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가 그랬다고 한다.

희망은 우리가 가장 갈고 닦아야할 미덕이라고.

 

희망은

인간 본연의 바탕이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할,

그러지 않으면 참 쉽게 마음에서 빠져나가고 마는 어떤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갈고 닦아야 하는 것

그냥 생겨나지 않는 것

 

사는 건 원래 힘들고 우울하고 절망의 바다와 같다고

그렇게 말하는건 쉬웠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이고 살자고 마음먹는건

참 쉬운 일이었던거다

다시 희망을 갈고 닦기로 하는 것에 비하면

 

아파트 뒤 언덕길을 돌아보다가

비석도 없는 무덤 언저리에 할미꽃이 거의 집단을 이루어 피어 있던 것을 보았다

그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1-2주일 쯤 뒤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그 자리에 가보았다

그새 할미꽃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저 사진도 찍은지 적어도 3-4주 지났으니

지금 가보면 또 달라져 있겠지

 

밤에 잠을 잘 자려면 하루 일정 시간 햇빛을 쬐어주어야 한다고 해서

낮에 일부러 바깥에 나가서 걸어보자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실천은 잘 안하고 있다

그보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게, 그렇게까지 해서 좀 더 편하게 자려고 기를 쓴다는게 그냥 부끄럽고 죄스럽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5-15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7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05-1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봄날은 정말 축복이더라구요, 나인 언니.

hnine 2014-05-17 22:18   좋아요 0 | URL
오늘도 날씨가 참 좋았어요.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좋아서 울적하고, 날씨마저 좋으면 또 그래서 울적하고, 이러고 앉았네요 요즘 ㅠㅠ

2014-05-18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8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05-2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꽃도 참 예뻐요.....단정한 느낌^^
희망, 감사, 행복, 사랑........의식적으로 되내이면 좋을 단어.
전 요즘 감사에 꽂혔답니다!

hnine 2014-05-20 22:28   좋아요 0 | URL
흔한 제목, 흔한 꽃 사진인데 예쁘다고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세실님 서재의 제 댓글에 대해 써주신 댓글도 감사합니다. 혼돈스런 마음에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그렇지요. 우리는 감사할게 너무 많은데 욕심이 그걸 자꾸 앞지르려 하네요.
 
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읽은지는 꽤 되었다.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책을 다 읽었어도 리뷰를 쓰지 않으면 책 읽기를 마치지 않은 기분이어서, 어쨌든 리뷰를 쓰기는 써야겠다고 큰 맘 먹고 책상위 책받침대위에 고정석으로 차지하고 있는 두꺼운 매뉴얼을 내려놓고, 그보다는 두껍지 않지만 나름 700여쪽 되는 이 책, <몰락의 에티카>를 올려놓는다. 아주 길거나 아주 짧은 리뷰를 쓰게 될 것을 예상하며.

 

같은 책을 읽었다고해서 읽은 사람 모두가 같이 받아들이고 비슷하게 느끼고 흡수하는 건 아니라는 걸 예전에 몰랐던 것도 아니건만, 이 책을 읽는동안 만큼 그것이 살에 새겨지듯이 느껴진 건 처음이다. 이 사람의 머리 속 바탕은 도대체 어떤 깊이, 어떤 두께이기에 이런 분석이 가능하단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99%, 아니, 95%쯤의 문장들이 전혀 식상한 데가 없이 읽힌단 말인가.

읽으면서 메모하기를 그만 두고 그냥 줄을 죽죽 긋고, 접기까지 해버린 책. 이제 다시 한장 한장 들춰보려 한다. 이미 읽을 당시의 느낌은 많이 가라앉았겠지만 그래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처음 밑줄 그은 곳을 찾으니 23쪽. 프롤로그 다음 본문의 첫페이지이다. 첫페이지부터구나 이런.

"좋은 소설에는 '현실 자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이 있다" 라는 문장이다.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의 장편을 통해 본 '소설과 현실'이라는 부제를 붙인 평론이다. 현실을 그리는데서 끝나는 소설이 있고, 거기에 긴장을 더하는 소설이 있다면, 그보다 더 나아간 소설은 어떤 형식을 하고 있을까.

