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cia Perm>

★★★★★

이춘희 쓰고 윤정주 그리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다. 말로만 듣던 '국시꼬랭이동네' 책 시리즈였다. 내 아이가 어렸을 때에도 한번도 실제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지라 원래가 영문으로 나와있는 책인줄 알았다. 글도 글이지만 그림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요즘 배우고 있는 그림 수업에서 맘에 드는 그림책을 그대로 베껴 그리기 해본다는 말에 이 책을 베껴보고 싶어서, 결국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 후 소장용으로 구입을 했다.

나의 어머니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여자 아이들의 머리 모양이 저 표지 그림처럼 정말 다 저렇다. 어른들이 하는 것 따라해보고 싶은게 어디 퍼머 하나였을까. 옷, 구두, 화장 등 다 해보고 싶었지. 이 책에 나오는 여자 아이 영남이는 거울을 보며 불만 투성이이다. '단추구멍같은 눈, 돼지코, 하마 같이 큰 입, 주근깨 투성이 얼굴......' 더 예뻐지고 싶은 영남이는 결국 엄마가 안계신 틈에 엄마 화장품도 발라보고 젓가락을 불에 데워 머리카락을 말아 곱슬거리게 만들려고 시도한다. 지직 지직 타는 냄새가 나면서 영남이 머리는 그슬리게 되고. 그때 옆집에 사는 미희가 놀러와서 보고는 영남이를 데리고 나가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카락을 말아 곱슬거리게 만들어준다. 함께 간 삽사리 털도 곱슬거리게 된 사연은? 영남이의 곱슬머리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나? 그야말로 동화다운 맛을 담뿍 담은 책이다. 그 시대 생활상을 자세히 보여주는 그림 때문에 몇번을 더 보게 될 것 같다.

 

 

 

 

      ↓  아래 페이지를 색연필로 따라 그려보았다.

 

 

 

 

 

 

 

 

 

 

 

 

 

 <별이 뜨는 꽃담>

★★★☆☆

유타루 쓰고 김효은 그리다.

 

'유타루'라는 이름을 보고 처음엔 일본 작가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우리 나라 작가로서 '타루'라는 이름에는 물고기가 사뿐사뿐 걷는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방송국 드라마 기획실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그림책, 장편, 인물 이야기 등 꽤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가족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이 혼자 고물을 주워 살아가는 곱사등이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모두 일하러 나가고 학교 다녀오면 혼자 놀아야 하는 여자 아이 산들이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 굽은 등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할아버지와의 첫 대면을 시작하는 산들이.

일단 작품의 소재와 서사에 있어서는 특별할 것이 없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 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아이의 마음을 그리려고 노력했음이 보인다. 아이다운 마음이랄까? 과연 요즘의 초등학교 1학년이 할아버지의 천막 속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할까 의심도 되지만 적어도 작가가 생각하는 아이다움을 반영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산들이가 선물로 남긴 반짝반짝 야광 별 스티커. 할아버지 집 담에 붙여놓은 그 스티커가 밤이 되면 별처럼 반짝 거린다. 이 책의 그림에 사용된 색깔은 겨우 두어 가지. 드로잉으로 거의 모든 표현을 다 하고 노란 색과 푸른 색으로 살짝 살짝 색을 입혔다. 화려하지 않고 순박하여 정이 가는 그림들. 이 책의 그림작가는 이 책을 위해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동네를 관찰하였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글 없이 노란 색, 아주 작은 나비가 팔랑팔랑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데, 그 나비가 읽는 사람의 마음 속으로 날아들어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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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0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릴 때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를 해봤지요~ ^^
곱슬거림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는 머리결에 따라 다르더군요.
나처럼 굵고 뻣뻣한 머리칼은 금세 풀리고
머리칼이 가늘고 약간 곱슬인 아이들은 한나절은 곱슬머리로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나 어릴 때의 풍속화라 다 소장하려고 중고샵도 들락거리지요.^^

hnine 2013-02-03 18:0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직접 해보셨으니 이 책이 얼마나 더 와닿으셨겠어요. 저는 아카시아 줄기로 곱슬거리게 해본다는 것을 이 책 읽으며 처음 알았는걸요. '머리카락이 가늘고 약간 곱슬' 이라면 저도 해당하는 것 같은데 진즉 해볼걸 그랬어요.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저도 탐나네요. 이 책엔 CD도 들어있더라고요.

