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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 옥스퍼드 써니 할머니의 유쾌한 인생조언
김성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이름도, 몇년 전인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때 즐겨 시청하던 EBS 영어회화 강의를 하던 분. 표정, 발음, 강의 방식 등 어딘가 다른 강사들과 다른데가 있어 기억하는 그 얼굴 아닌가. 조막만한 얼굴이지만 빈틈없어 보이는 인상, 영어라기 보다 독일어를 발음하고 있는 듯한 입모양과 억양, 절제되어 있는 표정.
그 얼굴이 신간 코너에 올라있는 책 표지에서 보이기에 자세히 봤더니 그녀가, 출판사에서 붙이긴 했겠지만 어느새 '옥스퍼드 써니 할머니'란 이름으로 책을 내었구나. 그냥 반가와서, 그리고 이것 역시 출판사의 의도이겠지만 인생 뜻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제목은 인생은 뜻대로 되는거라는 제목보다는 맘에 들어서 읽어보기로 하였다.
그녀의 처음 영국행은 남편의 연구년행을 따라 간 때였고, 그때 영어 공부를 시작하여 한국으로 들어온 후엔 원래 대학때 교육학을 전공했었지만 본격적으로 서강대에서 영어영문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EBS등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나이 오십 되던 해에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을 가서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옥스퍼드 대학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인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를 맡아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란 프로그램이란, 글로벌 석학과 리더등,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교훈과 배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화상으로 제작하여 전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유명 인사들과의 인터뷰 중 얻은 지식, 내용 등이 이 책을 구성하는데 하나의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녀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이 그녀 자신도 꼭 무엇이 되겠다고 미리 계획해서 그것을 향해 달렸다기 보다는, 주어진 일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려 했다. 사람 사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호기심은 예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아서 일하는 시간 아니면 춤을 추는게 가장 즐겁다는 분이다.
제목처럼 인생은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내 뜻과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정답도 없고, 있다해도 그것에 작용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아 차라리 없다고 하는게 맞다고 할 만큼 복잡한 것이 인생이라고.
이십대보다는 삼십대에, 삼십대보다는 사십대에, 사십대보다는 오십에 가까와가면, 인생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 줄 알았다. 나이를 먹어가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살아온 시간만큼 인생에 대해 뭔가 한마디 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살아보니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풀기 힘든 물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매여살진 말아야겠다. 마음에 풀리지 않는 물음이 있다는 건 어쩌면 살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과정이다.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풀릴때까지 행동을 유보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나이 오십에, 옥스퍼드가 아니라 그 무엇을 새로 도전했어도 그것은 옥스퍼드 동급으로 멋지게 사는 것이다. 한번 사는 내 인생인데,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 만들어져있는 기준이나 순서, 방식에 따라 사느라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 한가지는, 그 누군가가 그런 도전을 하며 산다고 해도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 취급하지도 말 것. 획일화와 고정관념이 아직도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말이다.
자기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특별한 인생에만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단지 이런 분은 실제 책으로 써서 냈다는 것이 다를 뿐, 이 세상 그 어느 누구의 인생도 책 한권으로 쓰지 못할 인생이 없더라. 어쩌면 내용으로 보자면 이 책의 저자보다 더 많은 경험과 가르침을 주게될 삶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사는 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놓지 않고 끝까지 가느냐 하는 것이지.