김훈 소설에 대한 단상에서는 "그(김훈 작가)의 소설이 품고 있는 그 막막한 무상함"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58쪽). "무상함을 통하지 않고는 초월성에 대한 어떤 기억도 불가능하다. 영원성은 그 자체로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덧없는 것을 통해 파손된 상태로 나타난다"는 뒷따라 나오는 문장과 함께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막막한 무상함이란 표현을 김훈의 작품과 연결지으니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로 결정된다"라는 소설가 쓰지 히토나리의 말을 인용하고는 여기서 목적어 자리에 '윤리'를 넣고 싶다고 했다. 저자의 다른 책 <느낌의 공동체>도 그렇듯이 이 책 <몰락의 에티카>라는 제목도 참 어렵다. 읽기 전에도 생각했고, 읽으면서도 줄곧 놓지 않고 있었는데 다 읽고 난 지금도 뚜렷하게 이해가 되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몰락의 에티카라는 의미에 관해서.

윤리를 도덕과 같은 뜻으로 떠올리는 것 부터 그만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142쪽). 도덕이란 말에 강제성이 더 포함되어 있다면 윤리는 내가 나에게 스스로 부과하는 자유와 책임에 대한 명령이라고 썼다. 윤리 역시 개인보다는 공동체 차원에서 추구하는 '선(good)'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는 여전히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강제적 규준 보다는 내재적 규준이라는 스피노자의 얘기를 보태니 좀 더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알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상태가 계속 되고 있는 중이다.

문학을 몰락의 에티카(윤리학)라고 한 이유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다음 구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윤리학이 추구한다고 간주되는 것은 '이상(ideal)' 혹은 '선 (good)'이다. 그러나 그런 윤리학들은 속임수가 아닐까 하고 라캉은 묻는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 그 이상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 혹은 선한 것들은 과연 '누구에게' 선한 것인가 말이다. 윤리에 대한 질문은 실재와 관련하여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라는 관점에서 제기되어야 한다. 실재와의 조우에 의해 우리에게 강제된 물음 속에서 윤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이 문득 일어난다. 그와 더불어 '나'의 삶이 고장나고 '세계'라는 현실이 붕괴한다. 그러나 그 고장과 붕괴 속에 진실이 있다면? 그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붙드는 일이 윤리적인 것이다 (165-166쪽).

 

문학을 몰락의 에티카라고 이름 붙인 이유이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허윤진의 평론집에 대한 그의 단상에서도 드러난다. 고통이 인간을 "가장 윤리적인 상태"로 데려간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고통을 겪으면서 인간은 "나의 자족적 세계"가 파괴되는 사태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인간이 본래 "타인과 상호주관적인 관계"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175쪽).

 

뉴웨이브 시의 특징으로 탈-고백 화법 (고백하지 않고), 반-계몽 화법 (계몽하지 않으며), 무-질서 화법 (질서를 도모하지 않는다)이라고 정리한 것 처럼, 때때로 긴 설명보다 더 확실하고 간단명료한 정리도 있다.

'기어이 사랑하며 살아보겠다 하는 마음을 일러 에로스라 했고, 이냥 헤어지고 죽어버리자 하는 마음을 일러 타나토스라 했다 (410쪽)'. 이병률의 시 해설 중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두 마음이 오고 가며 생의 리듬을 이룬다고.

남진우, 김행숙, 이민하, 문혜진, 이병률, 장석남, 김근 시인의 시를 평하며 하나로 묶어 "열세번째 사도들"이라고 제목을 붙인 재치. 재치라는 단어가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김수영과 이상의 시에 대한 그의 긴 글은 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한 적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도 시인을,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물론 저자만의 예리한 해부도구로 가능한 일이다. 학교 다닐때 처음 읽어보고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던 이상의 시 "오감도"에 이렇게 금방 감정이입이 되는 건, 그동안 내가 보낸 세월이 가져다준 댓가인가, 아니면 이 대체불가능한 평론가의 대체 불가능한 해석 덕분인가. 이상과 김해경은 그저 본명과 필명으로만 알았지, 그것이 어떤 다른 세계, 다른 이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가.

기형도 시에 대한 오생근의 평론에 대한 저자의 또한번의 평론을 읽으며, 오생근의 글을 '에피큐리언의 초상'이라고 부른 저자의 단어 선택력은 탁월하다는 것을 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오생근의 해석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를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펴나가는 전개 방법은 감히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가 소개한 다른 평론가 김영찬의 평론집 제목이 <비평극장의 유령들>이란다. 제목의 난해한 정도가 <몰락의 에티카> 못지 않다. 그가 극찬한 이 평론가의 책도 언젠가 읽어보게 될까?