프레이야 2013-02-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그림책 너무 정겹지요.
아카시아 퍼머, 저도 갖고 있어요. 웃음이 묻어나는 기분 좋은 그림책 시리즈^^

hnine 2013-02-03 18:02   좋아요 0 | URL
와, 이 책이 꽤 유명한 책인가봐요. 저는 왜 이제서야 발견했는지. 영문판 아니고 우리글로 쓰여진 것이 있는 것도 모르고 샀어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지른거죠. ^^ 삽살개도 퍼머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낄낄거렸답니다.

꿈꾸는섬 2013-02-0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시아 퍼머, 현수가 엄청 좋아하는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갖고 있는 동안 엄청 끼고 읽었어요. 봄 되면 아카시아 퍼커 해달라고 하는데, 순오기님 댓글보니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hnine 2013-02-04 05:48   좋아요 0 | URL
고맘때 아이들이라면 이 책 읽고 정말 해보고 싶겠어요. 아카시아 줄기가 돌돌 잘 휘니까 머리 말아볼 생각을 하게 되었나본데 참 재미있는 생각이지요. 국시꼬랭이 시리즈 책들이 다 재미있던데요? 전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 더 인기있을지 알았더니 아이들도 재미있어 한다니 더 좋네요.

울보 2013-02-0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류가 어릴적에 저 그림책을 읽고 동네 아카시아 나무를 찾다 못찾고 친정에 가서 아카시아 나무를 찾아서 류의 긴머리카락을 파마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류는 한글 판으로 읽었는데,,
저도 국시꼬랭이 시리즈 참 좋아하는데,,
별이 뜨는 꽃담은 살짝 보관함에 넣어 봅니다,

hnine 2013-02-04 21:0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 책 검색하며 다른 분들의 리뷰 읽어보면서 울보님의 리뷰와 페이퍼도 읽었답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직접 실습을 해보면서 류가 얼마나 신기해했을까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셨네요. 국시꼬랭이 시리즈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블루데이지 2013-02-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어요~~어릴적 제 모습 생각나서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이 책을 읽었었어요!
영문판도 가져보고싶네요! 몰랐어요 영문판있는지....ㅋㅋ
hnine님의 색연필 그림도 눈에 쏘옥 들어오구요^^

저는 오늘도 hnine님 서재에 와서 얻어가기만 하네요!
대신 오늘 하루 즐거운일만 있으시길 기도드리고갑니다.

hnine 2013-02-07 11:18   좋아요 0 | URL
엊그게 같은 일들이 이제는 '어릴 적 모습'으로 추억이 된다는 것이 반갑기도 한 반면에 먹먹해지기도 하고 그렇네요. 어릴 때 제 동생은 직접 엄마 따라가서 머리를 보글보글하게 파마하고 온 적 있는데 저는 그게 낯설어서 끝까지 안하겠다고 버틴 기억이 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좀 꽉 막힌 구석이 있었던거지요 제가 ㅋㅋ
색연필 그림은 보기엔 만만해보이는데 직접 해보면 그렇지도 않더군요.
지금은 아주 햇빛이 잘 들어오는 시간인데, 이불이라도 널어놓고 싶어요.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 저도 기도드립니다.

안녕미미앤 2013-02-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수업 받으세요? 어디서요? 어떻게요? ^^; 저도 그림.. 관심이 많아서요.. 여쭤봐도 될지.. 그런데 첫번째 그림이 저는 책에 그림인 줄 알았어요! 정말요! 솜씨가 정말 있으시네요^^

hnine 2013-02-23 12:47   좋아요 0 | URL
저는 그림에 '그'자도 모르던 사람이랍니다. 오히려 저의 아킬레스건 같은 분야였는데, 어떡하다보니 도전을 하게 되었네요. 아주 소규모로 하는, 사조직 같은 곳이에요. 전문적인 그림이라기보다 그림책 만들기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해야 맞겠지요. 미미앤님, 관심있으시면 시작해보세요. 생각보다 더 좋더라고요.

안녕미미앤 2013-02-2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만들기요? 와아.. 좋으시겠다.. 재밌을 거 같아요. 제 주변에 미술 학원은 입시학원 뿐이라.. 저는 그냥 그림책 보고 따라 그리기부터 해볼까봐요^^ 저도 잘 못해요 ㅋㅋ

hnine 2013-02-23 23:27   좋아요 0 | URL
따라그리기, 좋은 방법이래요. 저도 지금 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