소식을 간간히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나마 연락이 끊기자 엄마와 승규의 불안은 더 커지고 어려운 형편임에도 엄마는 딸을 찾으러 중국행을 결심한다.
남한이라는 사회에 적응하려는 다부진 결심은 늘 승규를 긴장시킴과 동시에 단단하게 하지만, 공부도 친구도 학업도,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복지관 사무원의 권유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들어가게 된 밴드부에서 생전 처음 드럼이라는 악기를 접하게 되고, 가르치는 밴드 교사와의 삐걱거림, 함께 하는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을 넘어서 드디어 세달의 연습끝에 복지관이 주관하는 바자회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신인작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문장 흐름이나 묘사가 자연스럽다. 구성도 무리 없이 안정되어 있다. 등장 인물들의 성격도 애매하지 않게 뚜렷한 편이고 이들의 심리 묘사도 부족하지 않지 않다.
그런데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확 잡아끌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다. 그냥 무난하게 읽히는 정도.
어떤 이야기를 하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탈북자들에 대해 더 푹 빠져들 정도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모처럼 식상하지 않은 소재였는데 다소 밋밋한 서사가 아쉬웠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