 

문학 분야의 책에서 이렇게 과학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방법론이라고 하나? 느낌을 느낌의 차원에서 써나간 것이 아니라 분석의 정도, 깊이, 넓이가 이렇게 광대하게 펼쳐졌다가 통합, 그리고 다시 하나의 구심점으로 집약하기까지 그 작업을 해내는 평론가라는 사람의 작업이란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일런지.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무엇보다 그가 최소한 에피큐리언적 입장이 아니라는 것, '몰락'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 치우친 의미, 배척하고 싶을 수도 있을 단어를 철학적, 상징적 의미를 담아 최고의 위치로 격상시켰다는 것이 읽는 나를 더 책 속으로 끌어당겨, 생소한 분야의 이 두꺼운 책을 지루하지 않고 몰입하여 읽어 내려가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를 들으며 쓰려고 했다가, 귀찮아서 그냥 올려져 있는 CD를 틀어놓고 썼다. Schubert의 Fantasy F minor, 4 hands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4-05-1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 공동체>를 읽다가 포기한 저로써는 신형철은 제게 아주 어려웠다고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hnine 님은 정말 정말 좋으셨나봐요. 글에서 그런 느낌이 뚝뚝 떨어집니다^^

hnine 2014-05-13 13:20   좋아요 0 | URL
저도 <느낌의 공동체>부터 읽었는데 이 책은 <느낌의 공동체>보다 훨씬 더 본격적인 평론집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이 책을 낼때 출판사도 다소 모험이 아니었을까 짐작도 해보았어요. 그만큼 출판사에서도 저자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말도 되겠고요.
제 경우엔 언젠가 읽다 포기한 책을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읽으면 쏙쏙 들어올때가 있더라고요. 아무개님에게 <느낌의 공동체>도 언젠가 그럴지 모르지요.

뚜유 2014-06-03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새벽에 마침 넘 잘 듣고 갑니다.
신형철은 <느낌의 공동체>만 읽었는데 이 책도 봐야겠어요.

hnine 2014-06-03 05:21   좋아요 0 | URL
<느낌의 공동체>가 맘에 드셨다면 이 책도 권해드립니다. 좀 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만큼 더 깊이가 있답니다. 음악도 좋으셨다니, 저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비 오는 새벽이예요...
 
잉여인간.비 오는 날 외 한국 문학을 읽는다 4
손창섭 지음 / 푸른생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알량한 내 기억이지만 '손창섭'이라는 이름을 중고등학교, 대학 국어 교재에서도 들어본 것 같지 않다. 평양 출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으로 귀화한것으로 잘못 알려져있었기 때문일까? 최근에 어쩌다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전쟁을 겪고 난 인간과 잉여인간이 되어버린 젊은이들의 내면과 배후를 주로 그린, 우리나라 1950년대를 대표하는 신세대 작가'라는 작품소개글을 읽고 나니 그의 작품 어느 것이라도 한권 골라 읽어보고 싶어졌다. 2차대전 후 일본에서 전후 문학의 특징을 보이는 소설들이 한동안 쏟아져 나온 것 처럼 이 작가도 그런 분위기를 보여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잉여인간>, <비 오는 날>, <생활적>, <미해결의 장>, <혈서>. 제목에서 부터 개인, 또는 사회의 불안, 우울, 상실이 느껴진다. 왜 아니겠는가. 평양에서 그가 태어난 해가 1922년. 만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여 다시 고향인 평양 부근에 와서 교사 생활을 하였고, 그러다가 1948년 당국의 조사에 위협을 느끼고 월남. 이때부터 소설 습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1949년에 첫작품을 발표하였고 이 책에 실린 다섯 작품은 모두 1950년대에 발표한 것들이다.

<잉여인간>

잉여인간. 남아도는 사람. 잉여인간이 범죄자도 아닌데 요즘도 유행어로 쓰일만큼 부정적이고 쓸모없는 인간의 모습을 의미하는 단어로 치우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눈엔 잉여로 보일지라도 잠시 지나가는 시기일 수도 있을텐데. 꼭 직업의 유무가 기준이 아닌 것이, 이 작품에 나오는 치과의사 서만기 조차 직업이 없는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무기력해보이기때문이다. 잉여 인간은 사회적 산물인가. 작가가 주인공들을 통해 그리려는 것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보다 전쟁 후 의욕을 상실한 사회의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개인의 의지를 넘어서 어쩔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차원의 눈에 안보이는 거대한 손을.

<비 오는 날>

비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린다. 피할 수단이 없으면 맞을 수 밖에 없다. 리어카 행상인 원구와 대학 영문과를 나왔으나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어서도 마땅한 직업이 없는 동욱, 한쪽 다리가 불구인 채 초상화 그려주는 일로 오빠까지 먹여 살리는 동욱의 여동생 동옥.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나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나, 마음만 그럴 뿐이지 방법은 없고 무기력만 더해간다. 비가 새어 물탕이 되어버린 방, 그마저 집주인에게 사기를 당하여 원구가 남매를 다시 찾아갔을때 그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생활적>

여기에도 행복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반공포로 수용소에서 출소한 동주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을 느끼는 젊은이. 남편을 여수반란사건때 잃은 일본여자 춘자와 함께 기거하며 그녀가 공장에서 벌어오는 수입에 의지하여 살지만, 결국 춘자도 옆방 사내 봉수와 손발이 맞아 새로운 장사를 시작한 후 또다시 버림받은 처지가 됨을 느낀다. 봉수의 의붓딸 순이가 봉수의 제대로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간 것을 발견하고 이 시대에 확실한 미래란 결국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

<미해결의 장>

해결이 아니라 미해결이다. 무의미. 무상. 미국 유학에서 장밋빛 미래를 찾으려고 하는 한 집안의 장남은 정작 미국 유학이 아닌 엉뚱한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그런 장남은 온 가족의 비난을 받는다. 몸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대는 여대생, 구제품 수선을 하여 미국 유학에 눈이 먼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엄마, 재봉질을 하여 생계를 돕는 여동생. 특이하게 작가의 작품 속 여자들은 현실을 딛고 살아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안간힘이든간에. 뒤의 작품 해설에도 나오지만 이상의 <날개>를 연상시킨다. 대신 날개의 주인공과 달리 손창섭 작품 속 주인공들은 공상과 비현실적이나마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주장'만 한다. 그래서 영원히 미해결이다.

<혈서>

1955년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작이다. 작품 속에 실제로 '혈서'라는 제목의 시가 나온다. 국문과 대학생 규홍이 투고하려고 쓴 시인데, 한방에 기거하는 준석은 그런 규홍을 보고 여자나 쓰는 시 나부랭이나 쓴다며 규홍을 비난하며 논쟁을 벌이려고 한다. 결국 준석의 비난의 화살은 우유부단한 달수에게 꽂히게 되어 일을 저지르고 만다.

 

작가 자신이 어느 한 곳에 오래 정착을 못하고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살았고,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여 살기도 했으며 사람들을 기피하는 증상 등,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말년엔 지병인 폐질환이 악화 되어 일본에서 생을 마쳤다.

병들고 우울한 사회는 이렇게 문학 작품 속에서 사진 보듯이 나타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4-05-1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에 이책이 보관함 속에서 아마도 거의 3년 가까이 버티고(?)있는거 같네요.^^:::

생각해보면 여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험난한 인생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자식이나 남편, 부모를 위해서 희생하도록 훈련이 되어있는거 같아요.
그게 여자로서의 당연한 의무랄까 뭐 그렇게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 어려울수록 더 억척스러워지는건
대부분 말뿐인 가장이라기 보다는 여성들인 경우가 많은거 같구요.

hnine 2014-05-13 12:15   좋아요 0 | URL
3년 전이라면 전 손창섭이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을때이겠네요 ^^
어느 분 서재에서 알게 되었어요. 읽고 싶게 쓰셨더라고요.
여자는 자식을 낳고 키워야 한다는 것이 거의 본능처럼 내재되어 있어서일까요? 평소엔 현실적이지 않던 사람도 일단 닥치면 현실적으로 돌변하는 이유요.
제가 위에도 썼지만 이 작가의 작품엔 행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안 나와요. 그게 읽는 사람을 더 다운시킬수도 있겠고, 아니면 위안이 될 수도 있겠고...아무개님은 어느 쪽이실지 궁금해지네요.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 옥스퍼드 써니 할머니의 유쾌한 인생조언
김성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이름도, 몇년 전인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때 즐겨 시청하던 EBS 영어회화 강의를 하던 분. 표정, 발음, 강의 방식 등 어딘가 다른 강사들과 다른데가 있어 기억하는 그 얼굴 아닌가. 조막만한 얼굴이지만 빈틈없어 보이는 인상, 영어라기 보다 독일어를 발음하고 있는 듯한 입모양과 억양, 절제되어 있는 표정.

그 얼굴이 신간 코너에 올라있는 책 표지에서 보이기에 자세히 봤더니 그녀가, 출판사에서 붙이긴 했겠지만 어느새 '옥스퍼드 써니 할머니'란 이름으로 책을 내었구나. 그냥 반가와서, 그리고 이것 역시 출판사의 의도이겠지만 인생 뜻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제목은 인생은 뜻대로 되는거라는 제목보다는 맘에 들어서 읽어보기로 하였다.

그녀의 처음 영국행은 남편의 연구년행을 따라 간 때였고, 그때 영어 공부를 시작하여 한국으로 들어온 후엔 원래 대학때 교육학을 전공했었지만 본격적으로 서강대에서 영어영문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EBS등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나이 오십 되던 해에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을 가서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옥스퍼드 대학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인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를 맡아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란 프로그램이란, 글로벌 석학과 리더등,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교훈과 배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화상으로 제작하여 전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유명 인사들과의 인터뷰 중 얻은 지식, 내용 등이 이 책을 구성하는데 하나의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녀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이 그녀 자신도 꼭 무엇이 되겠다고 미리 계획해서 그것을 향해 달렸다기 보다는, 주어진 일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려 했다. 사람 사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호기심은 예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아서 일하는 시간 아니면 춤을 추는게 가장 즐겁다는 분이다.

제목처럼 인생은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내 뜻과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정답도 없고, 있다해도 그것에 작용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아 차라리 없다고 하는게 맞다고 할 만큼 복잡한 것이 인생이라고.

이십대보다는 삼십대에, 삼십대보다는 사십대에, 사십대보다는 오십에 가까와가면, 인생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 줄 알았다. 나이를 먹어가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살아온 시간만큼 인생에 대해 뭔가 한마디 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살아보니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풀기 힘든 물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매여살진 말아야겠다. 마음에 풀리지 않는 물음이 있다는 건 어쩌면 살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과정이다.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풀릴때까지 행동을 유보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나이 오십에, 옥스퍼드가 아니라 그 무엇을 새로 도전했어도 그것은 옥스퍼드 동급으로 멋지게 사는 것이다. 한번 사는 내 인생인데,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 만들어져있는 기준이나 순서, 방식에 따라 사느라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 한가지는, 그 누군가가 그런 도전을 하며 산다고 해도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 취급하지도 말 것. 획일화와 고정관념이 아직도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말이다.

자기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특별한 인생에만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단지 이런 분은 실제 책으로 써서 냈다는 것이 다를 뿐, 이 세상 그 어느 누구의 인생도 책 한권으로 쓰지 못할 인생이 없더라. 어쩌면 내용으로 보자면 이 책의 저자보다 더 많은 경험과 가르침을 주게될 삶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사는 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놓지 않고 끝까지 가느냐 하는 것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서재 방문객 수, 즐겨찾기 수, 보통 난 그런 것을 살피지 않는 편인데 가끔 보면 방문객 수는 보통 100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요 며칠 서재 방문객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을 보고 이유를 몰랐다. 가끔 그런 실수가 일어나곤 하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알았다. 알라딘 서재 화면에 이렇게 떠있었다.

 

 

 

 

 

 

 

아마 서재 이름만 나왔더라면 못보고 지나쳤을걸, 우리 강아지 사진을 보고 알았다. 지금도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 밤엔 세 식구 사이에 서로 데리고 자겠다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귀염둥이.

"볼더야, 네 사진이 떴다!"

 

 

아 참, 그런데 '인기서재'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 서재가.

아무튼 제 서재를 들러주시는 여러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놀 2014-04-1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받는 서재는 모두 인기서재이지요~

hnine 2014-04-15 20:21   좋아요 0 | URL
가끔 그 사랑을 제가 모르고 사는 것 같아서 이렇게 올려보았습니다 ^^

서니데이 2014-04-1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인기서재란에 나오고 있어요. ^^

hnine 2014-04-16 07:4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바뀌었어요.
아무튼 서재 생활 한 이후로 처음이네요.
그냥 많이 찾는 서재라고 불러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기'라는 말이 어색해서요.

상미 2014-04-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지내지?
여기 온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어.
날씨가 낮엔 덥고 아침 저녁엔 선선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야.
이사도 잘 했고.
뭐든 느린 이나라 속도에 잘 적응 하고 있어.
항구에 21일에 도착한 짐이 뭔 검사가 그리 오래 걸리는지,
이사도 온다온다 하더니 5일 동안 대기 하게 하고 오더라.ㅎㅎ
할 일 없이 노는 생활이 재미나.
스페인어 배우는것도 어렵기는 한데, 새로운 경험이고.
심심해서 요리하고 놀아.

hnine 2014-04-16 09:40   좋아요 0 | URL
"할 일 없이 노는 생활이 재미나"
--> 명언이다.
(댓글은 네 블로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